연구자료
[만화포럼 칸 2016] 일본의 만화 관련 문화시설 현황 및 사례 조사_김소원
김소원 2017.05.23
일본의 만화 관련 문화시설 현황 및 사례 조사
 
김소원(상지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외래교수)
 
들어가며
 
  2016년 8월 21일 리우올림픽 폐회식에서는 꽤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되었다. 다음 개최지인 도쿄를 홍보하는 영상에서 키티, 도라에몽, 캡틴 츠바사, 팩맨, 슈퍼마리오 등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만화와 게임 캐릭터들이 등장한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영상이 끝나고 슈퍼마리오 분장을 한 일본 총리 아베 신조가 등장했을 때였다. 일본인들 스스로도 세계 각국의 사람들도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떠올리는 대표 이미지 중 하나가 만화와 게임과 같은 서브 컬처임을 다시 확인한 순간이었다. 이는 만화와 아니메, 게임 등 대중문화를 포함한 자국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이른바 ‘쿨 저팬1)’전략을 추진해오고 있는 일본 정부가 보여준 하나의 퍼포먼스였다. 쿨 저팬 전략의 목적은 만화, 아니메, 게임, 음악 등 문화 콘텐츠를 비롯해 의식주를 포함한 일본 문화를 해외에 알리고 이를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리고 이러한 쿨 저팬 전략을 대표하는 것이 바로 만화이다.
 
  여전히 탄탄한 시장과 독자들이 존재하고 있지만 일본의 만화시장 규모는 1995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2014년 기준 일본의 만화시장 규모는 종이 만화가 약 3,570억 엔, 전자출판 시장이 약 1,013억 엔으로 추정된다.2) 전체 만화 시장은 2013년 이후 소폭 성장했지만 이는 전자만화 시장 규모가 2012년 약 580억 엔에서 2013년 약 750억 엔으로 확대된 것에 기인한다. 지속적인 출산율의 저하는 만화의 주 소비 계층인 10대 인구의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일본 만화산업의 최대 고민거리가 되었다.
 
  만화 판매량의 감소와 성장의 정체에도 만화에 대한 인식은 변화했고 저변은 확대되었다. 만화에서 문화적 가치를 찾았고 만화를 예술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일본 만화의 저력과 넓은 향유 계층을 보여주는 것 중 하나가 일본 전국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만화 관련 미술관과 박물관, 기념관이다. 1990년 도쿄 국립 근대 미술관에서 데츠카 오사무(手塚治?)의 회고전이 열렸고 1991년부터 1995년 사이에만 5개의 만화 미술관이 생겨났다. 부정할 수 없는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거장이 세상을 떠난 후 열린 전시회는 국립 미술관에서도 만화를 전시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공적 영역에서 만화를 다룰 수 있음을 증명했다. 이후 만화의 영역은 더욱 확대되었다. 본고에서는 일본의 만화 관련 문화시설과 만화 전문 도서관의 현황과 특징을 조사하고 만화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접근법을 살펴보도록 한다.
 
1. 만화 관련 문화시설 개요
 
  일본의 문부과학성에서 2016년 10월에 발표한‘사회교육조사3)’결과에 따르면 일본 전국의 미술박물관은 436곳으로 집계되었다. 이 중 등록 박물관은 320곳, 박물관 상당 시설은 88곳으로 분류할 수 있다.4) 등록 박물관 중 종합박물관은 130곳, 과학박물관은 70곳, 역사박물관은 320곳이다. 박물관 유사 시설 중 미술박물관은 624곳이다.5) 2015년 한 해 박물관 관람객은 1억2천9백53만6302명으로 이 중 미술박물관 관람객은 3천66만2383명이고 특별전은 전체 관람객의 약 50%인 1천5백20만9천35명이다.6) 이러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산해보면 이들 시설의 평균 관람객은 미술박물관의 경우 한 해 평균 7만 천 명, 박물관 유사 시설의 경우 3만 7천 명이다.
 
  만화와 관련된 문화시설은 전국 미술관 정보 사이트7)와 만화미술관과 박물관 링크집8) 등을 종합한 결과 60여 곳으로 조사되었다. 그 중에 최근 폐관되었거나(たまののミュ?ジアム), 종종 만화 미술관으로 언급되지만 만화보다는 삽화가로 활동한 작가들의 미술관(高?華宵大正ロマン館, ?琴?廊,?生美術館)은 제외했다. 그리고 유사한 형태로 전국 여러 곳에 소규모의 전시 공간이 설치되어 있는 토미나가 이치로 만화랑(富永一朗漫?廊)은 한 곳만을 포함했다. 그러나 요코하마, 센다이, 나고야, 후쿠오카, 고베 등 전국 다섯 곳에 유사한 명칭으로 개관한 ‘호빵맨 어린이 뮤지엄’은 규모면에서 유의미한 조사 대상으로 고려되어 모두 포함했다. 그 결과 만화박물관과 미술관, 기념관 등은 39곳, 만화도서관 9곳이 조사 대상으로 추려졌다.
 
  대부분의 만화 관련 문화시설이 설립된 시기는 1991년 이후부터이다. 1990년 이전에 설립된 만화 미술관은 기타자와 라쿠텐9)이 말년을 보낸 사이타마의 집터에 세워진 일본 최초의 만화 미술관‘사이타마 시립 만화회관(1966년 개관)’, <사자에씨(サザエさん)>로 유명한 작가 하세가와 마치코(長谷川町子, 1920~1992)가 개인적으로 모은 미술품과 만화원화, 하세가와가의 미술작품을 함께 전시하는‘하세가와 마치코 미술관(1985년 개관)’이 있다. 만화책을 전문으로 소장하는 도서관은 만화대여점과 만화 출판업에 종사했던 나이키 토시오(?記稔夫) 개인이 설립한 ‘현대만화도서관(1978년 개관)’, 만화 이외에도 어린이용 서적과 잡지 전체를 아우르는 ‘오사카 부립10) 국제 어린이문학관(1984년 개관)’이 있다.
 
  그러나 이들 시설 중 하세가와 마치코 미술관은 작가의 작품 원화도 전시되지만 전시의 중요한 축은 하세가와 마치코가 그녀의 언니와 함께 모은 다양한 미술품과 하세가와의 수채화와 도예 작품이다. 그리고 오사카 부립 국제 어린이문학관은 일본과 세계 각국의 어린이와 유아용 도서 70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 아동문학 전문 도서관으로 만화책과 만화잡지는 전체 장서의 약 14%에 지나지 않는다. 이 도서관은 만화를 위한 전문 시설로 개관한 것은 아니었다. 이와 같이 1990년 이전 일본에서 만화의 공적 기능은 크게 공론화되지 않았다. 만화는 어디까지나 책으로 읽는 것이고 개인적으로 소비되는 것이지 미술관에 전시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만화 시장의 질적 · 양적 성장은 만화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가져왔고 만화가 개인의 기념관을 비롯해 만화를 테마로 하는 박물관과 미술관이 증가하게 된다.
 
  1990년까지 미술관 두 곳, 도서관 두 곳에 불과했던 것이 1991년부터 2000년까지 만화 관련 미술관과 박물관 12곳, 도서관 3곳이 개관했고 2001년부터 2010년까지 개관한 미술관은 13곳이다. 2011년 이후 2016년 현재까지 11곳의 미술관과 박물관이 더 개관했다. 만화도서관은 2001년 이후 현재까지 3곳이 더 문을 열었다. 만화 미술관이 급증한 1991년은 일본의 만화시장이 정점을 향하던 시기였다. 자연스럽게 만화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했듯 데츠카 오사무의 회고전을 통해 만화가 미술관에서도 전시 가능한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시기이다. 이들 전시시설은 미술관, 기념관, 뮤지엄 등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지만 만화가 전시의 중심에 있고 작품의 원화를 전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본 조사에서는 전시시설의 유형을 크게 ① 만화가 기념관, ② 만화 미술관과 박물관, ③ 체험형 박물관으로 구분했다.
 
  이들 만화 관련 문화시설의 운영은 대부분 지자체가 사업 주체로 산하기관이나 시설에 위탁 운영을 하거나 직접 운영을 하는 형태가 많았고, 도서관이나 시민센터 등 공립 문화시설의 일부에 설치되어 함께 운영되기도 한다. 특히 만화가 기념관의 경우 시설이 위치한 지역의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는 만화가와 관련이 깊은 지역의 지자체에서 지역 활성화의 일환으로 기념관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고 유명 작가와 그 작품을 활용한 문화시설을 공공재로 여기는 인식이 일반적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체험형 박물관이나 상업시설에 설치되어 캐릭터 상품 숍과 함께 운영되는 경우 관련 회사에 의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호빵맨 어린이 뮤지엄’의 경우 뮤지엄 운영을 위해 설립된 회사‘(주)ACM1’과 <호빵맨>의 TV 애니메이션을 방영한‘니혼 텔레비전(日本テレビ)’이 함께 운영한다. ‘꼬마 마루코 랜드’는 시설이 설치된 종합 오락시설인‘드림플라자’가 운영한다. 도서관의 경우 소규모의 도서관은 개인이 운영하기도 하며‘현대만화도서관’과 ‘요네자와 요시히로 기념도서관’은 메이지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
 
2. 전시시설
 
  1) 만화가 기념관
  본 조사에서 ‘만화가 기념관’은 특정 만화가 개인의 작품 세계와 생애를 조명하는 전시 시설을 말한다. 조사 대상 중 총 23곳이 만화가 기념관으로 전체 만화 미술관의 50%이상을 차지했다. 만화가 기념관 중 다수는 작가의 생가가 있거나 작가가 유년기를 보낸 곳 등 실제로 작가와 인연이 깊은 지역에 위치한다. 인기 작가인 이시노모리 쇼타로(石ノ森章太?)의 경우 2000년과 2001년에 출신지인 미야기 현에만 두 곳의 기념관이 세워졌다. 우주선 형태의 구조물로 지어진 ‘이시노모리 만화관’과 작가의 생가 곁에 세워진 ‘이시노모리 쇼타로 후루사토(고향) 기념관’이 그것이다. 비교적 근거리에 두 곳의 기념관이 비슷한 시기에 생긴 것은 흥미롭다. <가면 라이더>가 작가의 원안을 토대로 새로운 시리즈가 지속적으로 공개되는 등 끊임없이 변주· 소비되고 있어 폭 넓은 연령대의 관객이 흥미로워 하기 때문이지만 두 시설의 분위기가 매우 다르다는 것도 중요하다.‘이시노모리 만화관’은 작가의 대표작인 <사이보그 009(サイボ?グ009)>와 <가면 라이더(?面ライダ?)>의 SF적 세계관을 보여주는 전시 콘셉트와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이시노모리 쇼타로 후루사토 기념관’은 작가의 생가를 복원하고 시냇물이 흐르는 정원을 만드는 등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리고 이 기념관에서는 상설 전시회 이외에도 작가와 관련된 다양한 특별전을 1년에 3~4차례 개최하고 있다.
 
  작가의 생가 혹은 출신지 등 작가와 인연이 깊은 지역에 세워지는 기념관의 경우 기념관의 설립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만화 캐릭터를 모티브로 제작된 조형물을 설치해 해당 작가의 작품을 적극 활용한 거리를 조성하는 등 보다 광범위한 지역 활성화를 꾀하고 있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들 기념관은 비교적 소규모로도 한 명의 작가에 대한 집중도 높은 전시 공간 구성이 가능하다. 또한 관련 캐릭터 상품과 레스토랑 메뉴, 과자 등의 토산품 제작 등 일원화 된 사업 전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많은 경우 작가의 애장품 전시와 함께 작업실을 재현해 놓은 공간이 있어 평면적인 만화 전시뿐 아니라 보다 입체적인 전시 공간을 구성하려는 노력도 보인다.
 
  작가를 중심으로 구성된 기념관과 함께 개인 기념관의 유형으로 작가의 특정 작품을 전면에 내세운 시설도 있다. 유데타마고(ゆでたまご)의 대표작 <근육맨(キン肉マン)>을 활용한‘근육맨 아카이브코너(キン肉マンア?カイブコ?ナ?)’나 요코야마 미츠테루(?山光輝)의 <삼국지>와 <철인 28호(?人28?)>를 중심으로 전시하는 ‘KOBE 철인삼국지 갤러리(KOBE?人三?ギャラリ?)’가 그것이다. 이들 기념관과 미술관에서는 전시를 통해 작가와 작품 세계를 소개하면서 유명 작품을 활용한 파생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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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1 > 만화가 기념관 현황
 
  2) 만화 미술관과 박물관
  만화 전반에 걸친 전시, 혹은 특정 테마로 묶인 여러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된 시설을 만화 미술관과 박물관으로 분류했다. 이와 같은 시설은 총 아홉 곳으로 그중 독특한 사례를 소개한다. 우선, 미야기 현에 있는‘나가이 카츠이치 만화미술관(長井勝一漫?美術館)’은 월간 ≪가로(ガロ)≫의 초대 편집장인 나가이 카츠이치와 관련된 작가들의 작품과 ≪가로≫의 표지 등을 전시한다.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다수 연재했고 20대 청년층에게 큰 인기를 끌었던 잡지인 ≪가로≫의 출판은 일본만화사에서 매우 의미 있는 시도로 꼽히는 만큼 뚜렷한 특징을 가진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과거 데츠카 오사무를 비롯해 많은 작가들의 작업실이 모여 있었던 아파트 토키와장(トキワ?)12)을 복원해 2014년 오픈한‘토키와장 휴식처(トキワ?通りお休み?)’도 흥미로운 사례이다. 일본 만화 팬들에게 만화의 성지로도 불렸던 곳이지만 오래 전에 새 건물이 지어지면서 사라진 토키와장을 복원해 전시관으로 개관한 것이다. 지금의 전시관은 옛 토키와장 부근에 새롭게 지어졌지만 당시의 건물을 재현해 만화 팬들의 추억을 되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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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2> 만화 미술관과 박물관 현황
  
 
  3) 체험형 박물관
  박물관의 일차적인 전시 역할을 벗어나 만화를 테마로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 박물관이 다수 존재하는데 이러한 시설은‘체험형 박물관’으로 분류했다. 체험형 박물관은 주로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가족 관람객을 대상으로 한다. 이러한 경우 체험 공간과 함께 상업시설이 구성되는 경우가 많다. 2000년대 들어 생겨나기 시작했고 대표적인 것이‘호빵맨’을 테마로 한‘호빵맨 어린이 뮤지엄 & 몰(アンパンマンこどもミュ?ジアム&モ?ル)’이다. 2007년 요코하마에서 개관한 후 개관 1년이 채 안 되어 관람객 100만 명을 달성하며 높은 인기를 얻었다13). <호빵맨>이 어린이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누리는 작품인 만큼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시설로 구성되었다. 시설 명칭에서 볼 수 있듯 작품을 전시하는 박물관 기능과 함께 다양한 체험관과 놀이 공간, 관련 캐릭터 상품 숍, 레스토랑이 함께 구성되어 있다. 2010년에 미에 현, 2011년에는 센다이, 2013년에 고베, 2014년에는 후쿠오카에 차례로 개관했다. 명칭은 ‘뮤지엄 & 몰’, 혹은 ‘뮤지엄 & 파크’, ‘뮤지엄 in 몰’ 등14)으로 시설의 특징에 따라 조금씩 다르나 기본적으로 전시 공관과 체험 공간, 캐릭터 상품 숍이 함께 구성되어 있다. 연평균 입장객은 지역 인구가 가장 적은 센다이가 40만 명, 수도권에 위치한 요코하마는 7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는 우선 ‘호빵맨’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콘텐츠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호빵맨>의 작가인 야나세 다카시(やなせたかし)의 출신지에 세워진 개인 기념관15)의 경우 연간 관람 인원이 10만 명 정도로 이들 체험 뮤지엄과 비교해 적은 수치이다. 이는 호빵맨이 갖는 브랜드 파워와 함께 주요 이용자층인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시설 구성과 운영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오랫동안 애니메이션으로 방영되며 변치 않는 인기를 보여주고 있는 <꼬마 마루코(ちびまる子)>를 테마로 하는‘꼬마 마루코 랜드(ちびまる子ちゃんランド)’도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체험형 박물관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학교와 집, 공원 등의 공간을 충실히 재현해 관객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특히 작품의 무대가 된 사이타마 시에 위치하고 있어 만화 콘텐츠를 지역 활성화로 연계시킨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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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3> 체험형 박물관 현황
 
 
  4) 기타
  위에서 서술한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없는 이례적인 전시시설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만화 <캔디캔디(キャンディ♥キャンディ)>로 유명한 이가라시 유미코(いがらし ゆみこ)의 미술관이다.‘프린세스’와 소녀만화를 테마로 꾸며진 이 미술관은 프린세스 카페, 프린세스 체험관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유명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여자 주인공의 의상으로 꾸미고 사진을 찍는 등의 다양한 유료 체험이 가능한 체험형 박물관으로 주요 관람객은 어린이가 아닌 10~20대 젊은 여성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가라시 유미코의 대표작인 <캔디캔디>가 원작자인 미즈키 교코(水木杏子)와의 저작권 분쟁16)으로 작화를 담당한 이가라시 유미코가 미즈키 교코의 동의 없이는 작품 이미지를 사용할 수 없는 등 작가 최고의 브랜드인 <캔디캔디>를 활용할 수 없는 현실에서 기획된 것이 아닐까 한다. 그러나 이가라시 유미코가 가진 소녀만화가로서의 명성과 그녀의 대표작이 갖는 이미지, 젊은 여성들의 취향이 반영된 독특한 사례이다.
 
3. 만화도서관
 
  일본의 만화도서관 중 몇몇 도서관은 지역 활성화를 위해 조성되었다. 특히 니가타 시의‘만화의 집(新潟市マンガの家)’과‘만화· 아니메 정보관(新潟市マンガ·アニメ情報館)’의 경우 2012년에 발표된 ‘만화· 아니메를 활용한 지역 활성화 구성’ 정책17)의 결과로 설립된 것이다.
 
  그리고 기후 현 히다 시에 설치된 ‘히다 만화왕국(飛?まんが王?)’은 온천 관광지에 설립된 만화도서관으로 숙박 시설과 연계해 운영되고 있으며 약 4만 권의 만화책을 소장하고 있다. 온천 관광지의 경우 가족단위 여행객을 위해 숙박 시설과 레스토랑 이외에도 소규모의 박물관 및 체험관 등이 함께 조성되는 것이 일반적인 일본에서 만화도서관을 관광객을 위한 여흥거리로 제공한다는 부분이 특징이다.
 
  일본에서 만화를 학문적 연구 대상으로 보기 시작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일본만화학회가 설립된 것이 2001년, 4년제 대학에 만화학과가 설치된 것은 2000년 이다.18) 만화를 수집, 보존하고 이를 대중과 공유하는 도서관의 기능을 수행한 것은 국가가 아니라 개인이 먼저였다. 개인이 설립한 ‘현대만화도서관’은 회원들의 회비와 도서관 이용자들의 이용료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 유료로 자료를 열람한다는 부분에서 만화 카페(マンガ喫茶)와 흡사하지만 18만 권이 넘는 방대한 자료와 특히 1950년대의 카시홍(貸本)등 희귀 만화 자료를 다수 소장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의미가 크다. 2006년 나이키 토시오는 소장 자료를 메이지 대학에 기증했고 도서관은 ‘메이지 대학 현대만화도서관’으로 명칭을 바꿨다. 2012년 나이키 토시오의 사후 현재는 메이지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화도서관은 만화평론가이자 코믹마켓의 창립 멤버 중 하나인 ‘요네자와 요시히로(米?嘉博) 기념도서관 만화와 서브컬처’이다. 요네자와 요시히로가 수집한 만화잡지와 단행본, 동인지 약 14만 권을 토대로 메이지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다. 요네자와 요시히로 사후 유족들에 의해 요네자와의 모교인 메이지대학에 기증된 이들 자료 중 상당수는 만화 동인지로 매우 희귀한 자료이다. 메이지대학 관계자가 아닌 경우 회원 등록을 한 후 유료로 이용할 수 있다. 두 곳 모두 소장 자료의 양적 · 질적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도서관이나 기증된 자료로 대학에서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유료로 운영되고 있는 것은 매우 아쉬운 부분이다.19)19)
 
  이와 같이 만화의 수집과 연구, 보존 등에 국가의 역할이 눈에 띄지 않는 것에 대해 야마모토 치에(山中千?)는 국립 미디어 예술 종합센터20) 설립계획이 각계의 비난과 반대, 정권 교체로 백지화되었던 것을 예로 들어 “국가가 만화라는 일상적 문화에 개입하려고 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 그것은 국가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도 존재한다. (중략) 권력에 대한 대중문화의 자율성을 주장하려고 하는 욕망이 적지 않게 포함되어 있”으며 많은 일본인들에게 “만화문화는 사적인 영역에서 즐기는 것이고 공적인 공유를 목적으로 할 이유는 없다고 여겨졌다.”고 지적 한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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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4> 만화도서관 현황
 
결   론
 
  일본에서 만화와 박물관, 만화와 미술관이 만나게 된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그러나 정부의 쿨 저팬 전략과 맞물려 만화 관련 문화시설은 계속 늘어나고 있고 곧 개관을 앞두고 있는 곳도 있다. 일본의 만화시장 규모가 말해주듯 독자들의 수, 소비되는 만화의 양, 그리고 무엇보다 만화를 자연스럽게 즐기는 사회적 분위기 등 많은 조건을 고려했을 때 일본의 만화 미술관과 박물관을 고스란히 한국에 대입할 수는 없다. 만화 저변이나 콘텐츠의 양적· 질적 규모, 이를 소비할 수 있는 경제 규모나 인구 수 등에 대한 단순 비교는 분명 무리다. 일본의 사례가 정답일 수도 없다. 그러나 소규모의 전시관이라고 해도 지역의 특징을 살리고 소장 자료와 전시 작가의 특성을 살리는 기획력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는 없다. 만화 팬은 작품 뿐 아니라 작품에 대한 추억, 작품을 함께 공유한 팬들과의 교감 그리고 그 모든 것을 감싸는 정서까지 소비한다. 지금 현재 혹은 지나온 시간 어딘가에서 만화를 즐겼고 즐기고 있는 독자들에 대해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물관이 변화하고 전시 방법에 대한 많은 시행착오와 고민이 있었듯 만화 역시 그 전시 방법과 효과적인 전달을 위한 담론과 새로운 시도가 필요한 때이다.
 
참고문헌
 
山中千?(2011), 誰のためのマンガミュ?ジアム?, 《マンガの社?性―??主義を超えて―》, 第3 回?際?術?議
정부통계 종합창구 홈페이지 www.e-stat.go.jp
문부과학성 공식홈페이지 www.mext.go.jp
니가타 시 공식 홈페이지.
www.city.niigata.lg.jp/kanko/bunka/mangaanime_mati/koso.html
artscape 뮤지엄 데이터 베이스 artscape.jp/mdb/mdb.php
닛폰 테레비 홈페이지 프레스릴리즈 www.ntv.co.jp/info/pressrelease/417.html
전국 망가· 아니메 뮤지엄 맵 sam.or.jp/map
 
각주
 
1) 1990년대 후반 영국에서 음악과 패션, 예술 등 ‘쿨’한 영국 문화를 홍보하기 위한 ‘Cool Britannia(영국 국가 Rule Britannia에 빗대어)’로부터 만들어진 조어. 2010년 6월 경제 산업성 제조 산업국에 ‘쿨 저팬실’을 설치했고 현재는 경제산업성 상무정보정책국 크리에이티브 산업과 미디어콘텐츠과로 나뉘어 추진되고 있다. 아베 내각에서는 일본의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문화산업의 해외 전개를 지원하고 있다.
2) インプレス?合?究所編(2015), ≪電子書籍ビジネス調査報告書2015≫, インプレス, p.37.
3) 일본의 정부 각처에서 3년에 한 번 각종 통계를 조사·발표하고 있다. 박물관, 도서관, 체육시설 등 문화시설의 조사는 문부과학성에서 담당하고 있다. 2016년은 10월까지 조사가 진행되었고 10월 말 그 결과가 발표되었다. (정부 통계 종합 창구 홈페이지 http://www.e-stat.go.jp)
4) 일본의 박물관법은 박물관의 목적과 시설 주체 등록 유무를 바탕으로 박물관 시설을 세 종류로 나눈다. 등록 박물관, 박물관 상당 시설, 박물관 유사 시설이다. 등록 박물관은 지방공공단체, 사회법인, 종교법인등이 시설 주체이며 관장과 학예원이 필요하며 연간 개관일수는 150일 이상이어야 한다. 박물관 상당 시설은 시설 주체에 관한 제한은 없으며 학예원에 준하는 직원이 필요하고 연간 100일 이상 개관해야 한다. 박물관 유사 시설의 경우 이러한 제한이 없다. (문부과학성 공식 홈페이지 http://www.mext.go.jp/a_menu/01_l/08052911/1313125.htm)
5) 박물관 유사 시설은 총 4천433곳. 이중 종합박물관은 297곳, 과학박물관은 343곳, 역사박물관은 2,850곳, 야외박물관 93곳, 동물원 59곳, 식물원 107곳, 동식물원은 14곳, 수족관은 46곳으로 집계되었다.
9) 기타자와 라쿠텐 (北澤?天, 1876~1955) 일본의 화가, 만화가. 《시사만화(時事 漫?)》, 《도쿄퍽(東京パック)》등의 신문과 잡지를 중심으로 활약했다.
10) 大阪府立. 大阪府. 오사카부, 오사카시와 그 주변 도시들을 포괄하는 행정 구역.
11) npanman Children\'s Museum의 약자
12) 데츠카 오사무, 테라다 히로오, 후지코 후지오, 이시노모리 쇼타로, 아카즈카 후지오, 미즈노 히데코 등 많은 작가들이 거주했던 목조 아파트
13) 니혼 텔레비전 홈페이지 프레스릴리즈 www.ntv.co.jp/info/pressrelease/417.html
14) 센다이와 요코하마와 고베의 경우 ‘호빵맨 어린이 뮤지엄 & 몰’, 나고야는 ‘호빵맨 어린이 뮤지엄 & 파크’ 후쿠오카는 ‘호빵맨 어린이 뮤지엄 in 몰’이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15) 카미시 시립 야나세 다카시 기념관(香美市立やなせたかし記念館)
16) 원작자인 미즈키 교코와 작화가인 이가라시 유미코 사이에 저작권을 둘러싸고 벌어진 법적 분쟁. 2001년 대법원에서는 미즈키 교코가 작품의 원작자이고 만화는 2차 저작물로 정의했다. 원작에 대해서는 미즈키 교코만이 저작권을 가지며 미즈키 교코의 동의 없이 영리 목적으로 복제하거나 배포할 수 없게 되었다. 이가라시 유미코 미술관 오픈 당시 <캔디캔디>를 활용한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판매되었으나 저작권 침해로 인정되어 현재에는 <캔디캔디>와 관련된 제품은 판매되지 않고 있다.
17) 니가타 시 공식 홈페이지. https://www.city.niigata.lg.jp/kanko/bunka/mangaanime_mati/koso.html
18) 교토 세이카 대학에 1979년 미술학부 디자인 학과에 만화 전공이 생겼고 2000년 만화과가 개설되어 스토리 만화 코스와 카툰 코스가 설치되었다. 2006년에는 만화학과, 만화 프로듀스 학과, 애니메이션 학과로 이루어진 만화학부가 개설되었다. 2016년 현재 만화 학부는 만화학과와 애니메이션학가 설치되어 있고 만화학과는 신세대 만화 코스, 카툰 코스, 스토리 만화 코스, 캐릭터 디자인코스, 만화 프로듀스 코스, 개그 만화 코스 등 6개 전공으로 나뉘어 있다.
19) 현대만화도서관은 일반인 입장료 300엔, 열람료 권당 100엔에 이용할 수 있으며 1970년 이전 자료는 회원(연회비 6000엔)만 열람할 수 있다. 요네자와 요시히로 기념도서관의 경우 1일 회원 300엔, 1개월 회원 2000엔, 연 회원 6000엔에 이용할 수 있다. 1일 회원의 경우 동인지 열람은 할 수 없다. 자료 열람은 1회 100엔이 필요하다.
20) ?立メディア芸術?合センタ? 2009년 당시 아소 타로(麻生太?)내각이 예산 117억 엔을 책정해 설립 계획을 발표했으나 당시 야당인 민주당으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고 반대여론 또한 높아 민주당 내각이 들어선 후 백지화 되었다.
21) 山中千?(2011), 誰のためのマンガミュ?ジアム?, 《マンガの社?性―??主義を超えて―》, p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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