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료
[만화포럼 칸 2016] 추리만화가 미스터리를 향유하는 방식_ <명탐정 코난>을 중심으로_서은영
서은영 2017.05.23
추리만화가 미스터리를 향유하는 방식
- <명탐정 코난>을 중심으로
 
서은영(백석대학교 어문학부)
 
1. 문제제기
 
  전통적으로 추리 장르는 문학이나 예술의 영역에서는 외면되어 왔으나 대중문학/대중문화 시대에는 가장 각광받는 장르물로 관심을 끌고 있다. 대중문화의 장르물들이 그렇듯이 추리물 역시 장르의 명명이나 속성을 파악하기가 난감하다. 최근 들어 많은 연구자들이 추리물의 개념 정의를 시도하거나 그를 위해 계보부터 훑고 있으나 아직 뚜렷하게 정의된 바는 없다. 특히 기술의 변화로 인해 매체가 다양해지면서 대중의 기호에 영합하기 위해 장르물들이 혼합/복합되는 현상들이 생겨나게 되었고, 이러한 현상들이 장르물에 대한 정의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1)
 
  그러나 추리물이라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동의하는 구조들이 존재한다. 바로 수수께끼의 제시와 해결이다. 즉 추리 서사는 범죄가 발생(수수께끼 제시)하고 탐색(수수께끼 해결)의 과정이 주된 서사이고, 이 과정이 논리적이고 논증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2) 추리소설에서 플롯은 질문을 야기함으로써 작품 해석의 방향을 결정하고 그 해석의 타당성을 보증하는 관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3) 따라서 범죄서사에서는 사건이 발생하여 의혹과 호기심이 일어나고, 탐정은 그 이후에야 비로소 활약을 시작하게 된다. 탐정은 범죄 서사를 따라가며 무의미하게 흩어져 있던 정보들을 수집하여 그것을 의미 있는 단서들로 만들어 범죄와의 연관성을 논증하는 과정을 보여주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탐색 서사이다.
 
  이 과정에서 추리물은 여타의 장르물과는 다른 관람 태도를 야기한다. 가장 정적인 관람 태도를 보이는 소설의 경우에도, 추리물을 읽는 독자는 무의미해 보이는 정보들로 작가의 메시지를 읽어내는 작업을 끊임없이 수행해가며 범죄자를 뒤쫓는다. 독자는 때로는 의미화하지 못하고 지나쳤던 정보들을 떠올리며 이미 읽었던 장면을 재차 읽는 반복 독서 행위를 수행하기도 한다. 추리물에서 범죄가 발생하는 순간부터 독자에게는 하나의 과제가 부여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제는 추리물을 접하는 독자/관객, 혹은 플레이어들 하여금 참여와 몰입도를 높이는 작용을 한다.
 
  또 하나, 추리물의 이러한 효과를 관광지와 연계함으로써 평범한 장소를 보다 특별한 곳으로 인식시킬 수 있다. 에드워드 렐프는 그의 저서 《장소와 장소 상실》에서‘장소’의 개념에 대한 정의를 다각적으로 시도한다. 공간(space), 장소(place), 위치(location), 지역(region), 영역(area)의 개념들이 명확히 구분되어 사용되지 않는 상태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놓인 공간에 대해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이 그 공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즉 사람들이 공간, 장소를 영위하는 방식을 탐구함으로써 인간 실존에 다가갈 수도 있으며, 그것에 부여된 의미를 해석함으로써 인간이 살고 있는 각 문화의 특성을 파악할 수도 있다. 결국 렐프는 장소란 “인간의 모든 의식과 경험으로 구성된 의도의 구조에 통합되며, 의도적으로 정의된 사물 또는 사물이나 사건들의 집합에 대한 맥락이나 배경”을 본질로 한다고 말한다.4) 그는 장소의 정체성, 혹은 장소에 대해 가지는 정체성을 파악할 때 인간의 의도와 경험이 중요한 속성이 된다고 강조한다.
 
  결국 장소란 개인에게는 의도가 개입되고 해석이 부여되는 사적 체험을 속성으로 한다. 이는 인간이 어떤 특정 장소에 머물렀을 때 그의 의식 여부에 관계없이 이미 그는 장소에 부여된 의도와 상호연관을 맺게 되며, 장소에서 어떤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자신만의 ‘장소성(場所性)’이 도출된다. 역으로 말하면, 곧 사람이 특정 장소에서 경험하게 되는 행위, 사건, 감각 등은 곧 그 장소에 대한 이미지, 혹은 정서를 결정짓게 된다. 이는 단순히 이미지, 정서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장소의 정체성을 통해 인간 실존을 경험하기도 하고, 인간이 세계와 연관을 맺는 방식이 드러나기도 한다. 즉 사람은 장소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기도 하며, 집단의 기억이 되새겨진 장소를 통해 문화를 향유하기도 한다.
 
  따라서 장소는 단순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의도와 목적에 의해 경험되고 이미지화되면서 자신의 기억, 정체성을 새기는 공간으로 이해될 수 있다. 그리고 장소는 개인의 경험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되며 사유화된다. 이처럼 추리서사를 기본 속성으로 하여 관객을 참여시키는 콘텐츠 개발 사례로 일본 만화 <명탐정 코난>(원제: 名探偵コナン)을 들 수 있다.
 
  <명탐정 코난>은 일본의 만화가 아오야마 고쇼가 1994년 5호부터 《주간 소년 선데이》지에 연재를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져온 일본의 대표 만화다. 만화의 인기가 높아지자 1996년 요미우리 TV와 TMS가 공동 제작하여 니혼 테레비 계열에서 방영되었다. 《주간 소년 선데이》지 2014년 6호에서 연재 20주년을 맞았으며, 이는 《주간 소년 선데이》 역사상 최장수 연재 만화로 기록되었다.5) 1997년부터 매년 극장판 영화를 제작· 상영하고 있으며, 흥행 수입이 2016년 현재, 8년 연속으로 30억 엔을 초과하는 등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2003년에는 코믹스 총 발행부수가 1억 부를 돌파했으며, 2014년 3월에는 코믹스 총 발행부수가 1억 5,000만 부에 이르렀다.6)
 
  <명탐정 코난>의 원작자인 아오야마 고쇼는 돗토리 현 도하쿠군 호쿠에이초(東伯郡北采町)에서 태어났다. 돗토리 현은 <게게게 키타로>의 작가 미즈키 시게로의 업적을 기린 ‘시게로 로드’에 이어 1999년부터는 아오야마 고쇼가 태어난 호쿠에이초를 ‘명탐정 코난을 만나는 길(町)’로 조성했다. 구체적으로는 1999년에 JR 유라 역과 국도 9번을 연결하는 도로를 “코난 길”로 명명하고, 7개의 동상을 설치했으며, 2007년에는 아오야마 고쇼의 작품이나 업적을 소개하는 “아오야마 고쇼 기념관”을 설립했다. 그 외에도 코난 굿즈를 판매하는 ‘코난 탐정사’가 지역주민에 의해 설립되는 등 코난은 돗토리 현의 대표 캐릭터로서 지역 부흥에도 기여하고 있다.7) 이처럼 <명탐정 코난>은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 소설, 게임 등으로 미디어믹스되고 있으며, 지역 관광 상품과의 연계를 통해 성공적인 모델 사례로 남아 있다.7) 이처럼 <명탐정 코난>은 만화의 인기에 힘입어 영화, 소설, 게임 등으로 미디어믹스되고 있으며, 지역 관광 상품과의 연계를 통해 성공적인 모델 사례로 남아 있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점에 초점을 맞춰 <명탐정 코난>을 중심으로 일본의 관광 콘텐츠 개발의 사례를 살펴볼 것이다. <명탐정 코난>은 대표적인 추리 만화로 독자의 연령이 넓고 두텁다. 특히 20년이 넘는 게재 기간으로 인해 방대한 양의 추리서사가 누적되어 있다는 점도 다양한 콘텐츠 개발의 이점이 될 것이다. 특히 추리물의 미스터리의 속성은 독자들이 실질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한다는 점에서 독자의 흥미와 몰입을 한층 심화시킨다. 본고는 <명탐정 코난>이 체험형 연극과 관광 상품으로 개발된 사례를 들어 추리물의 미스터리를 향유하는 방식을 분석하고, 이를 통해 2차, 3차 콘텐츠 개발에 시사점을 던지고자 한다.
 
2. ‘탐정되기’의 서사 : 연극 <명탐정 코난 X 미스터리 ? 해상의 미궁>
 
  2016년인 올해는 <명탐정 코난>의 TV 아니메 및 극장판 제작 20주년을 기념해 대만, 히로시마, 센다이, 상해 등지에서 전시회를 개최했으며, 공연 전문업체인 <미스터리 라이브>와 공동 기획해 <명탐정 코난 X 미스터리 - 해상의 미궁(名探偵コナン×ライブミステリ? ~ 洋上の迷宮(ラビリンス)>을 선보였다.
 
  <명탐정 코난 X 미스터리 - 해상의 미궁>(이하 연극 <코난>)은 명탐정 코난 라이브 미스터리 제작위원회가 따로 설립되어 기획 제작 되었으며, 2016년 8월부터 9월에 걸쳐 도쿄, 오사카, 사이타마에서 공연되었고 입장료는 5,800엔이다. 이 연극은 프린세스 엘리자베스 호에서 일어난 불가사의한 살인 사건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엘리자베스 호에 초대된 사람들은 배 위에서 열린 성대한 파티에 참가한다. 이들은 국내외의 VIP들이며, 3대째 대를 이어 형사가 된 시라카와 역시 이 배에 승선했다. 시라카와 형사는 이 배가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할 때까지 VIP들을 보호해야 할 임무를 띠었다. 배 안에는 재벌 자제인 여대생 스미레 양과 그녀의 대학 동기생들 역시 승선해 있다. 그런데 스미레는 언젠가부터 자신이 스토킹를 당하고 있음을 느끼고 불안해한다. 어느덧 파티를 알리는 쇼가 시작되고, 초대받은 손님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쇼를 관람한다. 하지만 쇼를 구경하던 이들 앞에 갑자기 나타난 시체로 인해 배 위는 순식간에 긴장감이 감돈다.
 
  연극 <코난>은 추리물 서사의 이중구조를 극 전개에 그대로 가져왔다. 연극 <코난>의 공식 사이트를 살펴보면, 제 1막에서는 미스터리 무대를 관극하고(사건 편), 2막에서는 그 진상이 해명(수사 편)되는 이중구조로 이루어져 있다.8) 추리극은 관객들 앞에서 사건 발생과 범죄의 진상이 밝혀지는 과정이 직접 시연된다는 점에서 여타의 추리물과는 다르다. 하지만 스토리의 시연만으로는 관객에게 흥미를 유발하기 힘들다. 활자는 시각화되었지만 공연 시간은 관객의 의식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흘러가기 때문이다. 추리물의 경우 독서행위를 지연시키더라도 단서를 찾아 반복 독서를 하는 독자가 관극하는 관객보다는 오히려 능동적이라 할 수 있다. 관객이 앞 장면을 상기하고 싶어도 독자의 의지와 상관없이 공연시간은 흘러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추리물을 소재로 한 연극은 관객이 직접 연극에 참여할 수 있는 플롯이 추가된다. 바로 탐정되기다. 이 때, 추리극에서 중요한 것은 1막과 2막 사이에 주어지는 인터미션이다. 사건 편과 수사 편 사이에 주어진 인터미션을 이용하여 관객들은 1막 무대에서 자신들이 수집한 정보를 재구성하고 범인을 추리한다. 관객들은 공연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자신들이 범죄의 진상을 밝힌다는 과제를 부여 받는다. 한 연구에 의하면 관객참여 형 연극은 관객의 몰입도를 높인다는 결과가 도출된 바 있다.9) 추리물이 보다 적극적인 독서 활동을 유발하듯이 추리극 또한 관객의 자발적 참여가 연극을 보다 능동적으로 관극하도록 유도하며, 이는 연극에 대한 관객들의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추리물은 게임의 구성 요소를 적용하여 흥미를 유발하고 몰입도를 강화시키는 게이미피케이션의 속성과 맞물린다. 게이미피케이션이란 ‘game(게임)’에 ‘-fication(-化하기)’ 또는 ‘gamify(게임화)’dp ‘-tion(-하는 행동 또는 상태)’를 덧붙인 신조어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놀이라는 심리를 이용하여 여러 행동에 재미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게임에서 점수 얻기, 레벨 올리기, 순위 올라가기,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등의 Engagement한 요소를 더하고 게임적인 사고방식에 교육, 의료, 마케팅 등의 다양한 외적 요소를 적용한다.10) 추리물에서 사건의 단서들을 수집하고 범죄자를 유추하여 사건을 해결하는 플롯은 게임의 수행 과정과 유사하다. 이처럼 추리물은 여타의 장르물에 비해 (독서, 관람 등) 행위자가 직접 참여하여 게임을 하는 듯한 수행과정을 부여할 수 있다. 추리물의 게이미피케이션적 요소는 추리 서사가 2차, 3차의 다른 산업과의 미디어믹스를 수행할 때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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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추리극에서도 이 게이미피케이션의 요소가 구성되는데, 일반적으로 추리극의 관객들은 인터미션이 끝나면 자신들이 지목한 범인을 적어 관계자에게 제출한다. 곧 2막의 수사 편은 체포장을 제출하며 범인이 밝혀지는 대단원의 막이기도 하지만, 그 전개를 지켜보는 관객 입장에서는 자신의 추리가 맞는지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추리에 대한 점수 올리기 방식이 적용된다. 관객들은 단서들을 놓치지 않고 활용하여 제대로 추리에 이르렀는지 스스로에게 점수를 매기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극단은 극이 끝나면 범인을 맞춘 이들 가운데 추첨을 통해 적절한 보상을 지급하면서 공연은 모두 끝이 난다. 추리극의 문제 해결 과정은 바로 게이미피케이션의 ‘과제 부여-경쟁-점수화-보상화’라는 구성 단계에 부합되며 관객들의 만족도를 높인다. 관객들은 수동적으로 앉아서 공연을 관극(觀劇)한 것이 아니라 직접 추리하고 참여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코난>이 여타의 추리극과 차별되는 점은 관객의 탐정되기-역할놀이-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구성되었다는 점이다. 보통 추리극은 전반부 공연이 끝난 후 인터미션 시간을 주고 관객들로 하여금 유추한 범인을 적어 제출하도록 한다. 그리고 후반부에서 범인이 밝혀지는 구성이다.11) 이런 추리극에서 관객의 참여는 범인을 작성하여 제출하는 정도로 극히 제한적이다. <코난> 역시 보통의 추리극들처럼 1막에서 많은 단서들이 제공된다. 관객은 이미 공연된 장면을 상기하면서 범인을 유추해내야 하는 점은 동일하다.
 
  그러나 연극 <코난>은 수사편이 보다 비중 있게 다뤄진다. 다른 추리극이 1막의 사건 편에서 완성된 정보들을 2막의 수사 편에서 보여줌으로써 정답을 제시한다면, <코난>은 2막부터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다. 관객들은 1막을 통해 가졌던 의혹들에 따라 2막에서 제시되는 증거, 알리바이, 용의자들의 진술, 증언 등을 들으며 정보를 수집한다. 이때 무대 위에는 등장인물이 이 과정을 추리하면서 극이 대단원을 향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 <코난>의 단서들은 마치 형사가 수사의 단서들을 브리핑하듯이 탐정/형사(관객)들에게 제공된다. 이것은 관객의 의지와 상관없이 극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단서들을 관객(탐정/형사) 모두가 공유하고 각자의 논리력으로 범인을 찾는 과정이다. 이미 플롯이 완성되어 결과만 제시되는 추리극들과 달리 <코난>은 추리 과정이 중시된다. <코난>의 “관객도 탐정이 된다”는 문구는 바로 이 지점에서 유효하다.
 
  수사 편에서 관객들은 마치 동료 형사부터 지금까지의 수사 내용을 전해 들으며 문제를 해결해야 할 형사와 같은 임무가 부여된다. 여기에 <코난>은‘제한 시간’이 제공되면서 관객들 스스로가 제공된 단서들을 재구성할 시간이 주어진다. 관객 스스로가 마치 탐정이 되어 용의자를 추궁하고 추리하는 과정은 관객의 참여를 높이고 흥미를 유발하는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문제를 제한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한다는 경쟁심을 부추긴다. 이것은 자연스럽게 옆에 앉은 관객들이 경쟁자-동료 탐정/형사-가 되게 만든다. <코난>의 2막 수사 편 플롯은 단순히 해결과정을 보여주는 추리극에 비해 관객들의 수행력을 더욱 높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한편 <코난>의 경우 범죄를 풀어야 할 코난은 극중에 실제로 등장하지 않는다. “어느 날 코난은 아가사 히로시 박사의 지인인 프린세스 엘리자베스 호 선장의 배 안에서 일어난 불가사의한 살인 사건을 듣게 된다.”로 시작하는 이 극의 설명대로라면, 코난은 영상으로 등장하는 해설자에 불과하다. 만화 <명탐정 코난>에서 탐정으로 활약했던 코난은 이 연극에서는 플롯 뒤로 빠져 있다. 즉 코난은 더 이상 탐정이 아니라 사건의 의뢰자가 된다. 관객들은 일종의 코난의 초대를 받아 사건을 추리하러 온 동료 탐정들이 된다. 만화 원작을 읽으며 좋아했던 독자들은 코난이 제시한 사건 파일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연극 <코난>은 코난의 캐릭터성은 약화되었지만, 자신이 코난처럼 직접 탐정이 되어 추리한다는 의사체험을 실현하게 된다. 코난을 활용한 프로모션을 통해 추리극을 홍보할 수 있고, 독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책의 내용을 현실에서 향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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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 4> 연극 <코난>에서 코난의 내레이션 부분(출처 : 홋카이도 신문 공식 채널12))
 
3. 장소(place)의 재구성을 통한 사유화 : <코난 투어>
 
  <미스터리 투어>는 작품의 배경지를 방문하고 시각적인 상징물이나 전시를 관람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근대의 산책자가 도시의 아케이드를 구경꾼으로 소비하던 시대는 끝났다. 관광객들은 작품 속에 직접 뛰어들어 체험함으로써 자신만의 작품을 다시 쓴다. <미스터리 투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향유된다. 하나는 추리 과정을 직접 체험함으로써 독자가 탐정이 되어 역할 놀이가 가능하다는 것이며, 두 번째는 단서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지정된 장소들을 반드시 방문하게 됨으로써(의도) 특별한 장소로 사유화(私有化)된다. 앞선 장에서 연극 <코난> 을 통해 탐정의 역할놀이에 대해 설명한 바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장소의 사유화 측면에 맞춰 전개하고자 한다.
 
  <미스터리 투어>는 인기 만화인 <명탐정 코난>을 원작으로 삼아 JR 니시니혼이 기획한 관광 프로그램이다. 2001년부터 시작된 이 기획은 2005년부터 2007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개최되어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시행된 투어 프로그램과 작품명은 다음과 같다.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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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까지 총 14회에 걸쳐 운용된 미스터리 투어 프로그램은 해 마다 2만 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참가한다. <명탐정 코난>은 보통 2회에 걸쳐 에피소드 한 회가 진행되는데, “미스터리 투어 코난” 특집 편을 통해 미스터리 투어와 연계된 에피소드가 방영된다. 즉 <명탐정 코난> 특집 편에서 사건이 발생하는 장소가 되는 지역을 선정하고 이것을 관광 상품과 연계시키는 것이다. 작가는 사건의 무대가 되는 지역의 관광 명소를 중심으로 범인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들을 숨겨 놓는다. 보통 몇 개월에 걸쳐 투어 프로그램이 상시 운영되고, 참가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JR과 숙박권이 세트로 구성된 “여행 플랜”을 구매해 참가할 수 있다. 이때 여행 플랜에는 관광 지역의 지도, 다양한 할인권을 비롯한 기본 정보부터 범인을 추적할 수 있는 단서를 포함한 중요한 정보들로 구성되어 있다. 참가자들은 단서를 따라 투어 프로그램이 개최되는 장소에서 증언, 증거 등을 직접 수집하면서 관광지를 순회하게 된다. 순회가 끝나면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모은 자료를 바탕으로 범인을 추리하여 주최사에 응모하게 된다. 최종적으로 투어 프로그램이 끝나는 시점이 되면 주최사가 《주간 소년 선데이》지면을 통해 범인을 발표하며, 응모자 가운데 가장 정확한 추리를 한 참가자에게 소정의 상품을 지급하게 된다. 또한 그 해의 투어 프로그램과 관련한 <명탐정 코난>의 특집 방송이 TV 아니메에서도 다시 방영됨으로써 한 해의 투어프로그램이 끝나게 된다.
 
  <명탐정 코난>은 만화 콘텐츠 이용자들을 지역과 연계해 관광상품화 한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추리물의 게이미피케이션적 요소를 관광산업과 연계했을 때 수행자에게는 그 관광지가 보다 강렬한 인상으로 남게 된다. 수행자가 방문하는 관광지가 단순히 구경거리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의미로서의‘장소(place)의 사유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게임 플레이어가 레벨업하기 위해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는 산책자로 지나가는 구경꾼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장소의 미션을 수행하는 플레이어(player)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랬을 때 그에게 그 장소는 재구성되어 특별한 의미로 남게 된다.
 
  이 미스터리 투어의 가장 큰 특징은 인기 작품인 <명탐정 코난>의 추리 서사와 관광을 접목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로케이션 장소들은 드라마나 영화 속 작품의 배경을 관람객들에게 공개하고 그곳을 직접 구경함으로써 작품 속 사건이나 대사, 인물, 스토리를 다시 상기시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작품 속에서 일어난 사건의 배경을 독자들이 직접 방문하여 작품을 재환기시키는 기능을 담당한다. 관광객들이 장소에 스며든 작품의 흔적을 찾으며 드라마를 향유한다는 점에서 관람객으로서의 기능적 측면이 강조된 관광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미스터리 투어>의 경우 관광객 스스로가 직접 탐정이 되어 범인을 추적한다는 점에서 관광지를 구경하는 수준의 관람객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수행하는 체험자의 측면이 한층 강화된 관광 형태라 할 수 있다. 전자가 관람객이라면, 후자는 체험자/참여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로케 촬영지의 경우 드라마나 영화를 먼저 감상하고 장소를 방문함으로써 작품을 향유하는 것과 달리, <미스터리 투어>의 경우 체험자가 관광지를 방문한 뒤 후에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된다.
 
  이러한 시청방식 역시 확연히 다른 차이를 보인다. 둘 다 의사체험(疑似體驗)이라 할지라도 그 층위가 확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먼저 로케 촬영지의 경우 이미 작품 속 가상인물(등장인물)들에 의해 실현된 장소들을 재현하는 것에 머무른다. <겨울연가>의 배용준과 최지우가 뽀뽀를 나눴던 장소를 방문해 그들의 옷을 입고 코스프레를 하며 뽀뽀를 한다고 해도, 그것은 어디까지나 재연에 불과하다. 자신들은 등장인물이 될 수 없으며 단지 등장인물을 따라할 뿐이다. 그것을 통해 드라마를 시청하면서 느꼈던 감정을 다시금 환기 시키는 작용에 머물러 있다. 또한 작품 속 전체의 스토리를 의사체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보통의 로케 촬영지들에서 체험은 한정되어 있고 주요 장면의 한 두 컷만 체험함으로써 작품 전체를 상기시키도록 만들어진다.
 
  반면 <미스터리 투어>는 처음부터 참가자가 마치 작품의 스토리를 만들어 간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즉 이미 짜인 각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은 두 형태 모두 마찬가지다. 그러나 ‘선 여행 후 시청’이라는 방식은 범죄사건 발생과 단서라는 최소한의 사전정보만 제공하고 작가와 대본, 연출을 최소화해 참가자 스스로가 단서를 찾아가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직조하는 형태다. 참가자는 코난이 되어 자신이 발로 뛴 만큼 얻어낸 단서들을 종합하여 스스로가 범인까지 추리하는 과정을 오롯이 혼자 체험하게 된다. 쓰인 텍스트(시청한 것)를 반복하는 형태가 아니라 처음부터 독자 스스로가 작가가 되어 텍스트를 써나간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 투어 기획이 몇 개월에 걸친 장기간의 프로젝트라는 점은 의사체험을 강화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한 해에 2만 명이 넘는 참가자들이 참여하는 기획이지만 거의 1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시행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참가자들의 동선은 될 수 있으면 겹치지 않는다. 이는 이 프로그램이 자신만의 텍스트이며, 오롯이 혼자 수행해야 하는 미션으로 받아들여진다. 이처럼 자신이 탐정이 되었다는 의사체험이 더욱 강화됨으로써 참가자는 사건 해결에 의지를 보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참가자는 코난이라는 등장인물과 자신을 보다 밀착시키며 캐릭터와 일체가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명탐정 코난>은 코난이라는 인물이 사건을 해결하면서 이야기를 진행시켜 나가는 1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다. 결국 캐릭터와 참가자의 일체화는 참가자 스스로가 작품을 “쓴다”는 것에 강한 의미가 부여된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단서를 추적하기 위해 방문하는 장소에서 참가자들은 장소의 사유화(私有化)가 더욱 강력하게 유발된다.
 
  투어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은 이미 작가가 심어둔 단서를 따라 각 지역의 관광 명소를 방문하게 된다. 이는 로케 촬영지나 관광지에서 팸플릿을 통해 관광지 방문을 유도하는 측면보다 더 강력한 사유를 유발한다. 관광 팸플릿에는 적혀 있지만 관람객이 방문을 회피한다면 그 장소는 관람객부터 아무런 의미를 유발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미스터리 투어> 참가자는 지정된 관광지 방문이 “강요”된다고 할 수 있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그 장소를 방문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강요되었다고는 해도 참가자는 단서를 쫓아온 것이기 때문에 스스로의 선택에 의한 것으로 향유된다.
 
  물론 최근 관광지들은 체험 프로그램을 준비해 놓고 있다. 예를 들어 그 당시의 의상을 마련해두고 왕과 신하가 되어 의사체험을 하거나 전통요리를 만듦으로써 관광지를 향유하기도 한다. 이것은 구경꾼에서 벗어나 체험을 통해 관광지를 의사체험한다는 측면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형태이지만, 의사체험의 효과는 미미하다. 현대의상 위에 신라시대의 옷을 입었다고 해서 전적으로 첨성대라는 공간에 빠져들 수 없기 때문이다. 현실의 공간에서 전혀 빠져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가상의 공간을 체험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다. 박물관을 체험하려는 사람은 절대적으로 현실의 공간에 발 디디고 선 채 가상의 공간을 체험함으로써 관람객과 체험자 사이의 어정쩡한 포즈를 취하게 된다.
 
  그러나 미스터리 투어는 참가자 스스로가 아예 작품의 배경인 장소 속으로 들어가게 한다. 등장인물의 경험을 단순히 추체험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 개인에 따라 작품을 새로 쓰게 된다. 작품을 쓴다는 것은 르페르브의 말대로 장소를 직조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방문하는 장소는 단순히 관광지로 공유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도와 경험, 해석이 부여되는 사적인 공간으로 전유된다. 관광지에 놓인 단서는 그 장소를 기억하는 특별한 장치가 되고 단서를 풀기위한 개인의 지식과 경험이 스며들면서 자신만의 ‘장소성’이 주조된다.
 
  <미스터리 투어>의 최종판인 TV 아니메 방영은 이러한 장소성을 더욱 각인시키는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그동안 단서를 추적하며 범인을 쫓았던 참가자들은 이제 시청자가 되어 자신이 방문했던 장소들을 환기하게 된다. 이때 아니메의 첫 장면은 JR이 역으로 들어오는 것에서 시작된다. 애초 투어 프로그램을 기획한 JR 니시니혼의 선전 화면으로 의도되었을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그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도 부여된다. 역으로 미끄러져 들어오는 기차에서 카메라가 방문 지역의 대표역의 푯말을 비추는 것으로 이동함으로써 여행의 시작을 알리는 표지가 되는 것이다. 이는 곧 참가자들의 기억을 소환하는 시작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594화, 595화의 <히로시마 미야지마 7대 불가사의(七不思議) 투어> 편에서 코난 일행은 방송국 스태프들과 함께 지역의 관광명소와 음식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을 촬영하기 위해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이때 첫 장면은 달리는 기차에서 “어서오세요, 설레는 히로시마에(ようこそ、ときめく?島へ)”라는 문구를 보며 여행의 셀렘을 감추지 못하는 코난과 란의 표정을 비춘다. 그리고 카메라는 바로 히로시마역임을 알리는 푯말을 비추며 “히로시마”를 외치는 기관사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같은 오프닝은 투어 방송에서 매번 등장하게 되는데, 바로 그곳을 방문했던 참가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여행했던 당시의 체험을 떠올리게 하면서 코난과 함께 회감하도록 작동된다.
 
그림5.jpg
 <그림 5> 히로시마 편 오프닝 컷
 
  회감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작품에서 코난 일행은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그 지역의 주요 관광명소를 둘러본다. 이 과정에서 코난은 마치 가이드처럼 그 지역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시청자에게 제공한다. 역에서 관광지까지의 거리, 가는 방법, 명소에 전해내려 오는 유래나 전설을 설명하고, 그 지역의 특색이나 풍토 등의 지역 정보도 제공한다. 또한 지역의 풍미를 드러내는 음식과 맛집을 탐방하고 등장인물이 직접 먹으며 “맛있어(うまい)”를 외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히로시마 미야지마 7대 불가사의 투어>에서는 모리 탐정이 히로시마와 미야지마 지역의 모미지 만주, 굴 정식이나 아나고메시, 니기리뎅(수제오뎅), 오코노미야키 등 지역의 유명 음식들을 “맛있어”를 외치며 먹는 모습을 연속적으로 보여준다. 즉 추리 서사의 핵심 구조인 “수수께끼 제시-> 논리적 추리 과정-> 수수께끼의 풀기”14)의 과정이 본격화되기 이전까지 주요 명소들을 소개하는 형식이다. 이것은 투어에 참여한 참가자들한테는 자신이 다녔던 장소에 대한 환기를 불러일으키고, 투어에 참여하지 않은 대부분의 시청자들에게는 장소에 대한 소개가 이루지는 것이다. 투어 참가자와 불참자 양측 모두에게 지역에 대한 소개가 동시에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때 두 시청자가 느끼는 것은 다르다. 투어 불참자의 경우 시청자 내지는 관람객의 의미를 지니는 반면, 투어 참가자는 환기된 장소들에서 자신이 경험하고 향유했던 기억들을 소환해내며 그 장소를 사유화한다. 자신만의 경험, 기억, 의도, 목적 등을 가지고 특정 장소에 대한 정체성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장소의 사유화가 가능한 것은 추리서사의 주된 플롯인 단서 찾기를 통한 탐정 역할놀이 때문이다. 실제로는 작가에 의해 ‘쓰인 텍스트’지만 작가의 영역을 최소화하고 체험을 선행함으로써 작가는 은폐되고 각인되지 않는다. 원래는 독자(혹은 시청자)여야 할 이들은 역할 놀이를 통해 체험자로서 투어에 참가한다. 단서를 쫓는 과정에서 이들은 어느새 직접 탐정과 일체화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유된 장소들은 스쳐지나가며 구경꾼으로 보았던 장소들에 비해 더 많은 정서와 감정을 부여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장소는 성화(性化)되고 재인식되어 이전보다 특별한 장소로 더 오래 각인된다.  
 
 
 
4. 남은 문제들
 
  2016년 8월 2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폐막식에서 세계는 일본 문화의 힘을 실감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홍보 영상에 등장한 슈퍼마리오와 도라에몽, 헬로 키티, 팩맨을 비롯해 캡틴 츠바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당당히 슈퍼마리오로 등장한 아베 신조에 세계인들은 야유를 보내지 않았다. 불과 몇 십 년 전까지만 해도 만화의 불량성과 위험성을 경계하는 사설을 늘어놓던 미국과 한국 등에서도 일본의 폐막식 영상에 적잖이 놀라는 눈치다. 한 나라의 수장이 만화 캐릭터로 분해 당당히 세계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단연 자신감이다. 일본의 도쿄 올림픽 홍보영상은 슈퍼마리오, 도라에몽, 헬로 키티 등을 내놓아도 세계인들이 인지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8분의 짧은 쇼 안에 강력하게 피력한 것이다. 그만큼 이제 만화 콘텐츠는 자타가 공인하는 일본의 문화 역량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일본의 만화 역량은 무엇보다 원천 콘텐츠의 다양성과 수준 높은 작품의 질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차치하고라도 일본 만화계의 시스템이 확실히 만화의 저변을 확산하는 데 일조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일본은 몇 년 전부터 만화를 활용한 지역 관광 연계 상품 개발에도 앞장서고 있다. 일본의 만화 콘텐츠 활용은 그 다양성과 질적 측면에서 여느 나라보다 우위에 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한국 내에서 만화를 대상으로 한 상품 개발은 이전부터 꾸준히 이루어져 왔고, 최근에는 높아진 만화의 위상에 영합하여 만화와 연계한 각 종 콘텐츠 개발이 붐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시대가 변화면서 그 양상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만화를 원작으로 한 드라마, 영화, 게임, 캐릭터 제작이 주를 이루었다면, 최근에는 만화 전시를 비롯하여 벽화(부천시 아파트 외벽 사업), 만화거리 등 문화사업까지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제 만화는 감추어야 할 불량한 것이 아니라 홍보하고 활성화시켜야 할, 잠재적 부가가치가 높은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여가/여행 산업의 부흥과 함께 만화를 활용한 관광 상품 개발, 혹은 지역 연계 상품 개발 또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문화사업들의 대부분이 벽화나 거리 조성에 머물고 있다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나고 있는 거리조성 사업들은 한편으로는 실패를 앞당기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조성된 거리 사업들 역시 재점검이 필요한 시점이다. 거리 조성 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테마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마을(골목)과 관련한 콘셉트를 명확히 하고 그 안에서 이야기(스토리텔링)가 향유될 수 있어야 한다.15) 그리고 이 사업의 최종 목적은 거리 방문객이 골목의 상권이나 지역 관광지를 함께 둘러볼 수 있어야 한다.16) 예를 들어 “왈순 아지매 거리”와 “임꺽정 거리”가 과연 테마화에 성공했는가는 정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그동안 지역과 연계한 콘텐츠 사업은 드라마나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지나 장소를 방문하는 로케이션지역 관람이 위주였다. 한류 드라마가 부상하자 지자체들은 로케이션지를 관광과 연계한 상품 개발을 도모하기도 했으며, 이는 한때 지자체 사업으로는 꽤나 좋은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에서도 2007년부터 이러한 관광지 개발에 나섰는데 한 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로케이션지를 방문한 내방객들이 주변 관광지까지 순회하는 경향이 45.7%로 높은 비중을 나타냈다.17)
 
  한편 2010년을 기점으로 국내인의 관광 동향은 체험 형 관광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으며,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관광객이 집중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관광지의 집중화를 막고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콘텐츠의 개발이 시급한 시점이다. 일본의 보고서는 특히 만화· 아니메 ‘성지 순례’가 지역 전체의 관광객 유치에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18) 이는 곧 만화 콘텐츠가 지역 관광· 상권과의 연계로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사점을 던져준다. 본고는 그것의 한 사례로서 <명탐정 코난>의 추리 서사를 활용한 사업에 대해 살펴보았다. <명탐정 코난>은 독자의 참여를 높이는 방법을 고안해 낸 대표적 사례다. 특히 추리물이 가지는 속성을 활용하여 연극과 관광지 개발에 앞장섰으며, 이를 통해 상품 개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단순히 촬영 장소를 둘러본다든지,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 미디어믹스 된다든지, 캐릭터를 개발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이것은 <명탐정 코난>을 활용한 연극과 관광 상품을 좇다보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점에서 보다 광범위한 효과가 창출되고 있다. 따라서 만화 원천소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되어야 할 것이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 개발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T. Tdodrov, 신동욱 옮김(1992), 《산문의 시학》, 문예출판사.
이정옥(1999), 추리 소설과 게임의 플롯, 《현대 소설 플롯의 시학》, 현대소설 학회, 태학사.
에드워드 렐프, 김덕현· 김현주· 심승희 옮김(2005), 《장소와 장소상실》, 논형,
和田 崇, アニメキャラクタ?を活用した?光まちづくり:鳥取?を事例に, 《日本地理???表要旨集》0호
이동엽, 게이미피케이션의 정의와 사례분석을 통해 본 앞으로의 게임시장 전망, 《디지털디자인연구》Vol.11 No.4.
김병수(2008), 관객 참여형 연극이 관객 개발에 미치는 영향 연구, 경희대학교 석사학위논문.
北九州市立大?法?部政策科?科 森裕亮ゼミナ?ル(2015), 《アニメ·マンガ 聖地巡?を活用した 地域づくりを考えるアンケ?ト 報告書》.
일본 위키디피아.
 
각 주
 
1) 이런 경우 계보학적으로 거슬러 올라가 추리물의 원형을 찾아 그 구조의 시원을 밝히면 되지만, 이마저도 어려워 보인다. 어떤 학자들은 추리물을 근대 소설부터 시작하지만, 어떤 학자들은 그리스의 비극에 사용된 모티프에서 발견하기 때문이다. 본고는 추리물에 대해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장이 아니므로 이러한 논쟁들은 다소 거칠더라도 크게 범주화하여 추리물의 구조만 파악하고자 한다.
2) 이것을 토도로프는 ‘범죄 서사’와 ‘탐색 서사’라는 이중적 구조로 제시했다.
T. Tdodrov, 신동욱 옮김(1992), 《산문의 시학》, 문예출판사, p.48~49.
3) 이정옥(1999), 추리 소설과 게임의 플롯,《현대 소설 플롯의 시학》, 현대소설 학회, 태학사, p.198~199.
4) 에드워드 렐프 저, 김덕현·김현주·심승희 옮김(2005), 《장소와 장소상실》, 논형, p.102~103.
5) 일본 위키디피아 참조.
(https://ja.wikipedia.org/wiki/%E5%90%8D%E6%8E%A2%E5%81%B5%E3%82%B3%E3%83%8A%E3%83%B3)
6) 일본 위키디피아 참조.
7) <명탐정 코난>을 활용한 돗토리 현의 관광 상품 개발에 대해서는 和田 崇, <アニメキャラクタ?を活用した?光まちづくり:鳥取?を事例に>, 《日本地理???表要旨集》0호 인용.
9) 김병수(2008), 관객참여형 연극이 관객 개발에 미치는 영향 연, 경희대학교 석사학위논문,p.27.
10) 이동엽, 게이미피케이션의 정의와 사례 분석을 통해 본 앞으로의 게임 시장 전망,《디지털디자인연구》
11) <쉬어 매드니스>의 한국공연의 경우, 인터미션은 10분이 주어진다. 1980년 미국에서 초연 이후 성공한 추리극이라 호평받는 <쉬어 매드니스>의 경우에도 관객들은 전(前) 막인 사건 편을 보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형사로부터 용의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제공받는다. 그리고 관객들은 용의자들에게 자신들의 의혹을 추궁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관객들은 10분 동안 인터미션 시간이 주어지고 자신들이 생각하는 범인을 적어 제출한다. <쉬어 매드니스>가 특별한 것은 관객들로부터 제일 많이 범인으로 지목된 용의자를 2막의 범인으로 지정한다는 것이다. 즉 이 공연의 범인은 매 회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롭다. 이는 곧 용의자마다의 스토리가 제시된다는 것이고, 용의자의 수에 따라 2막의 스토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이 초연 당시부터 화제를 모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여러 나라에 수출되어 장기 공연을 가능하게 했다. Vol.11 No.4, p.452.
13) http://conan.aga-search.com/mystery_tour/를 통해 정리한 것임을 밝힌다.
코난 사이트에는 이즈모· 마쓰에 미스터리 투어(出雲·松江ミステリ?ツア?, 2005.11.7.~11.14)도 기획되었지만, 그 해의 투어는 중지되었고 애초 기획된 내용은 TV로 방영만 되었다.
14) 이정옥(1999), 추리 소설과 게임의 플롯,《현대소설 플롯의 시학》, 현대소설학회, 태학사, p. 198~199.
15) 임꺽정 거리는 이두호의 <임꺽정>을 테마화했지만, 그곳의 손님들이 과연 조성된 테마를 고려하며 부러 찾아오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임꺽정 거리는 오래된 상권들이 밀집한 구도심 지역에 행정 지역으로부터 테마가 이식되었고, 그와 관련한 스토리나 콘셉트는 전혀 연계되지 못함으로써 지역의 명물 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사업 초창기에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는 듯 보였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이마저도 흐지부지 되어 관련 문화행사 및 활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임꺽정 거리의 배경이 되는 만화 <임꺽정>과의 스토리나 연계를 전혀 느낄 수 없다는 점이 이 거리의 테마화가 실패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얼마 전에는 벽화마을의 주민들이 벽화를 철회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을 고려한다면, 골목 사업의 목적이 골목/거리의 이미지 쇄신에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골목을 활성화· 테마화함으로써 지역 명소는 되었을지언정 정작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생활권이 보장되지 않는 모순에 빠진 것이다. 이러한 실패를 인식해서인지 가장 최근에 조성된 부산 동래구 깃말 명물거리는 주로 상권 밀집 지역에 형성되었다. 이제 거리 조성 사업은 상권이나 관광 상품과 연계하는 것으로 발전해야 한다.
北九州市立大?法?部政策科?科 森裕亮ゼミナ?ル(2015), 《アニメ·マンガ 聖地巡?を活用した 地域づくりを考えるアンケ?ト 報告書》, p. 6.
北九州市立大?法?部政策科?科 森裕亮ゼミナ?ル(2015), 위의 책, p.6
(https://ja.wikipedia.org/wiki/%E5%90%8D%E6%8E%A2%E5%81%B5%E3%82%B3%E3%83%8A%E3%83%B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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