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섭의 거침없는 만화
"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신일섭 2006.03.01



오랫동안 지켜보고 기대하였던 동료작가의 첫 작품집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10여 년 전 한국에 독립만화나 인디 만화에 대한 구체적이 개념과 사례가 전무 할 때 젊은 만화가들이 중심이 되어 작가의 자유로운 창작과 더불어 독자들의 다양한 만화를 선택 할 권리 보장하기 위해 최초의 언더그라운드 무크지 “만화실험 봄”과 저예산 만화잡지 “화끈”이 출간 되어서 독립만화의 새로운 장을 열면서 당시의 젊은 작가들과 지망생들에게 지대한 영향과 현재의 다양한 만화문화의 초석이 되었다.

 

<그와의 짧은 동거-장모씨 이야기>의 장경섭 작가는 1996년 “화끈”에서 <장모씨 이야기>를 처음 연재하면서 작가주의 만화의 가능성을 열며, 당시의 작가들과 마니아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세계의 다수의 독립만화가 그렇듯 재생산의 실패로 인하여 휴간과 재창 간을 반복하게 되면서 장 작가는 학습만화와 삽화 작업으로 생활을 유지하면서 장모씨 이야기의 만화 작업을 미뤄두게 된다. 그로부터 한국 만화계는 시스템적으로 많은 변화를 겪게 된다. 우선 IMF이후 만화책 판매부수가 현저하게 곤두박질치고 설상가상으로 인터넷의 보급으로 인한 스캔 만화의 범람으로 만화잡지 마저 존폐위기에 빠지게 된다. 이때 포털사이트에서 무료 만화를 연재 하면서 기존의 잡지만화와 다른 캐주얼한 웹만화가 대중에게 사랑 받으며 그 동안 잡지만화에서 출간한 단행본의 판매부수를 능가하는 기록을 세우고 침체된 한국 만화계의 새로운 주류로 급부상하게 된다. 이러한 시스템 변화는 인디 만화가들에게도 힘을 실어주는 계기가 된다. 웹 만화가 지금처럼 성장하기 인터넷 환경의 초기부터 가능성을 보고 지속적인 만화작업을 한 이들이 있었으니 “화끈”과 “코믹스”이다. 이렇듯 인터넷 만화의 초기부터 시행착오와 꾸준한 만화작업을 해온 인디 작가들이 포탈 만화 사이트에서 성공적인 창작 활동으로 인해 현재의 다양한 만화 출판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급변한 만화 시스템 속에서 동료와 후배들의 약진을 만화계 주변에서 지켜본 장경섭작가는 자신의 만화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이시기에 마침 출판사의 출판제의는 창작의 의지를 다잡는 계기가 되었으리라...

 

허름한 옥탑 방에서 혼자 고독하게 만화 작업을 하던 장모씨는 방바닥에 치약을 밟은 지나친 외로운 날 자신의 침대에서 기생하는 이름 없는 바퀴벌레를 인정해버리고 공생하게 된다.
프롤로그 격인 짧은 만화 <그’와의 짧은 동거>는 이 만화의 어긋난 장모씨와 바퀴벌레의 어긋난 관계와 한계성을 예고해주는 블랙 코메디식 소품으로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침대에 편한 자세로 누워 책을 보며 사과를 먹고는 장모씨와 주방에서 설거지를 하던 바퀴벌레는 접시를 깨뜨리고 걱정하면 내민 장모시의 손을 내치면서 신경질을 부린다. 장모씨는 바퀴벌레를 달래 보려 하지만 그때 집안 곳곳에 붙여 있던 살충제를 보여준다. 그리곤 바퀴벌레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다. “이건 무슨 뜻이지? 이젠 끝인가...?”
10년 전 화끈 에서 보아온 장모씨 이야기는 아웃사이더 만화가의 고독한 일상을 다룬 만화로 여겨졌으나 지금의 <그와의 짧은 동거-장모씨 이야기>는 고독한 개인이 바퀴벌레와 동거하면서 사회적으로 왜곡된 시선을 보내는 이웃을 통해 소수인종의 차별의 은유로 읽을 충분한 여지를 주고 있다. 이제까지 많은 만화를 접했지만 <그 와의 짧은 동거-장모씨 이야기>처럼 암울하면서도 지독한 사랑이야기는 처음 이었다. 그 외 연작 단편으로 수록된 ‘즐거운 나의방’은 사회에 온전하게 평가 받지 못하는 대부분의 독립 만화 작가들의 우울한 자화상을 장겹섭 특유의 만화 미학으로 완성시킨 수작이다. 어느 날 자신의 옥탑방의 방문을 열고 보니 자신이 목 매달 모습을 발견하고, 그 모습을 다른 자신이 바라보고 이 모든 자신들이 자신을 장례를 치루고, 자신의 일터이자 전쟁터이고 안식처인 옥탑방의 문을 다시 열어 하는 자신을 암울한 판타지로 표현 하였다.

이렇게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장경섭 작가는 2006년 앙굴렘 국제 만화축제에 초청되어 유럽 만화 출판사들과의 프랑스 출판 계약을 체결 하기도 하였다. 한국의 독특하고 완성도 있는 작가주의 만화를 찾는 독자에게 이 만화를 권한다.
< 장경섭 작가의 블로그 : http://blog.naver.com/roiroze > top

2006년 3월 vol. 37호
글 신일섭

신일섭의 거침없는 만화
칼럼
그곳에 가면 만화가 있다
신일섭의 거침없는 만화
박기준의 세계속의 한국만화야사
comic mook 01 밥
신일섭
2006.07.01
또 하나의 무크지가 등장했다. ‘제대로 재있게’ 그리고 매호마다 주제를 가진‘콘셉트 무크지’를 표방한 셋이 읽다가 둘이 죽어도 모를 밥 이야기가 그것 이다. bob 무크지는 현재 한국 만화과중 가장 젊은 교수진과 현장성 있는 만화 교육으로 주목 받고 있는 ‘청강문화산업대 만화창작과’에서 기획 하였다.
국제강한연구소 - 마노
신일섭
2006.05.01
새로운 대안 만화가 또 다시 출시되었다. 하드커버에 자신들의 정체성을 보여 주려는 듯 갱지 이미지를 강조한 표지에 교배중 수컷을 잡아먹는 이미지를 음각으로 표현 하였다. 국제강한연구소를 구입하기전 이미 책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가지고 있었다. 특히 후배 곽상원 작가의 신작이 실려 있다는 이유가 구매에 결정적이 이유가 되었다. 그 외 아이와, 최인선, 이향우, 변병준의 신작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지게 하였다.
새만화책 vol. 01 : 한국 만화의 새로운 시도
신일섭
2006.04.01
만화계의 뒤안길로 밀려 나는 잡지 시장에 새롭게 창간 만화지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새만화책” 이다. 계간지 형식의 대안만화 새만화책은 이제까지 봐왔던 인디만화 작품집과 다르게 일본과 유럽의 작가주의 만화가들이 국내의 젊은 작가들과 함께 다양한 작품들을 보이고 있다.
"그"와의 짧은 동거 - 장모씨 이야기
신일섭
2006.03.01
오랫동안 지켜보고 기대하였던 동료작가의 첫 작품집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다.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장경섭 작가는 2006년 앙굴렘 국제 만화축제에 초청되어 유럽 만화 출판사들과의 프랑스 출판 계약을 체결 하기도 하였다. 한국의 독특하고 완성도 있는 작가주의 만화를 찾는 독자에게 권하는 한편의 만화!
Loser Jack Magazine - the Jack 공작단
신일섭
2005.12.01
11월 4일부터 11일까지 주안 미디어 문화 축제가 주안역 일대에서 프랑스 실험 영화제와 미술가들의 전시가 이뤄졌다. 지금 소개하는 만화책은 전시중 the jack이라는 작가가 loser라는 주제로 주안역 빈 지하상가 하나를 전시장겸 아트샵으로 꾸며 전시한 만화 작품들 중 수작인 원고를 모아 만든 loser jack magazine 창간호인데 11월말에 2호를 준비 중이다.
습지생태보고서 - 최규석
신일섭
2005.11.01
작가 최규석은 상명대 만화학과를 졸업하고 “공룡 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라는 멋들어진 제목의 놀라운 작품성을 겸비한 걸작 작품집을 내면서 2004년 내내 중요한 만화상을 휩쓸었고 한국 만화계에 작가주의 만화가로 자리 매김을 하였다.
우주인 - 이향우
신일섭
2005.10.01
우주인은 원래 잡지 <나인>에 연재되어 잔잔한 반향을 일으켰던 작품이다. 2003년 작가 스스로 디지털 채색 작업을 걸쳐 재판이 나왔는데, 이 만화책을 구입했을 때의 첫인상은 동화적이고 팬시적인 표지가 만화의 내용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다는 것과 그에 걸맞은 매끄러운 편집 디자인이 소장 가치를 높여 주고 있는 것이었다
남자친9 - 토마
신일섭
2005.09.01
파란닷컴에 연재되어 따뜻한 반향을 일으킨, 공감지수 100점의 웹툰! 헤어진 연인 밍고와 제리, 과연 친구가 될 수 있을까? 한 발자국 떨어져서 서로를 다시 바라보고 배우는 밍고와 제리의 따뜻한 무정의 사랑. 이라는 광고 글귀를 뒤로하고 구입한 ‘남자친9의 첫 느낌은 풋사과를 손에 넣은 상큼함이었다. 책의 표지는 심플하고 이 분위기를 잘 살려 색감을 돋보이게 한 두툼한 양장은 소장 가치를 높인다.
베스트 오브 코믹스 - comix
신일섭
2005.08.01
0여 년간 꾸준히 언더그라운드 만화를 한국에 선보인 뚝심 있는 만화 집단이 있다, 4년 만에 깊은 침묵을 깨고 새로운 무크지를 가지고 나타난 comix가 바로 그 집단이다. 인디 만화인 들에게 끊임없이 자극을 주고받고 있는 웹진 코믹스(www.comix.co.kr)는 그간 본 사이트에 발표된 완성도가 뛰어난 단편들을 엄선해 모아 “베스트 오브 코믹스”라는 이름으로 무크지를 발행했는데 ...
신체적 접촉에 관한 짧은 회상
신일섭
2005.07.01
첫 작품집인 ‘신체적 접촉에 관한 짧은 회상은 작가의 글에서처럼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평범한 여성이 성적으로나 인간적으로 상처 받고 그로인한 아픔을 통해 가족과 주변의 현실을 직시하고 큰 목소리를 내지 않고 사회 속에 자기 방식대로 극복해 나가거나 동화되는 모습을 담담하게 보여 주고 있다.
남쪽손님 빗장열기
신일섭
2005.06.01
작가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그림체와 전문적인 작품세계를 선보이며 독자들에게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러나 현실 속에서는 이에 부합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만화가 특성상, 대중 매체로서의 역할에 있어 예술적인 성향의 작가주의 만화보다는 다수의 대중이 선호 하는 만화를 존재 가치로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무지개를 타고 간다
신일섭
2005.05.01
‘우리가 살면서 겪는 고통은 죽는 그 순간까지 계속 됩니다. 하지만 인간들은 그래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무엇 때문일까요? 그것은 바로 ’희망‘입니다. 희망 때문에 그래도 사는 것이죠. 먹구름 속에 가려진 무지개의 의미란 바로 이것입니다.’
그녀석의 로망
신일섭
2005.01.01
이 만화를 리뷰하게 된 것은 순전히 건망증으로 인한 선택 이였다. 후배 중에 이 작가의 전작을 높이 평가하고 은근히 권하기 까지 하여 귀 담아 두었다가, 드디어 신작 ‘그녀석의 로망’이 나오자마자 대여점으로 가서 이 만화의 반응을 먼저 점검해 보았다.
울어라 펜
신일섭
2004.12.01
90년대 초, 지금은 없어진 신촌의 만화가게에서 단행본 한권짜리의 ‘불타라 펜’이라는 해적판을 작품을 보고 만화가 가지는 소재에 신기해 한 적이 있었다. 이후 10여년이 지나 ‘울어라 펜’이라는 제목으로 2권까지 정식 발매 되었으나, 이게 웬일인가? 신생 출판사가 덜컹 망해버리고 2년 뒤 ‘호에로 펜’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발매 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 만화를 보면 열혈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치킨
신일섭
2004.12.01
종종 만화책을 구입하다 보면 대중적인 인기를 얻지 못해 출판사의 일방적인 사정으로 절판되는 책을 구할 때가 있다. 만화 출판사들의 과열된 출판 경쟁과 치밀한 사전 조사 없이 주먹구식 무모한 발행의 피해는 고스란히 독자들의 몫으로 남는다.
돌격!! 크로마티 고교
신일섭
2004.12.01
처음 이 만화를 알게 된 것은, 만화라는 매체 이전에 비디오 게임의 신작 란에 ‘삐리리~ 불어봐! 재규어’와 함께 소개된 괴작 소프트로 였다. 그림을 보고 느낀 소감은 80년대 한국 대본소 만화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일본의 대표적 만화가 Ryoichi Ikegami (크라잉 프리맨) 화풍을 답습한 모습이었는데, 이에 대한 의아함과 함께 이렇게 정형화된 극화체로 과연 개그만화를 소화 해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요츠바라
신일섭
2004.10.01
아즈망가 대왕 때는 귀여운 캐릭터와 허무하면서도 때론 일상 판타지 적인 내용을 담은 ?은 만화로 생각하고 깊게 빠져들지는 못했다. 단지 일본 만화의 또 다른 측면의 가능성을 열어준 신예 작가로 생각 하였다. 솔직히 만화보다는 밝고 생동감 있는 애니메이션이 더 재밌다고 느꼈다.
엔젤 미트 파이
신일섭
2004.10.01
D[di]라는 작가를 알게 된 것은90년대 말쯤 일 것이다. 일본 인디 만화의 실존이라고 불리는 ‘악스’ 편집장으로부터 구한 과월 호에 특집으로 다뤄진 작가의 만화 세계와 인터뷰를 보고서였다.
불타는 마운드/원제: 지옥 갑자원
신일섭
2004.10.01
압도적인 작명 센스를 자랑하는 일본 영화 ‘지옥 갑자원’이 올 9월 국내개봉 한다고 영화 관련 매체에 소개 되면서 컬트영화와 인디만화를 즐기는 마니아 사이에서 열광적인지지가 있었다. 그런데 이미 9월이 지나고 10월 중순을 바라보는 이때까지도 아무런 소식이 없으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무서운책
신일섭
2004.08.01
연일 계속되는 불볕더위에 지친 독자들에게 오싹한 만화를 추천하려고 한다. 일본에서 평생 공포 만화만을 그리며 지금까지 일본 만화계에 거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거장 kazuo umezu의 초기 작품이다. 현재 1권 그림자와 2권 곤충 2편이 출판 되어져 그를 아는 작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