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열전
선정우
심여창 2004.10.01


8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미니백과 사전이라 불리는 손바닥만한 작은 책을 기억할 것이다. 순정만화대백과와 함께 소년들의 우상이었던 변신 로봇 만화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담은 책




이 기억 속에 사라질 무렵, 슈퍼로봇에 대한 정식 단행본이 출간됐다.
애니메이션 전문가 선정우의 『슈퍼로봇의 혼』은 저자가 가진 슈퍼 로봇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그야말로 집대성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저자 선정우는 많은 양의 만화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소장하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이렇듯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정은 로봇 만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대부분의 만화평론집이 만화인상비평이나 작품해설에 지나지 않는다면 선정우의『슈퍼로봇의 혼』은 마징가 Z같은 일본 로봇 만화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자신만의 해석을 더해 개성을 살리고 있어서 눈 여겨 볼만하다. 
 
이 책은 슈퍼로봇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의부터 일본 로봇만화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대표적인 슈퍼로봇인 마징가 Z 시리즈, 겟타로보 시리즈, 슈퍼 로봇 앤솔로지로 나눴다. 파트 1에서의 마징가 Z 시리즈는 우리에게도 친숙한 마징가 Z의 시작과 원작 만화의 배경과 인물관계, 각 에피소드 별 특징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특히 마징가 Z 탄생비화에서는 ‘소년과 로봇이 합체하여 조종한다’라는 기본 개념과 제작과정, 인기비결까지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마징가 Z 시리즈를 ‘로봇물’의 왕도요 원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오직 전투만을 위한 기계에서 에반게리온과 같이 진화하는 로봇으로 발전하게 하게 된 배경에는 마징가 Z 시리즈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징가 Z 시리즈의 명작 에피소드인 ‘마징가 Z 대 암흑대장군’ 편을 소개하면서 마징가 Z와 그레이트 마징가의 세대교체를 분석하고 있다. 그 후 마징가 Z 시리즈의 연속으로 ‘UFO로보 그랜다이져’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소개하고 있다. 
 


파트 2에는 마징가 Z와 함께 또 하나의 신화를 만든 로봇만화 ‘겟타 로보’에 설명하고 있다. 마징가 Z가 파일럿과의 탑승을 처음 도입했다면 겟타로보는 합체와 변형의 발상을 처음 시작한 작품이라고 말한다. 3기의 머신이 합체하여 겟타로보를 움직인다는 컨셉은 ‘독수리 오형제’(원제는 과학닌자대 갓차맨) 처럼 하나의 주인공에 의지하지 않고 각기 개성적인 캐릭터들이 등장한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이처럼 겟타로보 시리즈는 마징가 Z와는 또 다른 발상과 구성으로 시작된 로봇 만화였다.

파트 3에는 좀 더 다양한 컨셉의 개성적인 로봇 만화를 소개하고 있다. ‘자이언트 로보’, ‘톱을 노려라!-Gunbuster-’는 숨겨진 로봇 애니메이션의 명작으로 각 작품의 특징과 인물설정, 스토리를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로봇 만화 주제가만으로 이뤄진 공연 ‘슈퍼로봇 스피리츠’를 소개함으로써 일본의 로봇 애니메이션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로봇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수한 장르에 전문가다운 지식과 설명을 통해서 만화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보이고 있다. 이런 그의 모습은 그의 홈페이지(http://mirugi.com/)에서도 잘 드러난다.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그의 정보와 지식의 양과 질이 우수하다는 것은 이미 정평이 나있다. 우리나라와 일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정보로 가득한 그의 홈페이지는 만화 매니아들에게 좋은 자료창고가 되고 있다. 진정한 오타쿠라고 해도 손색없을 그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애정은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임을 깨닫게 해준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가 다른 사람과 차별화가 되고 곧 자신의 무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인 것이다.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보다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보다 못한다 했던가. 바로 선정우를 말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왜 로봇만화인가?
  그것은 아마도 무장(武裝)에 의한 경도(傾倒)일 수 있지만 자신을 지키려는 자위본능에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힘이 약한 어린이들이 무기에 대한 욕망과 남성으로 키워지게 되면서 강해지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강력한 로봇을 내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면…’이라고 생각해본 이들이라면 로봇만화에 흥미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그런 원론적인 분석과 상관없이 ‘로봇’은 소년시절의 향수어린 추억을 강하게 붙들고 싶도록 만드는 것이다. 한때 선풍적인 붐을 일으켰던 ‘로봇 애니메이션’의 절대적인 영향아래 자란 우리 세대는 자신의 추억 한 자락에 마징가 Z와 건담과 에반게리온을 품고 있는 것이다.
  
  슈퍼로봇과 리얼로봇의 차이점은?
  일반적으로 슈퍼로봇이란 ‘열혈’과 ‘근성’을 키워드로 하여 파일럿이 주역 로봇과 일체화가 되거나 로봇이 인간적인 감정을 갖는 것처럼 표현되는 것이 슈퍼로봇의 특징으로 생각한다. 리얼로봇은 이와 반대로 ‘전쟁’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서 로봇 자체도 리얼하게 묘사하여 로봇을 주역이 아닌 ‘도구’로서 취급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래서 ‘마징가 Z’는 슈퍼로봇이고 ‘기동전사 건담’은 리얼로봇이라고 일반적으로 통용된다. 그러나 슈퍼로봇 만화에서도 제작연도에 가장 적합한 과학적 설정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리얼로봇물’보다 훨씬 드라마틱하고 사실적인 전쟁묘사를 한 작품도 많다. 결국 ‘슈퍼’와 ‘리얼’은 반대되는 개념이 아닌 것이다. 책 제목을 ‘슈퍼로봇의 혼’이라고 했던 이유도 ‘로봇이란 존재 그 자체의 영웅성’에 대한 표현일 뿐이다.
  
  로봇만화라는 것이 개인적으로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이 책에 모아놓은 로봇 애니메이션에 대한 칼럼은 4년 넘게 여러 잡지와 PC통신 게시판을 통해 발표했던 것으로 내게 있어서는 대단히 각별한 글들이다. 1997년 8월 월간「PC WORLD」에서 『기동전사 건담』에 대한 소개를 쓴 이후로 내가 쓴 글 중에서 단일장르로는 가장 많았던 것이 로봇 애니메이션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본서에 수록된 『마징가 Z』, 『겟타 로보』, 『자이언트 로보』, 『톱을 노려라!』외에도 『기동전사 건담』시리즈를 비롯하여 몇 년전 선풍을 일으켰던 『신세기 에반겔리온』 등 많은 로봇들이 내 인생의 한 페이지를 차지해왔다. 사실 로봇은 히어로다. 슈퍼 로봇, 리얼 로봇을 가릴 필요 없이 모든 로봇은 인간의 모습을 닮게 한 ‘영웅’일 뿐이다. 아무리 전쟁의 도구다, 전선의 개념이다, 설정이 떠들어도 로봇은 히어로인 것이다. 단지 히어로의 개념이 시대에 따라 바뀌었기 때문에 로봇 애니메이션도 변천했을 따름이다. 이 『슈퍼로봇의 혼』이란 단행본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도 결국 그 하나 뿐이다.
(위의 인터뷰는 『슈퍼로봇의 혼』의 서문과 에필로그에서 일부 발췌했음)
 
 
 ⊙ 저자 소개⊙
   부천만화정보센터에서 큐레이터로 근무하면서 일본만화 파트를 담당하여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발행하는 <콘텐츠 코리아> 의 애니메이션 전문기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인하대학교에서 <만화의 이해> 강좌에서 ‘일본 만화의 역사’, 건국대학교 <영상과 시나리오> 강좌에서 ‘슈퍼로봇 vs 리얼로봇’이라는 주제로 강연하기도 했다.
1994년 순정만화잡지에 칼럼을 기고하기 시작하면서 일간지, 애니메이션 전문지, 연예지, 문화정보지, 각종 웹진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지면으로 만화와 애니메이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탁월한 견해를 피력하는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비평가열전
만화에 대한 전문적 탐색 : 최석태
김미진
2006.03.01
미술평론가로서 만화문화의 확산에 한몫을 담당한 만화평론가로 최석태를 만나보자
만화, 고급스럽게 보기 : 성완경
김미진
2006.03.01
분야를 막론하고 선구자는 필요하다. 해당분야가 다양한 시각과 보다 너른 안목을 지니기 위해 이는 필수적인 요소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그저 오락거리로 바라본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각, 엉뚱하게 취급받을 수도 있는 만화에 대한 집요한 탐구정신, 고집스럽게 지켜온 생각들이 존재하기에 그나마 지금의 만화문화가 형성된 것이리다.
불쾌한 세상에 대한 유쾌함 - 이재현
김미진
2005.12.01
만화에 대해 관대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만화는 다른 장르와 동일한 선상에서 인식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유치, 불량, 저급 등 만화에 덧 씌어진 불공평한 대우가 몇 세대에 걸쳐 진행되어져 왔기에 그 편견과 오해가 사라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날 만화평론을 할 수 있었던 이들은 동시대의 다른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각이 몹시 자유롭거나 혹은 용감한 자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이재현 역시 만화에 대해 동시대인들보다 용감한 사고를 했던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만화를 통한 현실 읽기 - 정준영
김미진
2005.11.01
만화, 그 사회적인 함의에 대한 탐구 정준영이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만화 그 자체만을 염두에 두는 지엽적인 것이 아니다. 그는 만화라는 장르를 포함하고 있는 더 넓은 세계, 즉 현실 사회라는 보다 큰 틀 안에서 만화라는 장르가 지니는 특징에 천착한다.
백정숙
김미진
2005.10.01
여성의 사회진출이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며 넓어지고 있긴 하지만 남성들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만화평론분야에 있어서도 남성 대 여성비율을 단순 비교해 본다면 남성평론가의 수적 우세가 얼마 만큼인지 단박에 드러난다. 이처럼 남성평론가들이 즐비한 만화분야에서 여성에,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만화 그리고 그것을 읽어내는 여성들 고유의 눈높이에 백정숙이 있다.
위기철
김미진
2005.09.01
대학입학시험제도가 학력고사에서 수능시험으로 바꾸는 얘기가 오가던 1990년대 초?중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많은 이들이 ‘위기철이라는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암기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던 학력고사와 달리 수능시험은 논리력을 중요시했다. 때맞춰 <반갑다 논리야>, <고맙다 논리야>, <논리야 놀자> 등 이른바 논리시리즈가 많은 입시생들로부터 화제가 되었는데, 그 저자가 바로 위기철이었던 것이다.
임청산
김미진
2005.08.01
만화의 국제화, 지방화, 이론화를 실천하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지방화시대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는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화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예술,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서울의 집중화가 심하다.
최열
김미진
2005.07.01
1980년대는 우리 만화사에서 특별한 연대로 기억된다. <공포의 외인구단>을 선보이며 한국만화의 전환기를 이끌어 낸 이현세의 등장, <아이큐점프>로 출발한 만화전문지 시대의 도래, <만화와 시대>(공동체 발간)를 통한 만화비평의 본격적 시작 등 특기할 만한 사건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수진
김미진
2005.06.01
만화비평이 텍스트에 대한 감상이나 작품소감을 넘어 하나의 담론을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평을 탈피해 보다 명확한 이론화의 모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인접학문분야의 탐색과 해외이론의 수입도 요구된다. 외국에 나가 이론을 공부하고, 이를 변형 혹은 접목시켜 국내 만화비평의 활성화를 이룩하는 것. 그 길에 출사표를 던진 이가 이수진이다.
한창완
김미진
2005.05.01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 만화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고급화 전략’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어린이들의 오락물로서만 취급받고 있었기에 산업적인 부가가치를 따지기가 힘들었다. 매체로서의 평가가 하나, 둘 나타나던 90년대 초반에도...
김상하
심여창
2005.01.01
거의 수년 만에 지난 44회 서울 코믹월드 행사를 찾은 내게 몇 가지 인상적인 것들이 있었다. 창작회지보다 팬픽이나 패러디 중심의 작품집이 홍수를 이루었고...
김상범
심여창
2004.12.01
이 명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참도, 거짓도 될 수 있는 요상한 명제일 것이다. 문화전반에 걸쳐서 만화가 가진 발전적인 파생력이나 긍정적인 산업적 효과로 볼 때 이것만큼 유용한 책도 없지만, 도덕적, 청소년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지식이나 감동을 전달하는 책의 개념에서는 한참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기 때문. 그런 점에서 만화가 가진 다양한 성질에 관심을 가져야 될 필요가 있다.
신명직
심여창
2004.12.01
만화의 특징 중에 하나를 꼽자면 당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반영을 들 수 있다. 굳이 신문만평이나 시사만화를 들지 않아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슈나 문화적 코드는 심심찮게 만화로 재해석되어 탄생되기도 한다. 이렇게 만화가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풍자나 해학적인 면은 오랜 옛날에도 존재했다.
김진수
심여창
2004.10.01
일반적으로 만화비평의 대상을 장편, 단편만화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가끔씩 잊을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극만화 외에도 시사만화라는 장르가 있기 때문이다. 일간지에 실리는 한 칸의 그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시사만화에 대한 애정으로 두 권의 책을 쓴 시사 만화평론가가 있다....
선정우
심여창
2004.10.01
8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미니백과 사전이라 불리는 손바닥만한 작은 책을 기억할 것이다. 순정만화대백과와 함께 소년들의 우상이었던 변신 로봇 만화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담은 책이 기억 속에 사라질 무렵, 슈퍼로봇에 대한 정식 단행본이 출간됐다.
송락현
심여창
2004.08.01
애니메이션 연구가 송락현의 지난해 발간된 『일본극장 아니메 50년사』는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보기 쉽게 정리된 연표와 애니메이션 포스터 등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주향
심여창
2004.08.01
만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더 이상 새롭지 않는 지금, 철학적 사유로써의 만화가 등장했다. 이주향 철학교수의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는 만화의 내용이나 인물의 행동방식을 철학적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인하
심여창
2004.06.01
우리나라에서 만화비평가라는 직함으로 지금까지 활동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드물다. 설령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만화를 다루는 매체에서 비평가라고 소개를 해도 정작 본인들은 그런 평가에 호의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박인하는 만화비평가라는 이름에 합당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황의웅
심여창
2004.06.01
우리 나라에서 일본만화만큼이나 인기를 끄는 일본 애니메이션.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갖춘 예술로 인정하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들과 많이 발표되었지만 유독 한 사람이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김윤아
심여창
2004.04.01
1995년 오락게임으로 시작됐던『포켓몬스터』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전역에 포켓몬 돌풍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게임의 폭발적인 성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