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열전
만화에 대한 전문적 탐색 : 최석태
김미진 2006.03.01



1980년, 이제 막 만화에 대한 글들이 발표되기 시작한 시기에 만화평론을 볼 수 있다는것은 그 자체로 상당한 노력을 수반하는 일이었다. 관심의 정도가 깊숙이 동반되어야 했던 가장 큰 이유는 당시 만화평론들은 만화잡지가 아닌 교양지, 생활 잡지, 시사지, 혹은 대학신문 등 다양한 전문매체에 실렸기 때문이다. 반면, 이처럼 다양한 성격의 매체에 만화평론이 실릴 수 있었던 까닭에 다양한 분야에서 쌓아올린 필자들의 지식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만화를 사랑한 독자들에게는 이 또한 즐거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전화위복이랄까. 당시에 발표된 글들이 만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매체가 아니었기 때문에 오히려 만화문화가 여러 곳으로 확산되는 역할을 해준 것이라 생각해보면 도리어 잘된 일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미술평론가로서 만화문화의 확산에 한몫을 담당한 만화평론가로 최석태를 꼽을 수 있다.   

 

 

 최석태의 비평작업들이 가지는 특징은 무엇보다도 ‘작가를 통한 작품세계분석’이라는 방법론에 있다. 이는 1990년대 초반, 동료 만화평론가들과 함께 한 작업을 통해서 확인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로 한국만화평론가협회의 이름으로 발간된 몇 권의 평론집을 들 수 있다. 우선 1995년에 나온 <한국만화의 선구자들>에서 ‘한국 근대 시사만화의 외로운 선구자, 이도영’, ‘궁핍과 격동의 시대를 살아간 만화가, 김규택’ 등의 작가론을 발표했다. 같은 해 발간된 <우리 만화 가까이 보기>에서는 ‘만화는 오락성을 무기로 하면서도 그 어떤 가치를 담아내는 그릇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오세영과의 대담문을 선보였다. 이어 1996년에 나온 <한국 만화의 모험가들>에서는 ‘한국 만화의 새 활로 개척한 이희재’라는 제목으로 작가론을, 1998년에 발간된 <호호에서 아하까지>에서는 <비둘기 합창>에 대한 작품 읽기를 통해 이상무의 작품세계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는 <비둘기 합창>에 대해 “마치 TV 연속극에 늘 나오는 이야기 같아 조금은 식상하게 들리지만, 이 만화가 나왔던 70년대에는 나름대로 현실감을 획득했고 이상무는 바로 그러한 이야기만화의 명수”였다고 평한다. 또, 이희재의 초기작품들에 대하여 “심심풀이의 오락 대상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고 또 그려져 왔던 만화가 현실의 중대한 문제에 처음으로 진지한 태도를 취했다”고 평하면서 “그가 디딘 지점이 대본소 만화의 세계가 아니라 잡지 연재만화의 세계였다는 점”은 기억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월간 <말> 1995년 11월호에서는 그의 색다른 작가론 혹은 작가에 대한 격려사를 볼 수 있다. ‘청소년 만화의 새로운 단계, 김경호’라는 이 글에서 당시 주류 만화와는 다른 분위기의 작품을 선보였던 김경호에 대해 그는 “청소년 대중의 입맛에만 맞추어 따라가기에 급급한 대다수의 청소년 만화가 중에서 그는 단연 돋보인다.”면서 “그의 쓸 만한 세계를 보기 위해 우리는 그에게 활동할 어떤 무대를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컨대 편향된 입맛으로만 길들여진 만화문화 현실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보다 개성 있고 다양한 작가들의 활동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한편, 최석태는 만화문화에 대한 국내의 관심을 넘어 중국만화의 특성에 대해 고찰해보기도 했다. <가나아트>에 ‘중국만화의 흐름과 특성’이라는 그의 글이 실린 것이 1990년 11.12월호였으니 대략 지금으로부터 반 세대 전의 일이다. 여기서 그는 중국의 만화를 1910년대로부터 굵직한 역사적 사건과 연관을 맺으며 연대기적으로 서술해나가고 있다. 특히 “만화를 단순한 어린이나 덜떨어진 어른의 오락수단 내지는 신문과 같은 매체에 덧붙여진 깨소금 정도”로 생각하는 우리와는 달리 “사회관과 세계관을 유지하도록 해주는 유용한 도구”의 특징을 지닌다는 점에서 중국만화의 특성을 강조하였다. 당시에 이미 그는 일본만화가 아닌 중국만화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니 21세기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중국이라는 시장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의 선견지명을 좀 더 일찍 알아채야 하지 않았을까. 1992년에는 <미술세계>라는 미술전문 매체에 만화비평을 선보임으로써 장르 간 확장에 기여한다. 스포츠 일간지를 주요 대상으로 한 ‘신문만화의 실태와 그 개선방안’이라는 이 비평에서 그는 신문지면에서 만화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지면들 간의 경쟁 속에서 “언론사가 경쟁에서 이겨 이윤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만화를 활용했다는 점과 이 과정에서 높은 고료와 대중의 취향에 영합하여 인기를 얻고자 했던 일부 만화가들이 정도를 벗어나 파행적인 작화 활동에 매달렸던 점”이 만화문화에 대한 오해를 낳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신문지면에서 나타나는 만화 표현에 대해 살펴보고 “만화창작자와 대중, 그것을 바탕으로 생산동기를 부여하고 유통시키는 역할을 하는 언론간의 조화”에 대해서도 다루었다. 

 

비평가로서 그의 만화에 대한 관심이 대중과 호흡하는 방향으로 드러난 것은 바로 만화가를 중심으로 기획전시의 큐레이터를 담당한 것이다. 2003년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부천의 한국만화박물관에서 열린 ‘한국 최초의 만화가 이도영 展’을 준비했던 그는 “관재(이도영)는 한국 최초의 만화가이면서도 전시나 출판 등을 통해 아직 한 번도 제대로 연구되거나 조명 받지 못했다.”(조선일보, 2003년 12월 9일자)면서 만화에 관련된 역사적인 인식의 부족에 대해 안타까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만화평론이 초창기 우리 사회에서 자리 잡을 당시에 다양한 분야로부터 만화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었던 여러 평론가들의 모습이 오늘날 조금씩 자취를 감춘 것은 한편으로는 만화영역의 전문화가 이루어진 셈이지만, 반대로 만화 스스로 시각이 좁아진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스러움도 생겨난다. 어쩌면 최석태의 글이 근래에 보기 힘들어 진 것도 만화 스스로의 시각이 좁아진 탓은 아닐까. top

2006년 3월 vol. 37호
글 김미진

최석태 


* 1959년 7월 23일 생
 

* 부산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이수 

* <계간미술>, <월간미술> 등에서 기자로 활동

* 서울미술관 큐레이터, 서남재단 학예연구실장으로 재직 

* 서울미술관 큐레이터, 서남재단 학예연구실장으로 재직 

* 1990년대 말, 한국만화평론가협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만화의 선구자들>, <한국만화의 모험가들>, <우리 만화 가까이 보기>, <호호에서 아하까지> 등의 공동 집필에 참여했다. 작품위주의 비평보다는 주로 특정 작가와 신문만화에 대한 비평을 선보였으며, 작가중심의 만화전시 큐레이터 활동을 하기도 했다. 

최석태 


* 1959년 7월 23일 생
 

* 부산대학교 미술교육과 졸업,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사학과 이수 

* <계간미술>, <월간미술> 등에서 기자로 활동

* 서울미술관 큐레이터, 서남재단 학예연구실장으로 재직 

* 서울미술관 큐레이터, 서남재단 학예연구실장으로 재직 

* 1990년대 말, 한국만화평론가협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한국만화의 선구자들>, <한국만화의 모험가들>, <우리 만화 가까이 보기>, <호호에서 아하까지> 등의 공동 집필에 참여했다. 작품위주의 비평보다는 주로 특정 작가와 신문만화에 대한 비평을 선보였으며, 작가중심의 만화전시 큐레이터 활동을 하기도 했다. 

비평가열전
만화에 대한 전문적 탐색 : 최석태
김미진
2006.03.01
미술평론가로서 만화문화의 확산에 한몫을 담당한 만화평론가로 최석태를 만나보자
만화, 고급스럽게 보기 : 성완경
김미진
2006.03.01
분야를 막론하고 선구자는 필요하다. 해당분야가 다양한 시각과 보다 너른 안목을 지니기 위해 이는 필수적인 요소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그저 오락거리로 바라본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각, 엉뚱하게 취급받을 수도 있는 만화에 대한 집요한 탐구정신, 고집스럽게 지켜온 생각들이 존재하기에 그나마 지금의 만화문화가 형성된 것이리다.
불쾌한 세상에 대한 유쾌함 - 이재현
김미진
2005.12.01
만화에 대해 관대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만화는 다른 장르와 동일한 선상에서 인식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유치, 불량, 저급 등 만화에 덧 씌어진 불공평한 대우가 몇 세대에 걸쳐 진행되어져 왔기에 그 편견과 오해가 사라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날 만화평론을 할 수 있었던 이들은 동시대의 다른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각이 몹시 자유롭거나 혹은 용감한 자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이재현 역시 만화에 대해 동시대인들보다 용감한 사고를 했던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만화를 통한 현실 읽기 - 정준영
김미진
2005.11.01
만화, 그 사회적인 함의에 대한 탐구 정준영이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만화 그 자체만을 염두에 두는 지엽적인 것이 아니다. 그는 만화라는 장르를 포함하고 있는 더 넓은 세계, 즉 현실 사회라는 보다 큰 틀 안에서 만화라는 장르가 지니는 특징에 천착한다.
백정숙
김미진
2005.10.01
여성의 사회진출이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며 넓어지고 있긴 하지만 남성들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만화평론분야에 있어서도 남성 대 여성비율을 단순 비교해 본다면 남성평론가의 수적 우세가 얼마 만큼인지 단박에 드러난다. 이처럼 남성평론가들이 즐비한 만화분야에서 여성에,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만화 그리고 그것을 읽어내는 여성들 고유의 눈높이에 백정숙이 있다.
위기철
김미진
2005.09.01
대학입학시험제도가 학력고사에서 수능시험으로 바꾸는 얘기가 오가던 1990년대 초?중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많은 이들이 ‘위기철이라는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암기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던 학력고사와 달리 수능시험은 논리력을 중요시했다. 때맞춰 <반갑다 논리야>, <고맙다 논리야>, <논리야 놀자> 등 이른바 논리시리즈가 많은 입시생들로부터 화제가 되었는데, 그 저자가 바로 위기철이었던 것이다.
임청산
김미진
2005.08.01
만화의 국제화, 지방화, 이론화를 실천하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지방화시대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는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화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예술,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서울의 집중화가 심하다.
최열
김미진
2005.07.01
1980년대는 우리 만화사에서 특별한 연대로 기억된다. <공포의 외인구단>을 선보이며 한국만화의 전환기를 이끌어 낸 이현세의 등장, <아이큐점프>로 출발한 만화전문지 시대의 도래, <만화와 시대>(공동체 발간)를 통한 만화비평의 본격적 시작 등 특기할 만한 사건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수진
김미진
2005.06.01
만화비평이 텍스트에 대한 감상이나 작품소감을 넘어 하나의 담론을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평을 탈피해 보다 명확한 이론화의 모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인접학문분야의 탐색과 해외이론의 수입도 요구된다. 외국에 나가 이론을 공부하고, 이를 변형 혹은 접목시켜 국내 만화비평의 활성화를 이룩하는 것. 그 길에 출사표를 던진 이가 이수진이다.
한창완
김미진
2005.05.01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 만화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고급화 전략’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어린이들의 오락물로서만 취급받고 있었기에 산업적인 부가가치를 따지기가 힘들었다. 매체로서의 평가가 하나, 둘 나타나던 90년대 초반에도...
김상하
심여창
2005.01.01
거의 수년 만에 지난 44회 서울 코믹월드 행사를 찾은 내게 몇 가지 인상적인 것들이 있었다. 창작회지보다 팬픽이나 패러디 중심의 작품집이 홍수를 이루었고...
김상범
심여창
2004.12.01
이 명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참도, 거짓도 될 수 있는 요상한 명제일 것이다. 문화전반에 걸쳐서 만화가 가진 발전적인 파생력이나 긍정적인 산업적 효과로 볼 때 이것만큼 유용한 책도 없지만, 도덕적, 청소년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지식이나 감동을 전달하는 책의 개념에서는 한참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기 때문. 그런 점에서 만화가 가진 다양한 성질에 관심을 가져야 될 필요가 있다.
신명직
심여창
2004.12.01
만화의 특징 중에 하나를 꼽자면 당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반영을 들 수 있다. 굳이 신문만평이나 시사만화를 들지 않아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슈나 문화적 코드는 심심찮게 만화로 재해석되어 탄생되기도 한다. 이렇게 만화가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풍자나 해학적인 면은 오랜 옛날에도 존재했다.
김진수
심여창
2004.10.01
일반적으로 만화비평의 대상을 장편, 단편만화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가끔씩 잊을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극만화 외에도 시사만화라는 장르가 있기 때문이다. 일간지에 실리는 한 칸의 그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시사만화에 대한 애정으로 두 권의 책을 쓴 시사 만화평론가가 있다....
선정우
심여창
2004.10.01
8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미니백과 사전이라 불리는 손바닥만한 작은 책을 기억할 것이다. 순정만화대백과와 함께 소년들의 우상이었던 변신 로봇 만화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담은 책이 기억 속에 사라질 무렵, 슈퍼로봇에 대한 정식 단행본이 출간됐다.
송락현
심여창
2004.08.01
애니메이션 연구가 송락현의 지난해 발간된 『일본극장 아니메 50년사』는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보기 쉽게 정리된 연표와 애니메이션 포스터 등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주향
심여창
2004.08.01
만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더 이상 새롭지 않는 지금, 철학적 사유로써의 만화가 등장했다. 이주향 철학교수의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는 만화의 내용이나 인물의 행동방식을 철학적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인하
심여창
2004.06.01
우리나라에서 만화비평가라는 직함으로 지금까지 활동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드물다. 설령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만화를 다루는 매체에서 비평가라고 소개를 해도 정작 본인들은 그런 평가에 호의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박인하는 만화비평가라는 이름에 합당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황의웅
심여창
2004.06.01
우리 나라에서 일본만화만큼이나 인기를 끄는 일본 애니메이션.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갖춘 예술로 인정하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들과 많이 발표되었지만 유독 한 사람이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김윤아
심여창
2004.04.01
1995년 오락게임으로 시작됐던『포켓몬스터』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전역에 포켓몬 돌풍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게임의 폭발적인 성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