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열전
만화, 고급스럽게 보기 : 성완경
김미진 2006.03.01

만화, 고급스럽게 보기 : 성완경
 

분야를 막론하고 선구자는 필요하다. 해당분야가 다양한 시각과 보다 너른 안목을 지니기 위해 이는 필수적인 요소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그저 오락거리로 바라본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각, 엉뚱하게 취급받을 수도 있는 만화에 대한 집요한 탐구정신, 고집스럽게 지켜온 생각들이 존재하기에 그나마 지금의 만화문화가 형성된 것이리다. 

사실, 어떤 장르가 고급이고, 어떤 장르는 저급이라는 생각은 우리 시대에 지난한 얘기다. 문화예술분야에서 계급적인 구분이나 차별이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위에서 이러한 구분법이 여전히 생존하고 있다면, 이는 문화적인 다양성을 이야기하기 하고자 할 때 그럴 것이다. 이제 다양성의 범주 안에서 성완경의 만화에 대한 견해는 ‘고급’이라는 쪽에 표를 던지게 된다.

유럽만화에 대한 이해 

성완경은 대학원 시절 프랑스문화원에서 불어권 만화를 처음으로 접한다. 이 같은 선험적 체험으로부터 ‘만화에는 코믹스 극화(일본만화에서 주로 나타나는 형식)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명제를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에게 만화에 대한 가치와 만화가 지니는 가능성이라는 부분에 있어 산업적인 부분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보다는 인간이 창조해낸 ‘만화’라는 표현양식으로 어디까지 실험이 가능하며, 만화가 지니는 예술적 재능이 얼마 만큼인지에 대해 깊이 천착한다.
그가 전하는 만화의 중요한 부분은 사실 다른 이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만화는 재미가 생명이다.”라는 것이 그의 기본적인 만화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에게 만화는 재미를 통해서만 다가온 것은 아니었다.”라는 점 또한 그의 생각일지니, 바로 이 지점에서 만화에 대한 대중적인 생각들과 차이점이 생긴다. 그는 “‘훌륭함’이란 게 있다. 나는 그것이 훌륭함의 세계에 속한다는 것을 단박에 알아차렸다.”면서 “유럽과 미국, 남미의 만화에 대해 내가 가진 감정의 으뜸은 우선 훌륭함에 대한 경탄과 믿음이다.”(<세계만화탐사>에서)고 밝힌다. 일본만화 장르에, 일본식 극화의 재미에 빠져있는 오늘의 우리 독자들로서는 쉽사리 수긍하기 어려울 수도 있지만, 또한 이러한 사실로부터 그의 만화에 대한 애정이 우리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나무가 아닌 숲은 이야기한다.’는 것이 적절한 비유가 될까. “좋은 것을 알아보고, 찾고, 즐기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리고 자연스런 일이다.”라며 만화예찬론을 펼치는 그의 시선에는 이미 장르에 대한 소소한 편견을 넘어서 있기 때문이다.

 

일본만화의 출판비중이 전체 만화생산 비중의 70이상을 지배하고 있을 때, 그래서 대부분의 독자의 눈높이가 획일화, 평준화 혹은 지엽적으로 변화하고 있을 때, 유럽만화에 대해 애정을 표시한 그의 시선은 단순히 일본만화에 대한 반감 혹은 서구만화에 대한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라 바로 만화라는 언어, 만화라는 장르가 지닌 개성과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들에 대한 반가움이다. 바꾸어 말하면, 언제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가는 유럽만화에 견주어 대부분 상업적인 객체로만 다루어지는 우리 만화풍토의 한계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인 셈이다. 그래서 그는 잡지 <오즈>와의 인터뷰(1999년 2월호)에서 다음과 같이 지적한 바 있다.

“유럽의 작가성 있는 만화를 보고 소개하는 것 자체만 하더라도 의미 있는 일이지요. 낯설음을 통해서 기여하고 싶거든요. 사실 낯설음 속에 얼마나 풍요로움과 자극이 있는데요. 그것만 잘 소개해도 저의 역할로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강단에서 펼치는 만화사랑 


프랑스문화원에서 일하며 접한 만화에 대한 애정이 30년 넘게 유지되며, 후학을 위한 강단으로 옮겨진 것은 1996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만화기호학’, ‘만화읽기’ 등의 강좌가 개설되면서다. 안에서 품어온 만화사랑이 비로소 밖으로 표출되게 된 셈. 서울건축학교(2001년)에서는 ‘디지털 영상시대의 만화의 새로운 의미’라는 주제의 강의를 통해 “만화는 미술관의 미술보다 훨씬 더 상호 반응적이고 참여적이다.”면서 “만화는 평등하게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이 있고 이것이 디지털 시대의 심적 상태랄까 문화적 본능과 잘 맞아떨어지는 본성을 갖고 있다.”며 다가올 미래에 펼쳐질 만화의 가능성을 예술적 고귀함보다는 대중들과 함께 호흡한다는 사실에 있음을 강조한 바 있다.

사실 우리 환경에서 미술대학 교수가 파인 아트가 아닌 만화에 대해 강의를 한다는 것은 생뚱맞은 일이다. 설령 그것이 유럽만화에 대한 강의일지라도 말이다. 그러니 유럽만화에 대한 애정은 그 자체로 고급문화의 향유가 아닌 일본만화 일색인 현실에 대한 반기일 듯도 싶다. 그래서인지 우리 만화에 대한 애정 역시 특별하다. “오세영 등 몇몇 작가의 작품은 외국에 내놔도 부끄럽지가 않다”고 전하는 그는 “‘O달자의 봄’같은 작품에 있는 보면서도 아주 생생한 느낌”을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요컨대 성완경이 전하는 만화에 대한 견해는 오해와 편견을 없애자는 것이다.

“만화를 미술이라는 프레임 쪽으로 끌어들여서 숭고하게 만들어보려는 생각은 안합니다. 오히려 내가 미술을 했던 사람으로 그것을 보통 사람들보다 폭넓고 실제적인 관점에서 봐 왔고, 만화가 갖는 예술성 못지않은 대중적 영향력, 그것을 좋아하거든요.(중략) 아랍만화도 보고 일본만화도 보고 그러는데, 만화 쪽 종사자들도 이런 외국만화의 낯설음이 줄 수 있는 미덕에 대해서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오즈>1999년 2월호에서)  top

2006년 3월 vol. 37호
글 김미진

성완경 

 

* 1944년 출생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프랑스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 벽화과 졸업 

* 1979년 현실과 발언 창립동인으로 평론활동을 시작.

* 1988년부터 93년까지 미술비평연구회원으로 활동,

* 전 부천만화정보센터 이사장, 2002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 현 인하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현 한국영상문화학회 공동대표, 우리만화발전을 위한 연대모임 고문. 

* 저서로 <민중미술, 모더니즘, 시각문화>(열화당, 1999), <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생각의 나무, 2002), <세계만화>(생각의 나무, 2005) 등이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서울건축학교 등에서 만화에 관한 강의를 했다. 

성완경 

 

* 1944년 출생 

*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프랑스 파리국립장식미술학교 벽화과 졸업 

* 1979년 현실과 발언 창립동인으로 평론활동을 시작.

* 1988년부터 93년까지 미술비평연구회원으로 활동,

* 전 부천만화정보센터 이사장, 2002년 광주비엔날레 예술감독,

* 현 인하대학교 미술교육과 교수,

  현 한국영상문화학회 공동대표, 우리만화발전을 위한 연대모임 고문. 

* 저서로 <민중미술, 모더니즘, 시각문화>(열화당, 1999), <성완경의 세계만화탐사>(생각의 나무, 2002), <세계만화>(생각의 나무, 2005) 등이 있으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서울건축학교 등에서 만화에 관한 강의를 했다. 

비평가열전
만화에 대한 전문적 탐색 : 최석태
김미진
2006.03.01
미술평론가로서 만화문화의 확산에 한몫을 담당한 만화평론가로 최석태를 만나보자
만화, 고급스럽게 보기 : 성완경
김미진
2006.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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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쾌한 세상에 대한 유쾌함 - 이재현
김미진
2005.12.01
만화에 대해 관대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만화는 다른 장르와 동일한 선상에서 인식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유치, 불량, 저급 등 만화에 덧 씌어진 불공평한 대우가 몇 세대에 걸쳐 진행되어져 왔기에 그 편견과 오해가 사라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날 만화평론을 할 수 있었던 이들은 동시대의 다른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각이 몹시 자유롭거나 혹은 용감한 자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이재현 역시 만화에 대해 동시대인들보다 용감한 사고를 했던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만화를 통한 현실 읽기 - 정준영
김미진
2005.11.01
만화, 그 사회적인 함의에 대한 탐구 정준영이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만화 그 자체만을 염두에 두는 지엽적인 것이 아니다. 그는 만화라는 장르를 포함하고 있는 더 넓은 세계, 즉 현실 사회라는 보다 큰 틀 안에서 만화라는 장르가 지니는 특징에 천착한다.
백정숙
김미진
2005.10.01
여성의 사회진출이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며 넓어지고 있긴 하지만 남성들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만화평론분야에 있어서도 남성 대 여성비율을 단순 비교해 본다면 남성평론가의 수적 우세가 얼마 만큼인지 단박에 드러난다. 이처럼 남성평론가들이 즐비한 만화분야에서 여성에,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만화 그리고 그것을 읽어내는 여성들 고유의 눈높이에 백정숙이 있다.
위기철
김미진
2005.09.01
대학입학시험제도가 학력고사에서 수능시험으로 바꾸는 얘기가 오가던 1990년대 초?중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많은 이들이 ‘위기철이라는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암기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던 학력고사와 달리 수능시험은 논리력을 중요시했다. 때맞춰 <반갑다 논리야>, <고맙다 논리야>, <논리야 놀자> 등 이른바 논리시리즈가 많은 입시생들로부터 화제가 되었는데, 그 저자가 바로 위기철이었던 것이다.
임청산
김미진
2005.08.01
만화의 국제화, 지방화, 이론화를 실천하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지방화시대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는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화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예술,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서울의 집중화가 심하다.
최열
김미진
2005.07.01
1980년대는 우리 만화사에서 특별한 연대로 기억된다. <공포의 외인구단>을 선보이며 한국만화의 전환기를 이끌어 낸 이현세의 등장, <아이큐점프>로 출발한 만화전문지 시대의 도래, <만화와 시대>(공동체 발간)를 통한 만화비평의 본격적 시작 등 특기할 만한 사건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수진
김미진
2005.06.01
만화비평이 텍스트에 대한 감상이나 작품소감을 넘어 하나의 담론을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평을 탈피해 보다 명확한 이론화의 모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인접학문분야의 탐색과 해외이론의 수입도 요구된다. 외국에 나가 이론을 공부하고, 이를 변형 혹은 접목시켜 국내 만화비평의 활성화를 이룩하는 것. 그 길에 출사표를 던진 이가 이수진이다.
한창완
김미진
2005.05.01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 만화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고급화 전략’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어린이들의 오락물로서만 취급받고 있었기에 산업적인 부가가치를 따지기가 힘들었다. 매체로서의 평가가 하나, 둘 나타나던 90년대 초반에도...
김상하
심여창
2005.01.01
거의 수년 만에 지난 44회 서울 코믹월드 행사를 찾은 내게 몇 가지 인상적인 것들이 있었다. 창작회지보다 팬픽이나 패러디 중심의 작품집이 홍수를 이루었고...
김상범
심여창
2004.12.01
이 명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참도, 거짓도 될 수 있는 요상한 명제일 것이다. 문화전반에 걸쳐서 만화가 가진 발전적인 파생력이나 긍정적인 산업적 효과로 볼 때 이것만큼 유용한 책도 없지만, 도덕적, 청소년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지식이나 감동을 전달하는 책의 개념에서는 한참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기 때문. 그런 점에서 만화가 가진 다양한 성질에 관심을 가져야 될 필요가 있다.
신명직
심여창
2004.12.01
만화의 특징 중에 하나를 꼽자면 당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반영을 들 수 있다. 굳이 신문만평이나 시사만화를 들지 않아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슈나 문화적 코드는 심심찮게 만화로 재해석되어 탄생되기도 한다. 이렇게 만화가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풍자나 해학적인 면은 오랜 옛날에도 존재했다.
김진수
심여창
2004.10.01
일반적으로 만화비평의 대상을 장편, 단편만화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가끔씩 잊을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극만화 외에도 시사만화라는 장르가 있기 때문이다. 일간지에 실리는 한 칸의 그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시사만화에 대한 애정으로 두 권의 책을 쓴 시사 만화평론가가 있다....
선정우
심여창
2004.10.01
8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미니백과 사전이라 불리는 손바닥만한 작은 책을 기억할 것이다. 순정만화대백과와 함께 소년들의 우상이었던 변신 로봇 만화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담은 책이 기억 속에 사라질 무렵, 슈퍼로봇에 대한 정식 단행본이 출간됐다.
송락현
심여창
2004.08.01
애니메이션 연구가 송락현의 지난해 발간된 『일본극장 아니메 50년사』는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보기 쉽게 정리된 연표와 애니메이션 포스터 등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주향
심여창
2004.08.01
만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더 이상 새롭지 않는 지금, 철학적 사유로써의 만화가 등장했다. 이주향 철학교수의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는 만화의 내용이나 인물의 행동방식을 철학적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인하
심여창
2004.06.01
우리나라에서 만화비평가라는 직함으로 지금까지 활동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드물다. 설령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만화를 다루는 매체에서 비평가라고 소개를 해도 정작 본인들은 그런 평가에 호의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박인하는 만화비평가라는 이름에 합당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황의웅
심여창
2004.06.01
우리 나라에서 일본만화만큼이나 인기를 끄는 일본 애니메이션.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갖춘 예술로 인정하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들과 많이 발표되었지만 유독 한 사람이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김윤아
심여창
2004.04.01
1995년 오락게임으로 시작됐던『포켓몬스터』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전역에 포켓몬 돌풍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게임의 폭발적인 성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