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열전
만화를 통한 현실 읽기 - 정준영
김미진 2005.11.01

<비평가 열전> 

만화, 그 사회적인 함의에 대한 탐구



정준영이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만화 그 자체만을 염두에 두는 지엽적인 것이 아니다. 그는 만화라는 장르를 포함하고 있는 더 넓은 세계, 즉 현실 사회라는 보다 큰 틀 안에서 만화라는 장르가 지니는 특징에 천착한다. 그렇기 때문에 ‘1960년대의 꿈과 현실, 박기정( <한국만화의 선구자들> 중에서), 혹은 ‘자라지 못한 주체의 좌절, 이상무와 성인만화( <한국만화의 모험가들> 중에서)와 같은 주제가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그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는 매개체로서 만화가 지니는 기능과 역할에 대해 자주 이야기한 바 있다. 이는 이현세, 박재동 등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들과의 대담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만화를 그려 가는 과정에서 우리 민족의 우월성에 대한 목적의식이 너무 강조되어 만화적 상상력이 훼손될 위험성”( <우리만화 가까이 보기> , 1995)에 대해 지적하기도 했으며, “시사만화는 한 주관에 의해 기록된 우리 사회의 역사”(1995년 봄 호에서)라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글들이 현학적이거나 지리멸렬한 지적탐구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대중문화 생산물들이 여가활동이나 레크리에이션이라는 다소 막연하고 추상적인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생산되는 것이라면, 만화가 그 중 하나의 품목으로 끼어든다고 해서 크게 문제 삼을 필요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 “즐기기 위해서, 그리고 즐거움을 얻기에 만화는 비교적 손쉽고 값싼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그는 만화가 지니는 기본적인 오락성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만화의 사회적 함의에 관련된 그의 논지가 적절히 드러난 것은 1996년도에 다른 만화평론가들과 공동집필한 <한국 만화가 모험가들> 에서이다. 여기서 그는 ‘자라지 못한 주체의 좌절, 이상무와 성인만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성인만화의 성격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고우영과 강철수를 통해 1970년대에 이미 성인만화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현세를 진정한 성인만화시대를 연 대표적 만화가로 보는 것은 우리 만화의 주류였던 대본소 만화에서 그가 처음으로 성인들의 감수성에 호소력을 지닐 수 있는 만화를 발표했다는 것과 연관된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의미체로서 만화에 대한 이 같은 그의 견해는 ‘비트 : 청소년 또는 제 3의 길을 통해서도 이어진다. 계간 문화평론지 1997년 여름 호에 실렸던 이 글에서 그는 당시 한창 인기몰이를 하던 허영만의 <비트> 를 통해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산업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최대의 능력을 갖추도록 강요받는 것이 우리 시대의 ‘청소년계층임을 지적하면서, 그러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고립되지 않은 청소년을 등장시킨 작품으로 <비트> 를 다루고 있다. 또, <비트> 를 ‘학원만화의 연장선상에 위치하지만 복합적인 캐릭터들의 모습을 통해 ‘비인간화와 굴종을 모두 거부하는 제 3의 길을 지향하고 있는 작품이라고 지적한다. 요컨대 그는 만화 작품들이 그저 독자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혹은 작품 그 자체로만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 안에 존재하면서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음을 전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에 대한 문제를 만화와 관련해 풀어 가는 그의 시각은 <계간만화> 2004년 여름 호에 실린 ‘만화 심의의 현황과 과제라는 글에서도 보인다. 여기서 그는 “청소년 보호의 논리는 매체의 영향력에 대한 논의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만약을 위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생각이 공감을 얻는 것”으로서 만화에 대한 심의가 우리 사회에서 지니는 의미를 짚어본 바 있다. 동시에 “문화의 표현물에 대한 검열의 역사에서 볼 수 있듯이 권력은 항상 전복적인 잠재력을 지닌 표현물을 억압하고자 노력”해 왔다는 점을 인지, 심의기구인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최초 출발과정에서 독재 권력의 억압 기구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는 점은 여전히 부담이라는 것도 다루고 있다. 결국 “성숙한 시민사회가 형성되어 시민사회 내부에서 자율적 규제가 충분히 이루어진다면 만화의 심의는 불필요한 일의 될 것”이라는 그의 요지는 우리 사회 내부에서 만화가 지니는 의미에 대한 고찰의 연장선이라 할 것이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다양한 견해

평론이되 무겁지 않아서 사람들의 이해를 높이는 그의 만화론이 사람들의 시선을 잡았던 것은 이제 막 만화평론이 싹을 움트기 시작할 때 즈음이었는데, 1994년에 발간된 <만화보기와 만화읽기> (한나래)가 그것이다. 여러 매체에 실렸던 만화에 대한 일반론과 박봉성, 이현세, 강철수, 허영만, 고행석 등 우리 시대 대표적인 작가들에 대하여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다양한 만화잡지의 출현에 힘입어 만화문화가 풍성했던 당시 사회적 분위기와 더불어 만화를 새롭게 인식하게 하는 중요한 평론서가 되었다.



한편, 그의 글들은 시대상을 통해 작품을 읽어냄으로써 동시대 사람들이 안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이나 가치관들을 다루기도 했다. 대표적인 예로 ‘ <불의 검> 이 벼르는 페미니즘이다. 만화평론가협회 회원들과 공동 집필한 <호호에서 아하까지> (교보문고, 1998)에 실린 이 글은 <북해의 별> , <비천무> , <불의 검> 등 김혜린의 대표작들을 비교 고찰하는 동시에 변화하는 우리 시대의 여성상에 관하여 짚어보고 있다. 여기서 그는 “낭만적인 사랑의 관념에 집착하며, 그만큼이나 전통적인 남녀의 상을 그리고 있는 대부분의 순정만화는 오히려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깊이 침윤되어 있는 만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소박하게나마 만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비중이 보다 강화되고 그들의 역할이 더욱 적극적”으로 변해 가는 모습을 확인시키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불의 검> 을 꼽고 있다.

이 외에도 그는 <대중매체의 이해와 활용> 의 만화코너에서 만화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으며, 2002년 9월부터 1년 여간 <조선일보> 의 ‘행복한 만화가게 코너에 비평을 연재하기도 했다. 또, 2004년에는 각계 전문가로 구성되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만화분야(제 2 심의위원회)에 참여하기도 했다.



< 간단 프로필 >
 
* 정준영
* 1963년 1월 24일생
*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동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 취득
* 현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연구원
 
여러 매체에 만화를 비롯한 대중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글을 선보이고 있는 그는 우리 사회에서 대중문화가 지니는 힘, 만화가 지니는 영향력에 깊은 관심을 보여준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만화보기와 만화읽기> (1994, 한나래)가 있으며, <한국만화의 모험가들> , <한국만화의 선구자들> , <호호에서 아하까지> (1998, 교보문고) 등에서 공동필자로 참여했다.
 
<사진 글>
 
1. 1995년 계간 봄 호에 실렸던 박재동 화백과의 대담사진.
2. 1994년에 나온 <만화보기와 만화읽기> .
3. 2005년 7월 27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일본만화의 폭력성과 우리 청소년 토론회에서 한창완, 박인하, 손상익 등 여러 평론가와 함께 토론자로 참석한 정준영(좌로부터 세 번째).

비평가열전
만화에 대한 전문적 탐색 : 최석태
김미진
2006.03.01
미술평론가로서 만화문화의 확산에 한몫을 담당한 만화평론가로 최석태를 만나보자
만화, 고급스럽게 보기 : 성완경
김미진
2006.03.01
분야를 막론하고 선구자는 필요하다. 해당분야가 다양한 시각과 보다 너른 안목을 지니기 위해 이는 필수적인 요소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그저 오락거리로 바라본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각, 엉뚱하게 취급받을 수도 있는 만화에 대한 집요한 탐구정신, 고집스럽게 지켜온 생각들이 존재하기에 그나마 지금의 만화문화가 형성된 것이리다.
불쾌한 세상에 대한 유쾌함 - 이재현
김미진
2005.12.01
만화에 대해 관대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만화는 다른 장르와 동일한 선상에서 인식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유치, 불량, 저급 등 만화에 덧 씌어진 불공평한 대우가 몇 세대에 걸쳐 진행되어져 왔기에 그 편견과 오해가 사라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날 만화평론을 할 수 있었던 이들은 동시대의 다른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각이 몹시 자유롭거나 혹은 용감한 자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이재현 역시 만화에 대해 동시대인들보다 용감한 사고를 했던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만화를 통한 현실 읽기 - 정준영
김미진
2005.11.01
만화, 그 사회적인 함의에 대한 탐구 정준영이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만화 그 자체만을 염두에 두는 지엽적인 것이 아니다. 그는 만화라는 장르를 포함하고 있는 더 넓은 세계, 즉 현실 사회라는 보다 큰 틀 안에서 만화라는 장르가 지니는 특징에 천착한다.
백정숙
김미진
2005.10.01
여성의 사회진출이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며 넓어지고 있긴 하지만 남성들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만화평론분야에 있어서도 남성 대 여성비율을 단순 비교해 본다면 남성평론가의 수적 우세가 얼마 만큼인지 단박에 드러난다. 이처럼 남성평론가들이 즐비한 만화분야에서 여성에,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만화 그리고 그것을 읽어내는 여성들 고유의 눈높이에 백정숙이 있다.
위기철
김미진
2005.09.01
대학입학시험제도가 학력고사에서 수능시험으로 바꾸는 얘기가 오가던 1990년대 초?중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많은 이들이 ‘위기철이라는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암기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던 학력고사와 달리 수능시험은 논리력을 중요시했다. 때맞춰 <반갑다 논리야>, <고맙다 논리야>, <논리야 놀자> 등 이른바 논리시리즈가 많은 입시생들로부터 화제가 되었는데, 그 저자가 바로 위기철이었던 것이다.
임청산
김미진
2005.08.01
만화의 국제화, 지방화, 이론화를 실천하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지방화시대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는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화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예술,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서울의 집중화가 심하다.
최열
김미진
2005.07.01
1980년대는 우리 만화사에서 특별한 연대로 기억된다. <공포의 외인구단>을 선보이며 한국만화의 전환기를 이끌어 낸 이현세의 등장, <아이큐점프>로 출발한 만화전문지 시대의 도래, <만화와 시대>(공동체 발간)를 통한 만화비평의 본격적 시작 등 특기할 만한 사건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수진
김미진
2005.06.01
만화비평이 텍스트에 대한 감상이나 작품소감을 넘어 하나의 담론을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평을 탈피해 보다 명확한 이론화의 모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인접학문분야의 탐색과 해외이론의 수입도 요구된다. 외국에 나가 이론을 공부하고, 이를 변형 혹은 접목시켜 국내 만화비평의 활성화를 이룩하는 것. 그 길에 출사표를 던진 이가 이수진이다.
한창완
김미진
2005.05.01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 만화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고급화 전략’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어린이들의 오락물로서만 취급받고 있었기에 산업적인 부가가치를 따지기가 힘들었다. 매체로서의 평가가 하나, 둘 나타나던 90년대 초반에도...
김상하
심여창
2005.01.01
거의 수년 만에 지난 44회 서울 코믹월드 행사를 찾은 내게 몇 가지 인상적인 것들이 있었다. 창작회지보다 팬픽이나 패러디 중심의 작품집이 홍수를 이루었고...
김상범
심여창
2004.12.01
이 명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참도, 거짓도 될 수 있는 요상한 명제일 것이다. 문화전반에 걸쳐서 만화가 가진 발전적인 파생력이나 긍정적인 산업적 효과로 볼 때 이것만큼 유용한 책도 없지만, 도덕적, 청소년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지식이나 감동을 전달하는 책의 개념에서는 한참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기 때문. 그런 점에서 만화가 가진 다양한 성질에 관심을 가져야 될 필요가 있다.
신명직
심여창
2004.12.01
만화의 특징 중에 하나를 꼽자면 당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반영을 들 수 있다. 굳이 신문만평이나 시사만화를 들지 않아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슈나 문화적 코드는 심심찮게 만화로 재해석되어 탄생되기도 한다. 이렇게 만화가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풍자나 해학적인 면은 오랜 옛날에도 존재했다.
김진수
심여창
2004.10.01
일반적으로 만화비평의 대상을 장편, 단편만화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가끔씩 잊을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극만화 외에도 시사만화라는 장르가 있기 때문이다. 일간지에 실리는 한 칸의 그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시사만화에 대한 애정으로 두 권의 책을 쓴 시사 만화평론가가 있다....
선정우
심여창
2004.10.01
8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미니백과 사전이라 불리는 손바닥만한 작은 책을 기억할 것이다. 순정만화대백과와 함께 소년들의 우상이었던 변신 로봇 만화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담은 책이 기억 속에 사라질 무렵, 슈퍼로봇에 대한 정식 단행본이 출간됐다.
송락현
심여창
2004.08.01
애니메이션 연구가 송락현의 지난해 발간된 『일본극장 아니메 50년사』는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보기 쉽게 정리된 연표와 애니메이션 포스터 등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주향
심여창
2004.08.01
만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더 이상 새롭지 않는 지금, 철학적 사유로써의 만화가 등장했다. 이주향 철학교수의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는 만화의 내용이나 인물의 행동방식을 철학적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인하
심여창
2004.06.01
우리나라에서 만화비평가라는 직함으로 지금까지 활동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드물다. 설령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만화를 다루는 매체에서 비평가라고 소개를 해도 정작 본인들은 그런 평가에 호의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박인하는 만화비평가라는 이름에 합당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황의웅
심여창
2004.06.01
우리 나라에서 일본만화만큼이나 인기를 끄는 일본 애니메이션.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갖춘 예술로 인정하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들과 많이 발표되었지만 유독 한 사람이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김윤아
심여창
2004.04.01
1995년 오락게임으로 시작됐던『포켓몬스터』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전역에 포켓몬 돌풍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게임의 폭발적인 성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