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열전
위기철
김미진 2005.09.01


<비평가 열전>

 
대학입학시험제도가 학력고사에서 수능시험으로 바꾸는 얘기가 오가던 1990년대 초?중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많은 이들이 ‘위기철이라는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암기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던 학력고사와 달리 수능시험은 논리력을 중요시했다. 때맞춰 <반갑다 논리야> , <고맙다 논리야> , <논리야 놀자> 등 이른바 논리시리즈가 많은 입시생들로부터 화제가 되었는데, 그 저자가 바로 위기철이었던 것이다. 그가 다시 한 번 세간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02년 MBC의 느낌표‘란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책 <아홉 살 인생> 이 소개되면서다. 10년 가까운 세월의 무게를 뛰어넘으며 다시 한번 화제를 몰고 왔던 그가 이에 앞서 만화에 관한 심도 깊은 논의를 펼쳤던 만화논객이었음을 아는 이는 거의 드물 것이다. 
이 발굴한 만화글꾼 
위기철을 이야기하자면 먼저 <만화광장> 에 대한 이야기부터 해야할 듯 싶다. 85년 12월에 창간된 <만화광장> 은 성인층을 대상으로 한 본격 만화전문지였다. 당시 한층 열기가 뜨겁던 민주화 열기에 힘입어 출판과 언론의 자유가 움트기 시작했으며, 그 가운데 만화출판의 열기도 막 불이 지펴지기 시작하던 때였다. <만화광장> 은 그 시기에 선두에 서서 만화출판의 새로운 길을 모색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잡지는 이현세, 허영만, 이두호, 이희재 등 현재 내노라 하는 작가들의 전성기를 보듬으며, 신인 만화가가도 발굴했다. 특히 다른 매체에서는 보기 어려운 힘있는 단편들을 선보임으로써 대중들에게 많은 화제를 낳았다. 거기에 한가지 더 주목해야 할 점은 여타 만화매체에서는 접하기 힘든 만화평론들이 연재를 통해 소개된 사실이다. 최 열이 가장 앞서서 만화평론의 길을 내보였으며, 위기철이 바로 그 뒤를 따르게 된다. 
그의 글이 모습을 드러낸 것은 <만화광장> 88년 7월호에서였다. 여기에서 그는 ‘대중적 공간으로 진출한 지하만화라는 제목 아래 우리 사회 전체의 민주화 열기와 함께 만화 장르에서도 소재 및 주제 면에서 인식의 폭이 넓어지게 됨을 지적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주요 텍스트로서 주완수의 <보통고릴라> 를 삼고 있다. 이후 그의 글은 만화광장에서 고정꼭지로서 자리잡는다. 88년 8월호에서는 ‘만화는 읽기 쉬운가, 어려운가라는 제목으로 만화평론의 필요성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한편, 9월호에는 ‘만화잡지 시대의 운명과 방향이라는 글로 만화잡지의 융성에 대한 분석과 미래상에 대해 다루고 있다. 10월에는 ‘만화는 누구의 이익에 봉사해야 하는가, 11월에는 ‘곰팡이를 근절하는 방법, 12월에는 ‘현실주의 만화를 위한 제언 등으로 당대 우리 만화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시도한다.

89년에 들어서도 그는 지속적으로 만화평론을 발표한다. 1월에 ‘발전적인 만화문화의 안내자, 2월에 ‘만화잡지시대에 대한 진단 등으로 각각 우리 사회에서 만화가와 만화매체의 역할과 지위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3월호에 발표된 그의 글은 좀 더 특별하다. 당시 <만화광장> 에는 허영만의 「오! 한강」이 많은 이들의 관심 속에서 연재되고 있었고, 이 작품에 대한 비평들이 발표되던 시기였다. 이에 그는 ‘만화평론가의 슬픔이라는 제목 아래 ‘「오! 한강」에 대한 비평들을 보고라는 부제를 달고 당시 발표되던 만화비평의 풍토와 우리 만화의 발전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우리 만화의 경우 다른 예술 분야들에 비해 발전 수준이 다소 뒤진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상업주의나 권력의 검열제도와 가장 밀착된 유통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는 상태에서 진행 되어온 만화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일 따름임을 지적하며, 우리 만화도 ‘이미 다른 예술 분야에선 일찍부터 수행하고 있는 시대의 조타수로서의 역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89년 4월호와 5월호에서도 각각 ‘정치풍자 한칸만화 점검, ‘서민의 곁을 떠나버린 신문만화 등을 발표함으로써 시민사회에서 만화가 가지는 역할과 기능을 다루고 있다.
 
 
동인으로 활동 
 
한국 만화비평에 기념비적인 작업이 있다면 바로 <만화와 시대> 일 것이다. 1987년 10월에 발간된 이 무크지에는 최열, 김창남, 박인배, 하종원, 이재현 등 당대 내노라하는 만화비평가들이 참여하여 전체 330여 페이지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분량을 텍스트로 채우면서 당시까지 접할 수 없었던 만화에 관한 매체?사회?철학적인 접근을 선보였다. 위기철 역시 <만화광장> 에 평론을 연재하기에 앞서 이 지면에 참여하여 ‘대중적 양식으로서의 만화라는 평론을 선보였다. 여기에서 그는 대중적인 만화들이 지닌 문제점은 만화라는 양식 자체가 지니고 있는 문제점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오히려 적어도 양식면에서 보자면, 만화는 이야기와 영상의 극명한 일치를 통하여 독자의 감동을 창출해내는 가장 탁월한 예술양식의 하나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중만화의 왜곡됨은 그 사회의 구조 및 지배이데올로기의 왜곡됨에 비롯되는 것이라 보고, ‘대중사회와 대중만화의 왜곡관계를 밝힘으로써, 만화양식의 건강함을 회복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해 나간다. 
 
이제까지 위기철이 생산한 글들을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평론, 희곡, 동화 등 장르 면에서 다양할 뿐만 아니라 문학, 논리학, 철학 등 인문학 전체를 아우르는 작업들임을 알 수 있다. 80년대 말 그가 보여주었던 만화에 대한 깊은 생각들 역시 그의 논리적인 사고를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장르일 것이다. 십 수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많은 이들로부터 사랑 받고 있는 자신의 소설 <아홉 살 인생> 이 이희재의 손을 통해 만화작품으로도 출간되었으니 그와 만화의 인연은 여전히 계속 되고 있음이다. 
 
< 간단 프로필 >
 
* 위기철
 
 
* 1961년 8월 19일생
 
 
*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1987년 무크지 <만화와 시대> 동인. 1988년 7월부터 1989년 5월까지 <만화광장> 만화평론 연재.
 
 
주요 저서로는 <반갑다 논리야> (1992), <고맙다 논리야> (1993), <논리야 놀자> (1994), <사람은 돼지와 같은가, 다른가> (1992), <신발 속에 사는 악어> (1999), <생각은 힘이 세다> (2001), <아홉 살 인생> (1991), <껌> (2005) 등이 있다. 
 


<주간만화>에 평론과 함께 실렸던 위기철의 케리커쳐.


자신의 저서에 자주 실리는 위기철의 이미지.
그림체로 보아 이희재가 그린 것으로 추측된다.


이희재가 그린 위기철 원작의 <아홉살 인생> .

비평가열전
만화에 대한 전문적 탐색 : 최석태
김미진
2006.03.01
미술평론가로서 만화문화의 확산에 한몫을 담당한 만화평론가로 최석태를 만나보자
만화, 고급스럽게 보기 : 성완경
김미진
2006.03.01
분야를 막론하고 선구자는 필요하다. 해당분야가 다양한 시각과 보다 너른 안목을 지니기 위해 이는 필수적인 요소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그저 오락거리로 바라본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각, 엉뚱하게 취급받을 수도 있는 만화에 대한 집요한 탐구정신, 고집스럽게 지켜온 생각들이 존재하기에 그나마 지금의 만화문화가 형성된 것이리다.
불쾌한 세상에 대한 유쾌함 - 이재현
김미진
2005.12.01
만화에 대해 관대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만화는 다른 장르와 동일한 선상에서 인식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유치, 불량, 저급 등 만화에 덧 씌어진 불공평한 대우가 몇 세대에 걸쳐 진행되어져 왔기에 그 편견과 오해가 사라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날 만화평론을 할 수 있었던 이들은 동시대의 다른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각이 몹시 자유롭거나 혹은 용감한 자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이재현 역시 만화에 대해 동시대인들보다 용감한 사고를 했던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만화를 통한 현실 읽기 - 정준영
김미진
2005.11.01
만화, 그 사회적인 함의에 대한 탐구 정준영이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만화 그 자체만을 염두에 두는 지엽적인 것이 아니다. 그는 만화라는 장르를 포함하고 있는 더 넓은 세계, 즉 현실 사회라는 보다 큰 틀 안에서 만화라는 장르가 지니는 특징에 천착한다.
백정숙
김미진
2005.10.01
여성의 사회진출이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며 넓어지고 있긴 하지만 남성들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만화평론분야에 있어서도 남성 대 여성비율을 단순 비교해 본다면 남성평론가의 수적 우세가 얼마 만큼인지 단박에 드러난다. 이처럼 남성평론가들이 즐비한 만화분야에서 여성에,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만화 그리고 그것을 읽어내는 여성들 고유의 눈높이에 백정숙이 있다.
위기철
김미진
2005.09.01
대학입학시험제도가 학력고사에서 수능시험으로 바꾸는 얘기가 오가던 1990년대 초?중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많은 이들이 ‘위기철이라는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암기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던 학력고사와 달리 수능시험은 논리력을 중요시했다. 때맞춰 <반갑다 논리야>, <고맙다 논리야>, <논리야 놀자> 등 이른바 논리시리즈가 많은 입시생들로부터 화제가 되었는데, 그 저자가 바로 위기철이었던 것이다.
임청산
김미진
2005.08.01
만화의 국제화, 지방화, 이론화를 실천하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지방화시대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는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화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예술,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서울의 집중화가 심하다.
최열
김미진
2005.07.01
1980년대는 우리 만화사에서 특별한 연대로 기억된다. <공포의 외인구단>을 선보이며 한국만화의 전환기를 이끌어 낸 이현세의 등장, <아이큐점프>로 출발한 만화전문지 시대의 도래, <만화와 시대>(공동체 발간)를 통한 만화비평의 본격적 시작 등 특기할 만한 사건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수진
김미진
2005.06.01
만화비평이 텍스트에 대한 감상이나 작품소감을 넘어 하나의 담론을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평을 탈피해 보다 명확한 이론화의 모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인접학문분야의 탐색과 해외이론의 수입도 요구된다. 외국에 나가 이론을 공부하고, 이를 변형 혹은 접목시켜 국내 만화비평의 활성화를 이룩하는 것. 그 길에 출사표를 던진 이가 이수진이다.
한창완
김미진
2005.05.01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 만화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고급화 전략’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어린이들의 오락물로서만 취급받고 있었기에 산업적인 부가가치를 따지기가 힘들었다. 매체로서의 평가가 하나, 둘 나타나던 90년대 초반에도...
김상하
심여창
2005.01.01
거의 수년 만에 지난 44회 서울 코믹월드 행사를 찾은 내게 몇 가지 인상적인 것들이 있었다. 창작회지보다 팬픽이나 패러디 중심의 작품집이 홍수를 이루었고...
김상범
심여창
2004.12.01
이 명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참도, 거짓도 될 수 있는 요상한 명제일 것이다. 문화전반에 걸쳐서 만화가 가진 발전적인 파생력이나 긍정적인 산업적 효과로 볼 때 이것만큼 유용한 책도 없지만, 도덕적, 청소년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지식이나 감동을 전달하는 책의 개념에서는 한참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기 때문. 그런 점에서 만화가 가진 다양한 성질에 관심을 가져야 될 필요가 있다.
신명직
심여창
2004.12.01
만화의 특징 중에 하나를 꼽자면 당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반영을 들 수 있다. 굳이 신문만평이나 시사만화를 들지 않아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슈나 문화적 코드는 심심찮게 만화로 재해석되어 탄생되기도 한다. 이렇게 만화가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풍자나 해학적인 면은 오랜 옛날에도 존재했다.
김진수
심여창
2004.10.01
일반적으로 만화비평의 대상을 장편, 단편만화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가끔씩 잊을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극만화 외에도 시사만화라는 장르가 있기 때문이다. 일간지에 실리는 한 칸의 그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시사만화에 대한 애정으로 두 권의 책을 쓴 시사 만화평론가가 있다....
선정우
심여창
2004.10.01
8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미니백과 사전이라 불리는 손바닥만한 작은 책을 기억할 것이다. 순정만화대백과와 함께 소년들의 우상이었던 변신 로봇 만화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담은 책이 기억 속에 사라질 무렵, 슈퍼로봇에 대한 정식 단행본이 출간됐다.
송락현
심여창
2004.08.01
애니메이션 연구가 송락현의 지난해 발간된 『일본극장 아니메 50년사』는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보기 쉽게 정리된 연표와 애니메이션 포스터 등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주향
심여창
2004.08.01
만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더 이상 새롭지 않는 지금, 철학적 사유로써의 만화가 등장했다. 이주향 철학교수의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는 만화의 내용이나 인물의 행동방식을 철학적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인하
심여창
2004.06.01
우리나라에서 만화비평가라는 직함으로 지금까지 활동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드물다. 설령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만화를 다루는 매체에서 비평가라고 소개를 해도 정작 본인들은 그런 평가에 호의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박인하는 만화비평가라는 이름에 합당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황의웅
심여창
2004.06.01
우리 나라에서 일본만화만큼이나 인기를 끄는 일본 애니메이션.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갖춘 예술로 인정하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들과 많이 발표되었지만 유독 한 사람이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김윤아
심여창
2004.04.01
1995년 오락게임으로 시작됐던『포켓몬스터』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전역에 포켓몬 돌풍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게임의 폭발적인 성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