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열전
불쾌한 세상에 대한 유쾌함 - 이재현
김미진 2005.12.01


<비평가 열전>

                                                                                                글 - 김 미 진


자신이 직접 그린 자화상.( <디자인 문화비평 02 : 정치 디자인 권력> 에서)

심각함보다 즐겁게 읽어내는 시선

만화평론가 이재현 앞에는 대중문화평론가라는 또 다른 수식어가 붙는다. 그만큼 그는 만화를 비롯한 대중문화 전 범위를 포괄적으로 흡수하는 시선을 지니고 있다. 그래서인지 그가 만화에 대한 애정을 나타내었던 부분은 만화가 대중문화로서 지니는 가치와 그 가능성이라는 영역이다. 사실, 이재현의 만화읽기를 살펴보면 ‘힘겨운 세상에 대한 관대함보다는 ‘불쾌한 세상에 대한 유쾌함이 느껴진다. 머리 아픈 고민 덩어리가 아닌 유쾌 발랄한 오락으로서의 참 재미를 추구하는 것. 그것이 이재현의 만화관이자 비평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 그의 평론을 살펴보면 묵직한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그의 만화에 대한 시선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시점은 198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겠다. 최열, 위기철, 하종원, 김창남 등이 함께 한 <만화와 시대> 동인으로서 그는 ‘민중만화론이라는 글을 선보였다. 여기서 그는 “민중만화만큼이나 대중성을 의식하며 통속 상업주의와의 대결을 그 시작부터 치열하게 벌여 온 장르나 매체도 드물 것”이라면서 “장르나 매체가 지니는 재미와 대중성”이 대단한 것으로 만화의 속성을 지적했다. 또 “이희재나 박흥용의 작품들 중 몇몇 작품은 적어도 현 단계에서 민중만화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고 전한다. 가장 대중적인 장르로서 만화가 지닌 가치들을 찾아가는 것. 이와 같이 이재현이 동시대인들보다 만화에 대해 애정 어린 시선을 지닐 수 있었던 것은 월간 <말> 이나 <사회평론> 등 진보적인 매체에서 활동했던 개인적인 이력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대중문화로서의 만화에 대한 그의 애정이 보다 학술적인 관심으로 드러난 것은 1996년 9월 한국만화애니메이션 학회의 출범과 때를 같이 한다. 당시 그는 학회의 발기인으로 참여, 감사로 선출되었으며, 창립총회에서 정부의 만화심의정책의 비판과 그 대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하기도 했다. 청소년보호법 발효 이후 만화계가 힘들던 1998년 7월에 개최된 <만화야 꼼짝마!> 심포지엄에서도 발제자로 참석, ‘정부의 출판 만화 정책 진단과 대안이는 주제로 만화정책에 대한 개혁을 주장했다. 그의 만화에 대한 관심은 심포지엄이나 학술대회 뿐만 아니라 대중들과 면 대면으로 호흡하는 강연회나 문화센터 강의 등을 통해서도 나타나는데, 이는 일반 대중들이 지니고 있는 만화에 대한 편견과 오해들을 해소하는데 큰 몫을 담당했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 같은 다각적으로 표출되던 만화에 대한 관심이 한 권의 평론집으로 간추려 진 것은 1999년에 이르러서다. 그 해 12월 <만화세상을 향하여> (푸른미디어 발행)가 출간된 것이다. 이 책에 그동안 <한겨레신문> , <문화일보> , , <월간 나인> 등 각종 매체를 통해 발표해왔던 글들이 총정리 되었다. 한편, 1999년은 그가 주간지 <뉴스메이커> 의 지면을 통해 고정적으로 만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던 때이기도 하다. 여기서는 ‘이애림 만화/색다른 재미 주는 혼의 세계, ‘악취미 개그만화 장르, ‘텔레토비 몰아내는 포케몬 열풍, ‘문학 작품을 만화로 그리는 오세영, ‘신무협, 무겁고 진지한 건 싫다 등 개별 작품과 작가의 다양한 모습에 대해 논의한 바 있다.



1999년에 발간된 평론집 <만화세상을 향하여> 의 표지.

불량 만화라는 말이 더 불량하다

<시사저널> 1997년 6월 12자에 실린 그의 비평문은 위와 같은 제목으로 시작된다. <나는 삐끼다> 라는 자신의 저서에도 실린 이 글에서 그는 “불량만화라는 말은 만화 일반을 불량한 것으로 만들어 버리며, 만화는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을 조장한다.”면서 “만화야말로 불량한 현실을 견디게 해주는 창의적 매체”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결국 “불량한 것은 만화가 아니라 ‘불량 만화라는 말 자체”라는 것. 힘의 논리에 의해 부여된 만화의 굴레에 관한 그의 비판적 견해는 <디자인 문화비평 02 : 정치 디자인 권력> (안그라픽스, 2000)에 실린 ‘만화와 권력: 똥폼 잡는 권력들에게 고함에서도 이어진다. “우리가 게걸스럽게 만화책에 달려드는 이유 중의 결정적인 것은, 적어도 한국 사회에서는, 만화 읽기가 공인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면서 “만화는 애들이나 보는 것이면서 동시에 애들이 봐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만화에 관한 우리 사회의 모순적인 인식을 지적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만화책을 보는 것은 한국 사회의 헤게모니적 주류문화 안에서도 다소간에 일상적인 위반”이 된다.
안타깝게도 이재현이 이야기했던 만화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풀리지 못한 채 우리 사회에서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여전히 만화는 피해의식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창의적이라는 사실은 곧바로 ‘상업적이라는 의미로 곡해되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박재동이 그려준 이재현의 캐리커처. (출처 : <나는 삐끼다> )

< 간단 프로필 >

* 이재현

* 1958년생

-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졸업, 서울대 철학과 대학원 석사졸업
- 월간 <말> 편집위원, 월간 <사회평론> 편집국장 역임
- 한국만화평론가협회장, 우리만화연대 이사,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감사 역임
- 전 전주대학교 영상예술학부 겸임교수
- 90년대 중?후반 여러 매체에 만화에 대한 다양한 글을 발표했으며, 한국종합예술원,
한계레 문화센터 등에서 강의를 했다. 대표적인 저서로 <만화세상을 향하여> (푸른미디어, 1999), <나는 삐끼다> (푸른미디어, 1998)가 있다.

비평가열전
만화에 대한 전문적 탐색 : 최석태
김미진
2006.03.01
미술평론가로서 만화문화의 확산에 한몫을 담당한 만화평론가로 최석태를 만나보자
만화, 고급스럽게 보기 : 성완경
김미진
2006.03.01
분야를 막론하고 선구자는 필요하다. 해당분야가 다양한 시각과 보다 너른 안목을 지니기 위해 이는 필수적인 요소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그저 오락거리로 바라본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각, 엉뚱하게 취급받을 수도 있는 만화에 대한 집요한 탐구정신, 고집스럽게 지켜온 생각들이 존재하기에 그나마 지금의 만화문화가 형성된 것이리다.
불쾌한 세상에 대한 유쾌함 - 이재현
김미진
2005.12.01
만화에 대해 관대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만화는 다른 장르와 동일한 선상에서 인식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유치, 불량, 저급 등 만화에 덧 씌어진 불공평한 대우가 몇 세대에 걸쳐 진행되어져 왔기에 그 편견과 오해가 사라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날 만화평론을 할 수 있었던 이들은 동시대의 다른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각이 몹시 자유롭거나 혹은 용감한 자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이재현 역시 만화에 대해 동시대인들보다 용감한 사고를 했던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만화를 통한 현실 읽기 - 정준영
김미진
2005.11.01
만화, 그 사회적인 함의에 대한 탐구 정준영이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만화 그 자체만을 염두에 두는 지엽적인 것이 아니다. 그는 만화라는 장르를 포함하고 있는 더 넓은 세계, 즉 현실 사회라는 보다 큰 틀 안에서 만화라는 장르가 지니는 특징에 천착한다.
백정숙
김미진
2005.10.01
여성의 사회진출이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며 넓어지고 있긴 하지만 남성들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만화평론분야에 있어서도 남성 대 여성비율을 단순 비교해 본다면 남성평론가의 수적 우세가 얼마 만큼인지 단박에 드러난다. 이처럼 남성평론가들이 즐비한 만화분야에서 여성에,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만화 그리고 그것을 읽어내는 여성들 고유의 눈높이에 백정숙이 있다.
위기철
김미진
2005.09.01
대학입학시험제도가 학력고사에서 수능시험으로 바꾸는 얘기가 오가던 1990년대 초?중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많은 이들이 ‘위기철이라는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암기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던 학력고사와 달리 수능시험은 논리력을 중요시했다. 때맞춰 <반갑다 논리야>, <고맙다 논리야>, <논리야 놀자> 등 이른바 논리시리즈가 많은 입시생들로부터 화제가 되었는데, 그 저자가 바로 위기철이었던 것이다.
임청산
김미진
2005.08.01
만화의 국제화, 지방화, 이론화를 실천하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지방화시대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는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화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예술,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서울의 집중화가 심하다.
최열
김미진
2005.07.01
1980년대는 우리 만화사에서 특별한 연대로 기억된다. <공포의 외인구단>을 선보이며 한국만화의 전환기를 이끌어 낸 이현세의 등장, <아이큐점프>로 출발한 만화전문지 시대의 도래, <만화와 시대>(공동체 발간)를 통한 만화비평의 본격적 시작 등 특기할 만한 사건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수진
김미진
2005.06.01
만화비평이 텍스트에 대한 감상이나 작품소감을 넘어 하나의 담론을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평을 탈피해 보다 명확한 이론화의 모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인접학문분야의 탐색과 해외이론의 수입도 요구된다. 외국에 나가 이론을 공부하고, 이를 변형 혹은 접목시켜 국내 만화비평의 활성화를 이룩하는 것. 그 길에 출사표를 던진 이가 이수진이다.
한창완
김미진
2005.05.01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 만화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고급화 전략’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어린이들의 오락물로서만 취급받고 있었기에 산업적인 부가가치를 따지기가 힘들었다. 매체로서의 평가가 하나, 둘 나타나던 90년대 초반에도...
김상하
심여창
2005.01.01
거의 수년 만에 지난 44회 서울 코믹월드 행사를 찾은 내게 몇 가지 인상적인 것들이 있었다. 창작회지보다 팬픽이나 패러디 중심의 작품집이 홍수를 이루었고...
김상범
심여창
2004.12.01
이 명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참도, 거짓도 될 수 있는 요상한 명제일 것이다. 문화전반에 걸쳐서 만화가 가진 발전적인 파생력이나 긍정적인 산업적 효과로 볼 때 이것만큼 유용한 책도 없지만, 도덕적, 청소년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지식이나 감동을 전달하는 책의 개념에서는 한참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기 때문. 그런 점에서 만화가 가진 다양한 성질에 관심을 가져야 될 필요가 있다.
신명직
심여창
2004.12.01
만화의 특징 중에 하나를 꼽자면 당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반영을 들 수 있다. 굳이 신문만평이나 시사만화를 들지 않아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슈나 문화적 코드는 심심찮게 만화로 재해석되어 탄생되기도 한다. 이렇게 만화가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풍자나 해학적인 면은 오랜 옛날에도 존재했다.
김진수
심여창
2004.10.01
일반적으로 만화비평의 대상을 장편, 단편만화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가끔씩 잊을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극만화 외에도 시사만화라는 장르가 있기 때문이다. 일간지에 실리는 한 칸의 그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시사만화에 대한 애정으로 두 권의 책을 쓴 시사 만화평론가가 있다....
선정우
심여창
2004.10.01
8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미니백과 사전이라 불리는 손바닥만한 작은 책을 기억할 것이다. 순정만화대백과와 함께 소년들의 우상이었던 변신 로봇 만화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담은 책이 기억 속에 사라질 무렵, 슈퍼로봇에 대한 정식 단행본이 출간됐다.
송락현
심여창
2004.08.01
애니메이션 연구가 송락현의 지난해 발간된 『일본극장 아니메 50년사』는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보기 쉽게 정리된 연표와 애니메이션 포스터 등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주향
심여창
2004.08.01
만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더 이상 새롭지 않는 지금, 철학적 사유로써의 만화가 등장했다. 이주향 철학교수의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는 만화의 내용이나 인물의 행동방식을 철학적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인하
심여창
2004.06.01
우리나라에서 만화비평가라는 직함으로 지금까지 활동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드물다. 설령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만화를 다루는 매체에서 비평가라고 소개를 해도 정작 본인들은 그런 평가에 호의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박인하는 만화비평가라는 이름에 합당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황의웅
심여창
2004.06.01
우리 나라에서 일본만화만큼이나 인기를 끄는 일본 애니메이션.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갖춘 예술로 인정하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들과 많이 발표되었지만 유독 한 사람이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김윤아
심여창
2004.04.01
1995년 오락게임으로 시작됐던『포켓몬스터』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전역에 포켓몬 돌풍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게임의 폭발적인 성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