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열전
한창완
김미진 2005.05.01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 만화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고급화 전략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어린이들의 오락물로서만 취급받고 있었기에 산업적인 부가가치를 따지기가 힘들었다. 매체로서의 평가가 하나, 둘 나타나던 90년대 초반에도 경제적 접근은 여전히 희박했다. 만일 <한국만화산업연구> 가 나오지 않았다면 어쩌면 우리는 여전히 규제와 심의철폐만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선구자적 역할, <한국만화산업연구>
 

-한국만화산업연구


한창완의 역할이 한국만화의 산업적 분석의 선구자라고 해도 그것은 결코 지나친 평가가 아니다. 아직 만화의 산업적 논리가 공식적으로 이야기되지 않고 있던 1995년, <한국만화산업연구> 는 만화계에 그야말로 혜성처럼 나타났다. 이 책은 사실 그가 1994년 서강대 대학원의 석사학위 논문으로 발표했던 ‘한국만화산업 연구 -만화산업의 경제적 메커니즘을 중심으로을 정리하여 세상에 내놓은 것이다. 책 서문에서 그는 “한국만화산업의 직접적인 현장문제를 대중적으로 공개하고 학문적 비판의 장에 대두시켜 실질적인 정책적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기틀을 누군가 시도해 왔다면, 현재처럼 국내 만화산업의 구조적 기반이 부실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바꾸어 말한다면, <한국만화산업연구> 의 성과는 당시까지 공론화되지 못하던 만화산업의 구조적 측면을 살펴보았다는데 있다. 그러므로 만화평론가 박석환은 이 논문의 성과에 대하여 ‘땀 냄새가 철철 넘치는 현장감 있는 자료와 함께 국내 만화산업의 유통구조를 분석하고 있는 이 논문과 한 씨의 등장은 만화계는 물론이고 산업계 전반의 관심과 함께 만화산업계라는 새로운 지형을 만화계 내외부에 구축하는 역할을 했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아쉬운 것은 출판만화시장의 현장 탐사에 치중한 반면 구체적인 대안마련이 부족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모든 선구자들이 감내해야 할 비판쯤 될 것이라 여겨진다.

번역의 노고와 학문적 수고 
한편, 이후 그의 관심사는 애니메이션으로 연결되는데, 그 결실이 1998년에 나온 <애니메이션 경제학> 이다. 여기서 그는 만화산업연구의 범위를 넘어 보다 큰 테두리로서 대중문화의 산업적 측면에 관한 시각을 보여주며 국내 애니메이션의 경제적 가치를 전한다. 연구의 성과는 ‘1998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학술상 수상으로 공인받게 된다. 그의 학문적 여정은 자신의 글을 발표하는데 그치지 않고 해외 유수의 저작물을 번역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영국애니메이션 이론가 존 할라스의 저서 <존할라스의 유럽애니메이션 이야기> (1998, 원제 : ), 애니메이션의 제작방식을 백과사전식으로 서술한 리처드 테일러의 <애니메이션 제작기법의 모든 것> (1999), 폴 월의 애니메이션이론 개론서인 <애니마톨로지@애니메이션 이론의 이해와 분석>(2001), 등을 차례로 번역ㆍ소개한다. 관련 이론서가 부족한 국내현실에서 이와 같은 해외서적의 번역작업은 관련 학문과 산업을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토대가 되어 주었다.

이처럼 그의 작업들은 개별 작품평에 대한 ‘가벼운 읽기가 아닌 관련분야 전체를 아우르는 넓은 영역을 지니고 있다. 또, 그의 연구들은 쉼 없는 지속성을 보여주는데, 대표적으로 한국애니메이션학회지 <만화애니메이션 연구> 를 통해 발표되는 논문들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저패니메이션의 시뮬라시옹에 대한 이데올로기 기능 연구(1998, 만화애니메이션 연구2), ‘일본애니메이션의 스펙타클과 테크노오리엔탈리즘(1999, 만화애니메이션 연구3), ‘애니메이션 상품의 틈새시장 개발연구: 웹애니메이션과 모바일 콘텐츠를 중심으로(2000, 만화애니메이션 연구4), ‘OSMU모델의 활성화를 위한 연계산업의 구조매핑연구 :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인력양성정책과 클러스터 시스템을 중심으로(2003, 만화애니메이션 연구7) 등이 그 실제 사례다.



▲ 애니메이션 용어사전 (좌) 저패니메이션 하드코어(우-
 
만화를 비롯한 문화콘텐츠가 지니는 산업적 역할을 제대로 이해하고, 국내 산업에서 그 역량을 강화시키기 위해서 편협한 견해를 주의해야한다는 주장은 2004년에 이정훈과 공동번역한 헬렌 메카시의 <저패니메이션 하드코어> 의 후기를 통해 드러난다. 일본애니메이션이 지니는 경쟁력에 대하여 이야기하면서 “아니메가 지니고 있는 무한한 담론의 가능성을 표현 언어의 무한함과 연계시키며 영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상상력의 가치를 다시금 평가하게 되었다”고 밝히면서 “상업적 가치만으로, 그리고 대중적이고 경제적인 수익모델만으로 포르노그라피를 살펴보는 단편적인 시각은 지양”해야 한다고 전한다. 2000년, 직접 세종에듀테인먼트를 설립한 것도 스스로의 학문적 성과를 산업현장에 투입ㆍ적용시키려는 노력과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1960~70년대를 거치면서 국내에서 만화에 대한 사회적인 평가는 언제나 ‘어린이들의 불량스런 놀이였다. 매체로서 가지는 파급력이나 혹은 그 안에 내재된 긍정적인 효과에 대하여 돌이켜볼 겨를도 없이 언제나 만화는 검열과 심의의 대상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렇게 통제와 감시의 대상으로만 취급받던 만화가 달리 평가받게 된 것은 아무래도 경제적인 요인이 크다. 즉 불량매체가 아닌 부가가치를 낳는 산업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창완이 위치해 있었다.


▲ 저패니메이션과 디즈니메이션의 영상전략)
 

* 간단프로필

- 한창완 (1967년 10월 21일 생)

서강대학교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졸업
현 세종대학교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

저서 : <한국만화산업연구> , <저패니메이션과 디즈니메이션의 영상전략> , <애니메이션 경제학 2004> , <애니메이션 영상미학> 등
 

비평가열전
만화에 대한 전문적 탐색 : 최석태
김미진
2006.03.01
미술평론가로서 만화문화의 확산에 한몫을 담당한 만화평론가로 최석태를 만나보자
만화, 고급스럽게 보기 : 성완경
김미진
2006.03.01
분야를 막론하고 선구자는 필요하다. 해당분야가 다양한 시각과 보다 너른 안목을 지니기 위해 이는 필수적인 요소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그저 오락거리로 바라본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각, 엉뚱하게 취급받을 수도 있는 만화에 대한 집요한 탐구정신, 고집스럽게 지켜온 생각들이 존재하기에 그나마 지금의 만화문화가 형성된 것이리다.
불쾌한 세상에 대한 유쾌함 - 이재현
김미진
2005.12.01
만화에 대해 관대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만화는 다른 장르와 동일한 선상에서 인식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유치, 불량, 저급 등 만화에 덧 씌어진 불공평한 대우가 몇 세대에 걸쳐 진행되어져 왔기에 그 편견과 오해가 사라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날 만화평론을 할 수 있었던 이들은 동시대의 다른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각이 몹시 자유롭거나 혹은 용감한 자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이재현 역시 만화에 대해 동시대인들보다 용감한 사고를 했던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만화를 통한 현실 읽기 - 정준영
김미진
2005.11.01
만화, 그 사회적인 함의에 대한 탐구 정준영이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만화 그 자체만을 염두에 두는 지엽적인 것이 아니다. 그는 만화라는 장르를 포함하고 있는 더 넓은 세계, 즉 현실 사회라는 보다 큰 틀 안에서 만화라는 장르가 지니는 특징에 천착한다.
백정숙
김미진
2005.10.01
여성의 사회진출이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며 넓어지고 있긴 하지만 남성들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만화평론분야에 있어서도 남성 대 여성비율을 단순 비교해 본다면 남성평론가의 수적 우세가 얼마 만큼인지 단박에 드러난다. 이처럼 남성평론가들이 즐비한 만화분야에서 여성에,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만화 그리고 그것을 읽어내는 여성들 고유의 눈높이에 백정숙이 있다.
위기철
김미진
2005.09.01
대학입학시험제도가 학력고사에서 수능시험으로 바꾸는 얘기가 오가던 1990년대 초?중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많은 이들이 ‘위기철이라는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암기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던 학력고사와 달리 수능시험은 논리력을 중요시했다. 때맞춰 <반갑다 논리야>, <고맙다 논리야>, <논리야 놀자> 등 이른바 논리시리즈가 많은 입시생들로부터 화제가 되었는데, 그 저자가 바로 위기철이었던 것이다.
임청산
김미진
2005.08.01
만화의 국제화, 지방화, 이론화를 실천하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지방화시대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는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화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예술,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서울의 집중화가 심하다.
최열
김미진
2005.07.01
1980년대는 우리 만화사에서 특별한 연대로 기억된다. <공포의 외인구단>을 선보이며 한국만화의 전환기를 이끌어 낸 이현세의 등장, <아이큐점프>로 출발한 만화전문지 시대의 도래, <만화와 시대>(공동체 발간)를 통한 만화비평의 본격적 시작 등 특기할 만한 사건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수진
김미진
2005.06.01
만화비평이 텍스트에 대한 감상이나 작품소감을 넘어 하나의 담론을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평을 탈피해 보다 명확한 이론화의 모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인접학문분야의 탐색과 해외이론의 수입도 요구된다. 외국에 나가 이론을 공부하고, 이를 변형 혹은 접목시켜 국내 만화비평의 활성화를 이룩하는 것. 그 길에 출사표를 던진 이가 이수진이다.
한창완
김미진
2005.05.01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 만화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고급화 전략’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어린이들의 오락물로서만 취급받고 있었기에 산업적인 부가가치를 따지기가 힘들었다. 매체로서의 평가가 하나, 둘 나타나던 90년대 초반에도...
김상하
심여창
2005.01.01
거의 수년 만에 지난 44회 서울 코믹월드 행사를 찾은 내게 몇 가지 인상적인 것들이 있었다. 창작회지보다 팬픽이나 패러디 중심의 작품집이 홍수를 이루었고...
김상범
심여창
2004.12.01
이 명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참도, 거짓도 될 수 있는 요상한 명제일 것이다. 문화전반에 걸쳐서 만화가 가진 발전적인 파생력이나 긍정적인 산업적 효과로 볼 때 이것만큼 유용한 책도 없지만, 도덕적, 청소년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지식이나 감동을 전달하는 책의 개념에서는 한참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기 때문. 그런 점에서 만화가 가진 다양한 성질에 관심을 가져야 될 필요가 있다.
신명직
심여창
2004.12.01
만화의 특징 중에 하나를 꼽자면 당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반영을 들 수 있다. 굳이 신문만평이나 시사만화를 들지 않아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슈나 문화적 코드는 심심찮게 만화로 재해석되어 탄생되기도 한다. 이렇게 만화가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풍자나 해학적인 면은 오랜 옛날에도 존재했다.
김진수
심여창
2004.10.01
일반적으로 만화비평의 대상을 장편, 단편만화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가끔씩 잊을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극만화 외에도 시사만화라는 장르가 있기 때문이다. 일간지에 실리는 한 칸의 그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시사만화에 대한 애정으로 두 권의 책을 쓴 시사 만화평론가가 있다....
선정우
심여창
2004.10.01
8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미니백과 사전이라 불리는 손바닥만한 작은 책을 기억할 것이다. 순정만화대백과와 함께 소년들의 우상이었던 변신 로봇 만화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담은 책이 기억 속에 사라질 무렵, 슈퍼로봇에 대한 정식 단행본이 출간됐다.
송락현
심여창
2004.08.01
애니메이션 연구가 송락현의 지난해 발간된 『일본극장 아니메 50년사』는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보기 쉽게 정리된 연표와 애니메이션 포스터 등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주향
심여창
2004.08.01
만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더 이상 새롭지 않는 지금, 철학적 사유로써의 만화가 등장했다. 이주향 철학교수의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는 만화의 내용이나 인물의 행동방식을 철학적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인하
심여창
2004.06.01
우리나라에서 만화비평가라는 직함으로 지금까지 활동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드물다. 설령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만화를 다루는 매체에서 비평가라고 소개를 해도 정작 본인들은 그런 평가에 호의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박인하는 만화비평가라는 이름에 합당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황의웅
심여창
2004.06.01
우리 나라에서 일본만화만큼이나 인기를 끄는 일본 애니메이션.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갖춘 예술로 인정하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들과 많이 발표되었지만 유독 한 사람이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김윤아
심여창
2004.04.01
1995년 오락게임으로 시작됐던『포켓몬스터』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전역에 포켓몬 돌풍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게임의 폭발적인 성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