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가열전
최열
김미진 2005.07.01


<비평가 열전>

1980년대는 우리 만화사에서 특별한 연대로 기억된다. <공포의 외인구단> 을 선보이며 한국만화의 전환기를 이끌어 낸 이현세의 등장, <아이큐점프> 로 출발한 만화전문지 시대의 도래, <만화와 시대> (공동체 발간)를 통한 만화비평의 본격적 시작 등 특기할 만한 사건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1970년대까지 천시 받던 만화가 비평의 대상으로 자리 잡으며 장르에 대한 편견이 대중적으로 크게 변화하던 시기였던 것.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만화평론의 본격적인 시작에 90년대 중반 한국만화평론가협회의 구성은 만화의 관한 학술적 담론에 더욱 가속도를 높인다. 이처럼 80년대 후반에 등장한 소위 1세대 만화평론가 가운데 최열은 가장 걸출한 평론가라 할 수 있으리라.


▲1988년 창간한 <만화시대> 의 편집위원 소개에서 당대 작가들과 함께한 최 열의 모습이 보인다
 
본격적인 만화평론 1세대 
최열은 현재 만화평론가 이전에 미술평론가로서 사람들에게 더욱 깊이 인식되고 있다. 아닌 게 아니라 미술과 관련한 그의 글을 지금도 자주 볼 수 있다. 이렇듯 미술평론가인 그가 만화가 깊게 관련을 맺게 된 것은 만화라는 장르가 지닌 기본적인 속성, 즉 ‘민중의 표현물이라는 특징과 연관된다. 1980년대를 거치며 그는 주로 동시대 사람들의 삶을 반영하는 장르로서 만화가 지니는 가치를 탐험하고 시대정신을 아우르는 만화의 힘을 살펴보았다. 이와 같은 시각은 1986,87년에 특히 두드러진다. 당시에 그는 주로 대학의 학보와 교지등을 통해서 자신의 비평을 선보였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80년대 만화운동의 성과, ‘제3세계 민족만화운동(이상 외대학보, 1986년), ‘만화출판구조의 전환을 위하여 (국민대학보, 1987년), ‘한국만화의 역사와 만화대중화운동론;(연세, 1986년) 등이 있다. 이 때 발표한 그의 글을 살펴보면 만화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이야기보다 만화라는 장르가 지닌 가능성과 그 역동성에 대해 주목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1987년에 나남에서 발행한 <한국의 대중문화> 에 실린 ‘한국만화의 생산 및 유통과정에서도 나타난다. 만화에 대한 그의 애정은 87년에 공동체에서 발간한 <만화와 시대> 에 이재현, 김창남, 하종원 등과 함께 필자로 참여하는 것으로 이어지며, 1988년에 창간한 진보적 시사만화잡지 <만화시대> 에서는 편집위원으로 참가함으로써 더욱 높은 관심을 표명한다. 같은 해 학술지 <역사비평> 에 ‘1920년대 민족만화운동 -김동성과 안석주를 중심으로를 발표함으로써 만화를 학술적으로 고찰하려는 그의 의지를 내비친 바 있다. 이처럼 그가 80년대 후반에 발표했던 비평들은 오늘날에 주를 이루는 소소한 텍스트비평이 아니라 전문적인 시각과 통찰이 필요한 장르비평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시사만화, 유통구조, 만화장르, 만화대중화 등 만화라는 영역 안에서 펼칠 수 있는 다양한 영역들에 대해 비평을 남김으로써 만화평론에 대한 폭넓은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을 평가할 수 있다. 
 
수고의 결과들 


▲ <한국 만화의 역사> 표지

만화에 대한 거시적인 그의 시각이 한권의 책으로 결과물을 보게 된 것은 1995년의 일이다. <한국 만화의 역사> (열화당)의 출간을 통해 그는 ‘20세기 한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만화의 문화사적 의의를 살펴보게 된다. ‘한국 만화의 발자취 일천 년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서 그는 고려시대 이후부터 대본소 체제, 성인만화, 한국만화의 전성기 등을 두루 살피고 있다. 또한, 민중만화, 오락만화, 시사만화 등의 탐사를 통해 만화가 시대정신을 어떻게 포함하고 있는가도 이야기하는 한편, ‘권구현의 조선 첫 만화비평, 만화이론과 비평의 출발등을 통해 근대시대에 나타난 비평작업들도 이야기한다. 이처럼 한 시대를 대표할 수 있는 만화작업들을 주지하면서 전체 역사를 통시적으로 아우르는 작업을 보여줌으로써 다음 세대 만화비평에 밑거름이 된다.

한편, 1995년도에는 만화평론가협회가 구성되었는데, 이후 여러 평론가들의 공동 작업들이 선을 보인다. 최열 역시 <한국만화의 모험가들> (열화당, 1996), <하하에서 호호까지> (1998, 교보문고) 등에서 함게 작업했다. 특히, <한국만화의 모험가들> 에서는 ‘역사를 다루는 작가주의 만화가, 백성민을 발표함으로써 80년대 자신이 이야기해 온 ‘민중만화의 연장선에서 지속적인 결과물을 보여준다.


▲ 만화평론가협회 회원들과 공동저술한 <한국 만화의 만화의 모험가들> 표지.

본격적인 만화평론 1세대로서 이와 같은 그의 연구노력들은 충분히 평가받아 마땅할 작업들이다. 하지만 최열의 만화에 대한 연구들은 2천년에 들어서며 자취를 감춘다. 이는 90년대 후반 성인만화잡지를 중심으로 급격히 쇠퇴한 한국만화지형과도 무관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만화가 지녀왔던 민중문화적인 장르 속성이 거의 사라진 채 오로지 산업적?경제적인 가치로만 평가되는 국내 만화계 현실이 뜻있는 연구자들의 노정에 장벽이 되었을 수도 있다. 혹은 여전히 평론이나 이론화 작업에 대하여 인색한 한국만화 규모와 사람들의 인식이 동기부여를 막은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저러한 이유를 막론하고, 어쨌거나 최 열의 글을 만화계에서 볼 수 없는 작금의 상황은 안타까움이라는 말 외에 더 적합하게 표현할 길이 없다.

* 간단프로필

최 열 (본명 : 최익균)

1956년 전북 무주 출생
조선대학교 미술대학,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민족미술협의회 간사, 민중문화운동협의회 회원으로 활동
<가나아트> 편집장 역임
한국근대미술사학회 이사
(현) 가나아트센터 기획실장

저서 : <민족미술의 이론과 실천> (1991, 돌베개), <한국현대미술운동사> (1994, 돌베개), <한국근대미술의 역사> (1998, 열화당), <한국 만화의 역사> (1995, 열화당), <근대 수묵 채색화 감상법> 등이 있다. <한국근대미술의 역사> 로 제2회 한국미술저작상 (김세중 기념사업회 주관)을 수상했다.

비평가열전
만화에 대한 전문적 탐색 : 최석태
김미진
2006.03.01
미술평론가로서 만화문화의 확산에 한몫을 담당한 만화평론가로 최석태를 만나보자
만화, 고급스럽게 보기 : 성완경
김미진
2006.03.01
분야를 막론하고 선구자는 필요하다. 해당분야가 다양한 시각과 보다 너른 안목을 지니기 위해 이는 필수적인 요소다. 만화도 마찬가지다. 그저 오락거리로 바라본 일반인들과는 다른 시각, 엉뚱하게 취급받을 수도 있는 만화에 대한 집요한 탐구정신, 고집스럽게 지켜온 생각들이 존재하기에 그나마 지금의 만화문화가 형성된 것이리다.
불쾌한 세상에 대한 유쾌함 - 이재현
김미진
2005.12.01
만화에 대해 관대해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만화는 다른 장르와 동일한 선상에서 인식되고 있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유치, 불량, 저급 등 만화에 덧 씌어진 불공평한 대우가 몇 세대에 걸쳐 진행되어져 왔기에 그 편견과 오해가 사라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날 만화평론을 할 수 있었던 이들은 동시대의 다른 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생각이 몹시 자유롭거나 혹은 용감한 자들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으로 생각된다. 이재현 역시 만화에 대해 동시대인들보다 용감한 사고를 했던 이들 가운데 한 명이
만화를 통한 현실 읽기 - 정준영
김미진
2005.11.01
만화, 그 사회적인 함의에 대한 탐구 정준영이 만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만화 그 자체만을 염두에 두는 지엽적인 것이 아니다. 그는 만화라는 장르를 포함하고 있는 더 넓은 세계, 즉 현실 사회라는 보다 큰 틀 안에서 만화라는 장르가 지니는 특징에 천착한다.
백정숙
김미진
2005.10.01
여성의 사회진출이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며 넓어지고 있긴 하지만 남성들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만화평론분야에 있어서도 남성 대 여성비율을 단순 비교해 본다면 남성평론가의 수적 우세가 얼마 만큼인지 단박에 드러난다. 이처럼 남성평론가들이 즐비한 만화분야에서 여성에,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만화 그리고 그것을 읽어내는 여성들 고유의 눈높이에 백정숙이 있다.
위기철
김미진
2005.09.01
대학입학시험제도가 학력고사에서 수능시험으로 바꾸는 얘기가 오가던 1990년대 초?중반에 고등학교를 다녔던 많은 이들이 ‘위기철이라는 이름을 또렷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암기능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던 학력고사와 달리 수능시험은 논리력을 중요시했다. 때맞춰 <반갑다 논리야>, <고맙다 논리야>, <논리야 놀자> 등 이른바 논리시리즈가 많은 입시생들로부터 화제가 되었는데, 그 저자가 바로 위기철이었던 것이다.
임청산
김미진
2005.08.01
만화의 국제화, 지방화, 이론화를 실천하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지방화시대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고는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화시대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예술, 교육,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서울의 집중화가 심하다.
최열
김미진
2005.07.01
1980년대는 우리 만화사에서 특별한 연대로 기억된다. <공포의 외인구단>을 선보이며 한국만화의 전환기를 이끌어 낸 이현세의 등장, <아이큐점프>로 출발한 만화전문지 시대의 도래, <만화와 시대>(공동체 발간)를 통한 만화비평의 본격적 시작 등 특기할 만한 사건들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수진
김미진
2005.06.01
만화비평이 텍스트에 대한 감상이나 작품소감을 넘어 하나의 담론을 형성해 나가기 위해서는 단순한 비평을 탈피해 보다 명확한 이론화의 모색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 인접학문분야의 탐색과 해외이론의 수입도 요구된다. 외국에 나가 이론을 공부하고, 이를 변형 혹은 접목시켜 국내 만화비평의 활성화를 이룩하는 것. 그 길에 출사표를 던진 이가 이수진이다.
한창완
김미진
2005.05.01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우리 만화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고급화 전략’이었을 것이다. 여전히 어린이들의 오락물로서만 취급받고 있었기에 산업적인 부가가치를 따지기가 힘들었다. 매체로서의 평가가 하나, 둘 나타나던 90년대 초반에도...
김상하
심여창
2005.01.01
거의 수년 만에 지난 44회 서울 코믹월드 행사를 찾은 내게 몇 가지 인상적인 것들이 있었다. 창작회지보다 팬픽이나 패러디 중심의 작품집이 홍수를 이루었고...
김상범
심여창
2004.12.01
이 명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참도, 거짓도 될 수 있는 요상한 명제일 것이다. 문화전반에 걸쳐서 만화가 가진 발전적인 파생력이나 긍정적인 산업적 효과로 볼 때 이것만큼 유용한 책도 없지만, 도덕적, 청소년 보호라는 측면에서는 지식이나 감동을 전달하는 책의 개념에서는 한참 모자라다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기 때문. 그런 점에서 만화가 가진 다양한 성질에 관심을 가져야 될 필요가 있다.
신명직
심여창
2004.12.01
만화의 특징 중에 하나를 꼽자면 당대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반영을 들 수 있다. 굳이 신문만평이나 시사만화를 들지 않아도 현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슈나 문화적 코드는 심심찮게 만화로 재해석되어 탄생되기도 한다. 이렇게 만화가 가지고 있는 현실에 대한 풍자나 해학적인 면은 오랜 옛날에도 존재했다.
김진수
심여창
2004.10.01
일반적으로 만화비평의 대상을 장편, 단편만화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가끔씩 잊을 때가 있다. 왜냐하면 극만화 외에도 시사만화라는 장르가 있기 때문이다. 일간지에 실리는 한 칸의 그림이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시사만화에 대한 애정으로 두 권의 책을 쓴 시사 만화평론가가 있다....
선정우
심여창
2004.10.01
80년대에 어린시절을 보낸 이들에게 미니백과 사전이라 불리는 손바닥만한 작은 책을 기억할 것이다. 순정만화대백과와 함께 소년들의 우상이었던 변신 로봇 만화에 대한 분석과 설명을 담은 책이 기억 속에 사라질 무렵, 슈퍼로봇에 대한 정식 단행본이 출간됐다.
송락현
심여창
2004.08.01
애니메이션 연구가 송락현의 지난해 발간된 『일본극장 아니메 50년사』는 일본 극장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보기 쉽게 정리된 연표와 애니메이션 포스터 등이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이주향
심여창
2004.08.01
만화에 대한 다양한 접근이 더 이상 새롭지 않는 지금, 철학적 사유로써의 만화가 등장했다. 이주향 철학교수의 『나는 만화에서 철학을 본다』는 만화의 내용이나 인물의 행동방식을 철학적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인하
심여창
2004.06.01
우리나라에서 만화비평가라는 직함으로 지금까지 활동하는 사람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매우 드물다. 설령 만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나 만화를 다루는 매체에서 비평가라고 소개를 해도 정작 본인들은 그런 평가에 호의적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서 박인하는 만화비평가라는 이름에 합당한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는 점에서 눈여겨보아야 할 것이다.
황의웅
심여창
2004.06.01
우리 나라에서 일본만화만큼이나 인기를 끄는 일본 애니메이션. 특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은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흥행성 모두 갖춘 예술로 인정하고 있다. 그의 작품세계에 대한 책들과 많이 발표되었지만 유독 한 사람이 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서만 전문적으로 발표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김윤아
심여창
2004.04.01
1995년 오락게임으로 시작됐던『포켓몬스터』는 아시아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전역에 포켓몬 돌풍을 일으킬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게임의 폭발적인 성공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