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왕국 일본은 없다
2011년 일본 만화업계관련 주요뉴스 정리
이현석 2012.01.10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던 2011년이 지나고 2012년이 밝았다. 이번 이 칼럼에서는 2011년간 일본만화 업계에 연관된 여러가지 뉴스 중에서 주요한 몇 가지 관심사를 뽑아보았다.
 
1. 3.11 대지진 
 
2011년 최고의 이슈는 역시 3월 11일, 일본 혼슈 동북부 지방에서 일어난 거대지진과 이로 인해 발생한 거대 쓰나미로 인한 자연재해 일 것이다. 일본에서 흔히 3.11신사이(재해)라고 불리는 이 사건은,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후쿠시마 현에 위치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피해를 입어 대규모 방사능 누출사고가 일어나는 2차 피해를 일으키는 바람에 아직 전혀 수습이 되지를 못하고, 현재 진행형인 사건이다. 사건 발생 직후, 일본 만화업계에는 일시적으로 제지 공장 피해로 인한 종이 품귀현상과 피해지역인 동북지역의 유통망 파괴로 인한 유통불가 사태, 방사능 공포로 인한 소비심리 둔화 등을 원인으로 일시적인 타격을 입었다.
 
당시 많은 숫자의 잡지가 임시휴간을 하는 등으로 대응을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8개월이 지난 지금, 다행히 이 대 지진으로 만화업계가 입은 피해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으로 집계가 되고 있는 중이다. 필자는 이 사건 당시 일본의 편집부 데스크에서 3.11 지진에 대응하는 일본 편집부의 여러 모습을 보았는데,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원자력 발전소 피해 등으로 인하여 전기가 부족해진 피해지역의 피재민들을 위해서 만화잡지들과 단행본을 모아서 보내주는 광경이었다. 텔레비전 시청 등 오락거리가 부족해진 사람들을 위해 오락거리를 제공해준 것이다. 디지털 만화화 등의 목소리가 높은 와중에 종이매체 만화가 가진 또 다른 힘을 보는 광경이었다고 할까.
 
 
2. 유명 만화가 속속 영화화  
 
2010년도부터 유명 일본만화/애니가 극장용 영화로 제작되거나 제작발표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다. (아마 2010년의 가장 화제작은 전설적인 애니메이션 ‘우주전함 야마토’의 실사판인 ‘스페이스 배틀 쉽 야마토’였을 것이다) 2011년에는 이러한 경향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2011년에 눈길을 끈 것은 치바 테츠야의 전설적인 명작 만화 <내일의 죠>와 오쿠 히로야의 <간츠>, 쿠보 미츠로의 <모테키>, 후쿠모토 노부유키의 <도박 묵시로 카이지>(2번째 영화화), 모츠즈키 미키야의 <와일드 세븐>등이었다. 그외에도 실사 영화화 발표도 꾸준히 이어져, 와츠키 노부히로의 <바람의 검심>, 작년도 최고의 화제작인 이사야마 하지메의 <진격의 거인>실사화 발표도 이뤄진다.
 
‘내일의 죠’가 흥행/비평면에서 극단적인 실패를 기록한 점에서도 알 수 있지만, 만화/애니원작의 실사화가 일정수준의 완성도를 달성해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유명 만화/애니가 속속 제작되는 이유는, 최근 일본 영화계 안에서도 불경기 때문에 극단적일 정도로 리스크를 꺼리고 있는 것이 가장 자주 거론되는 이유다.  
 
즉, 영화에 대한 투자자들은 영화에 돈을 투자할 마땅한 근거거리를 제작진에게 요구하기 마련이고, 이에 “이 영화 시나리오의 원작은 ~~만부가 팔렸으니 ~~명의 손님이 들 것이다”라는 식의 근거거리를 들기에 아주 용이한 것이다. 또 한가지는 역시 ‘관객이 든다’는 점이다. 일본의 문화상품 소비자들은 상품에 대한 충성도가 높은 편이고, 요즘 개인적인 색채가 굉장히 강하고 헐리웃이나 한국영화에 대해서 스토리 텔링이 떨어지는 일본영화 조류를 꺼린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지식을 가지고 있는 이런류의 리메이크 영화들을 그나마 안심하고 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3. 한국 웹툰의 일본 진출
 
이 코너에서도 이전에 전한 바가 있지만, 최근 일본 만화계에는 한국의 웹툰을 리메이크해서 작품을 발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전통적인 출판만화가 불황에 빠지면서 대안적인 웹툰 체제가 들어서고 이를 통해서 많은 숫자의 수준높은 작품들이 등장했다.
 
이에 소재빈곤과 작가진 빈곤에 빠진 일본 만화업계는 이들 만화에 관심을 표명하여, 네스티 캣의 ‘트레이스’나 하일권의 ‘두근두근거려’ 등의 만화가 일본에서 리메이크 되어 연재되는 사례가 생겨나게 되었다. 이중 가장 화제거리가 된 것은 네이버 웹툰에 연재되고 2011년 콘텐츠 어워드 대통령상까지 수상한 만화 ‘신과 함께’가 일본의 격주간지 《영간간》지면에 12월부터 리메이크 연재된 사례이다. ‘신과 함께’ 리메이크 판은 지금 한국에서 동시 공개 등의 방향으로 새로운 세일즈 사례로 만들어지기 위한 많은 준비가 진행 중이기도 하며,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수익모델 등에서 불안한 점이 있는 한국의 웹툰, 안정지향적인 창작경향으로 인한 아이디어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만화계 양쪽을 동시에 보완해줄 중요한 한 사례가 될 가능성을 안고 있으며 향후 귀추가 주목되는 안건이라고 하겠다.
 
 
4. 점프 만화 독주체제 가속화
 
2011년에는 고단샤에서 <진격의 거인>이라는 화제작이 등장하였지만, 올해는 만화 단행본 판매량의 톱 순위를 <나루토>, <은혼>, <블리치>, <토리코>등의 소년 점프만화가 독식하는 소년 점프 독주체제가 더욱 눈에 띄게 가속화된 한해이기도 하였다. (<진격의 거인>같은 3권에 집중된 우려를 불식시키고 장기 흥행체제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백만단위를 기록하는 만화 이외에도 <3월의 라이온>, <신부 이야기>, <아이 엠 히어로>등의 만화가 주목을 끌면서 좋은 성적을 보이고 있으며, 잡지 자체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단행본 시장이 아직 건재함을 잘 알려주고 있다.
만화왕국 일본은 없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복잡화된 세계, 소박한 선의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이현석
2013.06.25
현재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에는 항시 불황과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흘러넘친다. 외유내빈. 외부에서는 굉장히 화려한 이미지와 절대적인 번영을 누리고 있는 분야처럼 이야기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며 1990년대 과열기미까지 보였던 애니메이션 업계의 확장세가 수그러들고, 이른바 오타쿠 애니메이션이 횡행하면서 작품성이 퇴조하고 있다는 등의 의견이 내부에서 계속 나오는 등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이다.
만화 <암살교실>에 비친 이 시대의 이상적인 선생님 상
이현석
2013.05.28
일본 슈에이샤의 잡지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중인 <암살교실>이 인기다. 단행본 제1권이 누적 100만부를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며(제2권은 예약까지 합쳐서 160만부를 돌파), 침체기라는 일본 만화 업계 안에서 최근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공개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진격의 거인>과 더불어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무기력 세대에게 어떤 만화를 팔 것인가 2
이현석
2013.02.19
이번회에서는 지난회에 이어서 일본 콘텐츠 업계의 세대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해법은 과연 있는 것일까? 일단 먼저 지금 일본에서 가장 만화를 소비하는 주력 계층으로 꼽히는 20대 초반의 사람들을 살펴보면서 시작해보자.
무기력 세대에게 어떤 만화를 팔 것인가
이현석
2013.01.22
얼마 전, 이전에 연재작품의 시나리오 관련 일 때문에 모 유명 애니메이션 각본가 분과 이야기를 길게 나눈적이 있었다. 실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미 십 수년간 텔레비전에 방영중인 장편 애니메이션 각본과 현재 높은 시청률을 기록중인 어린이 애니메이션 수편의 대표 각본가 (시리즈 구성작가라고도 말한다) 를 맡고 계신 중견작가분이셨다.
세대(世代)라는 화두
이현석
2012.11.20
필자가 일하는 잡지는 다른 잡지가 창간되면서 많은 사람이 그쪽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잡지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 등의 인사이동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젊은 편집자가 들어오면, 그 편집자를 이해해보기 위한 이런 탐문이 시작된다. 대학은 어디 출신인지 이런 일반적인 질문을 일단 먼저 해본다.
만화 콘테스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
이현석
2012.09.28
최근에 필자에게 오는 많은 문의 메일이나 블로그 등지에 올린 글들에 달리는 덧글을 보면, 일본의 콘테스트에 대해서 여러가지 문의를 주는 글들이 특히 많았다. 오늘은 일본의 편집부에서 바라본, 콘테스트(공모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자 한다.
일본 진출을 생각하는 작가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2)
이현석
2012.08.28
지난호에는 한국 작가분들이 일본에 진출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림 즉 비주얼적인 부분보다는 이야기를 얼마나 잘 전달해내는데 달려있다는 이야기를 해드렸다. 이번호에서는 지난호 말미에 말씀드린대로 좀 더 구체적으로 이 이야기를 해보자.
일본 진출을 생각하는 작가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1)
이현석
2012.06.22
일본의 잡지 만화 시장에 한국 작가분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하고 어언 10여년이 지났다. 한국 만화 시장에서의 잡지 시스템이 난조를 보이고(다만, 필자는 이 지면에서 여러번 말했지만, 한국의 만화가 위기는 절대로 아니라는 입장이다.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란 어떤 것인가?
이현석
2012.05.21
최근 한국에서는 <바쿠만>등의 만화가 히트를 하고, 한국에서 일본으로 진출하는 작가분들이 늘어나고 인터넷 등의 루트를 통하여 이전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일본 만화 무대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들 ? 편집자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가 알려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돌아다니는 정보량이 늘어난 것은, 2인3각으로 만들어지는 일본의 만화 제작 특성을 이해하는 것에는 많은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면에 정보라는 것이 가지는 특성상 여러가지 오해를 사기도 한다.
2011년 일본 만화업계관련 주요뉴스 정리
이현석
2012.01.10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던 2011년이 지나고 2012년이 밝았다. 이번 이 칼럼에서는 2011년간 일본만화 업계에 연관된 여러가지 뉴스 중에서 주요한 몇 가지 관심사를 뽑아보았다.
모에만화, 오타쿠 만화는 정말로 일본의 만화 주류인가?
이현석
2011.12.07
코스플레이어가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성하게 인기를 얻고 동인지 문화가 들어와 한국에서도 동인지 판매회가 정착될 정도니 얼핏 정말 일본은 오타쿠 문화나 후죠시 문화가 굉장히 주류문화로 인정받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만화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마치 일본 전체가 이러한 문화에 침식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말 과연 그러할까?
유명 웹툰 만화 <신과 함께>, 일본 출판만화계에서 리메이크
이현석
2011.11.01
오늘은 한가지 중요한 사례를 칼럼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에게 알려드리는 내용으로 진행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유명 웹툰 만화의 일본 출판만화 이식, 즉 리메이크 관한 것이다.
일본의 만화 편집부 체제에 대해서 (4)
이현석
2011.09.27
지난호에서는 편집부 안에서 가장 상층부에 위치한 사람. 즉, 편집장의 업무를 훑어보았다. 이번호에서도 이에 대하여 계속 이야기해 보자.
일본의 만화 편집부 체제에 대해서 (3)
이현석
2011.08.29
지난 호까지는 일본 만화 편집부 내부에서 중간 관리자에 해당하는 부편집장의 업무를 조금 엿보았다. 이번호에서는 그위의, 편집장이라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일본의 만화 편집부 체제에 대해서 (2)
이현석
2011.07.25
지난호에서는 일본의 편집부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인 일선 편집자들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알아보았다. 오늘은 이들 편집자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고 편집진들의 상위에 존재하는 부편집장과 편집장의 업무 등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자.
일본의 만화 편집부 체제에 대해서 (1)
이현석
2011.06.27
최근 <바쿠만バクマン>(오오바 츠구미(글), 오바타 타케시(그림), 슈에이샤)등의 만화를 통해서 베일에 가려져있던 일본의 만화 출판 편집자들에 대한 정보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만화는 작가들만이 아니라 편집부 편집자와의 이인삼각으로 만들어나간다는 인식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2011년 대재해 이후, 일본 만화는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이현석
2011.05.31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일본의 동북지방을 진도 7급의 강진이 덮쳤다. 아마 이번 지진은 일본사회를 대지진 이전과 이후로 명확하게 나눠지게 할 것이다. 이 지진과 만화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오랜만에 뵙는 독자분들에게 전해드리면서,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여러 가지 것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2010년의 일본 만화계 동향에 대하여
이현석
2010.12.21
21세기가 벌써 10년이나 지났다는 이야기가 나올때가 엊그제같은데 벌써 12월, 한해를 정리해야 할 시점이 왔다. 2010년간 일본 만화계에서 오고간 화재거리를 개인적으로 정리해보았다.
만화 [진격의 거인 進?の巨人]
이현석
2010.10.16
2010년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만화업계는 불황이 여전한 가운데, 기존의 잡지들이 폐간되거나 휴간되고 또 새로운 잡지가 여러경로로 등장하는 등으로 어수선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만화업계가 역시 가장 원하고 있는 것은 업계에 충격을 가하고 새로운 만화독자를 창출할 대형신인 작가, 인기작품의 등장이다. 최근, 일본 만화업계의 이러한 바람에 부응하는 듯한 인기작품이 메이저 출판사를 통해서 등장했다. 이사야마 하지메가 그리고 고단샤의 월간 만화잡지 [별책 소년 메거진]에 연재 중인 이 만화의 제명은 [진격의 거인]이다.
일본 만화의 최전선을 달리는 사람들 (17) : 만화가 박정기 씨 편
이현석
2010.09.14
일본만화계에 한국인 작가가 진출하고 있는 일은 이젠 별다른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말씀은 이미 몇번이나 드리고 있다. 오늘은 이러한 웹만화 잡지 중 하나로서 가장 성공한 모델로 인식되고 있는 스퀘어 에닉스의 웹만화 잡지 [간간 온라인]을 통해서 데뷔하는데 성공한 만화가 박정기씨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