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왕국 일본은 없다
일본의 만화 편집부 체제에 대해서 (4)
이현석 2011.09.27
지난호에서는 편집부 안에서 가장 상층부에 위치한 사람. 즉, 편집장의 업무를 훑어보았다. 이번호에서도 이에 대하여 계속 이야기해 보자.
 

 
 
 
 
 
 
 
 
 
 
 
 
 
 
 
 
 
 
 
지난호에서 알아봤지만 편집장의 가장 중요한 권한은 어떤 편집자를 잡지제작에 투입하여 어떤 작품을 만들게 하는지, 즉 인사권한이라고 이야기했다. 이 인사문제는 그러나 동시에 편집장을 가장 골치 아프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가령 어떤 중도사원을 잡지 조직안에 넣으면서 그가 인연을 가진 모작가를 데려오기를 바랐는데, 사실은 그 작가와 이 사원이 사이가 나빠서 그 작가를 데려오지를 못했다던지 하는 일도 터진다. 가볍게 말했지만 이건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 지명도 있는 작가가 잡지지면에 참가해주는가 그렇지 않은가는 중소규모 잡지에서는 잡지의 사활이 걸린 문제가 될 가능성도 크다.
 
그리고 이 말은 결국 모 작가를 노리고 편집자를 헤드헌팅 하는 경우도 있는가하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된다. 그렇다. 게다가 이건 회사대 회사간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라 회사 안의 잡지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히 벌어지는 일이다. 아니, 더 심하다. (많이 탈선을 하지만, 이것은 한국의 작가분이 일본의 잡지를 노릴 경우에도 생각해봄직한 일이다. 즉, 자기가 이상으로 삼고 있는 만화가 어디에 연재되고 있는지 알아보고, 이런 만화들을 담당한 편집자가 그 잡지에 아직 있는지 알아보고 난 다음에, 그 편집자를 지명하여 원고를 보여주는게 자신이 만들 종류의 작품에 조애가 전혀 없는 편집자를 만나서 시간낭비를 할 가능성을 줄여준다)
 

 
 
 
 
 
 
 
 
 
 
 
 
 
 
 
 
 
 
 
이런 인사문제에서 최근 편집장들의 골머리를 썩이는 문제가 일본의 세대교체 문제다. 만화작가도 마찬가지지만 일본의 만화잡지 시스템에는 항상 많은 숫자의 젊은 작가가 투입되고 이는 편집자도 마찬가지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가혹한 경쟁체제를 견디지 못하고 탈락하거나 좌천되거나 한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서 또 항상 많은 숫자의 편집자도 잡지에 영입되며 되도록 젊은 사람을 뽑아서 젊은 독자들의 감각과 수요에 반응하는 작품을 만들려고 한다.
 
그런데, 지금 일본의 상층부를 이루고 있는 편집장 세대(40대 후반에서 50대 정도의 나이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와 지금의 젊은 세대의 인식이 너무 다르다는 점이다. 세대가 다르니 만화에 대한 감각도 다르고 이걸 기대하고 편집지면에 이들을 넣은거 아닌가? 하는 당연한 의문이 드실 것이다. 그런데 이건 조금 다른 각도로 볼 필요도 있다. 이들은 만화를 어떤 의미에서 너무 잘 안다.
 

 
 
 
 
 
 
 
 
 
 
 
 
 
 
 
 
 
   
현재의 편집장 정도가 된 세대들은 전부는 그렇지 않지만 만화를 객관적으로 바라 볼 수 있을 정도의 사람들로서 여러가지 다른 미디어 체험 속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다. 즉, 헐리우드 영화나 일본의 영화, 문학 역사등의 여러장르에서 소재를 가져와 만화로 표현하는 과정을 경험한 사람들이다. 혹은, 만화를 별시하는 조직문화 안에서 만화라는 신장르로 뭔가를 보여주겠다는 의지로 뭉친 선배 편집장을 옆에서 보면서 성장한 세대이기도 하다.
 
반면, 현재의 젊은 세대들은 이미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이 크게 부흥하고 성장한 뒤의, 즉 만화에 대해서 너무 친근한 세대들이다. 분명히 말하지만 만화를 좋아하고 많이 읽는 것과 이를 구조적으로 분석하고 본질을 꽤뚫은 다음 만화 제작에 필요한 객관적인 지식을 갖추는 것은 전혀 다르다. 즉, 만화에 대해서 객관적인 눈을 갖추고 하나의 수단과 도구로 생각할 능력은 이전 세대와는 떨어진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전에는 거대 출판사 안에서 만화부서에 대해서는 백안시를 하는 풍토가 있어서 이 부서안에서 어떻든 뭔가를 보여주기 위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체제를 만들어간다는 패기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이전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작품들이나 구조를 그대로 이어서 안정적인 작품을 만들려는 경향을 가진 신인 편집자들이 대부분이다.
 

 
 
 
 
 
 
 
 
 
 
 
 
 
 
 
 
 
 
 
원래 일본의 만화는 타 장르에서 실험하기 어려운 모험적인 장르나 소재를 시험해볼수 있는게 강한 장점이었지만, 신인 편집자들이 이를 꺼리는 것이다. 이들은 머리속에 애초부터 어린시절부터 보아온 만화/애니/게임의 강렬한 이미지가 자리하고 있고, 이것은 상당히 바꾸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니 뭔가 새로운 만화가 나오기보다는 점점 더 이전의 만화들의 클리세를 대량으로 차용한 만화나 이런저런 만화들을 조각내서 다시 꿰매어 맞춘 그런 만화들이 자신의 잡지 지면에 실리는 광경을 볼 수 밖에는 없어진다.
 
더 문제는 최근 각 일본의 회사에 입사하기 시작한 완전히 새로운 신세대 ? ‘유토리 세대’ 문제다. 이들은 지난 2002년부터 일본의 각 학교에 도입되기 시작한 신학습 지도요령 아래에서 교육을 받은 세대다. 학생의 과도한 학습부담을 덜어주어 전인적인 인격을 갖추고 자주적인 학습을 하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 이 새로운 교육안의 취지였지만 오히려 일본 학생들의 전체적인 학습능력 저하를 불러왔다는 비판이 많다.
 
가장 유명한 사례 중에 하나가 이 교육안에서는 원주율 π=3.14가 그냥 3이다. 계산을 하는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이들은 별다른 강렬한 출세욕등의 사회적인 참여의지가 그다지 없는 세대로도 유명하다. 따라서 대단한 노동력이 필요한 만화 편집 일선에서 이들이 버텨낼지? 또한 타인(독자)이 읽는 걸 전제로한 매체를 잘 만들어낼 인간적인 소양이 있는지가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중이다. 이들을 편집 일선에서 활용해야 하는 편집장의 고뇌는 상당히 큰 편이다.
 
   
몇 회에 걸쳐서 일본의 편집부 체제를 한번 알아보았다. 마지막으로 몇가지 글을 끝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다시 강조해보고픈 점들은, 일본의 만화 시스템이란 이들 편집부원들이 뒤에 숨어 있다는 것이고, 작가가 책상에서 캐릭터 구현과 표현양식, 연출에 고민하는데 주력할 즈음에 이들과 독자를 잇는 이음매 역할이 되는 편집부원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보이지 않는 부분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헌신적이고 열정적인 독자와 강력한 에너지로 무장한 작가들이 대거 포진한 한국 만화 업계에 더 많은 도약의 기회를 줄지도 모른다.
만화왕국 일본은 없다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복잡화된 세계, 소박한 선의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 것인가?
이현석
2013.06.25
현재 일본의 애니메이션 업계에는 항시 불황과 어려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흘러넘친다. 외유내빈. 외부에서는 굉장히 화려한 이미지와 절대적인 번영을 누리고 있는 분야처럼 이야기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며 1990년대 과열기미까지 보였던 애니메이션 업계의 확장세가 수그러들고, 이른바 오타쿠 애니메이션이 횡행하면서 작품성이 퇴조하고 있다는 등의 의견이 내부에서 계속 나오는 등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이다.
만화 <암살교실>에 비친 이 시대의 이상적인 선생님 상
이현석
2013.05.28
일본 슈에이샤의 잡지 주간 소년점프에 연재중인 <암살교실>이 인기다. 단행본 제1권이 누적 100만부를 돌파하며 인기몰이 중이며(제2권은 예약까지 합쳐서 160만부를 돌파), 침체기라는 일본 만화 업계 안에서 최근 텔레비전 애니메이션 공개로 절정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진격의 거인>과 더불어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무기력 세대에게 어떤 만화를 팔 것인가 2
이현석
2013.02.19
이번회에서는 지난회에 이어서 일본 콘텐츠 업계의 세대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자. 해법은 과연 있는 것일까? 일단 먼저 지금 일본에서 가장 만화를 소비하는 주력 계층으로 꼽히는 20대 초반의 사람들을 살펴보면서 시작해보자.
무기력 세대에게 어떤 만화를 팔 것인가
이현석
2013.01.22
얼마 전, 이전에 연재작품의 시나리오 관련 일 때문에 모 유명 애니메이션 각본가 분과 이야기를 길게 나눈적이 있었다. 실명을 밝힐 수는 없지만, 이미 십 수년간 텔레비전에 방영중인 장편 애니메이션 각본과 현재 높은 시청률을 기록중인 어린이 애니메이션 수편의 대표 각본가 (시리즈 구성작가라고도 말한다) 를 맡고 계신 중견작가분이셨다.
세대(世代)라는 화두
이현석
2012.11.20
필자가 일하는 잡지는 다른 잡지가 창간되면서 많은 사람이 그쪽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사람들이 잡지로 들어와 자리를 잡는 등의 인사이동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새로운 젊은 편집자가 들어오면, 그 편집자를 이해해보기 위한 이런 탐문이 시작된다. 대학은 어디 출신인지 이런 일반적인 질문을 일단 먼저 해본다.
만화 콘테스트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들
이현석
2012.09.28
최근에 필자에게 오는 많은 문의 메일이나 블로그 등지에 올린 글들에 달리는 덧글을 보면, 일본의 콘테스트에 대해서 여러가지 문의를 주는 글들이 특히 많았다. 오늘은 일본의 편집부에서 바라본, 콘테스트(공모전)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번 해보고자 한다.
일본 진출을 생각하는 작가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2)
이현석
2012.08.28
지난호에는 한국 작가분들이 일본에 진출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그림 즉 비주얼적인 부분보다는 이야기를 얼마나 잘 전달해내는데 달려있다는 이야기를 해드렸다. 이번호에서는 지난호 말미에 말씀드린대로 좀 더 구체적으로 이 이야기를 해보자.
일본 진출을 생각하는 작가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1)
이현석
2012.06.22
일본의 잡지 만화 시장에 한국 작가분들이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하고 어언 10여년이 지났다. 한국 만화 시장에서의 잡지 시스템이 난조를 보이고(다만, 필자는 이 지면에서 여러번 말했지만, 한국의 만화가 위기는 절대로 아니라는 입장이다.
작가와 편집자의 관계란 어떤 것인가?
이현석
2012.05.21
최근 한국에서는 <바쿠만>등의 만화가 히트를 하고, 한국에서 일본으로 진출하는 작가분들이 늘어나고 인터넷 등의 루트를 통하여 이전에는 접하기 어려웠던, 일본 만화 무대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들 ? 편집자에 대한 여러가지 정보가 알려지고 있는 중이다. 이런 돌아다니는 정보량이 늘어난 것은, 2인3각으로 만들어지는 일본의 만화 제작 특성을 이해하는 것에는 많은 도움을 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반면에 정보라는 것이 가지는 특성상 여러가지 오해를 사기도 한다.
2011년 일본 만화업계관련 주요뉴스 정리
이현석
2012.01.10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던 2011년이 지나고 2012년이 밝았다. 이번 이 칼럼에서는 2011년간 일본만화 업계에 연관된 여러가지 뉴스 중에서 주요한 몇 가지 관심사를 뽑아보았다.
모에만화, 오타쿠 만화는 정말로 일본의 만화 주류인가?
이현석
2011.12.07
코스플레이어가 일본만큼은 아니지만 꽤나 성하게 인기를 얻고 동인지 문화가 들어와 한국에서도 동인지 판매회가 정착될 정도니 얼핏 정말 일본은 오타쿠 문화나 후죠시 문화가 굉장히 주류문화로 인정받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만화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마치 일본 전체가 이러한 문화에 침식된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정말 과연 그러할까?
유명 웹툰 만화 <신과 함께>, 일본 출판만화계에서 리메이크
이현석
2011.11.01
오늘은 한가지 중요한 사례를 칼럼을 읽고 있는 독자 여러분에게 알려드리는 내용으로 진행해보고자 한다. 그것은 유명 웹툰 만화의 일본 출판만화 이식, 즉 리메이크 관한 것이다.
일본의 만화 편집부 체제에 대해서 (4)
이현석
2011.09.27
지난호에서는 편집부 안에서 가장 상층부에 위치한 사람. 즉, 편집장의 업무를 훑어보았다. 이번호에서도 이에 대하여 계속 이야기해 보자.
일본의 만화 편집부 체제에 대해서 (3)
이현석
2011.08.29
지난 호까지는 일본 만화 편집부 내부에서 중간 관리자에 해당하는 부편집장의 업무를 조금 엿보았다. 이번호에서는 그위의, 편집장이라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일본의 만화 편집부 체제에 대해서 (2)
이현석
2011.07.25
지난호에서는 일본의 편집부 가운데서도 가장 핵심인 일선 편집자들에 대해서 개략적으로 알아보았다. 오늘은 이들 편집자에 대해서 조금 더 알아보고 편집진들의 상위에 존재하는 부편집장과 편집장의 업무 등에 대해서 한번 알아보자.
일본의 만화 편집부 체제에 대해서 (1)
이현석
2011.06.27
최근 <바쿠만バクマン>(오오바 츠구미(글), 오바타 타케시(그림), 슈에이샤)등의 만화를 통해서 베일에 가려져있던 일본의 만화 출판 편집자들에 대한 정보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의 만화는 작가들만이 아니라 편집부 편집자와의 이인삼각으로 만들어나간다는 인식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2011년 대재해 이후, 일본 만화는 어떤 길을 걸을 것인가?
이현석
2011.05.31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일본의 동북지방을 진도 7급의 강진이 덮쳤다. 아마 이번 지진은 일본사회를 대지진 이전과 이후로 명확하게 나눠지게 할 것이다. 이 지진과 만화에 얽힌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오랜만에 뵙는 독자분들에게 전해드리면서,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생각했던 여러 가지 것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2010년의 일본 만화계 동향에 대하여
이현석
2010.12.21
21세기가 벌써 10년이나 지났다는 이야기가 나올때가 엊그제같은데 벌써 12월, 한해를 정리해야 할 시점이 왔다. 2010년간 일본 만화계에서 오고간 화재거리를 개인적으로 정리해보았다.
만화 [진격의 거인 進?の巨人]
이현석
2010.10.16
2010년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만화업계는 불황이 여전한 가운데, 기존의 잡지들이 폐간되거나 휴간되고 또 새로운 잡지가 여러경로로 등장하는 등으로 어수선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만화업계가 역시 가장 원하고 있는 것은 업계에 충격을 가하고 새로운 만화독자를 창출할 대형신인 작가, 인기작품의 등장이다. 최근, 일본 만화업계의 이러한 바람에 부응하는 듯한 인기작품이 메이저 출판사를 통해서 등장했다. 이사야마 하지메가 그리고 고단샤의 월간 만화잡지 [별책 소년 메거진]에 연재 중인 이 만화의 제명은 [진격의 거인]이다.
일본 만화의 최전선을 달리는 사람들 (17) : 만화가 박정기 씨 편
이현석
2010.09.14
일본만화계에 한국인 작가가 진출하고 있는 일은 이젠 별다른 뉴스거리가 되지 않는다는 말씀은 이미 몇번이나 드리고 있다. 오늘은 이러한 웹만화 잡지 중 하나로서 가장 성공한 모델로 인식되고 있는 스퀘어 에닉스의 웹만화 잡지 [간간 온라인]을 통해서 데뷔하는데 성공한 만화가 박정기씨에게서 이야기를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