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왕국 일본은 없다
일본의 만화 편집부 체제에 대해서 (3)
이현석 2011.08.29
지난 호까지는 일본 만화 편집부 내부에서 중간 관리자에 해당하는 부편집장의 업무를 조금 엿보았다. 이번호에서는 그위의, 편집장이라는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를 알아보도록 하자.
  

 
 
 
 
 
 
 
 
 
 
 
 
 
 
 
 
 
 
 
(1) 부편집장이 편집장이 되기까지
 
한 잡지를 책임지는 우두머리인 편집장 자리에는 보통 부편집장(팀장) 자리를 몇 년 이상 경험한 사람이 그 자리에 앉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부편집장으로 활동하다보면 조직의 허리를 담당하면서, 평직원인 편집자들이 만드는 만화를 일일이 보아주고(특히, 편집자들이 작가와 만들어온 만화 콘티를 체크하는 일을 많이 해본 상태로 상당한 안목이 길러져 있다. 즉, 콘티만 보아도 완성원고가 대략 어떻게 나올지를 짐작할 수 있다고 해야 할까) 많은 신기획을 투입하여 좌절/성공하는 경험하였기에 이 잡지를 어떻게 만들어가야(즉, 어떤 만화를 투입하여야) 지금 잡지를 항시 사다보는 독자들의 구미를 맞출수가 있는지 어느 정도 맥을 잡을 수 있게 되고, 조직 안에서 편집부의 편집자들은 물론이고 만화책을 팔아주는 영업부서나 홍보부서 사람들과 어느 정도 안면이 생겨있으며, 잡지의 표지 디자인을 해주는 디자인 사무소나 만화원고를 받아서 인쇄를 해주는 제판소/인쇄소 사람들과도 안면이 생긴 상태다.(이 대목을 보시면서 짐작이 가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만화잡지를 하나 만든다는 것은 수많은 하청회사와 관계를 맺는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즉, 잡지하나를 운영하는 것은 이런 수많은 하청회사의 운명을 공유한다) 그리고 구체적인 예산안을 짜거나 이 예산을 집행하는 각종의 서류처리 결제도 경험한 상태.
 
이런 경험들이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편집장의 요건’이다. 이외에도 수 많은 조건과 상황이 한사람의 편집자를 편집장으로 만든다. 하나는 물론 수하의 편집자들에 대한 통솔력(카리스마)이다. 통솔력이라고 간단히 말했지만, 이것은 큰소리를 치고 사람들을 휘어잡는 매력을 의미하는 단순한 것은 아니다. 편집장들의 스타일에 따라서 통솔력을 발휘하는 형태도 다양하다. 대단히 높은 만화레벨을 편집자들에게 요구하고 이에 요구되는 각종의 난관과 소요되는 코스트를 인색한 회사 고위간부들과 협상하여 끌어내는데 집중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잡지가 요구하는 만화를 안정적으로 그려낼 수 있도록 편집자들을 조용하게 이끌면서 조종을 해가는 사람, 만화의 내용에는 일체 간섭하지 않고 행정이나 정치적인 부분만 책임지겠다고 선을 긋고 그 안에서 최선을 다하는 타입의 사람 등 다양하다.
 
타이밍도 있다. 전임편집장의 건강이나 가정상황, 승진, 새로운 혁신을 바라는 회사 상층부의 상황 등도 작용을 한다. 가령, 한 잡지가 한 달에 20만부 정도 팔리면서 대단히 안정적인 판매를 보인다고 하자. 그러나 이 잡지의 주요 독자들 연령층을 분석해보면 40대라는 결론이 나왔다. 이 경우, 상층부는 잡지의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잡지의 혁신을 바라게 되고 새로운 편집장을 임명하여 새로운 만화로 새로운 독자를 끌어들여 잡지 지면의 혁신을 바라게 된다.
 
아, 물론 이상의 조건들도 중요하지만 잡지의 구성원들이 납득시키려면 역시 그 사람이 얼마나 많은 히트작을 담당하였는가? 얼마나 유력 작가를 담당해왔는가? 어떤 신인작가를 발굴하여 유명작가로 만들었는가가 가장 중요한 첫 번째 요소임은 부정할 수는 없다. 새로운 편집자가 들어왔는데, 편집장에 대해서 ‘이런 사람이다’ ‘저런 사람이다’ 설명하는 것보다는 저 사람은 유명작품 ‘어떤 것을 만든 사람이다’ 라는게 훨씬 간단하고 명료하다.
 
자아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으며 편집장이 되면 어떤 일을 하는가?
 

  
  
  
  
  
  
  
  
  
  
  
  
  
  
  
  
  
    
   
(2) 편집장이 하는 일
 
흔히들 편집장이 되면 가장 큰일은 잡지의 성격을 규정짓는 편집방침을 정하고 이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거기에 맞추어 만화를 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실상은 조금 다르고 두 가지 경우가 있다. 하나는 잡지를 새로 창간해서 만드는 경우고, 하나는 있는 잡지의 새 편집장이 되는 경우다.
 
잡지가 새로 창간되는 경우는 다음과 같다. 편집장을 맡은 사람은 창간을 위해서 정해진 예산(이 예산은 회사가 거는 기대치와 어느 정도의 성과를 생각하느냐에 따라서 천차만별이지만, 역시 편집부원 숫자를 어느 정도로 꾸려나갈 것인가에 따라서 크게 좌우된다. 역시 예산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이기 때문이다)과 회사가 준 시간(이사진 등의 상층부가, 투자한 금액이 회수 되겠지라고 예측하고 있는 시점이거나 이 잡지가 대중에게 충분히 인지되었다고 생각되는 시점. 과거 고단샤의 경우는 잡지 창간 이후 3년간을 기다리는 것으로도 유명했다)을 고려해서 현재의 만화시장(마켓)이 요구하는 작품의 성격을 고려하거나 혹은 현재 동원이 가능한 수준의 인적 자원(작가와 편집자. 보통 편집장이 되기 전에 만들어온 인맥 파이프를 동원해서 마련된다. 특히 편집자는 그러하다)을 생각해서 만들 수 있는 만화를 고르고 이렇게 잡지지면을 꾸린다. 일단 잡지 지면에서 동원 가능한 인적 자원들이 확충되면 이에 맞추어서 이런저런 홍보방법을 생각한다.
 
만일, 스퀘어 에닉스와 같이 오타쿠나 게임유저 등에게 호응도가 높은 회사이고, 또 준비된 만화들이 이들에게 먹혀들만한 만화들이라면 이들이 주로 만화를 구입하는 ‘애니메이트’나 ‘토라노 아나’등의 만화전문 서점과 주요서점 만화코너를 중심으로 홍보계획을 짜며(새 연재만화의 캐릭터 일러스트 포스터를 빠짐없이 돌린다든지, 잡지 판매 책장에 우선적으로 배정되도록 책장 담당자와 교섭을 벌인다든지) 텔레비전 광고도 심야 애니메이션이 주로 편성되는 밤 시간대로 잡도록 한다. 만일 일반인들의 호응도가 높을만한 만화들이 준비될 것 같다면, 그 연령대나 계층의 일반인들이 주로 탈만한 지하철 노선에 광고를 좀 더 많이 준비시키고, 텔레비전 광고 역시 심야시간대 보다는 일반인들이 자주 보는 시간대를 노린다.
 
이미 창간되어 몇 년간이나 유지된 잡지의 새로운 편집장으로 부임하는 경우는 선택지가 조금 더 넓으면서도 좁다. 그것은 완전히 새로운 독자를 영입하는 리스크를 부담하지 않아도 현재 존재하는 독자층이 어느 정도 역할을 해주면서 리스크를 덜어줄 것이기 때문이다.(즉, 새로운 시도로 집어넣은 작품들이 실패해도 기존 작품들이 이 실패를 메워줄 것이란 것이다) 이런 어느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자신이 생각하는 새로운 잡지를 꾸려나가기 위한 여러 가지 노력을 해 볼 수가 있다. 다만, 이것은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부담이기도 하다. 너무 새로운 만화를 시도하다가는 기존의 독자들도 놓치고 말지 모르며, 그렇다고 안일하게 적당한 만화를 넣다가는 의외로 빨리 돌아오는 간판 연재만화의 순환주기에 새로운 간판 만화를 넣지 못해서 잡지 지면 혁신에 실패할 공산도 크다.
 

  
  
  
  
  
  
  
  
  
  
  
  
  
  
  
  
  
    
   
(3) 편집장의 권한
 
개인적으로 편집장이 가진 가장 중요한 권한은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한가지는, 잡지에 작품을 실을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는 개제권한. 두 번째가 어떤 편집자를 잡지에 두고 뺄지를 결정할 수 있는 인사권한이다.
 
새로운 작품이 편집장의 최종결제까지 올라오는데는 몇 가지 루트가 있다. 편집회의 등에 작품이 제출되고 이를 다른 편집부원들의 의견이 수렴되어서 올라오는 경우와 영화사/ 애니메이션 제작회사/ 라이트 노벨 출판사의 부탁이나 공동협력 요청을 통해서 안건이 들어오는 경우 등등이다. 이렇게 최종적으로 부편집장의 필터까지 통과를 해서 도착한 안건을 최종적으로 편집장이 실을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것을 결정하는 기준은 천차만별이다. 다만, 만화 [바쿠만]에서 다뤄진 편집장의 개제 기준 ? “재미있는가, 아닌가?”는 조금 다르다. 사실은 이런 문구가 추가되어야 한다. “재미있는건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재미있는가 이다”
 
하지만 필자 개인이 느끼고 있는 것이지만, 사실상 편집장은 작품에 어지간한 문제가 없는 이상 부편집장까지 동의한 작품에 별로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는다. 되도록 실어주기 위해서 노력을 하는 편이기까지 하다고 본다. 편집장이 편집부 내의 자기 데스크에 앉아있을 시간은 ‘코우료(稿了)’라고 불리는 잡지의 마감 시간외에는 거의 없을 정도다. (이 마감작업도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최종적으로 인쇄소로 보내기 직전의 작품들의 오탈자를 잡아내고, 작품 내의 대사가 어색한지 아닌지? 제판과정에서의 발생한 톤의 모아레나 잡티 등의 실수 등을 하나하나 일일이 잡아내야 한다. 즉, 400-500페이지에 달하는 잡지 전 페이지를 2,3일 안에 꼼꼼하게 모조리 체크해야 하는 작업이다)영업부와의 잡지/단행본 부수 결정 회의나 이사나 사장등과의 잡지 예산안 회의, 애니메이션이나 소설관련의 협력회사와의 회의 등등으로 회의가 끊임없이 있고 밤에는 유력작가들을 잡지지면으로 스카웃하거나 현재의 인기작가등을 관리하기 위한 접대 등으로 대단히 바쁘다. 여기에 일반 편집자들이 작품을 만드는데 사용한 경비(택시비, 접대비, 책 사보는데 쓴 자료비 등)의 결제를 해줘야 한다. 즉 편집장은 정치적이면서 관리자인 것이지 마음에 여유를 가지고 크레에티브한 분야에 머리를 쓸 에너지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편집장의 능력이 발휘되고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는 어딘가? 그것은 바로 두 번째로 말한 인사권이다. 어떤 편집부원을 쓸 것인지? 그리고 그 편집부원의 급여수준을 결정하고 어떤 타이틀을 맡길 것인지? 신입사원으로 들어온 편집자에게 어떤 지도사원을 붙여줄 것인지? 등 모두 편집장이 결정해야 하는 것들이다. 어떤 편집자를 잡지에 들여놓는지에 따라서 만들어질 만화, 키워질 신인작가의 성격이 결정되고 어떤 중도사원을 받아들이는가에 따라서 딸려오는 중견급 작가의 격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이번호는 여기까지 다루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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