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찬휘의 만화즐기기
서찬휘의 만화 즐기기 : 만화 속 인간군상 이야기 (1)
서찬휘 2007.03.07


들어가며_

안녕하세요, 부천만화정보센터 만화규장각 독자 여러분. ‘만화즐김이’ 서찬휘입니다.
때론 만화 이야기터 『만화인』(manhwain.com)의 지기, 때론 만화 중심의 대중문화 언론 『만』(mahn.co.kr)의 개발부장, 하지만 그 정체는 만화를 즐기는 것으로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고 있는 글쟁이입니다. 부천만화정보센터의 『만화규장각』웹진 등에는 꾸준히 글을 실어 왔으니 이곳 독자 여러분 가운데에서도 이름은 몇 번 들어본 분들이 계실 듯해요.
이번에 이곳 웹진이 개편하면서 저도 칼럼을 연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는 그 때 그 때 드러난 만화계 소식들을 전해 왔다면 이번부터는 꼭지 이름을 따로 걸고 연속 기획물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아니, 그러기로 했습니다. 사이트를 개편하면서 담당분이 앞으로 웹진에 실을 글에 대해 논의하던 중 “만화는 즐거운 장르입니다! 만화의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라고 외치시는 통에 그 박력에 지고 만 저는 만화가 즐거운 까닭 같은 이야기들을 여러분 앞에서 늘어놓아야 할 운명에 놓였습니다.

뭐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저도 이 역설에 마음 속 깊이 동감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듯이 저야말로 그런 심정으로 평론가나 비평가라는 호칭을 거부한 채 ‘만화즐김이’라는 호칭을 지어 붙이고 살고 있으니 말이지요. 만화란 비평이나 ‘론’이라는 고매한 것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대상이기도 하지만 분명 그 이전에 즐겁게 즐겨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녀석이기도 합니다. 사실 만화는 따끈한 방바닥에 배 깔고 누워 몇 권이고 읽고 또 읽으면 족한 일종의 놀이 대상입니다. 그야말로 엔터테인먼트죠. 귤 같은 간식거리가 옆에 놓여 있다면 더더욱 금상첨화인 그런 녀석 말입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지금까지는 만화 탄압의 역사가 워낙 길기도 했고 원 소스 멀티 유즈 같은 국적불명의 용어가 대세라고 해 봐야 정말 이제야 만화를 본다는 게 부끄럽지 않은 시대가 되어 가고 있는 기분이고 보니, 상당수 사람들이 어떻게든 우리가 보고 있는 이 만화를 대단한 녀석으로 만들어주는 게 최우선 과제인 듯한 강박관념에 시달려 온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선지 만화의 기원 같은 걸 이야기하면 무슨 벽화부터 시작해서 실로 다양한 ‘대단한’ 사료와 사례들이 튀어나오게 마련입니다. 멀리 볼 것도 없이 우리나라 만화의 역사도 이런 식으로 따지면 무척이나 오래됐죠. 그런데 말이죠. ‘학술’적으로는 그것이 당위가 있을지언정, 가끔은 참 비릿해요. 거북하고 더부룩하다고요. 아마도 그런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질 만큼, 이제는 굳이 안 그래도 된다는 기분이 들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해서 이제는 그냥 깔깔대고 웃을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나하나씩 늘려가는 것도 나쁘진 않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차에 이런 기회를 얻었으니 여러분과 함께 때론 방바닥을 구르고 때론 식은땀이 날 법한 이야기들을 부담 없이 늘어놓도록 하겠습니다. 해서 칼럼의 큰 주제는 이렇습니다. “‘만화즐김이’ 서찬휘와 함께하는 만화 즐기기”. 그리고 이 시리즈 첫 번째로, 만화에서 그려지는 사람들에는 어떤 부류와 유형이 있고 그들을 어떻게 바라보면 더 재밌을까를 살펴보는 ‘만화 속 인간군상 이야기’라는 화두를 집어 들어볼까 합니다.


만화 속 인간군상 이야기 란_

만화는 그림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내러티브)가 기본적인 속성입니다. 다만 그림책이나 일러스트와 다른 점은 이를 엮는 방식에 화면 연출이라는 일종의 영상 설계가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또 수많은 지문으로 설명하고 서술해야 할 대상을 시각적인 효과와 대사, 또 효과음 등의 텍스트 등을 조합해 표현해 낸다는 점에서는 내러티브의 총아인 소설이나 대본과도 구분 지을 수 있습니다.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에서만 보자면 만화는 소설이나 영화 같은 여타 장르들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하지만 만화는 앞서와 같이 문학적인 서술과 영상 설계라는 부분을 끌어안음으로써 실사와도, 또 형태가 없기에 상상할 수밖에 없는 문장 속 서술과도 사뭇 다른 입체성을 지니는 장르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시각적인 효과를 발휘하면서도 작가의 화풍과 솜씨에 따라 오만가지 다른 형태를 띤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이쯤이면 시시콜콜한 만화 찬양 같은 이야기를 굳이 왜 꺼내냐고 반문할 분들이 계실 겁니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까닭은, 이러한 특성들이 이야기의 주체인 ‘인물(물론 반드시 사람이 아니어도 의인화했다면 모두 포함해서)’ 표현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인물 설정, 똑같은 인물 서술에도 불구하고 만화에서의 인물 표현에는 작화와 설계라는 부분에 따라 필연적으로 붙을 수밖에 없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조형성이지요.

만화에서 조형성이란, ‘이것은 이렇다’와 ‘이것은 이렇게 생겼다’의 중간 지점에서 2차원적인 문법으로 대상을 표현하고 서술하기 위한 일종의 ‘방법’입니다. 만화는 현실의 피사체를 연기를 시켜서든 배치를 해서든 ‘그대로 찍는’ 실사에 비하자면 표현하고자 하는 대상을 상당히 왜곡하고 생략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성격부터 행동거지의 특이점 등이 고스란히 입체적으로 살아 있는 이유가 뭘까요.
이는 만화라는 매체가 독자로 하여금 종이 위라는 2차원 공간을 그 화풍으로 이루어진 별개의 세계로 인식하게끔 강제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만화에서 표현력이 좋다는 이야기는 단순히 펜터치나 데셍이 뛰어나다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조형이 얼마나 잘 이루어졌느냐를 말합니다. 좀 더 풀어 이야기하자면, 2차원 속에 풀어놓은 왜곡된 세계를 얼마나 실제보다 더 실제처럼 보이게 인식시키느냐 - 까놓고 말해 사기를 잘 쳐 놨느냐를 말하죠. 만화는 정물화도 모사도 아니거든요. 그리고 여기서 만화 속 인물 표현의 특성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단순히 얘는 이렇다, 이렇게 생겼다로 그쳐서는 만화 속 인물들은 생명력을 얻을 수 없습니다. 각 특성에 맞는 속성들, 시쳇말로 ‘코드’들을 잘 끌어안아야 합니다. 시각적인 효과를 배가하고, 2차원 세계의 왜곡성을 더욱 높이기 위해서 말이지요. [*주]
[*주] 2차원적 상상력을 문예적으로 ‘그려내는’ 데 치중하는 소설 장르인 라이트노벨이 만화에 준하는 일러스트, 혹은 만화를 직접 작품 내에 삽입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이유도 어찌 보면 이에 닿아 있다 볼 수 있습니다. 소설의 특성을 만화의 힘을 빌려 극대화하는 거지요. 문예지 『파우스트』가 유행시킨 일러스토리(illustory : illust+story)라는 용어도 그런 점에서 많은 걸 시사합니다.

이야기(내러티브)의 힘과 무게감을 갈수록 저 멀리 내던지고 있는 요즘에 들어서는 이러한 왜곡력에만 너무 기대고 있는 경향도 없지 않습니다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오래도록 읽히는 작품은 내러티브를 2차원에 풀어놓기 위한 수단으로 독창성 있는 왜곡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작품들에 등장한 잘 조형된 인물들은 뒤이어 등장하는 작품들의 원형이자 모태가 되어 새로운 인물상을 형성합니다. 유행이라는 걸 넘어, 모든 조형조건 하나하나가 기호화, 코드화하지요.

이번 인물군상 칼럼에서 짚고 싶은 건 바로 이러한 부분입니다. 그저 만화 속에 이런 인물상이 있어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이야기는 소설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고, 영화 이야기를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야 재미가 없죠. 만화 속 인물의 입체성을 드러내는 특성, 그리고 만화 속 인물이기에 드러나는 속성들을 간단간단하게 짚어나가보고 싶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들을 잘 살린 작품들도 추천하고요.

만화를 이렇게도 즐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실 수 있게끔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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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찬휘의 만화 즐기기 : 만화 속 인간군상 이야기 (1)
서찬휘
2007.03.07
만화 속 인물의 입체성을 드러내는 특성, 그리고 만화 속 인물이기에 드러나는 속성들을 간단간단하게 짚어나가보고 싶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들을 잘 살린 작품들도 추천하고요. 만화를 이렇게도 즐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실 수 있게끔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