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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인간군상 이야기 (4) 스승
서찬휘 2007.06.07

날짜를 바꿔야 한다 아니다 논란이 있긴 하지만 지난 5월 15일은 스승의 날이었습니다. 예부터 두사부일체…가 아니라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 : 임금과 스승과 아버지의 은혜는 같다)란 말이 있을 정도로 스승의 존재는 한 사람의 인생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요.

‘스승’이란 자기를 가르쳐서 인도하는 이를 뜻하는 우리말입니다.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을 뜻하는 ‘선생’이나 ‘교사’에 비해 좀 더 넓은 뜻을 지닌 말입니다. 학교에서 공부를 가르치는 분들도 스승이지만, 삶 속에서 갈 방향을 알려주고 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이도 스승입니다.
때론 직접 가르침을 내리지 않아도 마음으로 스승으로 모시는 분이 있기도 하죠. 교육이 고작 대학교 따위에 들어가기 위한 자격시험으로 전락한 지금, 선생이란 표현이 아무에게나 붙일 수 있는 호칭으로 전락한 지금 스승의 존재란 군사부일체란 표현이 말해주듯 매우 중요합니다.

만화 속에도 많은 스승들이 있습니다. 그들은 여러모로 주인공들을 끌어주고, 때론 질책도 해 주고. 아니면 함께 고민을 나누기도 하고 때론 절벽 밑으로 걷어 차 주기도 하지요. 직업으로서의 선생님 뿐 아니라, 스승으로서 주인공들의 앞에 서 있는 이들이야말로 주인공이 그 모습으로 자리하게 한 아버지 어머니 같은 인물이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물론 그렇기에 스승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하거나 너무 개성이 강해서 애들을 기 빠지게 하거나 하는 이가 있으면 - 애들이 알아서 스승의 몫까지 챙겨서 살아야 하는 난점이 생기긴 하지만 말이죠. 하긴 그런 구도를 보는 것도 재미는 재미겠습니다만.
좋은 스승은 아이들을 훌륭하게 키우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저 그 자리에서 자기 삶을 자기 나름대로 살아가는 모습만으로 배울 거리를 던져주는 사람들인 것이죠. 여러분이 즐겨 보는 만화 속에서는 어떤 스승들이 있나요. 그 면면을 유심히 지켜보는 것도 재미일 거라 생각합니다.

 

이 만화들을 읽어보세요.

굿모닝 티쳐

굿모닝 티쳐

정경희 선생
얼른 다시 복간에서 전국 고등학교 필독서로 지정해야 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학생을 위한 학원물이자 한국 학원물의 결정판.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모습, 고민, 성장 과정을 그 어떤 작품보다 잘 담아내 많은 인기를 얻은 작품입니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정경희 선생은 어찌 보면 현실에선 존재하기 힘든 선생님의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일 지도 모릅니다.
미인에다 몸매 발군에 학생들 속에 변장하고 끼어들질 않나 여자 체육선생님이라는 독특한(?) 위치까지 있으니 그 자체로도 상당히
반짝반짝하죠. 하지만 그런 외형적 개성만이 전부가 아닙니다. 언제나 학생들 속으로 거세게 뛰어들고 늘 몸소 행동하는 적극성,
그리고 그 활발함 뒤에 자기를 인정하고 고민하며 앞으로 나아가는 자세가 있기에 작품이 연재되던 당시 많은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었겠지요.
현실은 비록 핏빛 청춘에 지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교육철학이라는 표현을 꺼낼 수 있는 이를 만화 속에서나마 만날 수 있었으니까요.

구타닷컴

구타닷컴

변형태 선생
통칭 똥행패 선생. 제자를 사랑하는 방법이 좀 유별난 선생님입니다. 특수부대 출신으로 부대에서 아끼던 부하가 죽자 자기 탓이라
여긴 그는 선생님이 되어 제자들을 지키고자 합니다. 그 어떤 수를 동원해서라도 - 행여나 그게 사람 잡는 매질과 주먹질이라 해도 말이죠.
다소 과격해도 사랑, 다소 무지막지해도 사랑. 그것은 스승의 사랑일지니…라곤 해도 학생을 군인처럼 굴리는 모습을 보면 무섭습니다.
이런 모습들은 80년대 이후 태생 학생들은 잘 겪지 못했을 ‘이전 세대’의 교육 현장과 그리 많이 다르진 않지요. 실제로 학생들은 많이 맞으며
배웠고, 선생님은 아이들을 때려서라도 목표에 도달하게 하겠다는 나름의 사랑법을 실천하느라 애를 썼습니다. 그게 사랑이라 불러야 할지는
사실 많이 의문스럽긴 하지만 그리들 말하죠.
똥행패 선생의 모습은 많이 과장되고 비틀려 있긴 하지만 낙오자를 내지 않고 아이들을 끌고 가겠다는 신념에서 우러나오는(?) 참 교사(??)의
매우 현실적인 모습에 오히려 가까웠다 할 수 있습니다. 비록 그 비틀린 방식에서 씁쓸함을 느끼게 될지언정 선생으로 학생을 진심으로 끌고
가려는 마음만은 알아줄 만합니다. 문제아를 퇴학시키려는 조치 앞에서 자기 허락 없인 누구도 퇴학시킬 수도, 퇴학당하게도 하지 않겠다는
모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거든요.

마법선생 네기마

마법선생 네기마

에반젤린
지난 화 ‘노인’에 이어 또 다시 등장하신 최강최악 뱀파이어 아가씨. 겉은 어린애 같지만 속은 몇 백 살은 먹은 이 흡혈귀는 어둠의 복음이네
하는 악명에도 불구하고 일편단심 순애보(?)에다 실은 주변을 아끼고 챙길 줄 아는 세심함도 지니고 있습니다. 그 방식이 비록 떠먹여주는 게
아니라 구렁텅이로 밀어 넣고 기어 올라오게 하는 방식이라서 네기를 비롯한 이들이 고생고생을 하지만요.
살기 위해 악업을 쌓아야 했던 자기 모습에 비추어 보면 마호라 학원의 아가씨들은 정말 행복에 젖어 사는 바보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늘 어느 정도의 선을 긋고 있죠. 이쪽, 그리고 저쪽. 아빠의 뒤를 좇는 꼬마 네기에게 자신이 서 있는 쪽의 냉혹한 진리를 이야기하고,
어두운 일면을 묻고 행복함에 젖은 세츠나에게 냉혹하게 검을 놓으라고 하지만 행복하다면 행복한 바보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하기도
하고(결과적으로 세츠나는 되레 더 각성을 합니다만), 어두운 과거의 기억이 지워진 채 팔팔한 바보로 사는 아스나를 설산에 박아 넣고
‘(잊고 있는 과거를) 떠올려라’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하나하나 살펴보면 냉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하지만 그 모습들은 결과적으로는 한 명 한 명에 맞는 지도를 해 주는 셈이죠. 한편으로는 진심으로 믿어주고 아껴주는 모습이라 할 수
있을 겁니다. 네기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져도 오히려 도와주려는 이를 막으며 “그 정도로 나가떨어질 만큼 허술하게 가르치지 않았어”라
말할 정도죠. 작품의 주인공은 물론 네기와 아스나를 비롯한 소녀들이겠습니다만 작품을 단순한 에스컬레이터 노선 소년물의 범주를 넘게 해
주는 건 이들 앞에 에반젤린이란 스승이 있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바람의 검심

바람의 검심

히코 세이쥬로
기껏 고아 소년 데려다가 이름도 새로 지어주고 칼질도 가르쳐줬더니 피도 안 마른 녀석이 사람들 위한답시고 세상 바꾼다고 뛰쳐나가서
상심한 채(일지도) 도자기나 굽고 있던 근육왕자 히코 세이쥬로. 정진전명 불로술(역시 일지도) 비천어검류의 전승자로
실력으로는 이작품에서유일하게 ‘초인’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인물입니다.
그에 걸맞은 왕자병이 무섭긴 합니다만 어쨌든 켄신의 스승이며, 지금의 켄신을 있게 한 장본인이죠.
상당히 제멋대로 사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가르쳐야 할 기술은 직접 몸으로 익히게 하고 직접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방법으로 아이를 최강의
실력으로는 이작품에서유일하게 ‘초인’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인물입니다.
그에 걸맞은 왕자병이 무섭긴 합니다만 어쨌든 켄신의 스승이며, 지금의 켄신을 있게 한 장본인이죠.
상당히 제멋대로 사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가르쳐야 할 기술은 직접 몸으로 익히게 하고 직접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방법으로 아이를 최강의
실력으로는 이작품에서유일하게 ‘초인’이라는 표현이 무색하지 않은 인물입니다.
그에 걸맞은 왕자병이 무섭긴 합니다만 어쨌든 켄신의 스승이며, 지금의 켄신을 있게 한 장본인이죠.
상당히 제멋대로 사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가르쳐야 할 기술은 직접 몸으로 익히게 하고 직접 그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방법으로 아이를 최강의
솜씨를 지닌 검객을 키워냈습니다. 뛰쳐나갔다 비기 전수를 위해 다시 자신을 찾은 제자에게 진심을 말하게 하는 모습, 그 제자가 놓치고 있는
부분을 스스로 깨닫게끔 상황을 몰아가는 모습은 영락없이 팔불출입니다. 엄하지만 속내는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거지요. 그 비기가 자기의
목숨을 버려야 전수할 수 있었던 것까지도 모두 받아들이고 말입니다. 역날검이기에 죽진 않았습니다만.
능청맞은 모습 뒤에 냉철한 시선으로 제자의 현재를 그대로 바라보고 그 한계를 스스로 넘어서게 하는 모습은 보기엔 재밌지만 쉽지 않은
교습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일말의 진심에 자기 자신을 오롯이 담고 있지 않으면 전달되지 않는 경지기 때문이지요. 히코는 그런 점에선
성격은 나빠도 스승으로서는 멋진 사람입니다.

비천무

비천무

진하
비극적인 사제지간의 표본이라 할 수 있는 「비천무」의 진하와 성이.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같은 이야기는 종종 개그 소재로도
쓰이긴 합니다만 「비천무」의 진하는 자기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합니다. 그저 얼굴을 가린 무명객으로서 남의 아들로 살아가는 성이에게
비천신기를 가르치는 데에서 행복을 느낄 뿐.
원명교체기의 격랑 속에서 사랑과 증오로 얽힌 진하와 설리, 그리고 준광 세 사람의 애증어린 삶(이자 찐한 삼각관계)은 준광의 화살에 맞은
진하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다음 대 아이들에게 이어지고 맙니다. 그리하여 설리와 자기의 아들이지만 설리와 준광의 아들로
자라고 있는 성이와의 첫 만남은 어처구니없게도 남궁세가의 아들과 그 남궁세가를 친 철기십조의 총관으로서였죠. 졸지에 멸문지화의 철전지
원수로 자신을 바라보는 아들을 보게 된 진하. 하지만 운명은 얄궂게도 이들 부자를 사제지간으로 엮고 맙니다. 얼굴을 가리고 성의 도피를
도와준 것이 인연이 되고, 도피해 간 망향단에서 다시 만난 아들은 자기를 스승으로 모시겠다고 합니다.

아신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아들의 손에) 죽을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지만- 아버지로서 또 스승으로서 애틋하고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에 끝까지 비밀을 지켜주지요. 비극이라면 비극이지만, 그렇게 진하가 전심을 다해 길러낸 제자로서의 성은 증오와
원한마저 넘어 진하의 가르침을 받아내고 비천신기의 전승자가 됩니다. 진하는 말하죠. 너의 손에 죽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너는 그마저도
뛰어넘었다고, 가르치는 자 최고의 희열인 청출어람을 보여주었다고. 고맙다 아들아, 이젠 욕심부리지 않으마-라고.쓰이긴 합니다만 「비천무」의 진하는 자기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합니다. 그저 얼굴을 가린 무명객으로서 남의 아들로 살아가는 성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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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인간군상 이야기 (4)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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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인간군상 이야기 (3) 노인
서찬휘
2007.05.07
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국민연금 같은 걸로도 말이 많고, 정년을 어디까지 두어야 하느냐 같은 문제로도 가끔 신문 사회면이 시끌시끌하죠. 평균 수명이 홱 늘어나 이젠 70세 정도로도 아직 정정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요즘 같아서는 어느 정도를 ‘노인’이라 이야기해야 할 지 가끔은 좀 막막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노인이라는 화두가 사회 전반에 떠오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서찬휘의 만화 즐기기 : 만화 속 인간군상 이야기 (2) 학생
서찬휘
2007.04.10
성인도 즐기는 문화다, 제9의 예술이다 같은 소리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중문화이자 상업예술로서의 만화를 찾는 주 소비 계층은 단연 학생계층입니다. 덕분에 만화에는 학생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많이 보는 이들을 직접 화자로 만드는 편이 몰입도도 높을 테고요...
서찬휘의 만화 즐기기 : 만화 속 인간군상 이야기 (1)
서찬휘
2007.03.07
만화 속 인물의 입체성을 드러내는 특성, 그리고 만화 속 인물이기에 드러나는 속성들을 간단간단하게 짚어나가보고 싶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들을 잘 살린 작품들도 추천하고요. 만화를 이렇게도 즐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실 수 있게끔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