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찬휘의 만화즐기기
만화 속 인간군상 이야기 (7) 여장남자
서찬휘 2007.10.09

요즘 「커피프린스 1호점」의 은찬이란 캐릭터로 인해 보이시한 여성과 그 최종지점이라 할 수 있는 남장여자의 매력에 관한 설왕설래가 절정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이는 본래의 성별과는 반대되는 면이 매력으로 부각되는 건 통속적인 관념과 체화한 습관 등과는 다른 데에서 오는 일종의 일탈성과 전복성, 자기에게서는 없는 데에서 오는 일종의 동경심 등에 따른 심리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요. 여기에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때의 역반전에 따른 재발견 효과도 상당하겠고요. 만화 속에서 이렇듯 기존 성 역할의 반전을 표현한 경우는 지난 만화규장각 매거진의 커버 기사(☞링크)를 통해서 확인해보실 수 있으니 읽어보시길 바랍니다.

하지만 이런 여성의 남장에 비해 여성스러운 남성은 일면 진지하게 몰입할 구석이 좀 적습니다. 그나마 「왕의 남자」라든지 등 아니마적인 면이 강한 남성형, 중성적인 남성형을 매력으로 들고 나온 연예인과 작품들 덕에 많이 이전보단 낫습니다만 같은 최종지점이라도 남장여자에 비해 여장남자라는 인물형은 부자연스러운 면이 더 부각되게 마련입니다.

신체적인 차이와 한계(애덤스 애플부터 시작해 성기, 골격 등 모든 부분에서)로 말미암아 여성성이 지나치게 강한 남성은 아무리 잘 봐줘도 ‘분장’이 되고 말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 여자애가 남자 바지를 입는 거와 남자가 여자애 미니스커트를 입는 걸 생각해보세요. 전자와 후자가 많이 다르죠. 바꿔 입었을 뿐인데. 그래서 일정 선까지는 ‘미청년’ ‘꽃돌이’라고 해도 그 이상이면 통상적인 관념에 비추어 볼때면 ‘선을 넘은’ 게 됩니다.

설령 분장한 모습이 제아무리 여자보다 더 여자 같다고 호들갑을 떨어도 하리수 씨처럼 ‘개조’에 가까운 수술을 감내하지 않는 한은 남성으로서의 육체적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여기에 ‘억눌려왔던’ 등의 수사로 대표되는 여권신장세에 발맞춰 여성의 또 다른 모습이 부각되는 것에 반해 남성의 여장이라는 화두는 대다수 남성들은 물론 대다수 여성들에게도 거부감을 느끼게 하기 쉽습니다. “왜 ‘남자’가 ‘여자’가 되려 드는 거지?”인 셈입니다. 여장남자를 곧바로 남자 동성연애자(게이)와 연결 짓는 시각도 없지 않고요. 반드시 그런 건 아님에도 말입니다.

때문에 어떤 쇼에서도, 또 제아무리 상상이나 이상을 그려낼 수 있는 작품 속 세계에서라 해도 여장남자라는 인물형(설정)이 드러내는 면면은 상당히 단순하게 갈립니다. 극도로 희화화하거나, 극도로 진지하거나 혹은 비극적이거나입니다. 다시 말해 개그 코드로 쓰이는 게 아니면, 자기 안의 성 정체성을 두고 고민하는 인물형이 되기 쉽지요. 사실 후자마저도 개그로 승화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일부러 남성미 넘치는 인물을 여장시켜 부조리함을 느끼게 하기도 하죠. 변태 소리 안 들으면 그나마 다행이고요. 그나마 아예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약을 맞았더니’ ‘UFO랑 충돌했더니’ ‘몸 자체의 성별이 바뀌었더라’하는 성전환물(TS물)과는 달리 여장남자들은 몸 자체가 여전히 ‘남성’입니다. 여전히 남성인 몸을 지닌 채로 여성으로 분하고 있으니 그 부조화는 성전환물의 주인공들과는 또 다른 색깔을 띠게 됩니다.

아야사키 하야테 이미지컷
「하야케처럼!」의 아야사키 하야테 이미지컷

기실 현실 속에서도 이런 사례는 학교 MT에서 여선배들에게 강간당하듯 분장당해 무대에 서는 식의 일화로나 회자될 뿐 실제로 여장을 하고 다니길 좋아하거나 여장을 해야 마음이 편한 사례가 겉으로 많이 드러나진 않죠. 마찬가지로 작품도 그러한 성향을 깊게 조명하려 들기보다는 독특한 배경 ‘장치’로 이용하거나 웃기기 위한 대목으로 등장시키곤 합니다. 「메탈하트」의 민우(여장 : 민영)나 「하야테처럼!」의 아야사키 하야테(여장 : 아야사키 헤르미온느)의 경우는 ‘필요에 의해’서라지만 작가의 농간처럼 작품 속에서 이래저래 농락(?)당하며 재미를 주는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Nabi」의 한아는 도피를 위해 여장을 했지만 오히려 여장 모습을 즐기고 있는 경우고 하드게이를 모델로 삼은 듯한 「절대가련 칠드런」의 ‘강철의 연근술사’ 머슬 오카마(오카마, 즉 おかま는 남색, 남창 혹은 그 짝을 뜻하는 일본어로 요즘 말로 하자면 게이를 말합니다만 캐릭터에서 오카마라 하면 흔히 여장남자를 뜻하는 표현으로도 쓰입니다)나 “오카마의 길”이라는 문구를 등에 새기고 다니는 「원피스」의 봉쿠레는 건장한 신체를 자랑하는 남자지만 그 몸으로 유난히 과장된 여성성을 유감없이 드러내 독자에게 느끼함을 선사하죠. 이들은 그 자체로 희화화의 극을 보여주지만 성기를 가격당한 후 “왜 난 남자 몸인거야!”라는 절규(?)를 내뱉는 머슬 오카마나 자기 정체성을 남자이면서도 여자요 여자면서도 남자인 ‘모호함’으로 규정하는 봉쿠레의 모습은 그 자체로는 개그이면서도 조금 더 깊은 곳을 건드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애니메이션 이미지컷
「프린세스 프린세스」애니메이션 이미지컷

이보다 좀 더 나아간 경우가 막장(?) 전개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손끝의 밀크티」의 요시노리(여장 : 유키)와 「프린세스 프린세스」의 ‘공주’들이라 할 수 있죠. 「손끝의 밀크티」의 경우 여장을 한 자기 자신에 심취하고 여자다운 몸매를 위해 좋아하는 운동을 그만두기까지 하는 요시노리지만 유키로서의 자신과 요시노리로서의 자신을 오가며 정체성에 관한 고민과 혼란, 마치 될대로 되라는 양 여자와 남자를 가리지 않고 상대(?)하는 모습을 보여주어 독자들을 기겁하게 하고 있지요. 어찌 보면 여장 남자로서의 혼란이라는 심리를 - 심리 묘사가 탁월하다고는 도무지 말할 수 없지만 - 제법 자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만하다 하겠습니다.

「프린세스 프린세스」의 경우는 작가의 동인적 상상력이 훌륭하게 만개한 작품으로 남고의 삭막한 생활에 단비를 뿌려줄 마스코트 걸 역할을 할 예쁘장한 남학생을 선발해 공식적으로 ‘공주’라는 직책을 주고 여장을 시켜 각종 행사에 동원한다-라는 밑도 끝도 없는 설정을 끝까지 관철시켰죠. 작가인 츠다 미키요 씨는 전작인 「혁명의 날」에서 ‘고교생이 될 때까지 남자로 살아왔건만 몸에 이상을 느껴 병원에 가 보니 염색체상으로는 여자니 어느 쪽으로 살지를 결정해라’라는 선고를 받는 주인공을 그려 제법 현실적인 성전환물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고 있기도 합니다만, 「프린세스 프린세스」는 그에 비하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 볼 수 있죠.

하지만 작가는 이 작품을 그리며 어디까지나 남자가 여장을 했다는 전제 하에 신체 비례나 옷차림 등을 설정해 일정 선을 넘지 않는(그러나 신경 써서 보지 않으면 잘 모를) 세심한 안배를 합니다. 이를테면 미니스커트 안 입히기, 가짜 가슴 안 넣기, 남자 체형 유지하기 등등. 전반적으로 개그 터치고 밑바탕 설정 자체는 그야말로 안드로메다로 날아간다 해도 은근히 이런 저런 고민이 녹아 있는 작품인 셈이죠.

리츠의 이미지컷
「후르츠 바스켓」애니메이션 “리츠”의 이미지컷

이에 비해 「후르츠 바스켓」의 리츠는 무기력한 성격에 멋대로 폭주하는 버릇까지 골고루 갖춘 소심쟁이로 ‘마음을 침착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기에 여장을 하고 다니는 인물입니다.폭주남으로서의 성격 이면의 색다른 면이라는 건 타카야 나츠키 씨의 전작인 「날개의 전설」의 귀신 아줌마에서 가져온 여관 주인아주머니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온 것으로 다소 끼워 맞춘 인상이 짙긴 합니다만, 실제로 여장을 하는 이들이 말하는 이유 중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게 ‘여자옷(혹은 속옷)을 입으면 마음이 편하다’라는 점을 보자면 리츠는 앞서 언급한 그 어떤 여장남자보다도 현실적인 면이 있지요.

또 이와 비슷한 사례로 「W네임」의 우가타 리이치를 들 수 있겠습니다. 낮에는 회사원이면서 동시에 순정만화가 ‘하나야시키 히바리’로 활동합니다. 주목할 건 만화 작업을 할 때에 여장을 한다는 점이죠. 사귀던 여자가 리이치가 순정만화를 그리는 걸 기분 나쁘다며 차면서 얻은 트라우마로 말미암아 평소엔 순정만화가임을 숨기기 위해, 또 반짝반짝하고 부드러운 것에 둘러싸여야 원고가 잘 된다는 점 때문에 원고 작업을 할 때에는 반드시 여장을 합니다. 작품은 능력 좋고 잘 생겨 여자가 수없이 꼬이는 매력남 뒤에 숨은 또 다른 일면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여성을 만나기까지의 이야기를 에로물 특유의 전개에 실어 보여주고 있습니다만 그저 자극적이지만도, 또 여장한 리이치를 두고 독자들이 그저 웃을 수만은 없게 몰아간다는 점에서 제법 몰입도가 있습니다.

앞서도 언급했다시피 여장을 하는 남자가 반드시 동성연애자인 것도 아니고, 변태 성욕을 충족하기 위해 그러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몇몇’은 그럴 수 있겠지만요. 그런 견지에서 보았을 때 여장 남자라는 코드를 넣는 작품들도 조금은 다양한 개성과 이야기들과 설정을 버무려 넣으면 좋겠습니다.

일반적이지는 않지만 지나치게 단순화하기엔 은근히 가까이에 자리하고 있을 이들을 지나치게 단순하게 희화화하거나 기묘한 눈요기 정도로만 넘어가는 사례는 이젠 좀 지양하면 좋지 않을까 싶네요. 남장여자, 보이쉬 걸 신드롬에 비추어보자면 반대편에 자리하고 있을 이들의 이야기도 조금 더 다양한 시선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자. 그리고 여담입니다만, 일본 미소녀 게임인 「해피네스」의 와타라세 쥰이나 「피아캐럿에 어서오세요! G.O」의 히메카와 카즈미, 애니메이션 「나의 피코」의 피코 같은 캐릭터는 최근 종종 볼 수 있는 오카마 계열의 최종진화판이자 퇴락판이라 말할 수 있다고 봅니다. 물론 BL물에서도 ‘설정만 남자지 가슴만 없는 여자’를 ‘수’(야오이·BL에서 여자 역할을 하는 쪽. 즉 성기를 삽입 당하는 쪽)로 놓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어쨌든 ‘남자이기에 존재’합니다. 반드시 남자끼리 그러라고 있는 작품들이고, 굳이 속성을 따지자면 여자 독자들을 위해 여자의 탈을 쓴 남자입니다.

하지만 앞서의 부류는 말 그대로 미소녀로서 등장한 남자아이로, 미소녀를 대상으로 한 모에 코드(모에 : 萌え. 2차원 만화·애니메이션·게임 속 캐릭터를 대상으로 극도로 파편화한 취향 코드로 캐릭터의 특정 신체 부위, 옷차림, 성격 등 모든 구성 요소에 귀여움, 사랑스러움 등의 감정을 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의 한 갈래로서 그 자체가 여자와 다를 바가 전혀 없는 외모로 설정된 ‘남성’을 ‘남성’들 앞에 성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여성’ 캐릭터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죠.

때문에 얘들이 남자여야 할 이유는 ‘특이점’ 내지는 ‘개성’ 외엔 딱히 없습니다. 여성성이 강한 남성으로도, 부조화로 말미암은 개그로서도 아니고 그 자체가 이미 ‘여성’이라는 점에서 여타 ‘여장남자’들과는 다른 점이라 하겠습니다. 물론, ‘물건’은 두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만. 야오이·BL과 다른 점이라면, 이런 계열 여장남자들은 남성향 작품에 등장한다는 겁니다. 다시 말해 여장만 했을 뿐, 남자들을 위한 ‘남자의 탈을 쓴 여자 캐릭터’인 셈입니다. 뭐랄까요, 청소년기 여자 아이들의 동성을 향한 플라토닉한 동경심을 표현한 백합이라는 코드마저 멋들어지게 남성향 성적 유희로 버뮤려내는 세태와 함께 참으로 경악스러운 사례들이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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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차 늘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안 그래도 국민연금 같은 걸로도 말이 많고, 정년을 어디까지 두어야 하느냐 같은 문제로도 가끔 신문 사회면이 시끌시끌하죠. 평균 수명이 홱 늘어나 이젠 70세 정도로도 아직 정정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는 요즘 같아서는 어느 정도를 ‘노인’이라 이야기해야 할 지 가끔은 좀 막막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 노인이라는 화두가 사회 전반에 떠오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서찬휘의 만화 즐기기 : 만화 속 인간군상 이야기 (2) 학생
서찬휘
2007.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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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찬휘의 만화 즐기기 : 만화 속 인간군상 이야기 (1)
서찬휘
2007.03.07
만화 속 인물의 입체성을 드러내는 특성, 그리고 만화 속 인물이기에 드러나는 속성들을 간단간단하게 짚어나가보고 싶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들을 잘 살린 작품들도 추천하고요. 만화를 이렇게도 즐길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실 수 있게끔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