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와 전시
한국만화박물관 상설전시
한상정 2011.12.05
서울근교 부천시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만화박물관이 있다. 그 이름은, ‘한국만화박물관(이하 ’박물관‘)’. 2001년에 개관했었지만, 2009년에 건물을 옮기고 재개관하면서 그 규모를 크게 확장했다. 원래 박물관의 내용설계를 맡았던 시공사의 기획안에 만화가들이 만족하지 못했고, 그에 대응하기 위해 TF팀이 꾸려졌다. 이 팀에서 함께 작업을 진행했기에 세부적인 내용을 잘 아는 편이다. 이미 건물설계가 끝나있었던 상태였기에 구조변경은 불가능했고, 실지로 전시물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점들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이 박물관의 상설전시가 어떠한 의도에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또는 어떤 방향의 수정이 진행되어야 할 것인지 한번쯤 짚고 넘어가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라고 본다.
 
처음 세웠던 전시의 기본방향은 다음과 같다. “1) 만화의 재미, 특징, 제작과정 등을 알려주는 포괄적 전시 2) 참여자 중심의 전시로 전시물과 함께 움직이고, 체험하는 전시 3) 모든 연령층이 즐길 수 있는 가족 중심의 전시 4) 관람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인터랙티브 전시 5) 주동선을 중심으로 다양한 자유 관람이 가능한 개방형 전시 6) 박물관 중시의 전시가 아니라 관람객 중심의 전시 7) 교육, 엔터테인먼트가 복합된 전시”. 가장 쟁점이 될 수 있는 논제는 다음의 것이다. 정말 조용하고 근엄한 공간에서 아주 섬세하게 배치된 물품들을 신중하게 관찰하면서 지나가는 ‘전문가 중심적인’ 박물관으로, 고전적으로 접근할 것인가? 아니면 약간의 소음은 얼마든지 허용하는, 만화에 대한 애정과 호기심을 부여할 수 있는 ‘관람객 중심’의 박물관으로 접근할 것인가? TF팀의 결론은, 전문가를 위한 공간과 서비스는 별도로 필요하며, 박물관은 관람객과의 접촉면을 가장 크게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림 1. 만화잡지전 작업 : 잡지르네상스-어느작가의 어떤 만화와 어떤 칸을 선택할 것인가] 
[그림 2. 만화가의 머리 시안 - 아무것도 쉽게 진행되지 않는다.]    
 
관람객 전략은 주타킷으로는 어린이를 중심으로 한 일가족 단위의 관람, 그리고 해외 신규 방문객 개발 전략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전자는 그럭저럭 목적적으로 진행되었다고 보지만, 
  

 
 
 
 
 
 
 
 
 
 
 
 
 
 
 
 
 
 
 
 
 
 
 
 
 
 
 
 
 
 
 
 
 
 
 
 
 
 
 
 
 
 
 
 
 
 
 
 
 
 
 
 
 
*회색은 사라진 부분, *노란색은 기획안과 상당히 다른 효과를 가져온 곳
 
후자는 아직까지 잘 실현되고 있다고 말하기 힘들다. 현재도 간단한 설명들은 영어로 되어있지만, 여러 가지 외국어버전으로 된 오디오 가이드같은 것들이 필요하다고 본다.
전시 내용은 1) 만화의 형식적 특징과 미학적 특징 2) 만화역사를 통해 본 생활사 3) 만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이렇게 세 가지를 중심으로 전개하기로 했다. 이것이 원래의 내용이었다면, 3)항목은 거의 사라졌고, 표에 언급된 1층 도입부 및 기타요소들은 지금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전체적으로 본다면 만화의 형식적 미학적 특징보다는 만화역사에 대한 부분이 훨씬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원래의 기획안대로 만들어진 곳은 대부분 역사적인 부분이다. 형식적, 미학적 특징과 체험공간은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그림 3. 4층 칸의 세계 : 각 장르 설계안]  
    
3층에서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도입부이다. 진흥원에서 거대한 디지털영상이 돌아가는 것을 원했으나 결국 그 효과는 미진해서 현재는 이이남 작가의 디지털 병풍으로 교체되었다. 병풍을 지나 입구로 들어가는 터널로 들어서면 한국만화 100년사를 요약한 이미지들이 죽 나열되어있다. 터널이 끝나면 유명한 만화가들의 펜이 모여 있고, 만화에 대한 생각들이 투사되는 조용한 공간에 들어선다. 이 공간에서 만화에 대한 약간의 호기심을 발동시키고 나면 이제 본격적으로 한국만화사가 죽 펼쳐진다. 중간 중간에 앉아서 볼 수 있는 공간도 배치되어있다(그림 1 참조). 가운데에는 4D영상관이 있고, 이 옆 계단을 따라 4층으로 올라가게 된다. 3-4층을 잇는 높은 벽을 따라서는 작가들의 사인과 유명캐릭터를 작은 큐브에 출력해서 황금만화의 나무의 형태로 뻗어가고 있다.
  
4층의 기획이 가장 많이 변했다. 창작공방과 스타의 거리는 줄어들고 무협만화, 순정만화 등 장르만화별 배치를 새롭게 작성했다. ‘만화가의 머리’는 부천에서만 찾을 수 있을 빅아이템이었으나 그다지 잘 구현되지 못했다(그림 2). 가장 논란이 컸던 것은 4층의 중간에 들어서길 원했던 조트로프와, 라이파이를 필두로 한 SF만화(그림3참조)였다. 조트로프가 원체 예산을 먹는 하마였기 때문에 다른 부문에 대한 제작예산이 줄어들 수 밖에 없었다. 가장 극적으로 드러나는 곳이 무협 만화관(그림 4,5참조)이었는데, 처음 가져온 안이 너무나 중국집 같아서 다른 안을 제시했지만 결국 예산 때문에 무산되었다. 라이파이관도 결국, 라이파이호가 뛰쳐나오는 부분이 전혀 구현되지 않음으로 인해 관객들의 시선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카툰전시기획갤러리가 하나 더 추가 되었다.  
 

 
 
 
 
 
 
  
 
 
 
 
 
 
 
 
 
 
 [그림 4. 무림의세계 디자인안 : 예산부족으로 시행되지 않음]  
 
결국, 맘에 쏙 드는 체험 공간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아이디어와 예산, 시간 및 채찍이 필요하다는 점을 또 한번 경험한 전시기획이기도 한다. 설사 아이디어를 제공하더라도 짧은 기간 안에 그대로 제작하기 힘들며, 제작사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예산을 활용한 항목들을 선호하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까지 점검하지 않으면 전혀 엉뚱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또한 제작만이 문제가 아니라 언제나 중요한 것은 ‘관리의 가능성’이다. 관리자가 없으면 그 코너를 만들 필요가 없다.
 
다사다난한 과정을 거쳐 탄생한 현재의 한국만화박물관의 상설전시를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전시의 기본원칙 자체는 합당했으며, 한번 들를 관객들에게는 그 정도면 충분히 관심과 호기심, 지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문제는 만화 전문가층, 여러 번 방문을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 방문 층의 확대(외국인 등)을 위한 서비스들을 을 위한 서비스가 아직은 부족하다는 점이다. 즉 전문가들의 연구를 위한 자료제시시스템이 어떻게 마련되고 있는가라는 점과, 최소한 3년에 한 번씩은 전시콘텐츠를 교환해야 한다는 점, 다양한 국가 출신의 관객들을 위한 배려를 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4D영상관, 조트로프, 또는 다양한 크로마키 기법을 활용한 체험 등은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를 채울만한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주지 않으면 금방 고장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논점은 다시 한 번, 박물관이 이러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해결하는가가 될 수 있다. 대중과의 접촉면이 가장 넓은 박물관의 다양한 서비스 기능을 최대한 확대하는 것, 그것이 기존의 상설전을 더 빛나게 하는 길이라고 본다.
 

 
 
 
 
 
 
 
 
 
 
 
 
 
 
 
 
 
 
[그림 5. 초기 순정만화 칸 설계안]    
 
만화와 전시
전시의 종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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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원칙의 향기 : 프랑스 국립만화박물관(Le musee de la bande dessin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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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만화박물관 상설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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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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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미디어믹스, 만화의 미디어믹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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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의 미래 : 전시 ‘서사’에서 전시 ‘스토리텔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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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엄밀하게는 ‘서사’를 다루는 학문을 서사학이라고 한다. 최초로 서사를 다룬 사람을 우리는 종종 아리스트텔레스라고 언급하는데, 그는 ‘시학’이라는 저서에서 다양한 문예학의 기본 개념들을 제시했다. 알다시피, 모든 학문의 유파는 단 하나가 아니다. 그러다보니, 동일한 서사학이라고 하더라도 역사적으로, 또는 지역적으로 각기 다르게 발전해오기도 하고 오늘날도 역시 각 연구자별로 입장이 다르다. 최대한 쉽게, 쉽게 설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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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6
미술의 한 유파 중에서 ‘입체파’라는 것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피카소니 브라크니 하는 작가들이 이 유파에 속한다. 이들이 하려고 했던 것은 하나의 대상을 보는 다양한 시선을 종합하는 것이었는데, 정말 재미있는 생각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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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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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전시의 주요 대상 또는 만화전시의 특성들
한상정
2010.08.14
만화전시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생각나는 대로 꼽아보자. 만화작품, 만화 창작자... 설마, 이것이 모두? 뭐 놀랄 필요가 없다. 일반적으로 그러하니까. 크게 나누면 이 두 가지가 맞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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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정
2010.07.14
명사 ‘전시(Ex-position)’의 동사인 전시하다(ex-poser). 즉, ‘밖으로(ex-) 놓다(poser)’. 숨겨져 있던 것, 안에 있던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꺼내놓는 기술. 일맥상통하지 않는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다. 즉 전시란 무조건, 안에 있던 것을 바깥으로 내보이는 것. 어떻게 보자면 일종의 ‘선물포장술’이다.
만화와 전시, 새로운 세계의 비밀스러운 공유
한상정
2010.06.12
만화읽기는 행복하다. 그 즐거운 기억은 어디까지 거슬러갈까. 그래, 잠시 살았던 마당이 있던 집. 주말만 되면 평소 보기 힘들던 아버지의 지휘아래 남동생들과 마당청소를 해야 했던 낡았던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