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만화 출판사를 찾아서
한국의 만화출판사를 찾아서 - 2. 1990년대 이후 국내 만화 출판 시장을 움직인 대원씨아이
홍지민 2013.11.27
국내 만화 출판사 빅3 가운데 한 곳인 대원씨아이를 논하려면 먼저 대원동화(현 대원미디어)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대원동화는 국내 애니메이션 역사의 산증인인 정욱 회장이 설립한 애니메이션 제작사입니다. 만화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컸던 정욱 회장은 1964년 강릉고를 졸업하고 당시 유명 만화가였던 신동헌 화백 문하생으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방송 광고용 애니메이션을 연출하기도 했던 신동헌 화백은 동생인 신동우 화백이 소년조선일보에 연재했던 인기 만화 ‘풍운아 홍길동’을 원작으로 한국 최초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홍길동’(1967)을 만든 것으로 유명합니다. 홍길동 제작 과정에서 원화를 담당했던 정욱 회장은 1973년 대원동화의 전신인 원프로덕션을 차리게 됩니다. 초창기에는 주로 일본 유명 제작사인 도에이 동화로부터 OEM 방식의 하청을 받아 작품을 공급했습니다. ‘우주선장 캡틴 하록’ ‘은하철도999’ ‘들장미 소녀 캔디’ 등입니다. 납품 규모가 연간 100여편에 달할 정도였다고 합니다.
 

 
 
 
 
 
 
 
 
 
 
 
 
 
 
 
 
 
 
 
1983년엔 ‘버뮤다 5000년-미래소년 쿤타’를 첫 창작품으로 극장에 걸기도 합니다. 한희작 작가의 만화 ‘미래소년 쿤타’가 원작인 이 작품은 제목이나 설정에 있어서 일본 미야자키 히야오 감독의 ‘미래소년 코난’을 모방했다는 평가가 많죠. 이후 대원동화는 ‘독고탁 태양을 향해 던져라’(1983) ‘내 이름은 독고탁’(1984) ‘독고탁 다시 찾은 마운드’(1985) 등 이상무 작가의 원작을 바탕으로 독고탁 시리즈를 내놓습니다. 특히 대원동화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제작하며 국내 애니메이션 역사에 획을 긋게 됩니다. 1987년 KBS를 통해 방영된 이현세 작가 원작의 ‘떠돌이 까치’입니다. 이진주 작가 원작의 ‘달려라 하니’(1988), 배금택 원작의 ‘영심이’(1990) 등이 있죠.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빠트릴 수 없는 작품이 있는 데 바로 1980년대 후반 극장가를 강타한 ‘영구와 땡칠이’ 시리즈입니다. 당대 최고 인기를 누린 이 어린이 실사 영화 또한 대원에서 나온 것이죠.
 
이러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대원동화가 만화 잡지를 내놓게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도에이와의 작업을 통해 일본 만화 시장 상황을 잘 알고 있던 정욱 회장은 어린이 애니메이션과 어린이 실사 영화가 잇따라 히트하자 국내 만화 원작 발굴의 필요성을 느꼈고, 만화 잡지 출간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서울문화사가 선보인 만화 주간지 ‘아이큐점프’의 대성공에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대원씨아이는 1991년 대원동화 출판사업부로 역사적인 첫 발을 내딛습니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소년챔프’ 창간호를 세상에 선보입니다. 서울문화사가 ‘아이큐점프’를 선보인지 약 3년 만의 일입니다. 처음에는 격주로 발행됐는데 1992년 봄부터 주간으로 전환됐습니다. 창간호 속지를 보면 발행처가 대원동화로 찍혀 있습니다. 출판부가 독립법인으로 떨어져 나온 것은 이듬해 일입니다. 도서출판 대원을 거쳐 현재 대원씨아이로 이어집니다.
 
대원은 ‘소년챔프’ 창간을 위해 ‘아이큐점프’의 개국공신인 황경태(현 학산문화사 대표) 편집장을 전격 스카우트합니다. 황경태 편집장을 비롯해 여성지 기자로 뛰었던 황민호(현 대원씨아이 전무) 차장, 출판사업부 1호 입사자로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았던 장정숙(현 학산문화사 이사) 편집기자 등으로 편집부 라인업이 꾸려집니다. ‘아이큐점프’가 초등학생을 겨냥한 잡지였다면 ‘소년챔프’는 연령을 조금 올려 중학생까지 타깃으로 정합니다. 창간호는 모두 18개 작품으로 라인업이 구성됩니다. 고행석 작가의 ‘마법사 아들 코리’와 일본 타카다 유조 작가의 ‘3X3 아이즈’를 간판으로 내세웠습니다. 이밖에 배금택 작가의 ‘사마공달의 난중일기’, 이상무 작가의 ‘젓가락행진곡’, 김동화 작가의 ‘아빠의 전쟁’, 김수정 작가의 ‘천둥번개’ 등이 실렸습니다. 배금택, 이상무, 김수정 작가는 아이큐점프 창간호에도 작품을 게재했었지만, 전체적인 라인업을 비교하면 소년챔프 창간호가 아이큐점프 창간호보다 중량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소년챔프 창간 당시 유명 작가들은 아이큐점프에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섭외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때문에 소년챔프는 처음부터 대대적으로 신인공모를 벌이게 되죠. 대표적인 작가가 고등학교 학생일 때 공모전에 입상해 작품을 연재하게 된 이명진 작가입니다. ‘만화계의 서태지’로 불리는 이명진 작가의 학원 청춘물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은 참신한 감각으로 독자들의 사랑을 독차지 합니다. ‘검정고무신’의 이우영 작가도 공모전 출신입니다. ‘소마신화전기’ ‘아일랜드’ 등을 그린 양경일 작가나 ‘토이 솔져’ 등을 그린 이태호 작가의 경우 수상은 하지 못했지만 공모전 응모를 계기로 발굴된 작가들이라고 합니다. 씨네21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훈이 작가의 경우도 대원 공모전 출신입니다.
 
“특A급 작가들이 대거 아이큐점프에 연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똑같은 주간지 연재를 부탁하기 쉽지 않았죠. 후발주자라 그런 지 호응도 떨어졌어요. 궁여지책으로 신인 작가들을 많이 투입할 수밖에 없었어요. 처음에는 그랬는데 나중에 아이큐점프를 뛰어넘는 데 신인 작가들의 힘이 컸어요. 신진 작가들의 새로운 감각이 당시 독자들과 감각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봐요.”(황민호 전무)
 
처음에 소년챔프 판매율은 그리 신통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큐점프의 인기를 따라잡기까지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린 작품이 바로 일본 이노우에 타케히코 작가의 농구 만화 ‘슬램덩크’입니다. 슬램덩크는 1992년 2월부터 수퍼점프라는 소년챔프의 별책부록을 통해 산조 리쿠/이나다 코지 작가의 판타지물 ‘타이의 대모험’과 함께 연재되기 시작합니다. 슬램덩크는 아이큐점프의 간판인 토리야마 아키라 작가의 ‘드래곤볼’과 맞먹는 폭발적인 인기를 누립니다. 슬램덩크는 이후 대학팀이 실업팀을 상대로 선전하며 연세대가 정상을 차지했던 1993~1994 농구대잔치의 인기와 MBC TV를 통해 방영된 농구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인기까지 맞물리며 엄청난 시너지를 내게 됩니다. 슬램덩크도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완전판과 프리미엄판까지 합쳐서 단행본으로 최소 2000만부에서 최대 3000만부까지 팔렸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초반부는 권당 100만부 이상 팔려나갔다고 하네요.
 
소년챔프는 소주완/지상월 작가의 ‘협객 붉은매’ ‘어쩐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저녁’ ‘검정고무신’ 황용수/양경일 작가의 ‘소마신화전기’, 이종욱/김지원 작가의 ‘블랙터치’, 전세훈 작가의 ‘노노보이’와 ‘슈팅’, 임재원 작가의 ‘짱’ 나인수/김재환 작가의 ‘마제’ 손은호/최명수 작가의 ‘체인지가이’, 박수영 작가의 ‘삼국장군전’, 이재헌/홍기우 작가의 ‘야뇌 백동수’, 양혜석/타파리 작가의 ‘국립자유경제고등학교 세실고’, 김성재/김병진 작가의 ‘용병 마루한’, 박민서 작가의 ‘다크 에어’ 등에 이르기까지 인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원은 서울문화사보다 늦게 만화 출판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첫 발을 빼놓고는 국내 출판 만화 시장을 선도하는 입장이 됩니다. 대원과 서울문화사 모두 타깃을 세분화해 여러 가지 만화 잡지를 차례차례 선보이게 되는데 그때마다 대원이 한 발 앞서는 모양새를 보입니다. 대원은 순정만화 잡지로 1993년 5월 ‘터치’를 발간합니다. 서울문화사의 순정만화 잡지 ‘윙크’보다 약 두 달 정도 앞서 나온 것입니다. 또 타깃을 고등학생 이상으로 연령대를 높인 만화 잡지 ‘영챔프’를 1994년 5월에 내놓는데 이 또한 비슷한 타깃을 겨냥한 서울문화사의 ‘영점프’보다 두 달 먼저 발간됩니다.
 
영챔프 창간호에는 기념비적인 작품이 실리게 되는 데 허영만 작가의 ‘비트’와 20년 가까이 연재를 이어가고 있는 양재현/전극진 작가의 ‘열혈강호’입니다. 슬램덩크의 폭발적인 인기와 영챔프의 활약 덕택에 대원은 서울문화사와의 라이벌 구도에서 우위를 차지하게 됐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김태형 작가의 ‘레드블러드’와 윤인환/양경일 작가의 ‘아일랜드’, 유현 작가의 ‘선녀강림’ 등도 영챔프 인기에 견인차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영챔프는 젊은 작가들 사이에서 작품을 연재하고 싶은 선망의 무대가 되죠. 영챔프가 한창 인기를 누릴 당시 군부대 대대장으로부터 군 기강 해이를 유발한다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는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내무반 점호를 해보면 당시로서는 수위가 높은 장면이 많은 영챔프를 관물대에 감춰 놨다가 적발되는 일이 잦았다네요. 일본 만화 잡지 편집자들도 영챔프를 보고 감탄을 연발했다고도 합니다. 그만큼 작품들이 탄탄했다는 반증이지요.
 
대원을 통해 소개된 해외 만화는 역시 일본 만화가 압도적입니다. 소년챔프를 통해서는 아다치 미츠루 작가의 ‘H2’, 오바 츠구미/오바타 다케시 작가의 ‘데스노트’, 오다 에이치로 작가의 ‘원피스’, 키시모토 마사시 작가의 ‘나루토’ 등이 대표적입니다. 영챔프에서는 미우라 켄타로 작가의 ‘베르세르크’, 후지시마 코스케 작가의 ‘오! 나의 여신님’, 사다모토 요시유키 작가의 ‘신세기 에반게리온’ 등이 유명하죠.
 
그런데 대원은 순정만화에서만큼은 대중적인 인기에서는 약세를 보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대원은 서울문화사 윙크에 한 발 앞서 터치라는 순정만화 잡지를 내놓습니다. 이정애 작가의 ‘열왕대전기’와 일본 라가와 마리모 작가의 ‘아기와 나’를 비롯해 13개 작품으로 출발한 잡지입니다. 하지만 2년가량 발간된 뒤 휴지기를 갖다가 1995년 12월부터 순정만화의 고급화를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워 ‘이슈’로 리뉴얼 됩니다. 이슈는 한승원 작가의 ‘프린세스’, 김혜린 작가의 ‘아만테스’, 원수연 작가의 ‘Let 다이’를 전면에 내세워 승부수를 던집니다. 터치 시절부터 인기를 끌었던 열왕대전기와 아기와 나도 연재를 이어가죠. 이슈의 또 다른 대표작을 꼽아보자면 이소영 작가의 뱀파이어물 ‘모델’. 박은아 작가의 학원물 ‘다정다감’, 임주연 작가의 마법 판타지물 ‘씨엘’, 신해영 작가의 소설을 옮긴 이상은 작가의 판타지 로맨스물 ‘나라를 구했다’, 초등학교 여학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종이 작가의 ‘반지의 얼렁뚱땅 비밀일기’ 등이 있다고 합니다.
 
현재 이슈를 책임지고 있는 손현주 편집장은 다음과 같이 평가합니다. “이슈에 연재된 상당수 작품들이 당시 대중적인 분위기하고는 다소 차이가 있었습니다. 쉽게 말해 마니아적인 측면이 강했죠.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을 연재하는 등 다양한 장르에 걸쳐 실험적이고 과감한 시도들도 많이 했죠. 대개 윙크에 연재된 작품들은 대중적이라는 평가를, 이슈 연재 작품들은 개성이 강하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죠. 그래서 이슈 작품들은 호불호가 크게 엇갈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종이 잡지로 플랫폼이 한정됐던 예전과는 달리 온라인 플랫폼이 다양해 대중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진 요즘엔 개성이 강하다는 것은 퀄리티만 좋다면 강점이 될 수 있습니다. 최근엔 ‘좀비가 있어도 여고생은 잘 살고 있어요’(민송아 작가)로 좀비물에 도전해봤는데 반응이 괜찮았지요.”
 
 
 
 
 
 
 
 
 
 
 
 
 
 
 
 
 
 
 
 
 
국내 만화 출판 시장이 움츠러들자 대원도 최대 8종에 달하던 만화 잡지를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경우에 따라 폐간하거나 주간지는 격주간지나 월간지로, 또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발매로 전환하는 단계를 밟게 되죠. 소년챔프는 2002년 11월부터 코믹챔프로 제호를 바꿔 발매됩니다. 대원은 2006년에는 온라인 전문 만화 잡지 수퍼챔프를 오픈하며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같은 해 코믹챔프, 이슈, 영챔프가 오프라인/온라인 동시 발매를 시작하죠. 영챔프는 2009년 5월 오프라인 발매를 끝내고 수퍼챔프와 통합돼 온라인 발매로 완전 전환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대원은 올해 들어 온라인 쪽을 다시 한 번 교통정리 합니다. 지난 9월 영챔프와 코믹챔프 작품을 합쳐 ‘챔프D’를 새로 창간합니다. 각각 잡지를 대표하는 열혈강호와 짱이 한 브랜드로 묶이게 된 셈입니다. 오프라인으로는 ‘코믹 챔프 넥스트 제너레이션이’라는 새 간판을 달게 됩니다. 정리하자면 현재 대원의 잡지 라인업은 오프라인은 코믹 챔프 넥스트 제너레이션이, 온라인은 챔프D가 담당합니다. 이슈는 온라인/오프라인 병행 발매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대원은 빅3 가운데 한국 만화 수출에 있어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합니다. 초창기 대원은 일본 만화를 들여오는 첨병이라고 비난을 많이 받았습니다. 중견 만화가들은 대원이나 서울문화사 잡지에 대해 보이콧을 선언하기도 합니다. 국내 모 출판사 대표는 일간지에 칼럼을 잇달아 게재하며 일본 만화 수입을 맹렬하게 비난했습니다. 각각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를 들여와 일본 만화 붐을 일으켰으나 서울문화사보다는 대원 쪽으로 비난의 화살이 많이 쏠리기도 했습니다. 아무래도 모회사가 오랫동안 일본 애니메이션 하청작업을 했다는 이미지도 덧씌워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으로는 후발 주자였던 대원이 이른 시간 내에 국내 만화 시장에서 성과를 내고 있었다는 것으로도 분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한국 만화 수출 전선에서 대원이 두드러진 활약을 펼칩니다. 1994년 ‘협객 붉은매’가 대만으로 건너가며 물꼬를 틉니다. 이후 김은기/이태행 작가의 ‘에일리언 킬러’ 등 여러 작품이 대만으로 진출합니다. 1995년 태국에서는 대원 작품으로 구성된 ‘챔프’라는 잡지를 발매하기도 하죠. 2002년에는 태국에서 만화 잡지 Mag-X를 창간하고, 2005년에는 프랑스에서 현지 합작 형태로 도깨비를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수출 첨병이 된 작품 면면을 살펴보면 ‘레드 블러드’ ‘소마신화전기’ ‘열혈강호’ 이명진 작가의 ‘라그나로크’ ‘아일랜드’ 최성현/임광묵 작가의 ‘교무의원’ ‘짱’ 형민우 작가의 ‘프리스트’ 등이 있습니다. 대원은 이러한 작품들을 앞세워 대만, 태국, 일본 등 아시아에서 프랑스 이탈리아 등 서유럽, 미국 등 북미, 러시아 등 동유럽,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 남미로 시장을 점점 넓혀 갑니다. 2009년에는 조정만 작가의 장편 데뷔작으로 수퍼챔프에 연재되던 액션 판타지 ‘위치헌터’가 국내 만화 최초로 알제리에 출판되며 아프리카 대륙까지 진출합니다. 세계 전 대륙 시장을 뚫게 된 셈이죠. 대원은 2000년대 초반 5~6년 동안은 해마다 100만 달러 이상 수출 실적을 내기도 했답니다. 대원은 현재 전 세계 50여개국에 우리 만화를 진출시키고 있습니다.   
 
“일본 만화를 들여온 것은 독자들이 원하는 작품을 보여준다는 차원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니었어요. 일본 만화만 들여와서 돈을 벌려는 것은 아니었어요. 처음부터 우리 만화를 발굴해 수출하려고 마음을 먹었지요. 진정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결국 슬램덩크로 돈을 벌어 국내 만화에 투자했다고 보면 됩니다. 잡지를 통해서, 전작 단행본 발간을 통해서 좋은 작품을 많이 발굴했는데 이러한 작품들이 수출 원동력이 됐어요. 국내 빅3 만화 출판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수출 성과를 냈다고 자부합니다.”(황민호 전무)
 
 
 
 
 
 
 
 
 
 
 
 
 
 
 
 
 
 
 
 
 
대원은 원소스멀티유즈(OSMU)도 한 발 앞서갑니다. 2003년 OSMU 사업부를 구성했지만, 실제 역사는 더 오래 됐습니다. 모회사가 애니메이션 제작사였던 영향이 컸습니다. 초기 인기작이었던 ‘마법사의 아들 코리’ 같은 경우 1993년 일찌감치 TV 애니메이션 시리즈로 만들어져 KBS를 통해 방영됐습니다. 1995년에는 ‘협객 붉은매’가 ‘붉은매’라는 제목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기도 했죠. 영챔프에서 연재됐던 허영만 작가의 ‘비트’와 박흥용 작가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각각 1997년과 2010년에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죠. 특히 ‘비트’는 만화와 영화 모두 쌍끌이 성공을 거뒀던 사례입니다.
 
흥미로운 OSMU 사례도 여럿입니다. 2005년에 한류 드라마 ‘슬픈 연가’를 만화로 만들어 수출하는 성과를 내기도 합니다. 하성현 작가의 순정만화 ‘퀸즈’의 경우 대만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져 국내로 역수입되기도 했습니다. 형민우 작가의 ‘프리스트’는 2011년 미국 할리우드 시장에서 영화화돼 개봉하는 경사를 누리기도 합니다. TV 드라마로 만들어진 작품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가장 최근에는 2011년 ‘야뇌 백동수’가 SBS를 통해 ‘무사 백동수’로 방영됐었죠.
   
 
 
 
 
 
 
 
 
 
 
 
 
 
 
 
 
 
 
 
 
1999년부터 게임시장에 뛰어들며 게임사업부를 뒀던 탓인지 만화가 드라마 보다는 게임으로 변신한 경우가 무척 많았습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가 이명진 작가의 ‘라그나로크’입니다. 1997년 소년챔프에 연재된 이 작품은 유명 게임제작사 그라비티를 통해 2001년 온라인 게임으로 재탄생했고, 한국 게임 수출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며 대박을 터뜨렸지요. 만화는 30여개국에 수출됐는데 게임으로는 70여개국에 진출하며 게임 한류의 중심축이 됐습니다. 이제는 원작보다 게임이 유명합니다. ‘열혈강호’, ‘레드블러드’ 등도 온라인 게임으로 옮겨져 인기를 끌고 있죠. 게임을 만화로 옮기는 작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게임 ‘아크로드’가 박진환 작가에 의해 만화로 옮겨져 ‘영챔프’에서 연재됐죠. 골프게임 ‘팡야’도 김원태 작가에 의해 만화로 그려져 ‘팡팡’에서 연재되기도 했죠.
      
이밖에도 대원은 여러 가지 시도를 합니다. 2002년에는 국내 최초로 라이트 노벨 브랜드를 도입합니다. NT노벨입니다. 또 2008년에는 프리미엄 브랜드 ‘미우’를 론칭하며 고급 단행본 시장을 공략합니다. 아베 야로 작가의 ‘심야식당’이 대표적인 타이틀이죠. 같은 해에 실용서 브랜드 ‘니들북’을 선보이며 새로운 틈새시장을 창출해 냅니다. 디지털 시장에 대한 도전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9년 국내 최초로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짱’ ‘다정다감’ 등을 서비스합니다. 또 지난해에는 ‘열혈강호’, ‘얼렁뚱땅 반지’, ‘반지의 스티커 놀이’ 등을 모바일 앱으로 출시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어린이 학습 만화 시장이 부쩍 커졌지만 이 시장에서 만큼은 아직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1년부터 역사, 미술, 과학, 문화유산 등 여러 분야에 걸쳐 스토리텔링보다는 지식 전달 위주의 ‘100장면’ 시리즈를 선보이는 중입니다. 현재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는 데 내년 쯤 선보일 예정이라고 하네요. 학습 위주에서 탈피해 정서와 가치관을 함양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고 합니다.
 
대원은 뉴미디어 시대에 맞게 만화 잡지의 체질을 바꾸고 있는 중입니다. TV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 OSMU와 저작권 사업, 문구 및 팬시, 캐릭터 라이선스 사업 등 만화에서 여러 가지 상품이 파생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전문적으로 바꿔 왔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핵심은 만화 자체라고 합니다. 출판본부 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종규 이사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합니다.
 
“콘텐츠가 뛰어난 작품은 팔립니다. 10년 전, 20년 전과 크게 다를 게 없습니다. 결국 지금도 소년만화든, 순정만화든, 어린이 학습만화든 콘텐츠를 제대로 만들고 종이책이든, 온라인이든, 수출이든 잘 선택해 독자에게 선보이는 게 핵심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만화 출판사를 찾아서
켜켜이 쌓아온 출판사의 전통과 가치를 만화책에도 담아내고 있는 창비
홍지민
2014.12.31
이번에 찾아간 곳은 올해 창립 40주년을 맞은 창비입니다. 문학, 인문, 청소년, 어린이 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책을 선보이는 출판사입니다.
차근차근 의미 있는 울림을 쌓아가고 있는 사계절
홍지민
2014.12.02
이 작품은 달랐습니다. 대학 입시 미술학원에 다니는 청소년들의 씁쓸한 일상을 담았습니다. 현실에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청소년의 삶을 진지하게 성찰한 작품이 드물었던 터라 단번에 만화계 안팎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만화출판사를 찾아서 - 11. 예술 만화 외고집의 길을 가는 미메시스
홍지민
2014.11.02
2000년을 전후로 국내 문학 출판사들은 앞다투어 만화 브랜드를 선보이며 국내 출판 만화 시장에 새 기운을 불어 넣었습니다. 이러한 브랜드들은 ‘빅3’인 서울·대원·학산이 대표하는 코믹스와는 달리 품격 높은 만화에 초점을 맞추며 국내 만화 시장의 작품 폭과 독자층을 넓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2005년 등장한 열린책들의 ‘미메시스’도 그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만화출판사를 찾아서 - 10. 우리 만화의 빈 고리를 메우고 있는 보리출판사
홍지민
2014.09.29
“보리에서 만화책을 발간한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낯설어하지 않게 된 것 같아요. 그래도 작품수가 많지 않아 만화 출판사로 소개될 수 있을지 조심스럽네요.”
한국의 만화출판사를 찾아서 - 9. 한국웹툰의 재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출판사, 재미주의
홍지민
2014.09.03
요즘 우리 만화는 웹툰 시대로 접어든지 오래 입니다. 수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어떤 작품들은 독자들의 사랑을 한껏 받기도 하고 또 어떤 작품들은 쉽게 잊혀 지기도 합니다. 웹툰은 책으로도 만들어져 독자들과 만납니다. 그런데 인터넷에서 인기리에 연재됐다고 해서 모두 단행본으로 출판되는 것은 아닙니다. 출판사들은 소장 가치가 있고 다양한 연령층의 독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작품을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한국의 만화출판사를 찾아서 - 8. 의식과 색깔에 취향을 보태가는 만화 전문 출판사 길찾기(이미지프레임)
홍지민
2014.08.12
뜨거운 여름을 맞아 찾아간 국내 만화 전문 출판사는 색깔 있는, 의식 있는 출판사로 정평이 난 ‘길찾기’입니다. 길찾기의 보금자리는 서울시 관악구와 경기도 과천 사이에 놓인 남태령 고개 너머 산기슭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군부대 옆 삼거리로 들어서게 되면 유려한 자연을 벗 삼은 주택들이 늘어서 있습니다. 길찾기 사무실도 바깥에서 보면 전원주택에 다름 아닙니다. 무심코 지나가다 보면 출판사가 있는 줄 알아채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국의 만화출판사를 찾아서 - 7. 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거북이 북스
홍지민
2014.06.27
일곱 번째로 탐방하는 만화출판사는 바로 ‘거북이북스’입니다. 늘 새로운 도전을 하며 만화의 영역을 넓혀가는 출판사로 정평이 난 곳입니다.
한국의 만화출판사를 찾아서 - 6.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다 휴머니스트
홍지민
2014.06.10
휴머니스트는 만화 ‘전문’ 출판사는 아닙니다. 10여 년간 세상에 내놓은 만화는 모두 합쳐 100권에 미치지 못합니다. 휴머니스트의 전체 책 가운데 만화는 7분의 1정도에 불과합니다. 절반가량은 어린이 학습만화입니다. 그럼에도 ‘만화 출판사’로서 휴머니스트를 탐방하게 된 까닭은 국내 출판 만화 시장의 새로운 흐름에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만화출판사를 찾아서 - 5. 다음이 더 기대되는 개념 출판사 세미콜론
홍지민
2014.02.15
2000년 즈음부터 문예출판사들이 새 브랜드를 내세워 만화 출판에 뛰어듭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 2005년 문을 연 두 곳이 있습니다. 민음사의 ‘세미콜론(;)’과 열린책들의 ‘미메시스’입니다. 두 곳 모두 한 때 우리사회에서 사회 악(惡)으로 규정됐던 만화의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는 곳입니다.
한국의 만화출판사를 찾아서 - 4. 만화출판계의 용자 애니북스
홍지민
2014.01.29
‘애니북스’는 바로 그러한 용자 가운데 하나입니다. 물론 장사가 되니까 지금까지도 용자의 깃발을 휘날릴 수 있을 것입니다. 만화 팬들이야 덕택에 그동안 ‘정발’로는 접하기 힘들었던 작품들을 즐길 수 있게 돼 그만입니다.
한국의 만화출판사를 찾아서 - 3. 후발주자지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학산문화사
홍지민
2013.12.24
국내 만화출판사 빅3의 한 축인 학산문화사는 일본으로 치면 슈에이샤(集英社)와 닮은꼴입니다. 탄생 과정이 그러합니다. 슈에이샤는 쇼가쿠간(小學館)에서 독립해 일본 3대 만화 출판사로 성장한 출판사입니다. ‘드래곤볼’과 ‘슬램덩크’를 펴냈던 1980~1990년대가 정점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요즘도 일본 3대 소년 만화로 꼽히는 ‘나루토’와 ‘원피스’, ‘블리치’를 선보이며 식지 않는 인기를 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만화출판사를 찾아서 - 2. 1990년대 이후 국내 만화 출판 시장을 움직인 대원씨아이
홍지민
2013.11.27
한국의 만화출판사를 찾아서 - 2. 1990년대 이후 국내 만화 출판 시장을 움직인 대원씨아이
한국의 만화출판사를 찾아서 - 1. 빅3의 맏형 서울문화사
홍지민
2013.10.29
한국의 만화출판사를 찾아서 - 1. 빅3의 맏형 서울문화사
한국의 만화출판사를 찾아서 - 서론
홍지민
2013.09.24
이번 출판사 탐방이 한국 만화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데 작은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기대해 본다. 또 앞으로 만나는 우리 출판사 가운데 세계 만화 시장에 우리 만화를 널리 알리며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름을 떨칠 출판사가 나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