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만화도서관 추천도서
한국만화도서관이 추천하는 8월의 만화
서찬휘 2016.07.21
휴가철 정주행용 추천 만화 5선
 
- 서찬휘(iam@seochanhwe.com) / 만화 칼럼니스트
  
바야흐로 휴가철. 뙤약볕 아래 놀러 나가고 싶은 사람이든 집에서 조용히 지내고 싶은 사람이든 주어진 휴식 시간에 가슴 들뜨는 시기다. 무릇 휴가철이라면 만화를 쌓아놓고 정주행하는 일만큼 즐거운 일도 드문 법이다. 여기 휴가철 정주행하기 좋은 만화를 다섯 편 소개한다.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 이열치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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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램덩크>
이노우에 타케히코 / 오리지널판 1~31권 / 완전판 1~24권 / 한국어판 대원씨아이 출간 / 완결
 
무릇 뭘 읽어야 잘 읽었단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도무지 모르겠을 때에는 안전한 선택지를 고르는 편이 좋다. 흡인력과 완성도 면에서 확실히 검증된 1990년대 명작, 그 가운데에서도 뜨거운 여름에 어울리는 작품을 꼽으라면 단연 <슬램덩크>를 꼽을 만하다.
 
<슬램덩크>는 그 자체로 농구 만화의 전설이 된 작품이다. 농구를 아는 이들이라면 박진감 넘치는 시합 전개에 빠져들겠지만, 설령 농구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 해도 강백호, 서태웅을 비롯해 개성이 강하다 못해 이리저리 삐져나올 것만 같은 문제적 인물들이 강팀들과의 시합을 거치며 비로소 한 팀으로 뭉쳐 가는 청소년들의 땀내나는 성장기로 읽기 딱 좋다. 주인공 격인 강백호나 소속팀인 북산 팀은 물론 경쟁 상대와 그 팀의 리더들까지도 각자의 위치와 역할을 자각해가고 서로를 인정해가는 모습이 격렬한 시합 묘사 사이사이에 강렬한 개연성과 감동을 더한다.
 
워낙에 유명한 탓에 작품을 안 본 이들조차 “뜨거운 코트를 가르며~”로 시작하는 한국어판 애니메이션 주제가 음율이나 “왼손은 거들 뿐” 정도 명대사는 알고 있기도 하지만, 감히 단언하건대 한 번 정주행을 한 사람은 반드시 다시 읽게 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부터는 전체 권수 가운데에서 어느 권을 집어들든 그 뒤까지 독파하게 될 것이다. 제목마따나 슬램덩크가 난무하는 경기 풍경이 아무리 봐도 고등학생 농구 수준이 아니라는 정도의 핸디캡은 넣어두자. 아마 읽다 보면 생각나지도 않겠지만.
  
 
닥치고 스타일리시 피바다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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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싱>
히라노 코우타 / 1~10권 / 한국어판 조은세상 출간 / 완결
 
<슬램덩크>가 이열치열의 미덕을 보여준다면 <헬싱>은 한여름 밤을 차갑게 식혀줄 만한 스산함을 전해주는 뱀파이어물이다. 조금 더 정확히 이야기하면 뱀파이어가 주인공인데 뱀파이어를 사냥하는 가문과 피의 계약을 맺고 다른 뱀파이어들을 사냥하고 다니는 작품.
 
한데 <헬싱>을 ´공포만화´로 구분하기에는 다소 미묘한 구석이 있는 작품이다. 온갖 심리적, 시각적 장치를 동원해 공포감을 극대화한다기보다는 몹시 극단적인 구성원들이 사이좋게 극단을 향해 내달리는 극단적인 전개가 작품이 주는 재미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초반에는 흡혈귀를 사냥하는 왕립국교기사단 ‘헬싱’ 가문의 당주 인테그라의 수족이면서 그 자체로 최강의 흡혈귀인 아카드, 흡혈귀 사건에 휘말려 죽음에 이를 뻔하다 아카드에게 뱀파이어라는 제2의 인생(?)을 살게 된 여경 세라스, 그리고 아카드의 숙적이자 흡혈귀에 맞대응하기 위해 개조된 사제 안데르센 등이 격돌하는 괴물 대 인간의 대립구도로 보인다.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영국 국교와 바티칸의 대결 구도가 되고 인조 흡혈귀를 만들던 배후로 나치 잔당 전쟁광들이 등장하면서 극의 전개는 그야말로 대혼란 전쟁통으로 빠져들게 된다.
 
도대체 어디까지 이야기를 키우고 어디까지 부수고 박살 내고 죽이려 드는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만한 극단적 카오스가 반복되는데, 재밌게도 얼개를 어떻게든 맞춰내는 데다 그럴싸한 인간 드라마(?)들도 욱여넣고 있다. 심지어 이 정도로 극단으로 가면 오히려 상쾌한 기분마저 든다는 게 함정. 인체 비례 이상해지고 인물이 그때그때 달라 보이는 작화 조차도 “얘 변신 가능하잖아”라고 받아들이면 아무 문제도 없다. 10권 완결인데 역시 어느 시점엔가는 그래 어디 한 번 막 가 보라 하고 웃으며 보게 되는 작품. 유럽 역사를 안다면 조금 더 재밌게 읽을 수는 있겠지만 그래 봐야 어느 시점에선가는 머릿속이 하얗게 불타오를 것이다.
 
 
오래 끓인 잡탕 찌개도 잘 끓이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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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턴 샷건>
박민서 / 1~40권 / 대원씨아이 / 완결
 
1990년대 한국 만화 잡지의 활황기가 여러 이유로 끝물을 맞이하던 무렵 등장해 10년 40권이라는 대장정을 거쳐 마무리된 작품. 
 
제목에서도 보이지만 미국 서부극의 얼개를 지니고 있는데, 정작 그 안에 들어 있는 알맹이들은 그야말로 잡탕 찌개라 할 만하다. 노스와 사우스의 전쟁이 종결된 이후 웨스턴은 혼란한 사회상을 틈타 한 몫 벌어보려는 악당들과 역시 이들을 잡아 한 몫 벌어보려는 현상금 사냥꾼들이 날뛰고 있다. 그 한 편에서 자치권을 쟁취하려는 대륙 원주민들은 한데 뭉쳐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고, 군부 내에서는 호전적 인물이 전복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를 획책하는 인물들 또한 물밑과 물 위를 넘나든다. 혼란기에 으레 있을 법한 난투 활극은 어느 사이엔가 사회 체제의 정립과 존속에 관한 싸움, 생존과 공존을 위한 싸움으로 시야각을 확대해 간다. <웨스턴 샷건> 이렇게 정신없이 확장해가는 이야기를 막 현상금 사냥꾼으로서의 생활을 시작한 한 스팅 우드맥과 그 눈에 띈 초고액 현상범 집단 ‘골드 로마니’와의 대립으로 절묘하게 꿰어맞추며 무게 중심을 유지한다.
 
천재적인 전투 감각을 보여주는 골드 로마니의 행동대장 테미 발렌타인과 허허실실 작전인지 바보인지 진의를 잘 파악하기 어려운 낯짝이 주 무기(?)인 스팅 우드맥은 복면 절도범과 헌터로 만난 적대 관계다. 정체를 숨겨야 하는 골드 로마니와 테미 입장에선 사사건건 얽혀드는 스팅의 존재가 거추장스럽기 이를 데 없지만, 양쪽은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얽혀들며 서로의 대립을 넘어선 새로운 전쟁통 속으로 휘말려 든다. 포화 속에서 스팅이 지닌 미묘한 미소의 배경과 골드 로마니의 본래 목적 또한 점차로 드러난다.
 
로미오와 줄리엣 이후 섞일 수 없는 위치에 서 있는 남녀의 로맨스는 일정한 공식처럼 공공연히 등장해 왔지만 <웨스턴 샷건>은 둘의 출신이라 할 수 있는 우드맥 가와 발렌타인 가를 노우스와 사우스, 부족연맹 등 편을 나눠 헤게모니 쟁취에 여념이 없는 이들의 아귀다툼과는 다른 노선을 걷는 인물들로 묘사함으로써 이야기의 깊이를 더한다. 여기에 진짜 갈등을 조장하는 인물들 또한 궁극적으로는 헤게모니가 아닌 전장 자체를 목적으로 하는 도박을 꾀하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기도 하다. 시종일관 쿵쾅쿵쾅콰콰광 유쾌하게 벌어지는 액션 뒤편에 자리한 사회 시스템 묘사가 자못 묵직하게 느껴지는 까닭이기도 하다. 미국 남북전쟁의 전개와 서부 개척과 함께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이 겪어야 했던 핍박의 역사, 힘의 논리와 전쟁의 원인 등에 관해 아는 이라면 작품이 묘사하고 있는 장면 장면이 조금 더 다른 의미와 깊이로 다가올 수 있겠다. 물론 그러한 부분들이 40권이라는 분량 속에서 재미를 해칠 만큼 앞으로 튀어나와 있지 않은 것도 평가받을 부분.
 
<웨스턴 샷건>은 1990년대 한국 소년 만화가 지니고 있던 에너지의 최종 계승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을 작품이다. 어찌 보면 워낙에 다양한 설정과 인물들을 한 데 뒤섞어 굉장히 잡탕스럽게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하지만 오래 끓인 잡탕 찌개도 잘 끓이면 맛있음을 증명했다고 볼 수 있다. 그 모든 설정을 처음부터 설계한 대로 끌고 갔다고는 보이지 않지만, 그마저도 10년 단위 초장기 연재작이라면 감수할 수 있는 것. 유명 뮤지션들의 이름과 독특한 성격들이 캐릭터로 고스란히 등장하고 있어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꽤 당황스럽기도 하고 반갑기도 할 법하다. 40권이라는 분량 때문에 휴가지에 가져가기는 어렵겠지만, 집에서 쌓아놓고 보기엔 훌륭한 킬링타임 아이템이다.
 
 
세계 최고봉의 서늘한 진면목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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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봉우리>
유메마쿠라 바쿠, 타니구치 지로 / 1~5권 / 한국어판 애니북스 출간 / 완결
 
<히말라야>로 다시 한 번 화제선 상에 오른 바 있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는 비단 ´산 사람´이 아니라 해도 다양한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는 곳이다. 그 이야기들 가운데 유난히 유명한 발언이라면 역시 에베레스트의 첫 완등자로 여겨지고 있는 조지 맬러리가 “왜 산에 오르는가”란 질문에 답했다는 “거기에 그게 있으니까(Because it is there)”일 터다. 이 말을 처음 볼 때부터 선문답 같아서 멋져 보이지만 대체 어떤 세계 속에 살고 있기에 저런 답이 나올까? 하는 생각이 들곤 했는데 그 질문에 답을 준 작품이 바로 이 <신들의 봉우리>다.
 
조지 맬러리는 에베레스트를 오르고 하산하다 실종되어 첫 등정에 관한 온갖 논란과 미스터리의 주인공이 됐는데, <신들의 봉우리>는 "맬러리가 남긴 사진기가 있고, 그 안에 첫 등정의 진상이 담겨 있을 것"이라는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산악인이자 사진작가인 주인공 후카마치가 산에서 동료를 잃고 실의에 빠져 있다 네팔의 등산용품점에서 우연히 맬러리 원정대가 지니고 있던 것과 같은 사진기를 접하는데, 이 사진기를 처음 찾았다는 인물이 알고 보니 일본 산악계의 이단아로 일찍이 히말라야에서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사내 ´하부 조지´였다.
 
후카마치는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불분명했던 하부가 네팔에 살아 있었고 맬러리의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기를 갖고 있었다는 사실에 흥미를 느끼고 하부 조지의 생애를 훑어 올라가기 시작한다. 외롭고 고독했으며 고집스러워 산밖에 모르던 하부 조지는 아무도 시도하지 못했던 동계 에베레스트 남서벽 무산소 등반을 3박 4일 안에 혼자서 해내겠다는 목표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거기에 그게 있기 때문이 아니라 내가 여기 있기 때문에 오른다는 말을, 마치 맬러리의 말에 대구를 대듯 남기면서 에베레스트에 오른다. 역사의 전면에 남지 못할 무모한 도전을 하는 하부와 그 기록자가 되는 후카마치의 이야기는 단순히 땀내나는 감동으로서가 아니라 산 사람이 무엇을 보고 무엇을 위해 발걸음을 옮기는지에 관해 간접적인 체험을 하게 해 준다. 아울러 시작점에 해당하는 ´맬러리의 사진´에 관한 의문까지도.
 
재밌는 사실은, 작품이 나오고 나서 맬러리의 시신이 진짜로 발견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직 발견되지 않은 시점에서 낼 수 있었던 상상력으로 몰입감 높은 작품을 만들어낸 소설가와 이를 만화라는 도구를 통해 더할 나위 없이 압도적인 비주얼로 소화해낸 만화가의 능력에 내내 경탄할 수밖에 없다. 더운 여름이라도 작품 속에서 묘사되는 설산의 규모는 정말 마치 생사가 오가는 순간을 감내하며 설산 저편으로 발길을 옮기는 기분을 느끼게 해 주기에 충분하다. 작품을 읽은 후 조지 맬러리의 시신에 관한 여러 이슈들을 찾아서 읽어보는 것도 꽤 재밌다.
 
 
진짜 고수의 무협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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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수>
류기운, 문정후 / 2016.07.12 기준 45화 갱신 / 네이버 연재 중
 
<열혈강호>와 함께 무협 만화의 양대 산맥으로 꼽혔던 <용비불패>의 류기운, 문정후 콤비가 <괴협전> 등의 후속작 이후 오랜만에 무협으로 돌아왔다. 네이버 웹툰 수요일 연재작으로 등장해 초반부터 큰 화제 몰이를 하고 있는 <고수>가 그 작품이다.
 
시대상으로는 <용비불패>의 주요 인물들의 시대가 지나간 뒤에 재편된 중원을 무대로 삼고 있는 <고수>는 만두 배달을 업으로 삼고 연신 헤실헤실 웃고 다니는 주인공이 등장한다. 잘 웃고 허술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뛰어난 무예를 갖춘 실력자라는 설정도, 실제로는 무언가 어마어마한 출신의 비밀이 자리하고 있단 설정도 <용비불패> 때의 페이소스를 그대로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고수>의 장점은 그러한 일말의 익숙함마저도 어느 사이엔가 잊게 할 만한 힘을 보여준다는 데에 있다. 흔히 웹툰들이 창작 비용의 문제 등으로 선을 다소 줄이고 색으로 면을 채우거나 배경을 줄이는 등의 자구책을 쓰고 있는 데에 비해 <고수>는 우직하게 정공법으로 독자를 압박한다. 어느 한 칸도 허술히 비어 보이지 않는 작화, 칸을 일괄적으로 크게 잡지 않아 스크롤 기반의 웹툰이면서도 마치 출판 만화를 읽는 듯한 호흡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 이야기 또한 개그와 진지함을 절묘하게 오가고 있어 작가 콤비의 작품들에 익숙하던 독자들에게는 물론 웹툰을 통해서 만화를 접하기 시작한 독자들에게도 공히 인기를 끌 만한 고품격 고품질 작품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 실제로 주별 순위는 3위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유료로 진행되는 미리 보기 서비스에서 굉장한 호응을 끌어내고 있을 만큼 독자들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고도 한다. 결국, 진짜 고수의 실력은 어디를 무대로 삼든 통할 수밖에 없음을 작품 자체로 증명하고 있다고 하겠다.
 
현재 45회차까지 진행되었지만 작화와 이야기의 밀도로 말미암아 체감상 회별 분량이 만만치 않게 느껴질 것이다. 아직 진행 중인 작품이기에 휴가철이 끝나고도 다음 회차를 계속 기다리게 된다는 부작용이 매우 높은 확률로 발생할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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