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프랑스에서 만화로 논문을 쓴다는 것에 대한 투덜거림
한상정 2001.05.01


나이가 들어서...라는 이유만은 전혀 아닌 듯 하고, 사실 불평을 입에 달고 사는 투덜이 같은 사람은 좀 보기에 기껍다라고 생각해왔다. 어쩌면 당연한 것이, 불평을 해서 뭣하리, 불평말고 일을 해버리던지, 아니면 말든지, 애도 아니고...라는 극단적인 더러운(이라고 사람들이 말함) 성격을 지닌 필자로썬, 외국어로 논문을 쓰는 힘겨움에 대해 한번 써보는게 어떤가...라는 어떤 분의 제안을, 호쾌히 받아들이는 예외적인 사건을 저질러 버렸다. 그러고 보니, 스스로는 불평을 (안하는 척 하면서) 엄청 하는 성격인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하고 있다.^^ 사실은 이번호에 빵구를 본의아니게 내게 될지도 모른다...라고 내심 결정해놓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는 정말 너무 X같아서, 혹 유학을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미리 단단히 맘먹으라는 쾌감섞인 협박을 하고 싶다는 변태적 욕구때문인지도....^^

뭐 어쨋건간에, 결론을 말하자면 외국어로 논문쓰는 건 힘들다. 애 낳는 것 만큼...힘든지도 모르겠다. 흠...애를 안낳아본 독자들을 위해서, 그러니까, 엄청 술을 마시고 취해서 자는데, 30분만에 일어나서 일해야 되는 것만큼? 또는 한여름에 곡괭이들고 딱딱한 땅을 파야하는 것만큼(음...호리호리한 아가씨를 상상해주시길)..,각설하고. 모든 외국어로 논문을 쓴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 어렵다. 당연한게 아닌가. 처음으로 불어의 어려움을 깨달았을 때는, 문법적으로 완벽한(?) 내 문장이 전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을 때였다. 즉 약간 높은 문법실력을 갖추고, 약간 귀가 뚫리기 시작하고, 엉금엉금 말을 한다손 치더라도, 글을 쓴다는 것은, 세월이 가는 것과는 정말 무관한,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였던 것이다. 물론 나는 불문과 출신도 아니고, 영어를 한다고는 해도 그것이 무슨 책나부랭이나 읽을 정도이지, 영어로 작문을 한다고 해봤자 <나는 갑니다> <물 주세요> 뭐, 이정도 수준이 아니었을까 ? 왜 과거형으로 말하냐면, 어느날, 어떤 중국사람들이 다가와서, <에펠탑을 가려는데, 어디서 갈아타야 되죠?>라고 내게 물었던 것이다. 뭐 그 발음이 그 발음이기 때문인지, 어쨋건 완벽히 알아들었다. 물론 나도 아주 친절한 사람이므로, 열심히 영어로 설명하려고 했다. 세상에나! "나", "가다" 이런 국민학생용 영어도 생각이 안날 뿐만 아니라, 내가 불어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것조차 한참 뒤에나 알았다. 즉 내 머리속엔 한국말이, 내 입에선 불어만이 튀어나가는 것이었다! 사람들에 의하면 전형적인 증세라고 한다. 불어를 좀 더 잘하게 되면 영어가 다시 기억이 난다고 하니, 그말을 믿어야지...

<하면 된다>라는 군바리적 자세로 덤벼온 지, 올 여름이면 어언 3년...박사준비과정 2년차. 올해 못내면 쫓겨나는 절박한 처지. 돌이켜보았다. 이 괄목할만한 성장을. 아시는 분은 다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이 투덜거리고 있는 장본인은 만화에 관한 논문을 쓰고 있는것이었다! 처음에 만화이론서를 읽었을때의 그 황당무게함. 용어의 뜻을 정확히 몰라서, 왜냐하면 만화전문용어까지 사전에서 찾기는 정말 힘드므로...장님 코끼리 다리 잡듯이 시작했었다. 예컨대, phyractere, bulle, ballon이 다 똑같은 <말풍선>을 지시하는 것이지만, 제일 처음 용어가 가장 <우아한> 표현이다(원래뜻은 <두루마기>책) 상상력 하나로 책을 읽었다. 왜 <만화이론 입문>같은 책을 못보았단 말인가? 실지로 있긴 했다. 단 어디서 찾아야 할지를 몰랐을 뿐. 물론 여전히 책을 읽는 어려움은 있다.(이건 다음 기회에...) 그렇게 보낸지 2년 반...

드디어!! 결심했다. <자, 이제 쓰리라!> 그리고 시작했다. 무식용감하게스리 그것도 불어로...결론은? 3번을 고쳐쓰다가 포기!, 그 다음엔 아예 한글로 시작했다. 이렇게 한글로 글이 주리주리 나오면 오죽 좋으리. 한 문장, 한 단어 일일이 확인하고, 심지어 <동의어 사전>, <로베르 사전>, <표현 사전> 다 갖다 놓고, 덤볐음에도 불구하고, 처참히 실패했다. 물론 나도 쓰면서 어렴풋이, 이건 아닌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취약한 부분만 첨가하면 될 줄 알았다. 아! 이 언어의 힘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던지! 즉, 내 생각이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의 부족 때문에, 축소, 변형되는 것이었다. 불어로 열심히 문장을 만들다보면 내 생각의 끈이 풀려버리는 것이었다!

시험삼아 남편에게 보여줬다. 남편이 나를 죽일려고 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래 마누라와 남편이란 견원지간, 운전도 못가리켜주는 사이가 아닌가? 그의 판단을 못 믿으리. 내 능력에 대한 질투일 수도 있으므로(^^) 같이 수업을 듣는 친구를 꼬드겨서 한번 읽어보라고 했다. 아주 예의가 바른 프랑스 친구이므로, <음..잘 이해가 안가는데...>라고 하는 것이다! oh! my god! mon dieu!(번역하자면X됐다!)

그걸 다시 갖다 놓고, 내가 혼자서 한글로 번역을 해 보았다. 전혀 논리가 안 서는 것이었다. 이 말 했다가 저 말하고, 어쩔때는 반복되고, 어느곳에선 빠져있고...땅에 대가리를 콱 박고 죽어버릴까...라는 생각도 했다. 선생들한테 비판도 당한다. 뭐 하루이틀 일인가....사실 이것도 참으로 괴로운 일이다. 사실 유학까지 온다고 했을 때, 자신의 학업능력에 대한 왠만큼의 자신감도 있고, 그리고 뭐 공부못한다는 소리 별로 안들어오다가, 유학을 와서 학교수업을 듣는 순간. 바보가 되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질문...은커녕, 질문당할까봐 두려운...것이다. 게다가, 선생한테 논문주제에 대해 써갈 때 마다, 그 지적받는 문제들이란!!! 물론 이것은 나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그 어떤 유학생도 이런 문제 없이 그냥 넘어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이것을 필요이상 비하시킬 필요는 전혀 없다. 왜냐하면, 유학생활중에 이상해지는 사람들은 이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유학이란 몸도 몸이지만 스스로의 정신적 건강을 유지하는 것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유학시절에 사람 만나기 힘든 것이란 이런 것 때문인 듯 하다. 자신의 <자괴감>과 <자신감>의 상실을 다른이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이다. 결국은 사람을 피하게 된다. 나는? 가족들과 함께 있으니 이런 면에선 정말 다행이다. 정신적인 건강을 유지하는데, 아이만큼 소중한 존재가 있으리...

지금은 아예 한글로 다 써놓고, 그것을 불어로 다시 번역을 한다. 그리고 물론 그것도 그 다음엔 프랑스사람을 하나 잡아서 고쳐야 한다. 아마 많이 고칠 것이다. 뭐, 문제가 없을 거라곤 생각도 하지 않는다. 아마도 본과정 논문을 쓸 때면 나아지겠지. 그때는 또 3년이 흘러가 있을테니 말이다. 물론 이런 상황들은 나만의 특수상황일수도 있다. 일단 나는 어학기간을 많이 잡지 못했고(IMF랑 겹치는 바람에 학원비가 없어서 흑흑흑...), 그리고 남편에 애까지 거느리고 살자니 밥도 해먹여야 되고, 저녁에 외출도 당연히 못하고, 친구들도 못사귀고, 게다가 나이도 이미 너무 먹었고, 단어 하나가 들어가면 뇌속의 다른것들 2개는 튀어나와야 하니, 뭐 당연하지 않겠는가? 앗! 이건 절대 불만이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이런 상황의 안정감을 충분히 인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사실 나 같은 형태의 인간이야 말로 혼자 유학생활을 못할 전형적인 타입일지도 모른다. 외견은 힘세 보이지만, 고집세고, 신경 날카롭고, 집요하고, 성질머리 더럽고, 게다가 자주 아프고...자. 내겐 하나의 전환점이 저기 보인다. 요즘은 쓰러져도 논문은 내고 쓰러지리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다음 글엔 아마 쓰러졌는지 안쓰러졌는지 보고할 수 있을 것 같다. 18일까지 제출이니까 말이다. 그럼, 독자 여러분들도 최선을 다하길!!


































                                                                                                                                                <희귀(?)만화서점 새로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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