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만화박물관들과 지역적 한계를 초월하는 기획전
한상정 2001.09.01

드디어 만화도시 부천에 한국만화박물관이 생긴다니 정말 반가운 일이다. 필자가 사는 동네 근처에도(한국보다는 앙굴렘이 훨씬 더 가까우므로^^) 그런 박물관을 소유하고 있는 곳이 두 군데가 있는데, 하나는 프랑스의 <국립 만화와 이미지 센터(Centre National de la Bande Dessinee et de lImage)>이고, 다른 하나는 벨기에의 <벨기에 만화 센터(Centre Belge de la Bande Dessinee)>이다.


앙굴렘 센터Centre National
de la Bande Dessinee et de lImage



1986년에 벨기에에서 먼저 세우고, 4년후 1990년에 프랑스에서 세워졌다. 자고로 국립 만화센터라고 이름 붙인 만큼, 체계적인 만화의 수집, 보관, 소장만이 아니라, 계속적으로 좋은 전시활동을 함으로써 만화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 또한 그로 인한 새로운 인력들의 창출까지 그 임무와 역할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예컨대, 자료를 보관하려고 해도 수많은 자료들 중 솎아내는 기준이 필요할 것이고,



벨기에 만화 센터Centre Belge de la Bande Dessinee

그 모아진 자료를 대중적인 교양을 위해 사용할 때에도, 언제 어떻게 라는 선호도가 작용할 것이며, 그런 것을 조직하는 사람들의 역량에 따라서 많은 차별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전시를 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엑스포제(exposer)", 즉 "드러내다"라는 의미로써, 내재화가 아니라 외화(外化)가 그 기본이다. 내부적으로 축적된 의문과 그에 대한 질문을 일정 정도 적당한 선에서 매듭을 짓고 보러 오는 이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만화가 무엇인가? >또는 그 전시의 포맷에 따라서 <우리나라 만화가 무엇인가?>에 관한 나름의 답변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시는 작품들은 단지 제멋대로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체계적으로 "전시"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따라서 박물관에서 기획하는 전시야말로 그 단체의 역량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두 센터를 보면, 일단은 박물관, 도서관, 서점으로 분류된다. 서점이야 만화에 관련된 구하기 힘든 자료들을 파는 곳이라면, 도서관 역시 자료적인 측면에서 역사적이고 의미있는 작품들과 학위논문들 등을 빠짐없이 수용하고 있다. 이 두 조직은 정해진 구조에 자료들이 계속적으로 보충되는 형태를 띄기 때문에 고정되어 있는 측면이 더 강하다. 이들이 대중들과의 접촉면을 확대시키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지역적인 한계는, 박물관이 지닐 수 있는 장점을 뛰어넘을 수 없다. 예컨대 500이나 700페이지에 이르는 논문하나를 찾기 위해서 그 비싼 떼제베를 타고 몇 시간을 내려가서 숙식을 하면서 읽고 오기가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파리에 살면서 이러한 처지를 느끼는 것을 보면, 대체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인지... 물론 박물관도 이런 면에서 그런 한계를 분명히 노정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시를 기획해서 다른 지역으로까지 출장전시를 할 수 있음과 더불어서, 상대적으로 구입이 자유로운 전시도록을 통해서 비록 일부이나마 그 면면을 엿볼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에 비해 다른 두 조직체계는 물론 점점 더 활성화되겠지만, 예를 들자면 인터넷상에서 보유자료를 검색해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원칙적으로는 대출이 금지이기 때문에 자료를 접할 수 있는 방법은 직접 발걸음을 서둘러야 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지니고 있다. 벨기에의 센터는 심지어 인터넷 주소조차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모든 공공기관에 자기 홈페이지가 일반적인 우리나라의 초고속 통신망에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 누구도 벨기에의 만화의 저력을 무시할 순 없다. 벨기에가 어디냐? 바로 그 <땡땡>에서부터 <스머프>, <리키 루크> 등등의 빵빵한 전세계적인 수준의 만화를 산출한 곳이 아닌가. 비록 불어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또는 프랑스와 붙어있다는 이유로 불어권으로 한꺼번에 묶여서 취급되고 있지만, 그 만화적 저력은 유럽에서도 제 일순위권에 드는 나라가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사실 이런 박물관의 모든 활동은 차세대에게 활용할만한 물질적인 자료를 넘겨주는 도서관과는 달리, 비록 눈에 확연하게 띄진 않더라도 만화에 관한 생각들을 넘겨주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 센터들은 지속적으로 전시들을 조직하는데, 이 전시들을 통해 이 단체들의 저력을 잘 맛볼 수 있다.



<만화속의 도시> 
       포스터

벨기에 만화센터에서 6월 5일부터 8월 31일까지 진행된 <만화속의 도시>라는 전시회는 이 전에 필자가 소식을 전했던 <만화와 정원>이라는 전시회와 비슷한 포맷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자가 오히려 도시적인 냄새가 훨씬 더 강조되었다면, 후자는 오히려 도시 속의 녹색공간을 여러 가지 분야로 나누어서 전시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브뤽셀에서 벌어진 이 전시는 총 80여개의 도시풍경을 묘사한 만화속의 칸들을 엄청나게 큰 크기로 확대시켜 전시를 했다고 한다. 6월 19일부터 11월 4일까지 프랑스의 앙굴렘의 센터의 박물관에선 유럽에서 최초로 <뽀빠이 전>을 하고 있다. 어떻게 본다면 한번도 이런 전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에 의문을 표명할 수도 있지만, 90년에 센터가 생겼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뽀빠이

1929년에 엘지 크리슬러 세가(Elzie Crisler Segar)에 의해 처음으로 그려진 뽀빠이는 한때 멸망에 이르렀던 시금치 경작을 회생시켰다는 공헌에 의해 미국의 농민들에게 엄청 사랑받았었다는, 진실성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루머와 더불어 어린이들에게 시금치를 권장할 수 있는 만화가 되어왔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언어로 번역이 되었고, 수많은 만화가들의 손을 거쳐 지금은 히 에이스만(Hy Eisman)에 의해 지금도 그려지고있는 이 뽀빠이는 실은 1933년에서 50년대에까지 스튜디오 플레이셔(Studios Fleischer)에 의한 애니메이션 덕분에 그 유명세를 과시했었다. 마찬가지로 80년대 초반에 로버트 알트만(Robert Altman)에 의해 로빈 윌리암스(Robin Williams)가 주연했던 실사영화인 <뽀빠이의 모험>도 만들어졌었다. 이 전시 역시 전시가 끝나면 파리에 올라오거나 또는 2002년의 앙굴렘 국제만화페스티발에서 전시가 될지도 모른다. 이제 첫걸음을 내딛는 우리의 만화박물관이, 지역적인 한계를 초월하여 여러곳에서 그 면면을 접할 수 있는 재미있고 알찬 전시를 많이 기획해내게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박물관의 다른 모든 활동들은 일단은 전시에 가장 집중을 두었기에, 자세히 서술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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