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 미국의 긱(Geek) 문화권, 일본만화를 공인하다
김낙호 2007.11.29

근,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문화취향을 전문으로 다루는 미국의 유명 잡지 ‘와이어드(WIRED)’에서 일본만화(manga)를 표지 특집으로 다루어 화제가 되었다. 이 잡지는 한국에는 IT전문지라고 흔히 알려져있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테크-문화 전반을 다루는 잡지로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특히 미국식의 대중문화 매니아인 ‘긱’(Geek)들의 취향을 충실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에는 IT 기업 운영의 최신 트렌드, 대체 에너지 개발 현황, 유전 정보 조작의 기술적 혁신 같은 테마를 표지에 내걸다가도, 긱 문화에 큰 전환을 가져다줄 만한 큰 소재가 있으면 대중문화 소재라도 망설임 없이 크게 다루어준다. 예를 들어 ‘심슨가족’으로 유명한 맷 그레이닝 사단의 SF 애니메이션 시리즈 ‘퓨쳐라마’가 1999년에 처음 방영되었을 때 무려 3종 표지 세트를 특별 발행했고, 극장판 트랜스포머, TV 드라마 히어로즈 등이 표지를 장식하는 식이다. 그런데 긱 문화의 핵심 중의 핵심인 만화는 정작 사회적으로 결정적인 임팩트 요소가 있는 사건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어서인지, 오랫동안 전면에서 다루어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2007년 11월호에서는 만화가, 그것도 기존 긱 문화를 규정하던 슈퍼히어로 코믹북이 아니라 일본 ‘망가’가 표지를 장식한 것이다.

와이어드 2007. 11. 15 일자 표지기사이미지
와이어드 2007. 11. 15 일자 표지기사이미지(와이어드 홈페이지 발췌)

집 기사는 일본에서 그리고 미국에서 받아들이는 일본만화의 문화적 위치를 기사화하고, 나아가 초창기부터 망가를 서구권에 소개해온 가장 큰 두 개의 출판사 가운데 하나인 Viz의 제이슨 톰슨이 스토리를 쓴 10페이지짜리 만화가 실렸다. 이 만화는 일본만화의 미국진출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표현해낸 학습만화인데, 일본인 그림작가와 작업했음은 물론 미국 내 망가의 독특한 위치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 우철 방식으로 읽도록 되어 있다. 게다가 풀컬러의 원래 잡지의 모양새와 다르게 흑백에다가 스크린톤 범벅의 만화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그보다 역시 중요한 것은, (미국인 기준에서 보기에는)일본만화체 미소녀가 표지를 장식하고 있고, 표지 전반의 디자인 역시 일본만화 잡지 특유의 과장된 글꼴이나 편집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표지 타이틀은 무려 “망가, 미국을 점령하다.” 스탠드에 놓였을 때의 임팩트는 더 말할 나위도 없다.
‘와이어드’에서 일본만화 특집이 다루어진 것은, 미국권의 긱 문화가 일본만화를 자신들의 취향의 일부로 완전히 받아들였다는 상징적인 제스츄어로 볼 수 있기에 그 함의가 각별하다. 게다가 수많은 종류의 매니아들 가운데서도 와이어드 독자들로 대변되는 테크-긱들은 전문지식의 속성상 사회 리더층이거나 그 쪽으로 발돋움하기 용이한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만화 시장의 ‘크기’에 신경을 쓰는 것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만화의 문화적 임팩트를 이런 계층에 침투시키는 것은 상당한 일이다. 지난 수 년간, 미국 주류 장르만화가 이들과 점점 멀어지는 동안 다른 장르와 다른 접근법을 지닌 망가류가 그 빈 자리를 착실히 채워나가고 있었고, 그렇게 해서 생겨나고 커진 흐름이 마침내 이런 식으로 공인받은 셈이다.

론 이들이 동양권의 만화 문화에 이런 식으로 친숙해지고 있다는 것은 한국 만화산업의 입장에서도 많은 함의와 기회가 되어줄 수 있다. 다만 그것은 현재 종종 자행되고 있는 “묻어가기식 묻지마 떨이 수출”이 아니라 현장의 상황을 파악하며 정확한 마케팅을 하는 방식이 되어야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에 많은 기획과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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