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
박수민 2018.11.23



히가시무라 아키코 <그리고, 또 그리고>


“나는 네 만화를 참 많이 좋아했어”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는 2002년 제10회 대산 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집의 이름이고, 책의 표제가 된 작품은 고등부 소설 부문에서 수상한 단편이다.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하라니, 누군가의 인생에 말하는 듯 의미심장하고 강렬한 제목이다. 이 문장을 처음 접하고 가슴 어딘가 쿡 눌러지는 느낌을 받은 나는 작품집을 구해 읽었다. 소설은 현재 만화가가 되어있는 화자가 작가들의 10대 시절을 회상하는 글의 청탁을 받아 과거를 더듬는 이야기다.

△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 민음사 2002 
 작품집을 펴낸이들도 이 제목에 끌렸던 것인지 대상작을 제치고 표제작이 되었다.

입시 목적의 미술 학원을 다니던 ‘나’는 친구 ‘세영’을 만나면서 만화의 세계에 눈을 뜬다. 기계적인 데생에 머물던 나에게 세영의 만화에 대한 열정은 새로운 충격이었다. 같은 고교에 진학하면서 둘은 ‘BMW’라는 이름의 만화서클을 결성한다. 불이 잘 난다는 문제의 고급 자동차 브랜드가 아니라, 바로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를 그대로 영어로 읽은 약자. 장래의 꿈을 일찌감치 정해놓고 도중에 이탈하지 말자는 강한 의지를 약속한 이름이었다.

프로 만화가가 되는 공통의 꿈을 가지고 BMW에 다섯 명의 여고생이 모인다. 가장 그림 실력이 뛰어난 만큼 신랄한 ‘혜숙’, 쾌활한 성격과 반대로 어두운 만화를 그리는 ‘우경’, 술과 담배를 하는 등 살짝 비행소녀지만 문학적인 만화를 그리는 ‘보연’까지 다섯 친구들은 오로지 만화가만을 원한다. 기성 만화를 두고 토론하는 것은 물론, 매달 10페이지의 창작만화를 마감하고 서로 냉정하게 비평하는 등 엄격한 회칙의 동인 활동을 한다. 그러나 대입 수능 시험을 앞둔 고3 수험생이 되면서, 그들의 꿈은 현실의 문제로 삐걱대기 시작한다. 이런저런 각자의 문제들 앞에서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 되어버린다. 꿈과 열정이 가득 담긴 소중한 습작 원고들을 부모의 손으로 또는 제 손으로 직접 쓰레기 소각장에 던져놓고 소녀들은 흐느낀다. 그리고 서로에게 말한다. “나는 네 만화를 참 많이 좋아했어.”

끝내 만화가가 된 화자는 꿈에 도달한 자의 미안함과 쓸쓸함으로 친구들과 지난 시절을 그리며 담담하게 이야기를 맺는다. 고교 2학년 때 쓴 단편 소설에서 이미 “글쓰기를 업으로 하는 분들은 어떻게 책 한 권을 써낼 수 있는 걸까?” 묻던 학생은 직업적 글쓰기에 대한 나름의 통찰과 비전이 있었던 것 같다. 작품을 쓴 김지현 씨는 국문과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 겸 소설가가 되었다. 러브크래프트와 캐서린 앤 포터의 단편선 등의 옮긴이로서 그의 이름을 장르문학 곳곳에서 발견하고 생면부지의 내가 묘한 반가움을 느낀 적이 있다. 반드시 만화가가 된 건 아니지만 번역가라니, 스토리텔링의 세계에서 창작보다 훨씬 숭고한 일이 아닌가!

짧은 단편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나의 옛날을 되새겨봤다. 자신을 세계에서 제일 만화를 잘 그리는 중학생으로 믿고서 만화잡지에 투고했던 일이나, 만화는 절대 예술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미술 선생님과 논쟁하고 이상한 친분을 쌓았던 일, 학교의 반대를 무릅쓰고 몰래 친구들과 만화 동아리를 결성해 작품집을 만든 일 등 케케묵은 추억이 떠오른다. 정작 난 벌써 잊었는데 아직도 내 만화를 기억하는 먼 친구의 안부 속에서, 만화가만을 원했던 과거의 꿈이 새삼 소중하고 또 아쉽게 느껴진다. 영화를 하고자 왔을 때 그 역시 만화를 사랑하는 스승이 내게 말했듯, 나는 만화가의 꿈을 배신하고 온 거나 마찬가지다. 모두 다 할 수 있다는 건 과욕이고 착각. 재능은 꾸준히 오래 갈고닦지 않으면 쉽게 고갈된다. 꿈은 늘 훈련이 필요하다.

“선생님, 사실은 만화가가 되고 싶어요”

이 소설과 함께 얘기하고픈 작품이 있다. 만화가 히가시무라 아키코(東村アキコ)의 이름을 처음 안 것은 작품이 아니라 인터넷의 게시물에서였다. 일본 여류작가가 한국 남자 연예인에 반해 한국을 자주 드나들면서 한류 팬이 되었다는 거였다. 만화 본편보다는 보너스 후기를, 작품보다는 작가를 ‘짤’로서 먼저 접한 것. 대외활동과 신변 노출이 잦은 일종의 예능인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그의 만화를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 미대 입시생 시절부터 프로 만화가로 데뷔하기 까지를 그린 자전적 이야기 <그리고, 또 그리고 かくかくしかじか>(2011)다.

△ 히가시무라 아키코 <그리고 또 그리고> 
 정은서 옮김, 애니북스 2014

이혼하고 아들과 단 둘이 사는 싱글맘으로 현재 집에서 매일같이 만화를 그리는 하야시 아키코, 바로 작가 자신은 어려서부터 장래 희망이 순정 만화가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그리기 시작, 12살 때 이미 스토리 만화를 그려 자신이 투고하면 곧바로 데뷔, 순정만화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초대형 신인이 되어 히트를 칠거라는 착각에 빠져 있었다. 앞서 세계최강의 중학생 만화가를 꿈꾼 누군가를 떠올리게 하는데 암튼 “만화를 그리는 아이라면 반드시 이런 꿈을 꾸는 법”. 공부는 내팽개치고 만화책이나 보며 느긋하게 지내던 ‘하야시’는 무사히 아무 생각 없는 고교생이 되어 미대 입시를 준비한다. 여전히 자아도취에 빠져 미대에 수월하게 들어가리라 생각하던 하야시는 친구의 소개로 바닷가 작은 화실에서 붓 대신 죽도를 휘두르는 ‘히다카 켄조’ 선생을 만나면서 자신의 실력과 현실을 직시하게 된다. 대학생이 되고 어른이 되고 만화가가 되어서도 이 화실에 계속 다니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채.

그럴듯한 예술가가 되어 성공하려는 비대한 자의식에 적당히 살고자 하는 낙천주의, 거기다 자기 능력의 실체와 한계가 파악되면 포기가 빠른 성격까지 결합한 하야시의 막연한 꿈은 요령이라고는 부릴 수 없는 히다카 선생의 혹독한 스파르타식 그림 수업을 통해 땅에 발을 붙이는 계기를 얻는다. 자신이 미대 출신이 아닌 화가로서 미술계에선 이단아 취급 받는 시골 화실의 선생이면서도, 히다카는 입시와 대학을 무시하거나 시스템 바깥의 예술이 진짜라는 식의 예술가적 자의식을 전혀 내세우지 않고 하야시에게 철저히 데생의 기본에 매진하게 한다. 요령을 피우지 않고 대상을 있는 그대로, ‘무조건’ 그린다. 그것은 그림을 그린다, 라는 행위 자체가 노동임을 일깨워 몸의 습관이 되도록 만드는 과정이었다. 노력하지 않는 천재와 엄청난 바보 사이, 진짜 예술가란 사실 후자에 가깝다는 것은 작가를 꿈꾸는 누구나 어느 날 깨닫고 마는 진실. 문제는 하야시가 선생에게 자신의 진짜 꿈을 고백하지 않은 것이었다.

△ 하야시 아키코와 히다카 켄조 선생의 강렬한 첫 만남

히다카는 하야시가 화가가 되기 위해 미대에 간다고 믿었다. 같이 2인전을 열고자하는 스승은 제자에게 대학에서 많은 그림을 그리길 당부한다. 그러나 미대에 간 하야시는 그림을 그릴 최고의 환경에서 정작 그림을 전혀 그리지 못하는 상태가 되고 만다. 나중에 집중하면 금방 그릴 수 있다고 미룬 다음 흥청망청 나태하고 방탕한 일상을 보내다 마음 속 불안만 키웠고 결국은 하얀 캔버스 앞에서 손이 멈춰 그림을 그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슬럼프에 빠진 제자를 찾아온 히다카 선생은 하야시에게 자화상을 그리게 하면서 외친다. “잔말 말고 그려! 그리고 그리고 또 그려라!” 그러나 하야시는 대학 4년을 잉여의 시간으로 흘려버린다.

하야시가 잠시 잊고 있었던 만화가의 꿈을 되살리기 시작하는 건 3권부터다. 졸업 후 정식으로 화가가 되길 바라는 선생과 교사가 되길 바라는 부모 사이에서 만화가의 꿈을 숨겼던 하야시는 고향으로 돌아와 백수 시절을 다시 화실에서 보내다 전화회사 콜 센터에서 2년 반을 근무하게 된다. 아침 6시에 일어나 출근, 하루 종일 컴퓨터와 전화에 시달리다 퇴근하면 화실에서 수험생들을 가르치고 녹초가 되는 일상을 반복하다보니 회사를 그만두기 위한 방법으로 만화를 그리자는 마음을 먹는 하야시. 작가는 여기서 독자들에게 외친다. “사람은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지친 상태일수록, 스트레스가 한계까지 치달아 육체적, 정신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야말로 꿈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겁니다!” 시간이 남아돌던 대학시절에는 전혀 그리지 않다가 생활에 허덕이며 자유시간이 몇 시간밖에 없는 상황에서야 처음으로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나는 이 대목에서 무릎을 쳤다.

△ “우리는 선생님이 생각하시는 그런 인간이 아니에요.”
우여곡절 끝에 잡지 데뷔의 꿈을 이룬 하야시, 하지만 여전히 선생에게만은 만화를 말할 수가 없다. 자신의 그릇으로 채울 수 있는 만화의 가벼움과 진지한 회화의 고통은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을 직시하지만 자칫 스승을 실망시킬까 주저한다. 고민 끝에 선생에게 고백하자 히다카의 반응은 의외였다. 만화는 만화대로, 그림은 그림대로, 하루도 쉬지 말고 그리라는 것. 그러나 스승의 말에 휘둘리기 보다는 온전히 만화를 선택하려는 하야시는 고향과 선생의 곁을 떠날 생각으로 회사 출퇴근과 화실 알바, 밤에는 만화 원고 작성을 하는 강행군을 이어가다 연재가 결정되면서 도망치듯 오사카로 이주한다. 이제 만화에 올인 할 수 있는 매일, 연재 만화가로서 원고와 마감과 입금 확인을 반복하는 성취감에 익숙해져갈 때 고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암에 걸려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게 되었음을 담백하게 전하는 스승이었다.

△ 히가시무라 아키코 원화전’ 포스터. 
 캐릭터들 속 죽도를 들고 있는 히다카 켄조 선생이 보인다.

“괜찮다, 그려라.”
마지막 5권의 이야기는 이 만화책을 처음 접할 독자를 위해 남겨두어야겠다. 이제 20년차 경력의 작가는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현재 네이버 웹툰 <위장불륜>도 연재 중)하면서도 마감을 엄수하는 지금의 원동력은 “괜찮다”며 계속 그림을 그리게 하던 스승의 가르침 덕분이라고 말한다. 만화를 그리는 일은 언제 어디서든 할 수 있다며 “그려라!”고 외치던 켄조 선생의 모습. 작업하는 컴퓨터 책상 앞에서, 노트북을 들고 나온 카페 구석자리에서도 이런저런 하찮은 이유로 글이 안 써진다고 외치는 내게, 오히려 마감 쳐야할 일을 더 늘리라고 하던 내 스승과 겹쳐 보이는 장면이었다. 꿈이 밥벌이가 되어도 도중에 도망치고 싶은 것이 인간이다. 스승의 가르침이 100% 진실임을 알아도 모른 척 하고 싶은 게 제자다.

만화의 하야시 미카코는 선생에게서 도망쳤다는 죄책감을 갖지만 자신의 꿈에선 더 이상 도망치지 않았다. 그녀는 인기 만화가가 되었다. 욕심만큼 능력 이상으로 일을 늘리며 밥벌이가 된 만화가의 길을 끊임없이 간다. 꿈을 향해 나아가는 길은 누구나 고단하다. 중간 중간 작은 보상이라도 없다면 버티기 힘들고 포기하고 싶어진다. 젊은 날 외에 인생의 모라터리엄(moratorium, 유예)을 선언할 수 있는 시기는 없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면 이 시절만큼 아쉬운 때가 없다. 나도 그렇다.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내가 반드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묻고 또 물을 것 같다. 설령 재능이 있어도 힘들고 어려운 일들만 기다리니까 미리 더 노력을 쏟을 것 같다. 다시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에서 한 문장을 더 빌려야겠다. 이제 막 수능을 치르고 새내기 대학생이 될 내년을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올해 겨울이 조금 더 추웠으면 좋겠다”.
칼럼
[전문가칼럼] '공포' 장르문학, 공포에는 국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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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에는 국경이 없다. 무엇이 공포의 요인인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먼저 반응한다. 비명을 지르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다. 공포를 구현하는 매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 표현양상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소설, 만화, 영화는 각기 어떻게 두려움을 빚어내는가.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6 : 계월희,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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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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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한국 웹툰의 글로벌화 근황과 전망
강태진
2019.07.02
한국 웹툰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빈약한 내수 시장을 극복하고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해외로 해외로 나가는 것은 제조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20년 넘게 각고의 노력으로 꾸준히 해외 진출을 시도한 한국 콘텐츠는 한류(韓流)라는 이름으로 동남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 북미,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한류 콘텐츠는 게임, K-POP, 영화, 드라마가 있으며 최근에는 웹툰이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부각되고 있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기술, 예술, 사업의 놀라운 삼위일체
박수민
2019.07.01
<토이 스토리 4>가 나온다는 소식에 처음엔 의아했다. 2010년에 나온 3편을 완벽한 3부작의 마무리로 보았고, 우디와 버즈를 비롯한 장난감 친구들에게 더 나은 결말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 시리즈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바, 살아있는 장난감에겐 자신을 아껴줄 주인보다 좋은 건 없다. 또 모험을 해야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지어내 억지로 잇는 느낌일 것 같았다. 픽사가 한동안 오리지널보다 전작의 속편이나 스핀오프에 치중하는 듯한 인상도 의심을 더했다. 물론 안이한 기획이기 쉬운 속편마저 귀신같이 잘 만드는 픽사이긴 하지만 말이다.
조관제 漫步만보_ 원로 만화가 순례 ⑩ 임수(본명 : 임영의)
조관제
2019.06.19
임수의 작품은 이국적인 화풍과 꼼꼼한 그림체, 그리고 특유의 과장된 캐릭터로 한 번 본 50~60대 독자라면 쉽게 잊혀 지지 않는다. 그의 작품이 재미가 있기도 했지만 그중에서도 ‘임수 만화’를 보는 재미는 심각한 장면마다 무성영화 시절의 변사辯士 같은 인물들이 만화 칸 밖에 나와 해설하는 장면은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칼럼] IP의 확장-웹소설학과의 부상
홍난지
2019.05.31
모바일 시대의 대표 콘텐츠로 각광받는 웹소설은 여가시간에 손에 쥔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웹소설은 다양한 미디어 창구로 전환되어 성공사례를 만들어냄으로써 모바일 시대의 스낵컬처에서 대규모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빅 킬러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다. 작가가 글을 웹에 공개하고 독자가 그것을 소비하는 형식은 인터넷 소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웹소설을 인터넷 소설의 모바일 적응 형식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인피니티 사가 10년과 대하 서사의 시대
박수민
2019.05.31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지난 10년이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막을 내렸다. 아이언맨 1편부터 엔드게임까지 22편의 영화를 묶어 공식적으로 ‘인피니티 사가’로 명명하면서 각 히어로들의 탄생과 인피니티 스톤을 둘러싼 모험이 하나의 통일된 서사로 완료된 것이다. 영화역사상 유래가 없을 무모한 기획은 현시대 가장 인기 있는 거대 프랜차이즈로 보란 듯이 성공했고, 그 최종장으로서 2부로 쪼개진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은 MCU의 수장 케빈 파이기 이하 출연진과 제작진은 물론이고 전 세계 관객에게도 일생일대의 이벤트였다.
[전문가칼럼] 마블은 더 많은 다양성을 포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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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5.28
2008년의 어느 날, 나는 꽤 흥분했다. <아이언맨>을 영화관에서 처음 본 날이었다. 이 영화는 내가 영웅 서사에 기대한 바를 거의 완벽히 충족시켰다. 빛나는 두뇌를 가진 과학천재이자 엔지니어인 군수업체 사장이 테러집단에 납치되지만, 스스로 창조한 슈트를 착용해 탈출하고, 과거를 반성한 뒤 결자해지 하고자 재능 발휘하며 벌어지는 모험과 성장에 심장이 뜨거워졌다.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5 : 이범기, 박수산, 윤애경
박기준
201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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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콘텐츠, 비밀은 없다 : 가와카미 노부오 <콘텐츠의 비밀 -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배운 것들>
박수민
2019.04.22
콘텐츠 업계에서 보낸 10년 이 칼럼 란에 필자의 직업은 영화감독으로 소개되어 있다. 허나 오래 전 저예산 장편영화 한 편을 연출해본 일천한 경력일 뿐. 실상은 시나리오 작가와 그 비슷한 무엇(?)으로 지난 10년의 밥벌이를 해왔다. 여러 영화사들을 오가며 최종적으로 영화를 만들기 위한 글을 써왔는데, 슬프게도 제대로 결과가 이어진 게 없어 이쪽 경력도 내세우긴 좀 그렇다. 그래서 나는 그냥 업계 사람을 만나면 스스로를 이래저래 굴러다닌 ‘장돌뱅이’라 표현한다. 이 바닥에 나 같은 정체불명의 작가 나부랭이가 어디 한둘일까. 업계 종사자라면 고개를 끄덕이기 마련이고, 망하거나 죽지 않고 아니, 포기하거나 굶지 않고 10년을 버텼으니 용하다는 말이 돌아온다. 뭐 하나라도 기술이 있어야 먹고 산다는 옛말은 이과는 물론 문과도 마찬가지인 만고의 진리인데, 한평생 인문계 테크 트리만 찍은 필자의 밥벌이 능력은 기술이라 칭하기엔 애매하다. 아이템이 주어지면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 내용을 글로 옮기는 능력이 그것이기 때문. 이런 모호한 능력을 가지고 영화 일 외에도 스토밍(Storming)할 브레인이 필요한 출판, 디자인, IT 등의 분야에서 온갖 계약직과 비정규직, 프리랜서, 유령작가 등 용병 비슷한 삶을 유영해왔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부끄러운 인간의 우주적 공포
박수민
2019.01.28
대학 시절 소설 창작 수업에서 들었는데, 세상에는 두 가지 작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남의 사연을 자기 이야기처럼 쓰는 작가, 다른 하나는 자기 사연을 남의 이야기처럼 쓰는 작가란다. 이 구분은 또 가지를 친다. 자신이 겪은 일을 자기 이야기 그대로 쓰는 작가와, 남의 일을 남의 이야기로서 쓰는 작가로. 이 갈래에서 전자는 1인칭의 주관적이고 자기 고백적인 사소설(私小說)을, 후자는 철저하게 객관적인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쓴 하드보일드 문체의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의 소재/테마와 저자간의 거리가 얼마나 가깝고 먼지에 따라 정해지겠다.
<이 만화를 밀어 주세요> 우리 주변의 흔한 물건들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이템’ 이라면?
이승형
2019.01.05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익숙한 그 물건들이, 어쩌면 특별하고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특별한 ‘아이템’들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의 일들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진 않은지? 만약 그 일이 자신에게 벌어진다면...?
<웹투니스타의 Deep Impact - 8th Impact>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변론
웹투니스타
2019.01.04
밀레니얼 세대(The Millennials, Millennial Generation)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연구기관 퓨 리서치 센터는 밀레니얼 세대를 1981년부터 1996년생까지로 본다. 베이비 붐 세대(1946-1964)의 자녀 세대로, 어림잡아 말하자면 현재 40-50대가 10여 년 전쯤 ‘요즘 애들’이라고 부르던 세대라고 보면 된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대단히 박하다. 2013년 5월 9일자 표지를 보면 밀레니얼을 “ME, ME, ME Generation”이라고 표현했다. 자신밖에 모르고, 게으르며 자아도취적이고 독립심도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세대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프랜차이즈의 다중 우주
박수민
2018.12.31
재작년 나가이 고(永井豪) 선생 데뷔 50주년과 마징가 Z 탄생 45주년을 기념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단순히 원작 만화와 과거 TV 시리즈의 내용을 리메이크하는 이벤트로만 생각했다. 필자가 기대한 건 과거 만화책과 TV판과 극장판 시리즈를 통해 이미 익숙한 마징가의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4 : 김수정, 김철호
박기준
2018.12.27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4 : 김수정, 김철호
<이 만화를 밀어주세요>2030세대의 현실을 담아내다
김성훈
2018.12.21
로맨스 작품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많은 독자들이 즐겨보는 장르물이다. <케세라세라> 역시 기본적으로 이러한 특징을 지닌 작품으로서 남녀 주인공의 밀고 당기기는 이야기를 통해 연재 기간 내내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취업과 연애 그리고 결혼과 임신 등과 같은 우리 시대 청춘들이 고민하는 부분들을 핵심적인 소재로 다룸으로써 비단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 독자들 또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다가온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도 수출되었으며, 덕분에 이른바 ‘K-COMICS’를 거론할 때 주요한 작품으로 내세울 만하다. 다만, 아직도 이 작품을 모르는 이가 있을 수도 있기에 이들을 위해 <케세라세라>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만화를 밀어주세요>시대의 초상을 그린 만화가 오세영의 작품 세계를 만나다!
심상진
2018.12.21
2016년 5월, 만화가 오세영의 별세라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신문사들은 일제히 기사를 쏟아냈다. “뛰어난 문장력과 데생력으로 ‘만화가들의 선생님’으로 불린다.”, “한국적 정서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가장 한국적인 화풍을 구사하는 작가”, “<토지>를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작가”, “근·현대사의 풍경에 대한 한국적 묘사가 탁월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만화가의 사회적 역할과 참여에 적극적이었으며, 만화 작가 양성에도 힘써” 등의 내용을 실은 수십 개의 기사가 작가의 별세 소식을 알리며 만화가 오세영을 기렸다.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3 : 이종진, 이해광
박기준
2018.12.20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3 : 이종진, 이해광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2 : 고행석, 조관제
박기준
2018.12.12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2 : 고행석, 조관제
<웹투니스타의 Deep Impact - 7th Impact> 수많은 나, 그 모든 것이 나
웹투니스타
2018.12.09
2018년도 이제 막바지로 향해 가고 있다. 날이 추워져 코끝이 시려지는 계절이 왔다. 연말은 가장 많은 ‘나’를 만날 수 있는 때다. 삶을 지나오며 만났던 사람들과 송년회를 참석하다 보면 그때그때 다른 나를 꺼내는 나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 친구, 직장 동료들을 만날 때의 내가 다르고, 또 가족과 있을 때의 내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