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프랜차이즈의 다중 우주
<마징가 Z 인피니티>와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
박수민 2018.12.31



리부트 대신 후일담을 택한 마징가의 전략


재작년 나가이 고(永井豪) 선생 데뷔 50주년과 마징가 Z 탄생 45주년을 기념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단순히 원작 만화와 과거 TV 시리즈의 내용을 리메이크하는 이벤트로만 생각했다. 필자가 기대한 건 과거 만화책과 TV판과 극장판 시리즈를 통해 이미 익숙한 마징가의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너무 잘 아는 이야기를 ‘어떻게’ 또 변주(變奏, arrange)할까? 어차피 무적의 슈퍼로봇이 일당백으로 악당 기계수를 때려잡는 이야기에 덧붙일 새로울 전개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나의 최대 관심은 마징가 Z 리부트의 마지막에 그레이트 마징가가 등장할 것인지 여부에만 쏠렸다. 70년대 TV판 마지막 회에서 무적이던 마징가 Z가 새로운 적을 만나 처참하게 파괴되는 순간, 그레이트 마징가를 등장시켜 새 시리즈의 주역으로 교체해버린 건 전설로 일컬어지는 굉장한 기획이다. 같은 내용의 극장판 <마징가 Z 대 암흑대장군>(1974)에서 그레이트가 나타나는 장면은 지금도 탄성을 내지르게 만드는 명 연출. 필자가 개인적으로 마징가보다 그레이트를 더 좋아하게 된 것도 이 기획과 연출에 완전히 넘어갔기 때문이다.

△ 필자는 제멋대로 <마징가 Z VS 암흑대장군>의 현대적 리메이크를 볼 수 있길 기대했다. 
1974년 여름방학 특선 토에이 만화축제를 보러온 극장에서 일본 어린이들이 겪은 영화적 체험은 엄청났을 것.

그러나 지난 5월 국내 개봉 전부터 포스터에 떡하니 같이 나오면서 그레이트의 참전은 일찌감치 확정되었고, 이야기의 시점은 마징가와 미케네 제국의 싸움이 끝난 10년 후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리부트가 아니라 후일담에 가까운 내용임을 알게 되었다. 개봉에 맞춰 찰나의 평화라는 의미로 본편 이전의 시간을 다룬 단행본 <마징가 Z 인터벌 피스>(2017)도 나왔다. 기계수와 맞서 싸웠던 소년소녀들은 이제 적이 사라진 시대에서 각자의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두 마징가는 과거의 유물로서 박물관에 전시된다. 이런 배경에서 ‘인피니티’라는 마징가를 닮은(마징카이저를 더 닮은) 의문의 유적과 정체 모를 소녀가 발견 되고, 죽은 줄 알았던 헬박사와 기계수 군단이 다시 쳐들어오는 것이 <마징가 Z 인피니티>(2018)의 줄거리다. 

처자식이 있는 아재들인 필자의 친구들은 인피니티를 보고 마징가에 에반게리온이 묻은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지만, 결론적으론 여전히 슈퍼로봇물의 그리운 유치찬란함과 전형적인 소년 취향이 남아있는 작품이었다. 제작진이 본격 리메이크나 리부트가 아닌 마징가 시대의 후일담을 택한 건 이 시리즈의 역사를 기념하고 그 유산을 되돌아보는 뜻에서 더 합당한 선택으로 보인다. 특히 결말에 그 정체가 밝혀지는 소녀 ‘리사’ 캐릭터는 이제 중년의 나이로 부모가 되어있을 과거 팬들을 향한 의미가 아닐까 싶다. 애니메이션에서 로봇을 타고 지구를 지키는 만년 10대 주인공과 어린 시절을 지나 사회인으로 성장한 현실의 어른 팬들 사이 간극을 양쪽 모두의 ‘성장’으로 승화한 것. 이렇게 해석하면 거창하지만 실제 작품에선 다소 뜬금없고 “내 아이를 낳아줘!”를 외치는 수준이나, 그것도 나가이 고 원작스러워 어울린다고 할 수 있다. 

△ 필자가 지난 에반게리온 칼럼에서 인피니티에 그레이트 나오겠냐고 했더니, 레이가 나왔다...

사실 마징가 Z의 리메이크는 이전부터 계속 반복되어 왔다. 나가이 고는 자신의 다른 작품들과 마징가를 하나의 세계관으로 이어줄 목적으로 <마징사가>(1990)와 (1998)로 스스로 작가주의적인 리메이크를 한 바 있고, 이러한 시도는 애니메이션 <진 마징가 충격! Z편>(2009)과 (<코믹 마스터 J>와 <가면전사 아쿠메츠>의 콤비) 타바타 요시아키(田畑由秋)와 요고 유키(余湖裕輝)의 만화 <진 마징가 ZERO> 시리즈로 이어졌다. 리메이크의 개념을 더 넓게 본다면, <그레이트 마징가> 자체가 마징가 Z의 또 다른 변주였고, 역시 마찬가지다. 토에이 애니메이션이 나가이 고 원작의 재구성이고, 오다 코사쿠(桜多吾作)의 만화 또한 마징가의 또 다른 재해석이다. 마징가는 리부트가 필요한 철지난 IP가 아니라 <마징카이저> 등을 통해 끊임없이 확장 중인 세계관이다. (만약 다이나믹 프로의 슈퍼로봇 세계관 전체가 통합되기라도 한다면?) 잘 만든 IP의 세계관은 자가 증식하기 마련이다.

인피니티는 마징가 시리즈의 리부트 대신 후일담을 택하면서도 이야기 내부적으로 세계관을 더 확장시킬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해놓았다. 흔히 우리가 패러렐 월드(Parallel World)나 평행우주라고 말하는 ‘다중우주(Multiverse)’ 설정을 핵심 플롯으로 쓴 것이다. 시리즈물의 세계에서 평행우주란 속편과 리메이크와 리부트까지 모두 써먹은 프랜차이즈 최후의 종착역이자 스토리텔링에 있어 궁극의 반칙이다. 잘 만든 IP가 다중우주론과 결합하면, 자가 증식의 한계마저 풀린다. ‘무한(Infinity)’이라는 부제처럼 앞으로 못할 이야기가 없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우주를 열어버린 것. 다른 차원, 다른 가능성의 세계로 넘나들 수 있게 된 설정은 ‘신도 악마도 될 수 있는’ 로봇을 넘어 절대적, 우주적 존재로 향하는 마징가의 존재감과도 잘 어울린다. 

△ 인피니티의 다중우주는 마징가 시리즈를 집대성한 걸작으로 평가되는 <진 마징가 ZERO>의 영향이 크다. 정발이 시급하다.

게다가 인피니티는 메카닉 디자인의 일신으로 마징가 자체에 새로운 상품성을 부여했다. 코토부키야 프라모델 시리즈 <프레임 암즈>의 야나세 타카유키(柳瀬敬之)가 리파인한 마징가 디자인은 트랜스포머나 깨진 조각 같다는 평도 일부 있었지만, 반다이 프라모델과 메탈빌드 상품이 출시되자 역동적인 프로모션과 조형으로 원작의 2D 디자인적 한계를 이번에 확실히 3D로 넘어선 느낌이다. 건담의 틈바구니 속, 아저씨들만 사가던 초합금에서 프라모델 신제품이 되었다는 건 로봇 애니메이션 상품으로 생명을 연장한다는 증명이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반다이가 인피니티의 양산형 마징가도 상품화해서 건담의 짐(GM)마냥 굴릴 수 있게 해줬으면 한다. 

모든 것이 가능한 마블 ‘스파이더버스’

2018년에는 마징가만큼이나 익숙한 우리의 이웃이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와 즐거움을 주었다. 바로 스파이더맨이다. 세 명의 스파이더맨이 각자의 우주에서 팬들을 만났다. 우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이 문자 그대로 소멸해버렸다. 어디서든 고통 받는 피터 파커지만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새로운 피터 파커는 아이언맨 토니와 관객에게 충격과 슬픔을 안기기에 충분한 캐릭터성을 입증했다. 또 한 명은 소니 플레이스테이션4 게임 <마블 스파이더맨>(2018)의 피터 파커다. 인섬니악 게임즈의 스파이더맨은 최고의 슈퍼히어로 게임 시리즈로 평가받는 락스테디 스튜디오의 배트맨 아캄 시리즈에 견줄만한 퀄리티로 완성되었다. 거미줄을 쏘며 빌딩숲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상쾌함을 완벽하게 구현한 게임성은 플레이어에게 정말 자신이 스파이더맨이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아캄버스(Arkhamverse)’라 불릴 정도로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한 DC 배트맨 게임에 뒤지지 않을 마블 히어로 게임이 생겼다. 필자는 게임을 하면서 계속 혼자 떠드는 피터 파커의 너드(Nerd)함을 새삼 느꼈다.

스파이더맨의 캐릭터 권리를 가진 소니는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3부작 이후로 그동안 판권을 제대로 못 써먹는다는 비판을 받았었다. 앤드류 가필드가 나오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은 실망스러웠고 2편에서 막을 내렸다. 마블에게 스파이더맨 권리를 다시 대여해주면서 소니는 나름대로 배운 게 많았던 모양이다. 2018년은 스파이더맨 프랜차이즈에 있어 중요한 한 해였다. 소니는 스파이더맨 관련 판권작을 영화와 게임으로 열심히 만들어냈다. <베놈>(2018)의 흥행은 대성공했고, PS4 게임 <마블 스파이더맨>은 올해의 게임 후보에도 오르며 선전했다. 2018년 끝자락, 소니는 애니메이션으로 끝내 작품성까지 성취했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2018)는 <스파이더맨2>(2004) 이후에 나온 최고의 작품이다. 

△ 2018년은 스파이디의 해였다.

마블의 만화는 슈퍼히어로 세계관 자체가 다중우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슈퍼히어로물의 본질은 캐릭터로 돈을 버는 상품이다. 캐릭터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과 인기가 시들지 않도록 매번 새로운 캐릭터와 강렬한 스토리 국면을 보여주어야 한다. 다양한 영웅과 그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갱신하기 위해 서로 다른 영웅을 만나 같이 싸우거나 반목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한다. 시대가 다른 캐릭터들이 만나고 여러 번 죽고 또 되살리는 근거를 궁리하다보니 다중우주가 세계관 전체로 들어왔다. 캐릭터의 생사를 뒤집는 것은 물론, 이 세계의 영웅이 가지 못한 다양한 가능성을 저 세계에서 펼쳐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인피티니 워에서 영웅들 절반이 소멸되는 걸 보고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미 세계관에 실현된 양자역학이 존재한다. 시네마틱 유니버스라는 말 자체가 마블이 가진 다양한 우주 중에 하나라는 뜻이다. 

스파이더맨도 이미 원작 만화에서 다양한 우주를 가지고 있다. 그 우주를 일컬어 ‘스파이더버스(Spider-verse)’라고 부른다. 뉴 유니버스는 스파이더맨 만화의 다중 세계관을 끌어오면서 피터 파커 한 명에게만 집중하던 영화 시리즈의 한계를 허물어버렸다. 백인 청년 피터 파커의 뒤를 이어 흑인 소년 마일즈 모랄레스가 활약하고, 다른 세계의 소녀 스파이더 그웬과 온갖 다중우주의 스파이더들이 한 자리에서 만난다. 정치적 공정성이 백인 남자 영웅을 몰아낸다고? 그건 마블 본연의 가치인 ‘다양한 가능성’에 대한 무지를 드러내는 소리다. 뉴 유니버스는 누구보다 피터 파커에 대한 우리 모두의 사랑과 존경이 가득 담긴 작품이다. 필자는 뉴 유니버스에서 피터 파커의 목소리가 토비 맥과이어였다면 눈물을 흘렸을지도 모르겠다. 우리의 친절한 이웃 피터 파커를 진심으로 사랑해온 팬들에게 뉴 유니버스는 오랜 사랑의 증명이다.

△ <마블 나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4부작 : 파커의 운수, 스파이더버스 전주곡, 스파이더버스, 밤손님

작품의 개연성이나 진정성을 자칫 해칠 수 있어 금기로 인식되곤 했던 ‘제4의 벽’을 아무렇지 않게 넘으면서도 오히려 관객에게 감동을 선사했던 <레고 무비>(2014)의 콤비 필 로드와 크리스토퍼 밀러가 각본과 제작에 참여한 뉴 유니버스는 다중우주 설정을 갈 때까지 간 프랜차이즈의 반칙 보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쾌감으로 느껴지게 만든다. 무엇이든 가능한 세계관이지만 결국 주인공은 스스로의 각성을 통해 영웅이 된다. 영웅이 되는 방법은 우연히 얻은 힘의 남용이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를 자신의 뜻으로 정하는 일이다. 피터 파커가 평범한 소년에서 스파이더맨이 되는 과정을 우리가 익히 알고 있듯, 비슷한 과정이 마일즈 모랄레스의 경우 어떻게 변주되는지를 보는 일은 흥미롭고 또한 감동적이다. 뉴 유니버스는 평행우주 설정에 먹히지 않고 잘 만든 히어로물 제1편으로서의 미덕이 충분히 담긴 작품이다.

독자와 관객은 언제나 자신을 짓누르는 현실의 한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한다. 우리가 만화와 영화를 찾는 이유는 현실과 다른 선택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다양한 가능성이 동시 진행되는 다중우주는 앞으로도 더 각광받는 소재가 되지 않을까? 마징가와 스파이더맨의 새로운 영상작품이 이러한 설정을 적극적으로 이야기에 활용할 수 있었던 이유에는 이미 이전에 같은 캐릭터들로 평행우주를 선보인 <진 마징가 ZERO>나 <스파이더버스> 같은 만화가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만화에서나 가능하다고 봤던 이야기가 이제 영상물에도 얼마든지 구현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만화의 원천적인 가치는 단순히 OSMU의 콘텐츠 수준을 넘어선다.

△ STAN LEE
(1922.12.28.-2018.11.12)
“Excelsior!”

스토리텔링뿐만 아니라 표현 양식에 있어 만화의 예술적 가치는 크다. 인피니티도 그렇지만 특히 뉴 유니버스는 영화가 되려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만화에서 온 애니메이션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좋았다. 만화의 칸과 말풍선의 표현은 물론이고 심지어 캐릭터 움직임의 프레임을 줄여서까지 종이 만화의 느낌을 스크린으로 구현한 것이다. 이건 현대 크리에이터들의 만화에 대한 존경이자 경외감의 표현이다. 우리 모두는 만화에서 시작했다는 선언과도 같다. 만화는 이제 다른 문화와 산업에게 영감을 선사하는 자랑스러운 예술이다. 만화가 이렇게 자리매김하는데 있어 한 위대한 선구자의 일생과 업적을 잊을 수 없다. 올해 세상을 떠난 그를 기리며 늦은 애도로 올 한 해를 마무리한다. 최고의 존경을 담아, 스탠 리의 명복을 빈다.

칼럼
[전문가 칼럼] 웹툰 생태계의 변화와 작가 주도형 플랫폼의 부상
홍난지
2019.09.30
웹툰 산업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게 된 것은 웹툰전문 유료플랫폼이 등장하고서부터다. 포털 중심의 웹툰연재는 독자들을 폭넓게 설정한 작품들이 유리했다. 만화를 좋아하고 오랫동안 그려왔으나 여기에 속하지 못한 작가들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만들어진 웹툰전문 유료플랫폼은 도전만화나 웹툰리그에서 꾸준히 작품을 내던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작용하며 성공적으로 웹툰 산업에 안착했다. 무료연재는 웹툰이 산업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발전할 수 없게 하는 주요 요소로 손꼽혀 왔다. 유료플랫폼의 약진은 이러한 우려들을 상쇄할 수 있는 성과였다. 웹툰전문 유료플랫폼은 데뷔를 꿈꾸는 작가들에게는 꿈의 공간, 웹툰계에서는 좀처럼 시도되지 못했던 유료 결제를 안착시키면서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성과는 작가와 유료 플랫폼의 신뢰가 깨지면서 일순간에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다.
[전문가 칼럼] 2019년 태국 웹툰 시장 현황과 진출 방안
Pasavon Tao
2019.09.27
태국에서 웹툰, 즉 온라인 만화 사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년 전인 2014년이다. 태국에는 라인 웹툰(한국), 코미코(일본), 위코믹스(욱비코믹스의 신규 명칭으로, 2019년 텐센트로부터 투자 유치) 3개의 대형 플랫폼이 있으며, 모두 2014년부터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세 개의 플랫폼 모두 초기에는 무료로 운영되었으나 2017년부터 이후 유료 모델(pay-to-read)을 도입해 콘텐츠 유료화를 시작했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SNS의 딜레마 : 작가, 작품, 팬은 어떻게 서로 ‘절교’하는가?
박수민
2019.09.10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시작된 무역 분쟁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여름이었다. 아베 신조 총리와 집권 자민당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과 일본 사회의 우경화는 이미 이러한 상황을 예고하고 있었다. 어느 나라나 우익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다. 역사의 가해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해자와 그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것. 2차 대전 때 군국주의 일본이 자행한 온갖 전쟁 범죄 중에서도 특히 위안부와 강제 징용은 일본 우익이 가장 먼저 지우고 싶어 하는 진실이다.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7 : 김영하, 황재
박기준
2019.08.26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크레이그 톰슨의 작품 읽기 1. <담요> : 어느 만화가의 소명(召命)
박수민
2019.08.07
만화가 크레이그 톰슨을 알게 된 것은 수년 전 한 선배 감독이 내게 <담요>를 추천하면서 부터다. 그 선배는 내가 존경과 비아냥거림을 섞어 ‘영문학의 대가’라고 부르곤 하던 인물로, 영미 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넓은 식견을 지녔다. 주로 일본만화 아니면 DC/마블의 슈퍼 히어로 중심 그래픽 노블만 즐겨 보던 나에 비하여 그는 미국 인디 계열의 자전적 만화를 많이 읽었고, 어느 작품은 국내 출판된 책 표지에 그럴듯한 추천 문장을 남긴 걸 자랑하기도 했다.
조관제 漫步만보_ 원로 만화가 순례 ⑪ 박기준
조관제
2019.08.01
지금의 장년층 이상 국민들이 소년시절 함께 웃고 울었던 정겨운 친구 ‘두통이’ 캐릭터로 한양의 지가를 올렸던 박기준은, 다른 만화가들처럼 어릴 때부터 그림 소질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전문가칼럼] '공포' 장르문학, 공포에는 국경이 없다
이다혜(씨네21 기자)
2019.07.09
공포에는 국경이 없다. 무엇이 공포의 요인인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먼저 반응한다. 비명을 지르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다. 공포를 구현하는 매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 표현양상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소설, 만화, 영화는 각기 어떻게 두려움을 빚어내는가.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6 : 계월희, 박진우
박기준
2019.07.03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6 : 계월희, 박진우
[전문가칼럼] 한국 웹툰의 글로벌화 근황과 전망
강태진
2019.07.02
한국 웹툰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빈약한 내수 시장을 극복하고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해외로 해외로 나가는 것은 제조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20년 넘게 각고의 노력으로 꾸준히 해외 진출을 시도한 한국 콘텐츠는 한류(韓流)라는 이름으로 동남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 북미,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한류 콘텐츠는 게임, K-POP, 영화, 드라마가 있으며 최근에는 웹툰이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부각되고 있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기술, 예술, 사업의 놀라운 삼위일체
박수민
2019.07.01
<토이 스토리 4>가 나온다는 소식에 처음엔 의아했다. 2010년에 나온 3편을 완벽한 3부작의 마무리로 보았고, 우디와 버즈를 비롯한 장난감 친구들에게 더 나은 결말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 시리즈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바, 살아있는 장난감에겐 자신을 아껴줄 주인보다 좋은 건 없다. 또 모험을 해야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지어내 억지로 잇는 느낌일 것 같았다. 픽사가 한동안 오리지널보다 전작의 속편이나 스핀오프에 치중하는 듯한 인상도 의심을 더했다. 물론 안이한 기획이기 쉬운 속편마저 귀신같이 잘 만드는 픽사이긴 하지만 말이다.
조관제 漫步만보_ 원로 만화가 순례 ⑩ 임수
조관제
2019.06.19
임수의 작품은 이국적인 화풍과 꼼꼼한 그림체, 그리고 특유의 과장된 캐릭터로 한 번 본 50~60대 독자라면 쉽게 잊혀 지지 않는다. 그의 작품이 재미가 있기도 했지만 그중에서도 ‘임수 만화’를 보는 재미는 심각한 장면마다 무성영화 시절의 변사辯士 같은 인물들이 만화 칸 밖에 나와 해설하는 장면은 백미라고 할 수 있다.
[전문가칼럼] IP의 확장-웹소설학과의 부상
홍난지
2019.05.31
모바일 시대의 대표 콘텐츠로 각광받는 웹소설은 여가시간에 손에 쥔 작은 스마트폰 화면으로 부담 없이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또한 웹소설은 다양한 미디어 창구로 전환되어 성공사례를 만들어냄으로써 모바일 시대의 스낵컬처에서 대규모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빅 킬러 콘텐츠로 인정받고 있다. 작가가 글을 웹에 공개하고 독자가 그것을 소비하는 형식은 인터넷 소설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웹소설을 인터넷 소설의 모바일 적응 형식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인피니티 사가 10년과 대하 서사의 시대
박수민
2019.05.31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의 지난 10년이 <어벤져스: 엔드게임>으로 막을 내렸다. 아이언맨 1편부터 엔드게임까지 22편의 영화를 묶어 공식적으로 ‘인피니티 사가’로 명명하면서 각 히어로들의 탄생과 인피니티 스톤을 둘러싼 모험이 하나의 통일된 서사로 완료된 것이다. 영화역사상 유래가 없을 무모한 기획은 현시대 가장 인기 있는 거대 프랜차이즈로 보란 듯이 성공했고, 그 최종장으로서 2부로 쪼개진 <인피니티 워>와 <엔드게임>은 MCU의 수장 케빈 파이기 이하 출연진과 제작진은 물론이고 전 세계 관객에게도 일생일대의 이벤트였다.
[전문가칼럼] 마블은 더 많은 다양성을 포용할 것이다
최서윤
2019.05.28
2008년의 어느 날, 나는 꽤 흥분했다. <아이언맨>을 영화관에서 처음 본 날이었다. 이 영화는 내가 영웅 서사에 기대한 바를 거의 완벽히 충족시켰다. 빛나는 두뇌를 가진 과학천재이자 엔지니어인 군수업체 사장이 테러집단에 납치되지만, 스스로 창조한 슈트를 착용해 탈출하고, 과거를 반성한 뒤 결자해지 하고자 재능 발휘하며 벌어지는 모험과 성장에 심장이 뜨거워졌다.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5 : 이범기, 박수산, 윤애경
박기준
2019.05.21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5 : 이범기, 박수산, 윤애경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콘텐츠, 비밀은 없다
박수민
2019.04.22
콘텐츠 업계에서 보낸 10년 이 칼럼 란에 필자의 직업은 영화감독으로 소개되어 있다. 허나 오래 전 저예산 장편영화 한 편을 연출해본 일천한 경력일 뿐. 실상은 시나리오 작가와 그 비슷한 무엇(?)으로 지난 10년의 밥벌이를 해왔다. 여러 영화사들을 오가며 최종적으로 영화를 만들기 위한 글을 써왔는데, 슬프게도 제대로 결과가 이어진 게 없어 이쪽 경력도 내세우긴 좀 그렇다. 그래서 나는 그냥 업계 사람을 만나면 스스로를 이래저래 굴러다닌 ‘장돌뱅이’라 표현한다. 이 바닥에 나 같은 정체불명의 작가 나부랭이가 어디 한둘일까. 업계 종사자라면 고개를 끄덕이기 마련이고, 망하거나 죽지 않고 아니, 포기하거나 굶지 않고 10년을 버텼으니 용하다는 말이 돌아온다. 뭐 하나라도 기술이 있어야 먹고 산다는 옛말은 이과는 물론 문과도 마찬가지인 만고의 진리인데, 한평생 인문계 테크 트리만 찍은 필자의 밥벌이 능력은 기술이라 칭하기엔 애매하다. 아이템이 주어지면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 내용을 글로 옮기는 능력이 그것이기 때문. 이런 모호한 능력을 가지고 영화 일 외에도 스토밍(Storming)할 브레인이 필요한 출판, 디자인, IT 등의 분야에서 온갖 계약직과 비정규직, 프리랜서, 유령작가 등 용병 비슷한 삶을 유영해왔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부끄러운 인간의 우주적 공포
박수민
2019.01.28
대학 시절 소설 창작 수업에서 들었는데, 세상에는 두 가지 작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남의 사연을 자기 이야기처럼 쓰는 작가, 다른 하나는 자기 사연을 남의 이야기처럼 쓰는 작가란다. 이 구분은 또 가지를 친다. 자신이 겪은 일을 자기 이야기 그대로 쓰는 작가와, 남의 일을 남의 이야기로서 쓰는 작가로. 이 갈래에서 전자는 1인칭의 주관적이고 자기 고백적인 사소설(私小說)을, 후자는 철저하게 객관적인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쓴 하드보일드 문체의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의 소재/테마와 저자간의 거리가 얼마나 가깝고 먼지에 따라 정해지겠다.
<이 만화를 밀어 주세요> 우리 주변의 흔한 물건들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이템’ 이라면?
이승형
2019.01.05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익숙한 그 물건들이, 어쩌면 특별하고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특별한 ‘아이템’들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의 일들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진 않은지? 만약 그 일이 자신에게 벌어진다면...?
<웹투니스타의 Deep Impact - 8th Impact>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변론
웹투니스타
2019.01.04
밀레니얼 세대(The Millennials, Millennial Generation)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연구기관 퓨 리서치 센터는 밀레니얼 세대를 1981년부터 1996년생까지로 본다. 베이비 붐 세대(1946-1964)의 자녀 세대로, 어림잡아 말하자면 현재 40-50대가 10여 년 전쯤 ‘요즘 애들’이라고 부르던 세대라고 보면 된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대단히 박하다. 2013년 5월 9일자 표지를 보면 밀레니얼을 “ME, ME, ME Generation”이라고 표현했다. 자신밖에 모르고, 게으르며 자아도취적이고 독립심도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세대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프랜차이즈의 다중 우주
박수민
2018.12.31
재작년 나가이 고(永井豪) 선생 데뷔 50주년과 마징가 Z 탄생 45주년을 기념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단순히 원작 만화와 과거 TV 시리즈의 내용을 리메이크하는 이벤트로만 생각했다. 필자가 기대한 건 과거 만화책과 TV판과 극장판 시리즈를 통해 이미 익숙한 마징가의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