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 만화를 밀어주세요>2030세대의 현실을 담아내다
<케세라세라>(글 고나리자, 그림 수정) 재담미디어 제작
김성훈 2018.12.21


 로맨스 작품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많은 독자들이 즐겨보는 장르물이다. <케세라세라> 역시 기본적으로 이러한 특징을 지닌 작품으로서 남녀 주인공의 밀고 당기기는 이야기를 통해 연재 기간 내내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취업과 연애 그리고 결혼과 임신 등과 같은 우리 시대 청춘들이 고민하는 부분들을 핵심적인 소재로 다룸으로써 비단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 독자들 또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다가온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도 수출되었으며, 덕분에 이른바 ‘K-COMICS’를 거론할 때 주요한 작품으로 내세울 만하다. 다만, 아직도 이 작품을 모르는 이가 있을 수도 있기에 이들을 위해 <케세라세라>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평범한 남녀주인공, 독자들에게 이입되다

스페인어인 ‘케세라세라’는 ‘될 대로 돼라’ 혹은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뜻을 담고 있다. 받아들이는 입장에 따라 대책 없음으로 느껴질 수도 있는 말이겠지만, 어쨌든 잘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의미가 더 강해 보인다. 그리고 그러한 긍정의 힘은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 혹은 오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집, 경력(취업) 등을 포기한 세대)라 일컬어지며 삭막하고 힘겨운 경쟁의 시대를 헤쳐 나가는 오늘날의 2030세대에게 필요한 부분일 것이다. 그것은 곧 이 작품이 보여주고자 하는 핵심적인 주제, 바꾸어 말하면 작품 속 주인공들에게 담긴 사연과도 맞닿아 있다.

이야기는 평범하게 시작된다. 여느 작품처럼 남녀 주인공이 등장한다. 여주인공의 이름은 모하니. 소규모 출판사에서 일하는 그녀는 나이 서른의 평범한 직장인이다. 월급날이면 할인점에 들러 생활에 필요한 용품들을 한꺼번에 몰아서 구매하기도 하며, 홈쇼핑을 통해 저렴한 화장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출출한 저녁시간에 치킨과 맥주를 통해 한 달의 피로를 날려버리는 모습과 밀린 카드값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경험하는 허탈한 심정은 우리 시대 일반적인 직장인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해 보인다.

남자 주인공의 이름은 강선준. 대학생인 그는 낮에는 강의를 듣는 동시에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강의가 끝나는 저녁 시간이면 도서관에서 책을 들고, 거기에 틈틈이 대리운전까지 뛰는, 그야말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완수해나가는 우리 시대의 모범적인 청년이다. 돈을 아끼고자 동아리방에서 잠자리를 해결하는 신세지만 밥 먹는 시간마저 아까워하며 열심을 취업을 준비하고 있으니 그의 미래는 왠지 밝을 것 같다. 잘난 외모 덕분에 주변 여성으로부터 수차례 대시를 받기도 하지만 청춘에게 부여된 자유와 방황의 시간조차 허락지 않으며 열심히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평범한 여자주인공과 착실한 남자주인공이 만나는 접점은 하니의 절친인 강선경이 선준의 누나라는 사실에 있다. 선경과 선준은 여유롭지 못한 형편에 서로를 의지하고 성장한 남매며, 그러니 누나인 선경에게 있어서 선준은 끝까지 보살피고 돌보아야 할 피붙이기도 하다. (한편, 선경의 남편 덕진은 선경과 하니의 대학선배이자, 하니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대표로 등장하면서 인물 간 연관성을 높이고 있다.) 하니 역시 이들 남매와 어렸을 때부터 친하게 지냈기에 선준에 대한 선경의 애틋한 마음을 잘 알고 있으며, 그녀 역시 선준에게 누나와 다름없는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선준과 하니 사이에 ‘썸’이 일어나게 되는 것일까.

인연은 우연으로부터, 인연은 다시 필연으로

사건의 시작은 이렇다. 오랜만에 동창회에 참석한 선경은 부모들과 함께 온 어린 아이들로 인한 정신없는 분위기가 몹시 괴롭다. 옆자리에 앉은 동창은 “너도 빨리 결혼해서 애 낳아”라면서 “니가 무슨 골드미스도 아니고 때 놓치면 똥값 된다.”고 얘기하지만, 엄마 곁에서 온갖 행패(?!)를 부리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자신은 역시 결혼을 무리라고 생각한다. 때마침 일찍 일어서는 남자선배가 대리기사를 불렀다며 함께 가자는 권유에 하니는 따라나선다. 한편,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대리운전 콜을 받고 차주를 기다리던 선준은 함께 나오는 하니의 모습을 발견하고 자신의 모습을 숨긴다. 한창 공부하고 있을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니가 알게 된다면, 곧 자신의 누나인 선경의 귀에도 들어갈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니가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되자 선준은 하니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그로 인해 선준이 현재 동아리방에서 지내고 있다는 상황까지 알게 된 하니는 일단 선준을 자신의 집에서 하룻밤 재운 뒤 선경에게 선준의 처지를 알리려 한다. 선경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은 선준은 하니의 제안을 거절하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누나와 함께 친했던 하니의 제안이라서 어쩔 수 없이 하니의 집에 들어선다. 어쨌든 선준으로서는 오랜만에 동아리방을 벗어나 편안한 잠자리를 갖게 되었지만 그러한 생각도 잠시 뿐이다. 결혼 후 오랫동안 아기를 갖지 못한 선경이 병원을 다녀온 후 하니를 만나러 온 것이다. 하니는 때마침 선준의 상황을 전할 수 있어서 잘 됐다고 생각하지만, 자취방을 뺐다는 사실을 누나에게 알리고 싶지 않은 선준으로서는 곤란할 수밖에 없다.

선준은 결혼한 누나가 자신의 뒷바라지를 계속 하게 되면 매형에게 눈치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 그래서 홀로서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그러한 속내를 알게 된 하니는 일단은 선경에게 선준의 현재 상황을 알리기 않기로 하고, 막무가내로 집에 들어온 선경의 눈을 피해 두 사람은 급히 밖으로 피신한다. 그리고 서로의 현재상황을 안주 삼아 얘기 나누던 술자리에서 선준은 오랜만에 만난 좋은 음식과 편한 사람 덕분에 과음을 하게 되고, 급기야 정신줄을 놓게 된다. 이제 당황스러움은 온전히 하니의 몫! 집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오느라 엉망인 몰골의 그녀가 취해 쓰러진 선준을 업고 해결책을 찾기 위해 거리를 뛰어다녀야 하는 상황인 된 것이다. <케세라세라>는 이렇듯 엉뚱하면서도 발랄하게 출발한다.

작품의 경쟁력

이처럼 작품은 남녀 주인공이 여러 소동을 겪으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해나가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물론, 두 사람 사이를 원만하게 하지 못하는 다양한 장치들도 준비하여 드라마로서의 재미를 높인다. 가령, 하니의 대학선배 동진, 선준의 업무 동료 예니팡 등과 같은 조연들은 하니와 선준의 애정전선에 큰 장애물로 등장한다. 또한, 하니가 절친이긴 하지만 동생의 부인으로서는 쉽게 동의할 수 없는 선경의 입장이나 불의의 사고로 육체적 결함을 가지게 되는 선준의 처지 등과 같은 에피소드 역시 갈등 구조를 높이는 장치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극적 구성에 앞서 작품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무엇보다 기획의도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자극적이지 않는 로맨스’라는 점을 들 수 있다. 작품은 연상연하 커플인 남녀주인공이 서로를 이해하고 완벽한 커플이 되기까지 많은 오해와 장벽을 이겨내야 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처럼 어려움을 극복해나가는 모습 속에 담겨진 희노애락은 현실 속 평범한 남녀가 사랑하는 연인으로 발전해가는 과정 속에서 수반되는 여러 감정들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에 반해 남녀 관계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과도한 장치 혹은 판타지로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설정 등은 가급적 배제되고 보다 현실에 가까운 남녀 관계를 설정함으로서 독자들로부터 공감을 이끌어 낸다.


또한, 이 작품은 자극적이고 말초적인 작품들 사이에서 지금은 잘 드러나지 못하는 주제를 되살리고 있다. 즉, ‘가족’이라는 키워드다. 모범적으로 미래를 준비하는 선준의 목표는 학자금을 모두 갚고 전세자금도 마련하여 제대로 준비가 되었을 때 결혼을 하는 것으로 등장하며, 결혼과 육아는 자신과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하던 하니 역시 임신을 하게 되자 스스로를 다독이며 엄마라는 자리를 완성해나간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들이 눈물의 신파로 엮어지는 것이 아닌 아주 자연스러운 상황으로 전개되는 점이 이 작품이 지닌 매력이라 할 것이다. 그 덕분에 삼포세대, 나아가 오포세대라 일컬어지는 최근의 20, 30대 독자들에게는 재미뿐만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돌아보게 만드는 힘까지 지니고 있다고 여겨진다.

마지막으로 또 다른 키워드를 꼽자면 ‘성장’이라는 단어를 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선준과 하니는 사회적 혹은 정신적으로 미완성된 인물로 출발한다. 즉, 선준은 동아리방에 기거하는, 어떻게 보면 경제적으로 가장 취약계층에 있으면서 자신의 미래를 준비해나가고 있다. 하니 역시 나이 서른에 계약직 직원으로 일하면서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에 만족하는 인물이지만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그야말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그러한 과정에서 작품은 취직과 연애 그리고 임신과 결혼 등과 같은 우리 시대 청춘들이 지니고 있을 다양한 고민들에 대해 자연스럽게 화두를 던지고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호평

이 작품은 레진코믹스에서 2015년 12월부터 연재가 시작되어 2017년 3월에 총 70회로 마무리 되었다. 연재 기간 내내 독자들로부터 꾸준한 지지와 사랑을 받았는데, 이는 연재 당시 로맨스 장르에서 지속적으로 수위권을 차지했다는 점에서 확인된다. 이와 같은 작품의 대중성과 작품성은 연재 막바지에 이른 2017년 3월에 드라마 판권이 이뤄짐으로써 다시 한 번 공인받은 셈이다.



작품이 지니는 힘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또 있다. 바로 해외 여러 국가로 수출되었다는 사실이다. 연재 종료 이후 약 1년 반의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모두 5개국에 걸쳐 수출이 되었다. 첫 테이프를 끊었던 지역은 영미권이다. 이미 여러 편의 한국 작품이 진출한 바 있는 타파스를 통해 2017년 7월 19일에 영어서비스가 진행되었다. 곧이어 일본은 카카오재팬-픽코마를 통해 2017년 9월에 서비스가 이뤄졌다. 

인도네시아와 중국은 2017년 10월, 같은 달에 한꺼번에 공개되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BBM(블랙베리 메신저)을 통해 10월 3일에, 중국은 콰이칸을 통해 2017년 10월 29일에 연재가 시작되었다. 한편, 태국은 가장 최근에 수출된 지역인데, 코미코 태국서비스를 통해 2018년 11월 16일에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이처럼 북미, 동북아, 동남아 등 다양한 지역을 아우르는 수출국의 범위는 이 작품이 세대와 지역을 구분하지 않는 콘텐츠라는 점을 확인시켜 주는 대목이다.

또한, 이 작품은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영상화, 해외 공동제작 및 투자 등과 관련하여 해외진출 가능성 있는 스토리에 대해 현지에서 피칭 기회를 부여하는 'K-Story 해외(일본)시장 진출을 위한 피칭작품‘(2017년도)에도 선정되기도 했다.

누군가는 <케세라세라>가 보여주는 작품세계와 현실의 인과관계에 대해 다음처럼 이야기한 바 있다.

“취업전선에 몰린 세대들, 어느새 평범한 연애나 결혼 출산까지 이전 세대에겐 자연스러웠던 삶의 여러 과정을 접고 살고 있다. 웹툰 <케세라세라> 속 하니나 선준 역시 현실에 순응하며 많은 것을 포기해온 청춘이지만 그래도 눈앞에 닥친 일을 피하지 않고 차근차근 가족이 되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 <지디넷코리아> 2018년 9월 27일자 기사 ‘불안정한 청춘 스토리 <케세라세라>’(백봉삼 기자) 중에서

어쩌면 많은 독자들이 현실을 잊기 위해, 그리고 현실과 다른 이상적인 세계를 꿈꾸기 위해 만화를 즐기려 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에 반해 <케세라세라>는 사실은 현실이 곧 드라마일수도 있으며, 드라마가 현실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을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작품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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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 작가 개인 홈페이지나 커뮤니티를 통해서 초기적인 모습을 드러냈던 한국의 ‘온라인 만화’는 2004년을 전후로 다음, 네이버, 파란 등 포털 사이트들의 ‘서비스’로 재편되며 ‘웹툰’이라는 이름이 부여되고 초기적인 틀을 형성했다. 이후 2013년 레진코믹스, 탑툰을 비롯한 본격적인 유료 웹툰 플랫폼의 등장이 겹쳐지며 2019년 현재의 웹툰 환경을 형성하게 되었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비교적 그리기 간편했던 ‘에세이툰’이 대세를 이뤘다면 2000년대 중후반 네이버의 ‘도전 만화가’나 다음의 ‘웹툰리그’(구, 나도 만화가)를 비롯한 아마추어 활동 공간 및 발굴 플랫폼의 등장, 디시인사이드나 루리웹을 비롯한 만화 연재 커뮤니티의 활성화, 그리고 ‘아마추어 작가’나 ‘지망생’들을 열심히 섭외하며 작가의 풀을 채운 신생 웹툰 플랫폼의 등장은 표면적으로는 이전보다 한국 웹툰의 ‘장르 다양성’을 대폭 신장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일상툰’을 비롯해 에세이 만화의 성격을 지닌 만화는 물론 액션이나 스릴러 같이 고도의 기획력이 필요한 작품, 이성애는 물론 다양한 성적 취향을 반영하는 작품도 속속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