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웹투니스타의 Deep Impact - 8th Impact>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변론
<지옥사원>, 스튜디오 칸트(네온비, 캐러멜)
웹투니스타 2019.01.04



밀레니얼 세대(The Millennials, Millennial Generation)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연구기관 퓨 리서치 센터는 밀레니얼 세대를 1981년부터 1996년생까지로 본다. 베이비 붐 세대(1946-1964)의 자녀 세대로, 어림잡아 말하자면 현재 40-50대가 10여 년 전쯤 ‘요즘 애들’이라고 부르던 세대라고 보면 된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대단히 박하다. 2013년 5월 9일자 표지를 보면 밀레니얼을 “ME, ME, ME Generation”이라고 표현했다. 자신밖에 모르고, 게으르며 자아도취적이고 독립심도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세대다.

2008년 경제위기 이후 10년이 지난 지금, 주요 생산층이 된 밀레니얼 세대는 좋은 공격 대상이었다. 자신밖에 모르고, 게을러서 노력을 하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는 소비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12월 2일자 월스트리트저널에는 “대다수 밀레니얼 세대가 캔 오프너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이상한 제목의 기사를 냈다. 세계 최대 참치 브랜드이자 동원참치의 계열사인 스타키스트의 마케팅 부사장이 한 말이다. 기사에 따르면 55세 이상 소비자의 45%가 통조림을 구입했으나, 밀레니얼 세대는 32%만이 어패류 통조림을 구매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의 2017년 10월 31일 기사에서는 “정서적으로 상처받은 밀레니얼들이 셀 수 없이 많은 산업을 ‘살해’하고 있다('Psychologically scarred' millennials are killing countless industries from napkins to Applebee's)”며 냅킨부터 골프, 대형 오토바이, 다이아몬드, 주택시장 등 다양한 리스트를 공개했다. 이런 공격 앞에 밀레니얼은 속수무책이었다. 위에서 아래로 쏟아지는 공격은 무차별했고, 밀레니얼들은 제대로 반응할 수조차 없었다.

최근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보고서는이런공격이부당하다고주장한다. “밀레니얼은 정말로 다른가? (Are Millenials Different?)” 라는 총 54쪽의 보고서에는 밀레니얼이 경제나 소비를 ‘죽인’것이 아니라, 경제가 밀레니얼의 소비행태를 바꿔놓았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밀레니얼의 소비행태는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이전 세대가 지금 밀레니얼의 나이였을 때 보다 보유자산은 물론 수입이 적고, 때문에 기대수입과 재산이 낮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밀레니얼들이 골프장에 오토바이를 끌고 나가고, 결혼반지를 커다란 다이아몬드로 만들고, 주택을 구매하지 못해서 안하는 게 아니라는 보고서의 내용( , Federal Reserve Board, Christopher Kurz, Geng Li, Daniel J. Vine, 2018-080)은 꽤나 충격적이다.



△ 세대별 신규 자동차 구매 비율

위 표을 보면 세대별 자동차 신규 구매비율을 확인할 수 있는데, 회색으로 칠해져 있는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 붕괴, 2008 글로벌 금융위기 등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50대 이상은 꾸준히 구매가 늘었던 반면 X세대에 해당하는 35-49세는 등락을 거듭하고, 밀레니얼인 34세 이하 연령층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소비를 하지 못했던 게 아니라, 소비를 할 수 있는 여력이 없었던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런 ‘오해’를 받고 있던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변론이 될 법한 만화가 있다. 네온비, 캐러멜 작가가 만든 ‘스튜디오 칸트’에서 내놓은 <지옥사원>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식탐을 이기지 못해 인간계에 내려온 악마 ‘쿼터’다. 쿼터는 지옥에서 인간계로 뛰어들어 지옥의 식량이자 연료원인 ‘불행 구슬’을 직접 채취하는 다이버 임무를 수행하다 맛의 유혹에 빠져 음식을 먹다가 구마사제에게 퇴마당해 다시 지옥에 오게 된다.



자신의 자식과도 같은 악마들을 너무나 사랑했던 지옥의 왕 크루페논은 원격 불행 생산 시스템(?)으로 충분히 불행구슬이 생산되고 있는 인간계에 더 이상의 다이버 임무를 금지시킨다.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쿼터는 실의에 빠져 있다가 자신의 팬이자 천재 꼬마 악마 루테로스가 개발한 로켓에 타고 인간계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 가장 낮은 등급의 인간인데다 사고를 당해 죽기 직전이었던 고순무의 몸속에 빙의하게 된다.

악마의 눈을 통해 본 인간의 삶

고순무는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살아왔던 평범한 청년이었다. 침대 하나가 겨우 들어가는 고시원에 살며 하루 16시간씩 일을 했지만 빚에 허덕였고, 힘들게 돈을 모아도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은 요원한 삶이었다. 물론, 고순무가 평범한 청년의 삶을 대변한다고 볼 수는 없다. 말하자면 극단의 모습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고순무가 처한 상황은 평범한 청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니, 오히려 빚이 없어 저축을 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쿼터가 원했던 ‘높은 등급의 인간’은 자본권력 계급의 상위에 존재하는 인간을 일컫는다. 하지만 로켓의 고장으로 불시착한 고순무의 삶은 쿼터가 보기에도 엉망진창이었다. 지옥에서 인간의 영혼에게 가하는 좁은 방에 가두는 형벌을 생각나게 하는 고시원 방과 고급 식당의 발렛파킹 대기실은 악마가 보기에도 충격적이었다. 최소한 지옥은 능력에 맞는 대우를 하고, 악마들이 자신의 맡은 일을 해내면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지는 곳이기 때문이다. 소악마 루테로스가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로켓을 개발할 수 있을 만큼의 공간을 가지고 연구할 수 있는 자유로운 지옥에 비하면 인간계는 형벌을 견디고 버텨도 능력을 발휘할 수 없고, 기껏해야 단편적인 예능의 요소로만 사용될 수밖에 없는 곳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고순무에게 빙의된 악마 쿼터의 반응을 통해 이 작품은 일상의 부조리를 꼬집는다. 인간의 불행을 먹고 사는 악마의 입장에서 타자화된 인간의 불행은 좋은 원료다. 그러나 쿼터가 직접 인간에게 빙의해 당사자로서 인간의 삶을 체험하면서 타자화된 인간의 삶은 쿼터 자신의 문제로 확장된다. 문예평론가이자 사회운동가 수잔 손택(1933-2004)은 저서 <타인의 고통>에서 고통스러운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통해 그 사진만 기억할 뿐, 그 너머의 고통을 이해하고 나아가 그 고통에 개입할 능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꼬집는다. 인간은 타인의 고통에 가서 닿을 수 없기 때문에 고민하는 존재다. 그러나 지옥에서 인간들의 고통을 통해 동력을 얻던 악마가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고통을 가장 잘 이해하는 ‘타자’가 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인간은 악마에게 고통을 주는 더 악랄한 존재로 변한다. 쿼터가 방문한 땅은 악마의 방문이 재앙이 아니게 된 곳, ‘헬조선’인 셈이다.

쿼터, 그리고 헬조선의 우리들

쿼터는 고순무의 몸에 빙의해 인간의 삶을 체험한다. 지옥에서 온 악마에게도 견디기 힘든 삶을 살던 고순무는 말 그대로 ‘헬조선’의 산 증인이었다. 이곳에서는 1년에 약 1만 5천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루에는 약 41명, 1시간에는 약 1.7명이 목숨을 끊는다. 우리 주변에는 스스로 목숨을 끊은 주변인에 대한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드물 정도다. 이런 상황에 놓인 헬조선에서 쿼터는 고순무의 입을 빌어 ‘인간은 평등해선 안된다.’고 말한다. 각자도생의 시대, 누구도 입 밖으로 꺼내진 않지만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말이다. “인간은 평등하지 않으며, 누군가는 ‘낮은 등급’의 일을 해야 한다. 그게 나만 아니면 된다.”는 말은 나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밀레니얼들의 주문 같은 말이다.


쿼터의 모습에서도 현실의 청년들이 보인다. 쿼터가 그토록 원하던 다이버는 말하자면 비정규직이다. 타고난 악마가 아니면 5개의 뿔이 난 대악마가 될 수 없고, 때문에 자기가 원하는 것이라도 얻기 위해 뛰어든 다이버라는 일자리는 자동화된 불행구슬 채취에 밀려 사라졌다. 갈 곳을 잃었던 쿼터에게 손을 내민 건 아마추어 연구자 루테로스였다. 악마 계급 최상위에 있는 크루페논은 사랑하기 때문에 위험한 일을 맡길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건 쿼터에겐 자신의 욕망과 취향을 숨기고 다른 악마들과 똑같아지라는 말이었다.

다시 밀레니얼 세대론으로 돌아와보자.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인 X세대보다 개성을 드러내는데 소극적이다. 다른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은 물건을 찾고, 비슷한 소비를 하되 트렌드에서는 뒤쳐지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이 과정에서 취향은 사치가 되고, 사치는 곧 규범을 넘어서는 ‘죄’가 된다. 밀레니얼 세대는 좋은 것이 좋은 줄 몰라서 소비하지 않는 게 아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기사가 꼬집는 것처럼 돈을 모아 집을 살 줄 몰라서 주택시장을 망하게 만드는 게 아니다. 오랫동안 머물며 주택 대출을 갚아 나갈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는 게 문제다. 취향을 강요당하고 일자리를 잃었다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로켓에 오른 쿼터의 모습처럼, 탈출구를 찾고 있는 세대인 셈이다.

‘노오력’을 강요하는 세대, 그리고 YOLO

밀레니얼 세대론을 들여다보면서 어른들이 왜 ‘노오력’을 그렇게 강조했는지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당신들이 살던 시대에는 노력은 곧 성공으로 가는 약속과도 같은 말이었다. ‘노력하지 않는 청년세대’ 담론은 대놓고 하면 비판받기 좋지만, 여전히 사회의 기득권을 잡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 속에서는 공고하게 존재한다. 하지만 작품 속 청년 고순무와 현실의 밀레니얼이 살고 있는 시대는 그렇지 않다. 작품 속 고순무의 삶은 노력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그가 자신에게 주어진 ‘계급’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보였느냐 하면, 확실하지 않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다. 비정규 노동자로 16시간씩을 일하면서 마른 수건 같은 삶을 쥐어짜 차곡차곡 돈을 모으던 고순무는 친한 형의 대타 요청을 받고 일을 나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바로 그때 쿼터가 몸을 차지해 살아있지도 죽지도 못한 상태가 된다. 삶이 나아질 것이란 희망으로 살았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하고 사고로 죽을 위기에 처한 고순무, 그리고 욕망을 따라 인간계로 왔지만 거꾸로 인간의 몸에 갇혀 소멸 위기에 처한 쿼터는 단 한 가지를 공유한다. 자신이 아니라 자신보다 ‘강한’ 존재들이 정한 규칙과 통로 때문에 선택을 강요당한 존재들이라는 점이다.

이런 맥락 속에서 등장한 욜로(YOLO, You Only Live Once)라는 말은 유쾌하지 않게 들린다. 젊은 세대의 자조 섞인 용어를 전유(專有)해 자신들의 생활을 정당화하는데 쓰는 X세대에 뜨거운 비판이 쏟아졌던 이유다. 한번뿐인 삶을 사는데 더 이상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젊음을 현상 유지에 쏟기보다 더 나은 경험과 자신의 삶을 위해 쓰겠다는 ‘선택’은 밀레니얼들 스스로가 내린 결정이 아니다. 이 선택에 앞서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이 없는 세상이라는 기본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서 ‘나만 아니면 되는’ 세상에서 ‘나’를 신경 쓰고 살피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다. 그 세상은 밀레니얼들이 만든 세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옥사원>은 선하고 성실한 고순무와 악마 쿼터의 대비를 통해 현실의 ‘헬조선’을 살아가는 밀레니얼을 위한 변론과도 같은 만화다. 다른 작품에서라면 약삭빠른 악역으로 등장할 법한 주인공 쿼터는 생존을 위해 어떤 선택이라도 과감하게 저지르고,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마는 ‘스마트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어떤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감수하고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목표 지향적인 모습은 밀레니얼 세대가 꿈꾸지만 닿지 못할 이상향과도 같은 모습이다. 동시에 반대쪽에 있는 고순무의 모습 또한 마찬가지다. 선하게 자신의 맡은 일을 하며 묵묵히 내일에 대한 희망을 가지고 하루를 살아가는 소시민의 모습 역시 밀레니얼 중 일부가 꿈꾸는 모습이기도 하다.


하지만 둘 다 현실의 밀레니얼들이 닿을 수 없는 이상향이라는 점에서, 이 작품은 판타지다. 비단 악마가 등장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고순무의 삶은 현실에선 교통사고로 끝나버릴 허무한 삶이었다. 그나마 고순무는 연애와 결혼을 준비할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그러나, 현실의 밀레니얼들은 결혼도 적게 하고, 아이도 적게 낳는다고 비난당하고 있다. 대중을 상대하는 작품의 내용이 현실보다 더 암울하다면 읽는 재미가 떨어질 것이다. 그렇기에 <지옥사원>은 현실의 청년들에게 판타지로서 ‘읽는 재미가 있는’ 만화가 된다. 굴지의 대기업 선호그룹에서 펼쳐지는 암투와 인간을 배워가는 쿼터의 발전은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이 던지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미래가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없는 세대의 절망을 이해하는 작가들이 내놓은 밀레니얼들을 위한 변론, <지옥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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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반 작가 개인 홈페이지나 커뮤니티를 통해서 초기적인 모습을 드러냈던 한국의 ‘온라인 만화’는 2004년을 전후로 다음, 네이버, 파란 등 포털 사이트들의 ‘서비스’로 재편되며 ‘웹툰’이라는 이름이 부여되고 초기적인 틀을 형성했다. 이후 2013년 레진코믹스, 탑툰을 비롯한 본격적인 유료 웹툰 플랫폼의 등장이 겹쳐지며 2019년 현재의 웹툰 환경을 형성하게 되었다. 2000년대 초중반에는 비교적 그리기 간편했던 ‘에세이툰’이 대세를 이뤘다면 2000년대 중후반 네이버의 ‘도전 만화가’나 다음의 ‘웹툰리그’(구, 나도 만화가)를 비롯한 아마추어 활동 공간 및 발굴 플랫폼의 등장, 디시인사이드나 루리웹을 비롯한 만화 연재 커뮤니티의 활성화, 그리고 ‘아마추어 작가’나 ‘지망생’들을 열심히 섭외하며 작가의 풀을 채운 신생 웹툰 플랫폼의 등장은 표면적으로는 이전보다 한국 웹툰의 ‘장르 다양성’을 대폭 신장한 것처럼 느끼게 만들었다. ‘일상툰’을 비롯해 에세이 만화의 성격을 지닌 만화는 물론 액션이나 스릴러 같이 고도의 기획력이 필요한 작품, 이성애는 물론 다양한 성적 취향을 반영하는 작품도 속속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