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수민의 탐톡의 만화경] 콘텐츠, 비밀은 없다 : 가와카미 노부오 <콘텐츠의 비밀 -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배운 것들>
박수민 (영화감독) 2019.04.22



콘텐츠, 비밀은 없다 : 가와카미 노부오 <콘텐츠의 비밀 -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배운 것들>

콘텐츠 업계에서 보낸 10년
이 칼럼 란에 필자의 직업은 영화감독으로 소개되어 있다. 허나 오래 전 저예산 장편영화 한 편을 연출해본 일천한 경력일 뿐. 실상은 시나리오 작가와 그 비슷한 무엇(?)으로 지난 10년의 밥벌이를 해왔다. 여러 영화사들을 오가며 최종적으로 영화를 만들기 위한 글을 써왔는데, 슬프게도 제대로 결과가 이어진 게 없어 이쪽 경력도 내세우긴 좀 그렇다. 그래서 나는 그냥 업계 사람을 만나면 스스로를 이래저래 굴러다닌 ‘장돌뱅이’라 표현한다. 이 바닥에 나 같은 정체불명의 작가 나부랭이가 어디 한둘일까. 업계 종사자라면 고개를 끄덕이기 마련이고, 망하거나 죽지 않고 아니, 포기하거나 굶지 않고 10년을 버텼으니 용하다는 말이 돌아온다.

뭐 하나라도 기술이 있어야 먹고 산다는 옛말은 이과는 물론 문과도 마찬가지인 만고의 진리인데, 한평생 인문계 테크 트리만 찍은 필자의 밥벌이 능력은 기술이라 칭하기엔 애매하다. 아이템이 주어지면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 내용을 글로 옮기는 능력이 그것이기 때문. 이런 모호한 능력을 가지고 영화 일 외에도 스토밍(Storming)할 브레인이 필요한 출판, 디자인, IT 등의 분야에서 온갖 계약직과 비정규직, 프리랜서, 유령작가 등 용병 비슷한 삶을 유영해왔다. 공통적으로 모두 ‘콘텐츠’를 다루는, 앞뒤로 ‘기획’이라는 단어가 붙는 일들이었다. 그러다가 한 1년간은 모 웹툰 에이전시의 영상 사업부에서 기획 PD라는 정식 직함으로 일하기도 했다.

콘텐츠 업계의 모든 일이 기획에서 비롯한다. 기획이란 정말이지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처음 기획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과정은 고통스럽고 변수는 도처에 많으니 예상되는 거의 모든 것을 기획 단계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많은 고민이 곧 결과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콘텐츠업(業)의 재밌는 점은 오래 공들인 좋은 기획이 반드시 아름다운 결과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거다. 번갯불에 콩 굽다시피 한 나쁜 기획, 틀에 박힌 뻔한 기획이 의외의 휘황찬란한 결과를 내는 경우도 있다. 콘텐츠의 만사가 기획에서 비롯하지만, 결과물의 운명을 알 수 없는 일. 다행히 결과가 성공하더라도 그 열매를 가져가는 ‘기획’ 크레딧의 주인은 정작 아이템을 기안하거나 실제로 개발한 주체가 아닐 수 있다.

“콘텐츠, 모른다.” 내가 잠시 다닌 회사의 대표께서 입버릇처럼 하던 말씀이다. 대중문화 콘텐츠 사업은 ‘흥행업’이고 일종의 도박이다. 일찍이 업계에 뛰어들어 온갖 경험치를 쌓은 전문가에게도 어떤 콘텐츠가 대중에게 어필하여 인기를 얻고 성공할지는 알 수 없는 일. 매일 온갖 플랫폼을 이용하며 그 안의 수많은 콘텐츠에 둘러싸인 삶을 사는 세상이지만, 과연 어떤 콘텐츠가 ‘되는’ 콘텐츠일까? 누구나 가슴에 품은 아이템이 있고 자신의 취향과 보고들은 경향 사이에서 이런 게 성공하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촉은 있다. 이걸 확신으로 만들기가 어려울 뿐.

확신과 의심 사이에서 아무리 아름다운 프로젝트를 계획한들, 이대로 진행하라는 오더가 위에서 떨어지지 않으면 그 기획은 스쳐간 프레젠테이션과 한낱 첨부파일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결과의 열매는 아이템의 최초 기안자나 실질적 콘텐츠 개발자가 아니라 결정권을 가진 자에게 돌아간다. 조지 루카스가 <스타워즈>를 만들어 떼돈을 벌었다는 이야기는 이제 옛날 옛적 전설이다. 콘텐츠 성공의 권리는 플랫폼이 가져간다. 애초 이 조항이 명시된 계약에 사인하지 않는다면, 플랫폼은 겨우 한낱 콘텐츠일 뿐인 당신의 ‘작품’을 실어주지 않을 것이다.

아무튼 이 업계에서 굴러다닌 지난 10년을 뒤돌아보면 의도했던 건 아닌데 웹툰 원작을 영상물로 옮기는 일에 관여한 경험이 꽤나 쌓였다. 미디어믹스에서 웹툰 영상화의 유행 덕분에 나 같이 만화와 영화 사이를 오가는 맹랑한 글쟁이가 먹고 살 수 있었다. (이 칼럼을 맡게 된 계기도 영화연출과 만화연출의 차이를 논했던 이상한 글 덕분이다!) 감사한 일이나 다만 문제는 언제나 각색은 오리지널보다 높은 레벨을 요구한다는 사실. 원작의 본질을 끝까지 지키면서 실사영화 속에서 말이 되게 하는 일은 정말 어렵다. 내가 만화가가 되려던 처음 꿈에서 도망친 까닭에 오랜 벌을 받고 있는 건 아닐까? 그래서 앞으로의 10년은? 뭐, 여전히 위태롭다.


△ <콘텐츠의 비밀 -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배운 것들> (황혜숙 옮김, 을유문화사, 2016)



이과(理科) 세계관으로 탐구한 콘텐츠의 본질
서점에서 이 책 <콘텐츠의 비밀>을 집어든 건 순전히 제목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 이쪽 일을 한다는 괜한 생색으로 콘텐츠 어쩌고 하는 책은 평소 근처에도 안 가는 법인데, 더구나 ‘비밀’이라니 우스운 기분이 들었다. 판형도 작고 두께도 얄팍한 게 흔한 자기계발서 같이 뻔한 책 같았다. 그런데 제목 아래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배운 것들>이란 부제를 발견하자 가벼운 책이 느닷없이 묵직해지는 느낌. 지은이 소개를 보니 저자 가와카미 노부오(川上量生)는 IT회사 ‘도완고’의 설립자로서 이후 합병한 거대 미디어 기업 ‘카도카와 도완고(지금은 그냥 카도카와)’의 대표였다. 일본의 유명 동영상 사이트 ‘니코니코 동화’ 바로 그 니코동을 운영하던 대표이사가 2011년 스튜디오 지브리에 수습 프로듀서로 들어가 배운 것을 논한 책이었다.

△ 니코니코동화 사이트

일본의 IT 벤처 재벌이 그 나라 콘텐츠 업계에서 가장 평균 연령이 높을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인턴으로 들어가 작품 기획과 제작에 대해 배우면서 콘텐츠란 무엇인지 본질을 탐구한다니, 이 것부터가 내게는 놀라운 기획이었다. 왜? 이미 성공을 맛본 사람이라면 그 경험만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 마련이다. 투자 대비 이윤이 발생하는가, 그렇지 않는가를 따지는 경제논리가 모든 세계관을 지배하는 기준이 되기 쉽다. 내가 만나본 IT 부자들은 그랬다. 역시 경험이 판단 기준이 된 나는 인문학이 결여된 이과적 세계관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고방식이 먼저 작동하여 어쩔 수 없이 시선이 삐딱해졌다. ‘니코동’을 만들어놓고 과연 ‘지브리’가 궁금할까?

나처럼 문과만 나와 일생 돈 잔치의 냄새를 맡을 일 없이 어두운 골방만 탐닉하며 작가의 인간적 고뇌와 작품의 예술적 가치 따위를 염려하는 근본주의자는 완전히 반대급부의 사고방식을 접하면 신선한 충격을 받는 경우가 있다. 가령, IT 업계의 투자자로부터 기획이나 글은 한국에서 뽑아 넘기고 그림은 중국에서 그려 컬러링까지 찍어내는 식으로 대량생산 방식 웹툰 제작의 아웃소싱 가능성을 들으면, 나는 곧바로 중국 상해의 어느 무명 만화가에 빙의하여 최소한의 작가적 자부심마저 차단된 상태에서 그림만 그리는 기계가 된 개미지옥의 작업실을 상상하게 되는 거다. 플랫폼 입장에서 콘텐츠는 너무 시간이 걸리고 작가는 너무 많은 권리를 요구한다. 싸게 만들고 많이 팔아 이윤을 남기는 기업의 욕망은 콘텐츠에서도 마찬가지다.
△ 노부오 카와카미 <출처 : www.asahi.com>

그런데 가와카미 노부오 회장은 자신의 이과 세계관을 가지고서 지브리에 들어가 2년간 수습 PD를 경험해보기로 한다. “콘텐츠는 무엇이고 작가는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가? 천재 작가와 평범한 작가를 나누는 차이는 도대체 무엇인가?” 이 의문에 답을 찾기 위해서였다. 문과 세계관의 나는 이미 체감하여 안다고 믿고 묻지 않을 질문을 그는 최고 레벨로 일컬어지는 창작의 본진에 들어가 서슴없이 몸으로 부딪히며 물어보기로 한 것이다. 일흔 살이 훌쩍 넘어서도 여전히 뭔가를 만들며 번민하는 영감탱이 작가, 미야자키 하야오(宮﨑駿) 감독은 첫 출근 날의 저자를 의아하게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뭣 하러 왔어? 여기엔 아무 것도 없어.”

내 편견에 지나지 않을 관점을 계속 앞세워 독자들께 송구하지만, 이 책이 흥미로운 건 바로 IT 업계 출신으로 이공계 세계관을 가진 저자 입장에서 콘텐츠와 창작을 논하고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예술과 오락이 어떻게 다르고, 논리와 감성은 어떻게 차이가 나며, 독창성의 정체와 창작의 고통은 무엇인지 등을 계속 질문한다. 인문계 세계관의 감성놀음을 좋아하는 나로선 정말 몰라서 묻는가 싶은 화두들이다. 질문의 목적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의 관심은 콘텐츠를 접할 때 인간의 인식 차이를 정확히 데이터처럼 측량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언젠가 내가 영화사에 시나리오를 가져갔더니 국면별 흥미도 증감 그래프로 돌려받은 일과 비슷하다.

저자는 ‘콘텐츠’라는 표현에 대해 창작자들이 가지는 반감을 안다. IT 산업과 관련된 상업적 표현으로 들려 작품을 덜 존중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콘텐츠를 어디까지나 ‘정보’의 관점으로 보길 주저하지 않는다. 나라면 화면의 ‘미장센’이라 표현하고플 개념을 ‘정보량’이라 쓰는 식이다. (물론 이 단어는 콘텐츠 업계는 물론 영화판에도 자주 쓴다) 개인적으로 가장 무서웠던 건 콘텐츠 제작에 수많은 스태프가 함께 하는 요즘에도 굳이 작품의 주인으로 한 사람을 내세워 ‘작가가 콘텐츠를 만든 대표자로 행동해도 된다는 근거’가 무엇인지까지 의문을 품는 부분이다. 콘텐츠 대량 생산 아웃소싱이 또 떠오르면서 공포가 스멀스멀 엄습한다.

“콘텐츠는 현실을 모방한 시뮬레이션”이며, “창작자는 제한된 매체 포맷으로 콘텐츠를 표현하는 사람”이다. 콘텐츠의 범위는 ‘대량 복제가 가능한 마스터 데이터’와 복제한 데이터를 전달하는 포맷의 ‘패키지’까지 아우른다. 저자의 최초 정의는 인공지능의 대답 같긴 해도 소비자 입장에서 정확하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서 이미 콘텐츠(재현)의 개념에 플랫폼(매체)과 포맷(방법), 소비자(대상)가 존재했음을 집어내고 이들 요소 중 하나만 달라져도 별개의 콘텐츠가 되는 일종의 ‘원 소스 멀티 유즈’를 파악한 것도 신기하다. 저자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정의를 계속 보강한다. 콘텐츠를 ‘객관적 정보량, 주관적 정보량’으로 나눠 창작자와 소비자 사이 우리가 세상을 어떻게 인식하고 이해하는지 ‘뇌 속 이미지’의 정체를 풀어간다.

페이지를 더해갈수록 그의 탐구는 인간의 뇌 신경세포 구조를 본뜬 인공지능의 ‘딥 러닝’과 대뇌 이미지 재현 과정과 흡사한 ‘오토 인코더’ 기술처럼 자가 학습을 통해 더욱 세부적이고 구체적으로 풍요롭게 더해진다. 콘텐츠와 창작 행위의 본질을 이해한 저자는 그 결과 마침내 콘텐츠가 가진 ‘비밀’의 정체를 깨닫는다. 작가 을은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업자 갑은 어째 잘 모르는 그것, 작품마다 존재의 유무가 아주 미묘하지만 결국 엄청난 차이를 만드는 그것은 바로 작가의 ‘비전(Vision)’이다. “콘텐츠란 창작가의 비전을 표현한 것”이었구나! 저자가 도달한 콘텐츠의 최종 정의는 감동적이다. 이게 그렇게 비밀스러운 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인기 있는 콘텐츠의 패턴은 진부해진다
작품(콘텐츠)과 작가에 대해서, 그리고 창작의 고통에 대하여 이 책만큼 단순명쾌하며 거의 정확한 개념정립은 이전에 못 본 것 같다. 특히 창작가의 고통에서 생활고와 세상의 몰이해를 제외하고 세 가지 어려움을 간파해낸 건 무릎을 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그 세 가지는 앞서 제외한 두 가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거기다 IT 갑부의 깨달음이 마치 인공지능이 드디어 해석에 성공한 인간의 마음처럼 느껴져 감동적이었다는 걸 뒤로 하면 이 책의 진짜 쓸모는 따로 있다. 하나는 스튜디오 지브리 내부의 워크플로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대략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일본 콘텐츠 업계의 최고 레벨에 있는 작가와 업자들이 내뱉는 통찰의 영역이다. 예고편에는 비싸 보이는 장면만 넣으라거나, 미남 미녀 캐릭터는 결국 똑같은 얼굴이 되는 거라 특징이 없어 그리기 싫다거나 하는 말들이 재미있다.

그중 가장 흥미롭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장은 콘텐츠의 ‘패턴’을 논하는 부분이다. 콘텐츠의 본질은 알았으나 좋은 콘텐츠란 무엇일까? 저자에 따르면 우수한 콘텐츠란 “알기 쉬운 특징을 강조하여 즉각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콘텐츠다. 미남 미녀란 유전적으로 균형 잡힌 평균적인 얼굴이기에 본능적으로 선호된다. 고전 건축물과 예술작품의 ‘황금률’과 마찬가지다. 작품을 접한 소비자가 스스로 ”주관적 정보를 꺼내기 쉬워야” 이해하기 쉬운 콘텐츠이며, “이해하기 쉽다는 것은 좋다=아름답다는 의미”다. 노래는 결국 가사가 들려야 하기에 보컬 음량을 늘리고, 휴대전화 착신 멜로디의 음색 품질보다는 음압을 올려 성공했다는 일화에서 저자가 지적하는 건 세세한 차이는 전문가의 영역일 뿐 어차피 소비자 대다수는 신경도 안 쓴다는 사실이다. “전문가는 ‘진짜’를 만들려고 연연하지만 일반 소비자는 ‘이해하기 쉬움’을 추구한다”고 단언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는 결국 천편일률적이 되고 만다.

“콘텐츠는 가만히 놔두면 점점 비슷해진다”. 이 사례로서 그는 니코니코 동화의 소유주답게 ‘UGC(User-Generated Contents)’를 이야기한다. 우리는 ‘UCC(User-Created Contents)’란 약자가 더 익숙할 것이다. 인터넷 시대 소비자=사용자 자신이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하자 자유롭게 만들어 올리고 무료로 본다는 강력함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경쟁이 생기자 콘텐츠의 질은 점점 올라가고 엄청나게 다양한 콘텐츠가 발생한다. 그러나 콘텐츠 질의 향상과 다양성은 곧 한계를 보이기 시작한다. 대부분 이전에 성공한 패턴을 똑같이 따라 하는 진부한 콘텐츠들만 양산되고 만 것이다. 라이트 노벨에서 천편일률적으로 ‘이세계 전생물’ 장르가 쏟아져 나온 상황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놀랍게도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경쟁’을 지적한다. 소비자의 욕망에만 충실한, 사용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만 만들다보니 패턴은 반복되고 콘텐츠는 비슷해진다. 니코동의 몰락과 현대 한국 사회의 유튜브 열풍을 떠올려볼 때, “콘텐츠의 다양성을 지키려면 오히려 경쟁이 심해서는 안 된다”는 그의 결론은 대단히 의미심장하다.

플랫폼의 경쟁 시스템에서 인기 콘텐츠의 패턴이 비슷해지는 모습을 우리도 이미 유튜브와 웹툰에서 목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특정 매체에서 ‘열풍이 분다’는 표현은 곧 매너리즘과 레드오션의 시작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 수많은 창작자와 너무 많은 콘텐츠 사이에서 변별력을 갖기란 쉽지 않다. 저자 말대로 “현대 사회에서 이미 콘텐츠는 자기 목적화되어” 있고, 창작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흐릿해진 세상에서 예전처럼 창작 행위의 고고한 순수성을 추구하는 건 시대착오적으로 보인다. 이제 작품을 세상에 내보이기 위해서는 작가 스스로 업자가 되지 않으면 안 된다. 패턴에서 벗어난 새로운 콘텐츠의 고민은 결국 다시 창작하는 사람으로 향한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독창성’의 정체를 파괴적으로 묻는다. 내 생각에 콘텐츠에 비밀은 없다. 결국 작가의 독창성과 비전에 달렸다. 콘텐츠 업계의 모든 분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칼럼
[박수민의 탐톡의 만화경] 콘텐츠, 비밀은 없다 : 가와카미 노부오 <콘텐츠의 비밀 -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배운 것들>
박수민
2019.04.22
콘텐츠 업계에서 보낸 10년 이 칼럼 란에 필자의 직업은 영화감독으로 소개되어 있다. 허나 오래 전 저예산 장편영화 한 편을 연출해본 일천한 경력일 뿐. 실상은 시나리오 작가와 그 비슷한 무엇(?)으로 지난 10년의 밥벌이를 해왔다. 여러 영화사들을 오가며 최종적으로 영화를 만들기 위한 글을 써왔는데, 슬프게도 제대로 결과가 이어진 게 없어 이쪽 경력도 내세우긴 좀 그렇다. 그래서 나는 그냥 업계 사람을 만나면 스스로를 이래저래 굴러다닌 ‘장돌뱅이’라 표현한다. 이 바닥에 나 같은 정체불명의 작가 나부랭이가 어디 한둘일까. 업계 종사자라면 고개를 끄덕이기 마련이고, 망하거나 죽지 않고 아니, 포기하거나 굶지 않고 10년을 버텼으니 용하다는 말이 돌아온다. 뭐 하나라도 기술이 있어야 먹고 산다는 옛말은 이과는 물론 문과도 마찬가지인 만고의 진리인데, 한평생 인문계 테크 트리만 찍은 필자의 밥벌이 능력은 기술이라 칭하기엔 애매하다. 아이템이 주어지면 아이디어를 내놓고, 이 내용을 글로 옮기는 능력이 그것이기 때문. 이런 모호한 능력을 가지고 영화 일 외에도 스토밍(Storming)할 브레인이 필요한 출판, 디자인, IT 등의 분야에서 온갖 계약직과 비정규직, 프리랜서, 유령작가 등 용병 비슷한 삶을 유영해왔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부끄러운 인간의 우주적 공포
박수민
2019.01.28
대학 시절 소설 창작 수업에서 들었는데, 세상에는 두 가지 작가가 있다고 한다. 하나는 남의 사연을 자기 이야기처럼 쓰는 작가, 다른 하나는 자기 사연을 남의 이야기처럼 쓰는 작가란다. 이 구분은 또 가지를 친다. 자신이 겪은 일을 자기 이야기 그대로 쓰는 작가와, 남의 일을 남의 이야기로서 쓰는 작가로. 이 갈래에서 전자는 1인칭의 주관적이고 자기 고백적인 사소설(私小說)을, 후자는 철저하게 객관적인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쓴 하드보일드 문체의 소설을 떠올리게 한다. 작품의 소재/테마와 저자간의 거리가 얼마나 가깝고 먼지에 따라 정해지겠다.
<이 만화를 밀어 주세요> 우리 주변의 흔한 물건들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아이템’ 이라면?
이승형
2019.01.05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익숙한 그 물건들이, 어쩌면 특별하고 신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그 특별한 ‘아이템’들이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자신과는 상관없다는 이유만으로 주변의 일들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진 않은지? 만약 그 일이 자신에게 벌어진다면...?
<웹투니스타의 Deep Impact - 8th Impact>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변론
웹투니스타
2019.01.04
밀레니얼 세대(The Millennials, Millennial Generation)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연구기관 퓨 리서치 센터는 밀레니얼 세대를 1981년부터 1996년생까지로 본다. 베이비 붐 세대(1946-1964)의 자녀 세대로, 어림잡아 말하자면 현재 40-50대가 10여 년 전쯤 ‘요즘 애들’이라고 부르던 세대라고 보면 된다.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대단히 박하다. 2013년 5월 9일자 표지를 보면 밀레니얼을 “ME, ME, ME Generation”이라고 표현했다. 자신밖에 모르고, 게으르며 자아도취적이고 독립심도 부족하다고 평가하는 세대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프랜차이즈의 다중 우주
박수민
2018.12.31
재작년 나가이 고(永井豪) 선생 데뷔 50주년과 마징가 Z 탄생 45주년을 기념하는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단순히 원작 만화와 과거 TV 시리즈의 내용을 리메이크하는 이벤트로만 생각했다. 필자가 기대한 건 과거 만화책과 TV판과 극장판 시리즈를 통해 이미 익숙한 마징가의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4
박기준
2018.12.27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4 : 김수정, 김철호
<이 만화를 밀어주세요>2030세대의 현실을 담아내다
김성훈
2018.12.21
로맨스 작품은 시대와 장소를 막론하고 많은 독자들이 즐겨보는 장르물이다. <케세라세라> 역시 기본적으로 이러한 특징을 지닌 작품으로서 남녀 주인공의 밀고 당기기는 이야기를 통해 연재 기간 내내 독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취업과 연애 그리고 결혼과 임신 등과 같은 우리 시대 청춘들이 고민하는 부분들을 핵심적인 소재로 다룸으로써 비단 우리나라에서 뿐만 아니라 해외 독자들 또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으로 다가온다. 그러한 이유 때문인지 이미 해외 여러 나라에도 수출되었으며, 덕분에 이른바 ‘K-COMICS’를 거론할 때 주요한 작품으로 내세울 만하다. 다만, 아직도 이 작품을 모르는 이가 있을 수도 있기에 이들을 위해 <케세라세라>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이 만화를 밀어주세요>시대의 초상을 그린 만화가 오세영의 작품 세계를 만나다!
심상진
2018.12.21
2016년 5월, 만화가 오세영의 별세라는 갑작스러운 소식에 신문사들은 일제히 기사를 쏟아냈다. “뛰어난 문장력과 데생력으로 ‘만화가들의 선생님’으로 불린다.”, “한국적 정서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가장 한국적인 화풍을 구사하는 작가”, “<토지>를 그릴 수 있는 유일한 작가”, “근·현대사의 풍경에 대한 한국적 묘사가 탁월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만화가의 사회적 역할과 참여에 적극적이었으며, 만화 작가 양성에도 힘써” 등의 내용을 실은 수십 개의 기사가 작가의 별세 소식을 알리며 만화가 오세영을 기렸다.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3
박기준
2018.12.20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3 : 이종진, 이해광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2
박기준
2018.12.12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2 : 고행석, 조관제
<웹투니스타의 Deep Impact - 7th Impact> 수많은 나, 그 모든 것이 나
웹투니스타
2018.12.09
2018년도 이제 막바지로 향해 가고 있다. 날이 추워져 코끝이 시려지는 계절이 왔다. 연말은 가장 많은 ‘나’를 만날 수 있는 때다. 삶을 지나오며 만났던 사람들과 송년회를 참석하다 보면 그때그때 다른 나를 꺼내는 나를 느낄 수 있게 된다. 고등학교 친구들, 대학 친구, 직장 동료들을 만날 때의 내가 다르고, 또 가족과 있을 때의 내가 다르다.
웹툰광고의 활성화를 위한 제언
지준형
2018.12.07
2018년 현재 국내에서 웹툰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은 약 55개가 운영되고 있다. 대부분의 웹툰 플랫폼에서 웹툰을 구독하기 위해서는 일정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 일정량의 코인을 구매한 뒤 구독하는 웹툰의 회차에 따라 코인을 지불하는 방식이다. 부분적으로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유료 서비스로의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사전단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대학 현황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18.12.07
최근 만화산업의 성장에 힘입어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학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만화, 애니메이션 관련 대학에 대하여 평소에 궁금한 사항들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
박수민
2018.11.23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해라>는 2002년 제10회 대산 청소년문학상 수상 작품집의 이름이고, 책의 표제가 된 작품은 고등부 소설 부문에서 수상한 단편이다. 반드시 만화가만을 원하라니, 누군가의 인생에 말하는 듯 의미심장하고 강렬한 제목이다. 이 문장을 처음 접하고 가슴 어딘가 쿡 눌러지는 느낌을 받은 나는 작품집을 구해 읽었다.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1 : 배금택, 신영식
박기준
2018.11.22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1 : 배금택, 신영식
디지털미디어 시대와 시사만화
권범철
2018.11.19
2002년 월드컵을 정점으로 종이신문의 전성기는 끝났다고들 한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은 언론의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었고, 종이신문의 독자는 꾸준히 줄고 있다. 언젠가부터 작은 회의실과 흡연실, 언론사 뒷골목 선술집 구석에서 둘만 모이면 서로의 불안과 설익은 전망을 낮은 소리로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웹투니스타의 Deep Impact - 6th Impact> 지워져버린 이름들을 위해
웹투니스타
2018.11.16
전래동화는 꽤나 매력적인 소재다. 먼저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하고, 서사의 개연성이 중요하지 않았던 시대에 창작된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채워 넣을 공간이 많다. 돌배 작가의 <계룡선녀전>은 우리에게 익숙한 선녀와 나무꾼 설화를 각색해 현대의 감각으로 되살려낸 작품이고, 이전에는 아예 동화처럼 익숙한 이야기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는 무적핑크 작가의 <실질객관동화>가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0 : 이두호, 김삼
박기준
2018.11.14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0 : 이두호, 김삼
50~60대의 만화 소비 분석
한국만화영상진흥원
2018.11.08
최근 국내 만화웹툰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 50-60대 시니어분들도 만화실습의 높은 관심과 흥미를 보이고 있습니다. 본 조사는 이 분들을 대상으로 다시 보고 싶은 추억의 만화와 향후 읽고 싶은 만화 콘텐츠 수요를 발굴하여 만화산업 발전에 기여코자 기획된 설문조사입니다.
<이 만화를 밀어주세요> 강렬한 제목, 그러나 소중한 이에 대한 다정함으로 독자를 사로잡는 웹툰
임형준
2018.11.07
제목부터 강렬한 작품 <남첩>. 솔직히 말해 19금을 연상하게 만드는 제목에 낚이는(?) 독자가 많았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이는 독자뿐만이 아닌 수많은 웹툰 플랫폼의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19금이 아닌가요?” 다양한 이들에게 들었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