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기술, 예술, 사업의 놀라운 삼위일체
<픽사 이야기>와 <레비 씨, 픽사에 뛰어들다!>
박수민 2019.07.01


장난감 이야기의 진정한 완결
<토이 스토리 4>가 나온다는 소식에 처음엔 의아했다. 2010년에 나온 3편을 완벽한 3부작의 마무리로 보았고, 우디와 버즈를 비롯한 장난감 친구들에게 더 나은 결말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 시리즈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바, 살아있는 장난감에겐 자신을 아껴줄 주인보다 좋은 건 없다. 또 모험을 해야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지어내 억지로 잇는 느낌일 것 같았다. 픽사가 한동안 오리지널보다 전작의 속편이나 스핀오프에 치중하는 듯한 인상도 의심을 더했다. 물론 안이한 기획이기 쉬운 속편마저 귀신같이 잘 만드는 픽사이긴 하지만 말이다.

1995년, 픽사가 선보인 세계 최초의 컴퓨터 그래픽 장편 애니메이션이 장난감들의 이야기였던 건 당시 가능한 기술과 표현의 한계에서 나온 궁여지책이다. CG로 구현한 캐릭터가 관객들에겐 어색하게 보일 수밖에 없으니, 원래 무생물인 것을 움직이는 전략이었다. 컴퓨터 그래픽의 영혼 없음을 숨기기보다 드러냈던 것이다. 저절로 움직이는 장난감은 자칫하면 <사탄의 인형>이 될 수도 있었다. 영원히 주인에게 집착하고 버려져도 스스로 되돌아오는 장난감이라니? 재미있게도 토이 스토리는 매 편마다 전 연령 영화치고는 심히 공포스러운 순간이 있다. 4편 역시 <샤이닝>의 삽입곡 ‘Midnight, the stars and you’가 흐르며 으스스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장면이 있다. 어쨌든 수십 년이 지난 지금, CG 캐릭터에 영혼의 유무를 묻는 관객은 없다.

끝까지 보고 나니 역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새삼 픽사가 스토리텔링과 정서 구축에 있어 얼마나 통달한 집단이며, 자신들이 창조한 캐릭터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걸 깨달았다. 4편의 결말이 다소 호불호는 있겠지만, 그동안 주인에게 헌신하고 동료들과 연대해온 캐릭터에게 이제 진정한 자유와 안식을 주고자 하는 창조주 픽사의 바램까지 이해 못할 팬은 없으리라. 토이 스토리는 과거의 계약 때문에 디즈니가 얼마든지 마음대로 속편을 만들 수 있는 시리즈였다. 4편은 픽사 외에 그 누구도 함부로 장난감들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 픽사 이야기 (Pixar Touch: The Making of a Company, 2008) 데이비드 A. 프라이스 지음, 이경식 옮김, 흐름출판 2010

문제적 회사의 탄생
극장을 나오며 어떻게 이렇게 어려운 주제를, 그것도 현실적으로 말도 안 되는 무생물 캐릭터들을 통해 할 수 있는지 픽사는 정말 무서운 회사라고 생각했다. 픽사에겐 창의력 고갈이야말로 불가능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예나 지금이나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업계에서 픽사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이쪽에서 사업을 꾸리는 이들에게 픽사는 롤 모델이고 지향점이고 이상향이다. 그러나 처음의 픽사는 성공은커녕 존립 여부가 지극히 불투명한 회사였다.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몇 가지 선택들이 지금의 픽사를 만들었고, 꺼진 거품이 아니라 견고한 원석만 남겼다.

데이비드 A. 프라이스가 쓴 <픽사 이야기>는 픽사의 시작과 첫 작품 <토이 스토리>의 제작 과정을 지나 <업>이 2010년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을 받기까지를 기록한 기업 전기다. 기업의 창의와 혁신은 사실 뜬구름 같은 소리다. 결국 모든 일은 몇몇 범상치 않은 인물의 재능을 뛰어넘은 집착과 같은 의지에서 비롯한다. 1970년대 중반 뉴욕 공과대학의 컴퓨터 그래픽스 연구소에서 만나 훗날 픽사를 공동 설립하는 에드 캣멀과 앨비 레이 스미스는 컴퓨터로 그린 그림으로 장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허황된 꿈을 공유했다. 공대 교수님들의 은밀한 열망이 엔터테인먼트 업계 진출이었던 셈인데, 꿈꾸는 목표는 처음부터 디즈니였다.

70년대 말, <스타워즈>를 개봉한 이후 조지 루카스는 영화 제작의 새로운 도구로서 컴퓨터를 활용하기 위해 인재를 찾고 있었다. 필름 편집, 음향 효과, 합성은 물론 회계 업무에도 써먹을 목적이었다. 스타워즈의 팬이었던 캣멀과 스미스, 그리고 핵심 연구원들은 연구소를 떠나 루카스필름의 신생 컴퓨터 사업부로 옮긴다. 루카스가 원한 편집, 음향, 합성 기술을 위해 뽑은 인재들이 새로운 연구 개발을 하는 동안 캣멀과 스미스는 기존의 컴퓨터 애니메이션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했다. 그렇게 만든 애니메이션은 스타워즈의 속편이 아니라 <스타트렉 2: 칸의 분노>(1982)에 쓰였고, ILM의 수준 높은 아날로그 특수효과를 대체하기엔 컴퓨터 그래픽은 낮은 해상도와 계단 현상(앨리어싱 Aliasing) 등으로 조악하게 보였다. 캣멀과 스미스는 그럴듯한 CG 영화를 만들기에 아직 불완전한 기술을 스토리텔링으로 보완하기 위해 전문 애니메이터를 영입하기에 이른다. 그는 칼아츠(캘리포니아 예술학교) 출신으로 디즈니에서 일하다 해고되었지만, <트론>(1982)의 CG 장면을 보고서 일찍이 3D 애니메이션에서 가능성을 보았던 존 라세터였다. 문제는 애니메이터를 고용하는 것을 루카스가 탐탁지 않을 게 뻔했기에, 캣멀과 스미스는 래스터를 ‘인터페이스 디자이너’라는 직책으로 위장 취업시키는 술수까지 썼다.

루카스가 필요로 한 건 도구를 만드는 기술자였지 직접 작품을 창작하길 원하는 예술가가 아니었다. 1985년, 처치 곤란해진 부서를 그들이 개발한 ‘픽사 이미지 컴퓨터’를 앞세워 팔기로 결정하자 관심을 보인 30대 백만장자가 있었으니, 바로 당시 자신이 세운 애플에서 쫓겨났던 스티브 잡스다. 잡스는 거대한 컴퓨터를 개인용으로 만들었던 것처럼 새로운 컴퓨터 그래픽 기술 역시 일반 대중화시키길 원했다. 1986년, 이제 ‘픽사’라는 이름이 된 하드웨어 회사는 잡스의 비전을 따르기에는 극소수의 고객뿐인 시장을 갖고 있었다. 컴퓨터와 3D 렌더링 소프트웨어 ‘렌더맨’을 컨퍼런스에 홍보할 목적으로 기술 시연용 단편 애니메이션 제작에 대놓고 집중하면서 픽사의 미래는 처음에 잡스가 의도한 방향과는 다른 곳으로 전진했다. 픽사는 이전에도 그랬듯이 고용주의 필요와는 무관한 방향으로 생돈만 까먹는 문제 많은 회사였다.

△ 실리콘밸리의 잘 나가는 변호사 레비 씨, 스티브 잡스의 골칫덩이 픽사에 뛰어들다! 
 (To Pixar and Beyond: My Unlikely Journey with Steve Jobs to Make Entertainment History, 2016) 
로렌스 레비 지음, 강유리 옮김, 클레마지크 2017

픽사의 놀라운 선택
이후 이야기는 <토이 스토리>(1995)의 성공보다는 10년간 수익을 못 낸 컴퓨터 하드웨어 회사가 어떻게 애니메이션 스튜디오, 즉 엔터테인먼트 영화사로 변모하게 되었는지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더 도움이 된다. <레비 씨, 픽사에 뛰어들다!>는 실리콘밸리의 잘 나가는 변호사였던 로렌스 레비가 1994년의 어느 날 스티브 잡스의 전화를 받은 후 픽사의 최고재무책임자가 되어 2006년 디즈니에 회사를 매각하기까지의 일을 기록한 자서전이다. 레비가 본 픽사는 “방황만 했을 뿐 단 한 번도 제 갈 길을 찾아 본 적 없는” 회사로 여태 제대로 된 수익 구조 없이 5천만 달러가 넘는 투자금액을 잡스 개인의 돈으로 메꾸며 겨우 버티고 있었다.

레비는 당시 제작 중이던 <토이 스토리>의 일부를 보고 충격을 받는다. 아직 돈이 되지는 못했지만 엄청난 수준의 기술력과 그 기술을 예술적으로 구현한 인재들이 픽사에 있었던 것이다. 픽사를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던 잡스는 실리콘밸리에서 ‘현실 왜곡장’이라 불릴 정도의 카리스마에 비례하여 높아진 악명에다 넥스트 컴퓨터의 실패로 위태로운 입지에 있었다. 그런 그가 익숙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대신 생소한 스토리와 콘텐츠 사업으로의 전환을 용인하고, 세계 최초의 컴퓨터 그래픽 장편 애니메이션의 투자/배급사로 업계의 끝판 왕 디즈니와의 계약을 따낸 상태였다. 그나마도 계약은 일방적으로 디즈니에게 유리하게끔 되어 있었고, 만약 <토이 스토리>가 성공하더라도 픽사 몫의 수익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도 잡스는 픽사를 곧 기업공개(IPO)하여 성공적으로 상장시키려 하고 있었다.

레비의 입장에서 모든 일의 성패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던 불과 1년 만에, <토이 스토리>의 개봉과 함께 픽사의 운명은 뒤바뀌고 지금 우리가 아는 세계 최고의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로 번영이 시작된다. 여기에는 성공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보긴 어렵지만 몇 가지 놀라운 선택들이 있었다. IPO를 통해 자체 제작비를 마련함으로써 과감히 디즈니와의 재계약을 이뤄내 수익을 높인 것, 픽사를 대중에게 디즈니의 하청이 아니라 동등한 브랜드로 노출되게끔 한 것, 작품 제작 빈도를 늘리기 위해 회사 규모를 키우는 방법으로 자체적인 인재 확보를 위한 사내 교육 시스템(픽사 대학교)을 구축한 것들이 사업적으로 탁월하고 주효했던 선택으로 읽힌다.

마지막 선택 하나가 의외다. 신기하게도 잡스는 사업에 있어 일방적이고 제멋대로인 자신의 카리스마를 픽사 내부 경영에선 휘두르지 않았다. 픽사에는 이미 캣멀의 연구소 시절부터 이어진 구성원들의 수평지향적인 문화가 있었다. 그 문화를 잡스가 존중해서 그런 것 같진 않지만 거의 방치에 가깝도록 내버려둔 건 사실이다. 놀라운 건 <토이 스토리>의 흥행과 IPO 이후 픽사의 최고 주주가 되었음에도 그랬다는 거다. 특히 크리에이티브에 관한 선택과 판단에 있어 결정권을 가진 주체가 픽사의 임원진이 아니라 스토리 팀이 되도록 한 것은 놀라운 정도를 넘어 거의 불가능한 선택으로 보인다. 당시 할리우드는 물론 지금의 엔터테인먼트 산업 시스템에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편당 제작비가 1억 달러를 넘는 영화의 창작 개발 과정을 철저히 통제하고 관리/감독하는 대신에 아티스트들의 자율에 맡기고 무조건 신뢰한다고? 안전을 위해 스토리를 희생시키지 않고, 마감일과 예산이 아니라 창의적 비전을 선택했다고? 거짓말!

디즈니의 현재, 픽사의 미래
픽사는 당시 디즈니의 창작적 의사결정 프로세스에서 몇몇 임원의 독단적인 지시나 입김의 결과가 그저 그랬던 것을 목격했다. <토이 스토리>부터가 그러한 결정에서 자유롭지 못해 뮤지컬이 될 뻔도 했고, 속편들이 질 낮은 비디오 시리즈로 나올 뻔도 했다. 어쨌거나 이 책의 18장에 담긴 픽사의 선택이 100% 사실이고 지금껏 변함없이 이어져왔는지는 의구심이 들지만, 이후 픽사와 디즈니의 역전된 상황을 보면 정말인지도 모르겠다. 위기의 디즈니가 부활한 계기는 마이클 아이스너가 물러나고 밥 아이거가 CEO가 된 후 픽사를 인수하면서부터다. 픽사의 스토리 수장들이 디즈니의 크리에이티브에 관여하자 이후 디즈니 제작 애니메이션의 퀄리티는 수직상승했다. <겨울왕국>, <주토피아> 등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디즈니의 픽사화는 성공적이었다. 밥 아이거는 모든 것의 디즈니화가 능사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고, 마블 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때도 픽사와 같이 회사의 독립성을 보장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익히 아는 바다.

픽사는 이제 새로운 시기에 들어섰다. 픽사의 크리에이티브를 대표하던 존 라세터는 성추행 사실을 인정하고 디즈니를 떠났다. 에드 캣멀도 픽사 사장직에서 물러나 7월까지의 고문 역할이 끝나면 완전히 은퇴한다. 이번 <토이 스토리 4>를 보니 창립자들의 부재를 전혀 염려하지 않아도 되겠다. 픽사에는 아직 앤드류 스탠튼과 피트 닥터와 브래드 버드 등의 스토리 대가들이 있고, 무엇보다 젊고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세계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회사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창조력을 가다듬고 있다. 기술, 예술, 사업의 삼위일체를 이뤄낸 픽사가 이토록 강건한 이상, 디즈니의 미래 역시 밝을 것이다. 어디 날 써 줄 픽사 비슷한 조직이 없을까하며 이런저런 회사를 기웃거리며 실망을 거듭한 필자 입장에선 그저 부럽고 또 무섭다.


칼럼
[글로벌리포트] 2019년 프랑스 만화계 정리 (디지털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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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5
프랑스 출판조합(SNE, Syndicat National de l’édition)은 디지털 도서 시장에 대해서도 2018년의 수치를 정리, 조합하여 평가서를 공개했다. 그 전년 대비 5.1% 성장한 디지털 도서 시장의 총 수익은 2억 1200만유로(한화 약 2755억4천만원)로 집계되었다
[글로벌리포트] 2019년 프랑스 만화계 정리 (출판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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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2.05
2019년 6월, 프랑스 출판조합(SNE, Syndicat National de l’édition)의 대규모 모임이 있었다. 그 기회를 통해 2018년 프랑스 출판종합 집계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해의 종합 집계는 항상 그 이듬해에 마무리 된다 (2019년의 결과 수치는 2020년 상반기에 발표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 글에 인용된 집계는 2018년을 조사한 자료로, 비록 올해의 수치는 아니지만 가장 최근의 결과이므로 프랑스 출판계와 만화계의 규모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수렁에서 건진 내 만화 : 나가타 카비 <너무 외로워서 레즈비언 업소에 간 리포트>, <나 혼자 교환일기>
박수민
2019.11.25
‘실록(實錄)’이라는 단어가 있다. 실록이라 하면 우리는 주로 조선왕조실록을 떠올리지만 논픽션 다큐 같은 장르적 성격의 의미로 쓰인다. 나는 주로 70년대 실존 인물을 다룬 일본 임협물이나 한국의 <실록 김두한>(1974) 같은 옛날 폭력영화에서 이 단어를 보았던 기억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2.임금의 제위 기록이란 뜻을 제외하고, 1.사실을 실제로 적은 기록, 3.사실에 공상을 섞어서 그럴 듯하게 꾸민 이야기나 소설(=실록물)을 의미한다고 나온다. 나는 이 두 항목의 차이가 재미있다. 1번은 순수 논픽션이라는 건데, 3번은 사실 기반에 양념이 좀 가미된 장르물이라는 것. 아무튼 이 한자단어는 예나 지금이나 일본에서 잘 써먹는 듯하다. 작품 앞에 ‘실록’이 붙는 순간 생겨나는 이상한 무게가 있다.
[전문가 칼럼] 웹툰은 공짜? 웹툰 불법 소비의 심리와 극복방안
정민수
2019.11.11
현재 우리나라의 저작권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이 많이 성장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법복제는 웹툰 뿐만 아니라 영화, 방송, 음악, 만화, 서적 등 많은 장르의 저작물 분야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나 웹툰은 2013년부터 레진코믹스를 시작으로 유료 웹툰 플랫폼이 생겨나기 시작하기 전에는 다음, 네이버를 통하여 무료로 서비스 되는 저작물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법사이트를 통하여 웹툰을 보는 소비의 심리에 대해서, 공짜를 좋아하는 일반 대중의 심리, 그리고, 저작권에 대한 인식에 대하여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 이외에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8 : 김마정, 최석중
박기준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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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관제 漫步만보_ 원로 만화가 순례 ⑫ 김원빈
조관제
2019.11.06
온 산들이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산을 바라보다 문득, 사람보다 산을 더 좋아했던 김원빈 선생이 생각이 났다. 본래 이 칼럼은 생존하는 원로만화가를 만나 만화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꼭지이다. 하지만, 인터뷰하기를 싫어했던 선생님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았던 필자가 들었던 단편적인 이야기나마 남기고 싶어 옮긴다.
[전문가 칼럼] 일본 불매 운동, 문화적 소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강상준
2019.10.30
우선 근원적인 문제부터 짚어보자. 문화 상품은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당연히 될 수 있다. 단, 모든 불매 운동이 그렇듯 이 역시 소비자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와 동조가 바탕에 있어야 한다. 일본 문화를 소비하지 않기로 결정했든, 여전히 그것과는 무관히 소비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든 그것은 오로지 개인에 달린 문제다. 평점 테러와 같은 악의적인 군중심리를 동원하는 것이 애초에 불매 운동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다. 마찬가지로 언제든 개선될 수 있는 국제 관계에 작가 혹은 작가를 위시한 기업이나 단체, 작품 등을 고의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답 또한 순전히 개인의 몫이다. 이를 매국과 애국의 이분법으로 강요하거나 강제하는 분위기야말로 가장 폭력적이고 부당한 처사일 것이다.
[글로벌리포트] 글로벌 시장에서의 일본 만화 시장 현 상황
김낙호
2019.10.28
“부자는 망해도 3대가 간다”는 격언은 그저 곳간에 뭔가가 많이 쌓여서 오래 써도 남는다는 것이 아니라 성공가도를 달리는 과정에서 구축하는 어떤 탄탄한 기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기반이 충분히 자리잡으면 심지어 망했다는 진단 자체 조차 그저 기존의 형태에 한정될 뿐, 다른 형태로 전환하여 복귀를 이뤄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일본 내에서는 잡지 판매부수의 뚜렷한 쇠락 흐름 속에 지난 수년간 위기 의식이 제기되어온 일본 만화계가 오늘날 세계 시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그런 사례가 아닐까 한다.
[글로벌리포트] <알라딘>, <라이온킹>의 실사화와 디즈니의 전략
이다혜(씨네21 기자)
2019.10.11
이미 전세계에 알려진 유명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 영화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컴퓨터 그래픽(CG)과 시각효과 기술(VFX)의 발전 덕이다. <알라딘>에서 하늘을 나는 양탄자나 램프에서 나오는 요정 지니는 위화감 없이 이야기와 어우러지며, 실사 배우들의 연기와 한호흡으로 움직인다. <라이온 킹>의 경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처 세트장에 CG와 VFX로 무파사와 심바의 왕국 프라이드 랜드를 만들어냈다고 알려진다. 제작진은 아프리카 케냐와 나미비아, 미국 캘리포니아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등에서 이른바 배경 소스화면 촬영을 마무리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90종에 가까운 동물들의 근육 움직임, 피부, 털을 표현하기 위해 동원된 애니메이터가 130여명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전문가 칼럼] 웹툰 생태계의 변화와 작가 주도형 플랫폼의 부상
홍난지
2019.09.30
웹툰 산업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게 된 것은 웹툰전문 유료플랫폼이 등장하고서부터다. 포털 중심의 웹툰연재는 독자들을 폭넓게 설정한 작품들이 유리했다. 만화를 좋아하고 오랫동안 그려왔으나 여기에 속하지 못한 작가들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만들어진 웹툰전문 유료플랫폼은 도전만화나 웹툰리그에서 꾸준히 작품을 내던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작용하며 성공적으로 웹툰 산업에 안착했다. 무료연재는 웹툰이 산업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발전할 수 없게 하는 주요 요소로 손꼽혀 왔다. 유료플랫폼의 약진은 이러한 우려들을 상쇄할 수 있는 성과였다. 웹툰전문 유료플랫폼은 데뷔를 꿈꾸는 작가들에게는 꿈의 공간, 웹툰계에서는 좀처럼 시도되지 못했던 유료 결제를 안착시키면서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성과는 작가와 유료 플랫폼의 신뢰가 깨지면서 일순간에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다.
[전문가 칼럼] 2019년 태국 웹툰 시장 현황과 진출 방안
Pasavon Tao
2019.09.27
태국에서 웹툰, 즉 온라인 만화 사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년 전인 2014년이다. 태국에는 라인 웹툰(한국), 코미코(일본), 위코믹스(욱비코믹스의 신규 명칭으로, 2019년 텐센트로부터 투자 유치) 3개의 대형 플랫폼이 있으며, 모두 2014년부터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세 개의 플랫폼 모두 초기에는 무료로 운영되었으나 2017년부터 이후 유료 모델(pay-to-read)을 도입해 콘텐츠 유료화를 시작했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SNS의 딜레마 : 작가, 작품, 팬은 어떻게 서로 ‘절교’하는가?
박수민
2019.09.10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시작된 무역 분쟁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여름이었다. 아베 신조 총리와 집권 자민당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과 일본 사회의 우경화는 이미 이러한 상황을 예고하고 있었다. 어느 나라나 우익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다. 역사의 가해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해자와 그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것. 2차 대전 때 군국주의 일본이 자행한 온갖 전쟁 범죄 중에서도 특히 위안부와 강제 징용은 일본 우익이 가장 먼저 지우고 싶어 하는 진실이다.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7 : 김영하, 황재
박기준
2019.08.26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크레이그 톰슨의 작품 읽기 1. <담요> : 어느 만화가의 소명(召命)
박수민
2019.08.07
만화가 크레이그 톰슨을 알게 된 것은 수년 전 한 선배 감독이 내게 <담요>를 추천하면서 부터다. 그 선배는 내가 존경과 비아냥거림을 섞어 ‘영문학의 대가’라고 부르곤 하던 인물로, 영미 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넓은 식견을 지녔다. 주로 일본만화 아니면 DC/마블의 슈퍼 히어로 중심 그래픽 노블만 즐겨 보던 나에 비하여 그는 미국 인디 계열의 자전적 만화를 많이 읽었고, 어느 작품은 국내 출판된 책 표지에 그럴듯한 추천 문장을 남긴 걸 자랑하기도 했다.
조관제 漫步만보_ 원로 만화가 순례 ⑪ 박기준
조관제
2019.08.01
지금의 장년층 이상 국민들이 소년시절 함께 웃고 울었던 정겨운 친구 ‘두통이’ 캐릭터로 한양의 지가를 올렸던 박기준은, 다른 만화가들처럼 어릴 때부터 그림 소질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전문가칼럼] '공포' 장르문학, 공포에는 국경이 없다
이다혜(씨네21 기자)
2019.07.09
공포에는 국경이 없다. 무엇이 공포의 요인인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먼저 반응한다. 비명을 지르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다. 공포를 구현하는 매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 표현양상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소설, 만화, 영화는 각기 어떻게 두려움을 빚어내는가.
[글로벌리포트] 인도네시아 만화 시장
함종균
2019.07.05
인도네시아의 정식 국명은 인도네시아 공화국 (Republik Indonesia)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2017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2억 6천만명을 가볍게 넘는다. 이 수치는 세계 4위, 동남아 1위로 콘텐츠 비즈니스는 ‘인구 기반 비즈니스’라는 기본 원칙에 입각해서 가장 큰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6 : 계월희, 박진우
박기준
2019.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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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한국 웹툰의 글로벌화 근황과 전망
강태진
2019.07.02
한국 웹툰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빈약한 내수 시장을 극복하고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해외로 해외로 나가는 것은 제조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20년 넘게 각고의 노력으로 꾸준히 해외 진출을 시도한 한국 콘텐츠는 한류(韓流)라는 이름으로 동남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 북미,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한류 콘텐츠는 게임, K-POP, 영화, 드라마가 있으며 최근에는 웹툰이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부각되고 있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기술, 예술, 사업의 놀라운 삼위일체
박수민
2019.07.01
<토이 스토리 4>가 나온다는 소식에 처음엔 의아했다. 2010년에 나온 3편을 완벽한 3부작의 마무리로 보았고, 우디와 버즈를 비롯한 장난감 친구들에게 더 나은 결말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 시리즈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바, 살아있는 장난감에겐 자신을 아껴줄 주인보다 좋은 건 없다. 또 모험을 해야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지어내 억지로 잇는 느낌일 것 같았다. 픽사가 한동안 오리지널보다 전작의 속편이나 스핀오프에 치중하는 듯한 인상도 의심을 더했다. 물론 안이한 기획이기 쉬운 속편마저 귀신같이 잘 만드는 픽사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