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로벌리포트] <알라딘>, <라이온킹>의 실사화와 디즈니의 전략
이다혜(씨네21 기자) 2019.10.11




<덤보> <알라딘> <라이온 킹>에 이어 <뮬란> <인어공주> <크루엘라>(<101마리 달마시안> 스핀오프) <백설공주> 그리고 <형사 가제트>까지. 디즈니 인기 애니메이션의 실사영화화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1999년 이미 <형사 가제트> 실사 영화를 제작했던 때 9천만 달러를 들여 1억 3천 4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는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사화를 ‘다시’ 시도할 만큼 결과를 낙관하는 디즈니의 현 시류가 읽힌다. 요즘 미디어 기업으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혁신하는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바로 디즈니가 아닐까. 이미 컨텐츠 공룡이었던 디즈니의 전략은 어떻게 계속 업그레이드되고 있는지 살펴보자.


디즈니의 영화와 애니메이션은 디즈니 캐릭터로 만든 수많은 상품들을 홍보하는 광고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한 가족이 월트 디즈니 월드를 방문하고 디즈니 호텔에 묵었다. 어린 세 딸들은 여행길에도 곰 인형을 가지고 왔다. 첫날 하루가 저물자 가족은 호텔 방으로 돌아왔다. 그랬더니 소녀들의 곰 인형들이 쿠키와 우유가 놓인 식탁에 둘러앉아 있는 것이었다. 당연히 어린 소녀들은 매우 기뻐했고, 다음날 저녁에는 엄마 아빠에게 호텔로 빨리 돌아가자고 졸랐다. 이번에는 곰 세 마리가 침대에 앉아 미키마우스 책들을 ‘읽고’ 있었다. … 사흘째 되던 날 저녁에는 곰들이 다시 식탁에 앉아 있었지만 이번에는 카드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빌 캐포더글리와 린 잭슨이 쓴 <디즈니 웨이>에 나오는 이 대목은 어떻게 디즈니의 상품이 판매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고, 그것을 전세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관련한 물건을 팔고.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이상의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 디즈니의 전략이 바뀌었다.


디즈니는 픽사(2006년)와 마블(2009년), 루카스필름(2012년)에 이어 폭스까지 쉼 없는 인수합병(M&A)으로 막강한 지식재산권(IP)을 갖게 되었다. 디즈니는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컨텐츠의 수명을 확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전성기는 1990년대인데,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이 아닌 <인어공주>(1989년) <미녀와 야수>(1991년) <알라딘>(1992년) <라이온 킹>(1994년) 같은 ‘뉴 클래식’이라 불릴 만한 작품들이 이 시기에 제작되었다. 이 작품들 중 일부는 뮤지컬로도 제작되어 롱런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 이후 디즈니 애니메이션이라는 것 자체가 낡은 느낌을 주는 상황이 되어버린 데 있었다. 롱런이라는 말 자체가 옛날 작품이라는 뜻이니까. 90년대의 전설같은 애니메이션이 30년 가까이 묵은 컨텐츠가 되자, 디즈니가 꺼내든 카드는 바로 영화의 실사화다. 세대를 뛰어넘는 콘텐츠, 90년대의 어린이들이 부모가 되어 자녀와 함께 보는 컨텐츠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이 시도를 하기 위해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의 명가라는 점을 활용해 더 정교한 애니메이션 기술을 내세운 것이 아니라 아예 실사영화로 형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이미 전세계에 알려진 유명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 영화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컴퓨터 그래픽(CG)과 시각효과 기술(VFX)의 발전 덕이다. <알라딘>에서 하늘을 나는 양탄자나 램프에서 나오는 요정 지니는 위화감 없이 이야기와 어우러지며, 실사 배우들의 연기와 한호흡으로 움직인다. <라이온 킹>의 경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처 세트장에 CG와 VFX로 무파사와 심바의 왕국 프라이드 랜드를 만들어냈다고 알려진다. 제작진은 아프리카 케냐와 나미비아, 미국 캘리포니아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등에서 이른바 배경 소스화면 촬영을 마무리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90종에 가까운 동물들의 근육 움직임, 피부, 털을 표현하기 위해 동원된 애니메이터가 130여명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의 실사화와 더불어 자사 컨텐츠를 유통시킬 플랫폼에 대한 고민, 그리고 오래된 작품들의 내용이 가진 한계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즉, 기술의 발달만으로 지금과 같은 성공은 어렵다는 뜻이다.


2019년 초 디즈니는 21세기 폭스를 인수했고, 지난해에는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런칭계획을 공개했다. 디즈니는 21세기 폭스 인수로 이십세기폭스, 폭스TV스튜디오, 폭스네트워크,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 업계 3위인 스트리밍업체 훌루 등을 소유하게 됐다. 작품으로 따지면 입이 떡벌어진다. <아바타> <타이타닉> <스타워즈> 시리즈와 <아이스 에이지> <심슨 가족> 등 수많은 영화와 애니메이션의 판권이 이번 인수합병으로 디즈니에 넘어갔다. 영화 팬들의 관심은 기존 폭스가 소유하고 있던 마블 캐릭터인 엑스맨과 데드풀, 판타스틱4 등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언제 어떻게 합류할지다. 즉, 마블코믹스를 이미 손에 넣은 디즈니는 이미 마블에서 판권을 팔아버린 캐릭터들을 다시 수합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더 온전히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획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뿐 아니라 21세기 폭스가 가지고 있던 <아이스 에이지> <심슨 가족>의 실사영화화도 진행될지 여부 역시 관심을 모은다.


디즈니의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 ‘디즈니 플레이’의 경우는, 디즈니의 밥 아이거 회장의 말을 빌면 “디즈니 플레이야말로 앞으로 디즈니가 2019년 이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사업 아이템”이다. 업계는 디즈니 플레이의 이용 가격이 넷플릭스의 한달 정액 이용 가격의 평균인 8~14달러보다 훨씬 저렴하게 책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발표와 더불어 디즈니는 넷플릭스 등에 공급하던 디즈니 관련 콘텐츠를 지난해부로 모두 계약 만료시켰다. 디즈니가 인수합병을 통해 손에 넣은 훌루는 넷플릭스와의 경쟁을 위해 NBC, 21세기폭스 엔터테인먼트 및 ABC가 연합해 2008년 출시한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다. 넷플릭스와의 경쟁을 위해 만들어진 서비스가 또 하나의 공룡 디즈니에 인수된 셈이다. 훌루는 미국, 일본에서만 서비스되고 있으며, 한국에서의 서비스 출시도 예고된 바 있다.


그런데 조직의 덩치를 키우는 것 외에도 중요한 것이 있었다. 오래 ‘묵은’ 컨텐츠는 캐릭터 상품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해 전달될 때, ‘시대성’ 안에서 소화된다는 사실이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이 90년대를 끝으로 냉대받은 데에는 성차별과 인종차별에 관련된 비판들이 한 몫을 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디즈니의 공주 캐릭터들은 전통적으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수동적 여성성의 대명사였다. 주인공들은 대체로 백인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된다. 그런 디즈니의 변신은 2010년대에 들어 본격화되는데, <겨울왕국>(2013년)은 왕자와 공주 대신 자매를 전면에 내세운 이야기고, <주토피아>(2016년)는 동물세계에서 약자인 토끼를 주인공으로 해 타자에 대한 이슈를 다루고 있으며, <모아나>(2017년)는 폴리네시아인인 주인공 모아나를 내세운 모험담이다. 실사 영화화 단계에서도 이런 변화는 눈에 띈다. <알라딘>의 자스민 공주는 스스로 술탄이 되고자 한다. <인어공주>의 공주 에리얼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인 할리 베일리를 캐스팅했다.


이와 같이 디즈니가 충분히 잘 알려진 애니메이션의 실사화에 적극적이 된 이유는 분명해 보인다. 첫째. 실사화되는 애니메이션은 이미 전세계적인 지명도를 갖추고 있다. ‘실사화’라는 단어만으로 줄거리에 대한 홍보는 필요없을 정도이며, 어린시절 애니메이션을 본 부모세대가 자녀들과 함께 극장을 찾으니 흥행 수입이 일정정도 보장된다. 심지어 실사영화가 재미있다면 그들은 애니메이션을 ‘다시’ 볼 가능성이 높다. 둘째, CG와 VFX 기술이 발달되었다. 셋째, 차별적 표현을 개선하며 디즈니라는 브랜드의 혁신성을 더 강조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니 디즈니는 이 모든 것을 유통할 스트리밍 서비스 런칭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다. 없는 것 빼고 다 있는 곳, 디즈니라는 이름의 꿈의 공장. 이 공격적인 ‘확장’ 전략 이후에 무엇이 올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유례없는 거대 컨텐츠 기업의 행보를 목도하고 있음은 분명해보인다.


이다혜/ <씨네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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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관제 漫步만보_ 원로 만화가 순례 ⑪ 박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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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민
2019.07.01
<토이 스토리 4>가 나온다는 소식에 처음엔 의아했다. 2010년에 나온 3편을 완벽한 3부작의 마무리로 보았고, 우디와 버즈를 비롯한 장난감 친구들에게 더 나은 결말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 시리즈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바, 살아있는 장난감에겐 자신을 아껴줄 주인보다 좋은 건 없다. 또 모험을 해야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지어내 억지로 잇는 느낌일 것 같았다. 픽사가 한동안 오리지널보다 전작의 속편이나 스핀오프에 치중하는 듯한 인상도 의심을 더했다. 물론 안이한 기획이기 쉬운 속편마저 귀신같이 잘 만드는 픽사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