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수렁에서 건진 내 만화 : 나가타 카비 <너무 외로워서 레즈비언 업소에 간 리포트>, <나 혼자 교환일기>
박수민 2019.11.25


실록 만화의 세계
‘실록(實錄)’이라는 단어가 있다. 실록이라 하면 우리는 주로 조선왕조실록을 떠올리지만 논픽션 다큐 같은 장르적 성격의 의미로 쓰인다. 나는 주로 70년대 실존 인물을 다룬 일본 임협물이나 한국의 <실록 김두한>(1974) 같은 옛날 폭력영화에서 이 단어를 보았던 기억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2.임금의 제위 기록이란 뜻을 제외하고, 1.사실을 실제로 적은 기록, 3.사실에 공상을 섞어서 그럴 듯하게 꾸민 이야기나 소설(=실록물)을 의미한다고 나온다. 나는 이 두 항목의 차이가 재미있다. 1번은 순수 논픽션이라는 건데, 3번은 사실 기반에 양념이 좀 가미된 장르물이라는 것. 아무튼 이 한자단어는 예나 지금이나 일본에서 잘 써먹는 듯하다. 작품 앞에 ‘실록’이 붙는 순간 생겨나는 이상한 무게가 있다.

일본문학의 대표적 특징은 ‘사소설(私小說)’의 고유한 발달이다. 작가 자신이 1인칭 화자로서 체험과 심경을 고백하는 문학. 다자이 오사무와 <인간실격>은 이 장르의 대표적인 작가이자 작품이다. 인간이라면 타인 앞에서 꾸며내기 마련인 허위와 가식은 물론 수치심마저 초월하여, 자신을 낱낱이 해체하듯 고백해 독자 앞에 전시하는 이 전위적 글쓰기는 오늘날도 작가 지망생의 첫 방법론이 되곤 한다. 개인적으로 최근의 사소설 작가로 <고역열차 苦役列車>(2011)를 쓴 니시무라 겐타(西村賢太)를 기억한다. 그는 이 작품으로 아쿠타가와상을 받은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다. “수상은 글렀다 싶어서 풍속점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축하해줄 친구도 없고, 연락할 사람도 없습니다.” 과연 솔직한 작가였다.

일본의 사소설은 만화와 만나 ‘실록 만화(実録マンガ)’ 장르가 되었다. 일본에서 누구든 한 번 꿈꿔볼만한, 코너에 몰린 인생을 반전시킬 방법은 여전히 만화다. (우리는 웹툰과 유튜브일까?) 만화가 히트하려면 대중이 전에 본 적 없는 신박한 소재를 들이미는 게 중요하다. 근데 그런 소재를 찾는 건 어렵다. 모르는 소재를 잡으려니 자료조사와 취재만으로 벅차다. 그러자 미처 생각지 못한 가장 가까운 소재가 눈에 들어온다. 바로 나! 이렇게 사는 건 여기 나뿐인데? 평범하게 사는 건 사실 그렇지 못한 사람에겐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 ‘나’는 의외로 독특한 소재다. 게다가 나 자신의 체험만큼 진중하게 그릴 수 있는 이야기도 없다.

인간은 누구나 남 얘기를 좋아하고 본래 취향이 노골적이라 누군가의 ‘실화’라고 하면 솔깃하다. 나의 체험에서 오는 디테일과 실재감은 타인을 집중시키는 힘이 있다. ‘나’를 그린 실록 만화를 통해 재야의 신인이 메이저에 데뷔하고, 마이너로 몰락했던 기성작가가 부활한다. 만화가 생활 중 돌연 가출, 자살기도와 노숙, 도피생활과 복귀 후 알코올 중독 치료 과정까지의 실화를 그린 아즈마 히데오(吾妻ひでお)의 <실종 일기 失踪日記>(2005)와 <실종 일기 2: 알코올병동 失踪日記2 アル中病棟>(2013)은 이 장르의 대표적 작품이다. 일본식 미소녀 캐릭터, 소위 ‘로리’와 ‘모에’의 시대를 연 작가로 평가되는 그가 특유의 동글동글한 만화체로 그린 실화는 여간한 극화보다 훨씬 강렬하고 묵직했다.


△ 실종 일기 & 실종 일기 2: 알코올 병동 (아즈마 히데오 지음, 오주원 옮김, 세미콜론 2011, 2015)


<실종 일기>가 출판되자 평단과 미디어가 극찬했고, 권위 있는 상들이 모아졌고, 작가에게 대담 요청과 집필 의뢰가 늘어났다. 그는 자전적 만화로 고난에서 구원받고 부활한 작가의 어떤 전형이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런 사례가 결국 인간이 살고자 자신의 고통을 담보로 세상과 하는 어떤 거래 같고, 작가라는 일 자체가 이 더럽고 치사한 거래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이 슬프다. 인생에서 부여받은 유일한 재주이자 직업으로써 만화는 평생 그를 착취했을 뿐, 부활과 구원 같은 건 실은 어디에도 없었던 건 아닐까. 단지 자기만족과 짧은 위안이 있었을 뿐. 아즈마 히데오는 식도암 투병 끝에 2019년 10월 13일, 69세로 영면했다.

가난, 알코올중독, 우울증, 친족의 투병이나 죽음, 가정불화, 성폭력 등을 겪은 작가의 경험은 실록, 리얼, 논픽션, 에세이, 휴먼 등의 단어가 붙는 만화들로 승화되었다. 사이바라 리에코 <만화가 상경기>, 만슈 키쓰코 <알코올 중독 원더랜드>, 다나카 케이이치 <우울증 탈출>, 우에노 켄타로 <안녕이란 말도 없이>, 오카노 유이치 <페코로스…> 시리즈, 키쿠치 마리코 <취하면 괴물이 되는 아빠가 싫다>, 카호 <나랑 SEX하면 뜬다> 등이 내 기억에 남는다. 실록 만화는 진실한 만큼 선정적이다. 독자의 흥미가 이 경계를 애매하게 오가는 것을 업계는 놓치지 않는다. 사연이 없으면 취재해서 만드는 르포르타주(reportage) 즉 ‘르포(리포트)’ 만화에 이르면, 작가는 만화를 그리기 위해 일부러 더럽고 위험한 일을 찾아다녀야 한다. 오자와 카오루의 <수상한 취재를 다녀왔습니다>는 철저히 편집부 기획으로 만들어진 실록 만화의 사례다.


△ 다양한 종류의 실록 만화들.


마스다 미리와 다카기 나오코 류(類)의 코믹 에세이 역시 작가의 삶을 바탕으로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실록 만화의 범주에 넣기는 꺼려진다. 내가 일상물과 실록 만화를 구분하는 기준은 테마의 무게감이랄까, 불편함이다. 수필과 사소설을 문학의 척도로 나누는 지점과 비슷하다. 외면하고픈 불편한 진실을 담은 이야기가 바로 문학이다. 일본의 다양한 실록 만화와 미국·유럽 인디만화의 ‘그래픽 자서전’은 예술의 영역에서 만화를 창작하는 한국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우리 만화에서도 상업 웹툰과 독립 그래픽노블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자전적 작품이 나오는 중이다. 어떤 이야기든 만화로 그릴 수 있다. 개인의 불편한 실화가 타인에게 좀 더 쉽게 받아들여지고, 이해와 공감에까지 이를 수 있는 건 매체로서 만화가 지닌 강력한 힘이다. SNS나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판은 이러한 자전적 만화들이 가장 먼저 대중의 반응을 얻는 장소. 인터넷에서 반향을 일으킨 만화가 곧 책으로 출판되는 일은 하나의 공식이 되었다.



어느 ‘아픈’ 작가의 만화
자신을 고백한 만화가 SNS를 통해 읽히고 화제가 되는 것은 그만큼 현대의 인간관계와 소통 방식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간접적이고 파편화되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부모, 형제, 친구나 연인에게는 차마 직접 할 수 없는 고백이 인터넷의 타인에게는 가능하다. 익명의 투고와 무명의 반응을 통해 작가와 독자가 공감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소외와 고독이다. 2018년에 내가 읽은 최고의 실록 만화는 <너무 외로워서 레즈비언 업소에 간 리포트 さびしすぎてレズ風俗に行きましたレポ>(2016)였다. 2019년 올해도 같은 작가의 후속편 <나 혼자 교환일기 一人交換日記>(2016)를 읽으며 이 생면부지의 일본 만화가를 속으로 안쓰러워하고 걱정했다.

△ 너무 외로워서 레즈비언 업소에 간 리포트 (나가타 카비 지음, 조민경 옮김, 영상출판미디어 2018) 나 혼자 교환일기 (나가타 카비 지음, 주원일 옮김, 애니북스 2019)


필명으로 ‘곰팡이(카비)’를 쓰는 이 작가, 나가타 카비(永田カビ)는 오랫동안 앓아온 마음의 병이 있는, 한 마디로 ‘아픈’ 사람이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부모를 의식하며 애정결핍과 자기부정만을 쌓아왔다.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해 방황하며 우울증과 자해, 탈모와 폭식 충동에 시달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죽는 게 더 낫다는 결론은 의의로 분함을 일으켜, 그에게 “이렇게 된 거 발버둥 친 뒤 죽어주마”라는 이상한 생의 의욕이 된다. 살려는 욕구는 신기하게도 ‘살(肉, flesh)’에게로 향한다. 나이 서른에 이르도록 타인과의 애정 어린 친밀함을 나눈 경험이 전혀 없는 그는, 자신이 집착하는 어머니 이외의 여성과 성적으로 접촉하고 싶은 강력한 충동을 느낀다. “누구라도 좋으니 안기고 싶은” 막연한 욕구는 “내가 여자임을 스스로 인식하거나, ‘나’이기 전에 먼저 ‘여자’로서 과잉 정의되지 않는” 등의 구체적인 조건을 만들어 간다. 자신을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스스로 어른이길 포기했던 봉인을 풀고 섹스를 경험하고 싶다. 그러나 어떻게 단숨에 타인과 그런 친밀한 관계를 경험할 것인가? 그가 결국 선택한 방법은 풍속점이었다. 레즈비언 업소의 여성을 돈으로 사는 것이었다.

<너무 외로워서 레즈비언 업소에 간 리포트>는 고립된 삶을 살던 병적인 자아가 세상으로 나오기 위해, 자기 자신을 긍정하기 위해 선택한 성매매 경험담이다. 솔직함을 넘어 적나라한 이 만화의 가치는 단순히 개인적인 고백에만 머물지 않고 보편적 인간의 이기적인 진실에까지 도달한다고 느꼈다. 나만 그런 건 아니었는지 작품은 2018 하비상(Harvey Award)에서 베스트 망가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실록 만화는 개인의 삶은 물론 작가의 커리어에서도 분명한 반전이다. 나가타 카비는 데뷔는 했지만 이렇다 할 대표작은 없고 주목을 받지 못하는 만화가였다. 작가가 우주의 별처럼 많은 업계에서, 정통 픽션으로 승부하여 도드라지기란 어렵다. 또한 속 편히 작품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나 상황인 작가가 몇이나 될까? 독자인 우리는 ‘사연팔이’를 비웃지만, 작가 입장에서는 사연이나마 팔린다면 마땅히 팔아야 한다.

작가는 후일담 <나 혼자 교환일기>에서 오랫동안 자신을 억누른 부모 곁을 떠나 드디어 자립을 시도한다. 그에겐 전작으로 얻은 작은 명성보다 가족의 반응, 새로운 독립생활에 적응, 그리고 여전한 관계의 욕구가 문제다. 그런데 독자 입장에서 이 작가에 대한 걱정이 끝나긴 요원해 보인다. 끔찍하게 예민한 마음의 병은 낫지 않고, 작가는 계속 자신의 삶에서 흘린 피로 만화를 그릴 모양이다. 아직 정발되지 않은 최신작 <현실도피하다 너덜너덜해진 이야기 現実逃避してたらボロボロになった話>(2019)는 그가 술을 퍼마시다 알코올성 급성 췌장염에 걸려 입원한 내용이라고 한다. 이런 만화를 그리는 작가와 기다리는 독자, 모두 슬픈 병자들이다.


△ 나 혼자 교환일기 2 & 현실도피하다 너덜너덜해진 이야기


온갖 주의(ism)가 충돌하는 이 시대에 각자의 정의에만 함몰되지 않으려면, 세상의 현실과 타인의 삶을 고려하는 시각과 사유의 폭을 넓게 길러야 한다. 실록 만화가 개인을 넘어 서로의 삶에 도움이 되는 지점은, 누구의 삶도 함부로 판단하고 규정할 수 없다는 깨달음이 아닐까.
칼럼
[글로벌리포트] 2019년 프랑스 만화계 정리 (디지털만화)
윤보경
2019.12.05
프랑스 출판조합(SNE, Syndicat National de l’édition)은 디지털 도서 시장에 대해서도 2018년의 수치를 정리, 조합하여 평가서를 공개했다. 그 전년 대비 5.1% 성장한 디지털 도서 시장의 총 수익은 2억 1200만유로(한화 약 2755억4천만원)로 집계되었다
[글로벌리포트] 2019년 프랑스 만화계 정리 (출판만화)
윤보경
2019.12.05
2019년 6월, 프랑스 출판조합(SNE, Syndicat National de l’édition)의 대규모 모임이 있었다. 그 기회를 통해 2018년 프랑스 출판종합 집계 결과를 발표하였다. 그 해의 종합 집계는 항상 그 이듬해에 마무리 된다 (2019년의 결과 수치는 2020년 상반기에 발표될 것이다). 그리하여 이 글에 인용된 집계는 2018년을 조사한 자료로, 비록 올해의 수치는 아니지만 가장 최근의 결과이므로 프랑스 출판계와 만화계의 규모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수렁에서 건진 내 만화 : 나가타 카비 <너무 외로워서 레즈비언 업소에 간 리포트>, <나 혼자 교환일기>
박수민
2019.11.25
‘실록(實錄)’이라는 단어가 있다. 실록이라 하면 우리는 주로 조선왕조실록을 떠올리지만 논픽션 다큐 같은 장르적 성격의 의미로 쓰인다. 나는 주로 70년대 실존 인물을 다룬 일본 임협물이나 한국의 <실록 김두한>(1974) 같은 옛날 폭력영화에서 이 단어를 보았던 기억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2.임금의 제위 기록이란 뜻을 제외하고, 1.사실을 실제로 적은 기록, 3.사실에 공상을 섞어서 그럴 듯하게 꾸민 이야기나 소설(=실록물)을 의미한다고 나온다. 나는 이 두 항목의 차이가 재미있다. 1번은 순수 논픽션이라는 건데, 3번은 사실 기반에 양념이 좀 가미된 장르물이라는 것. 아무튼 이 한자단어는 예나 지금이나 일본에서 잘 써먹는 듯하다. 작품 앞에 ‘실록’이 붙는 순간 생겨나는 이상한 무게가 있다.
[전문가 칼럼] 웹툰은 공짜? 웹툰 불법 소비의 심리와 극복방안
정민수
2019.11.11
현재 우리나라의 저작권에 대한 사회 일반의 인식이 많이 성장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법복제는 웹툰 뿐만 아니라 영화, 방송, 음악, 만화, 서적 등 많은 장르의 저작물 분야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나 웹툰은 2013년부터 레진코믹스를 시작으로 유료 웹툰 플랫폼이 생겨나기 시작하기 전에는 다음, 네이버를 통하여 무료로 서비스 되는 저작물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불법사이트를 통하여 웹툰을 보는 소비의 심리에 대해서, 공짜를 좋아하는 일반 대중의 심리, 그리고, 저작권에 대한 인식에 대하여 아직도 부족하다는 것 이외에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인가?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8 : 김마정, 최석중
박기준
2019.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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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관제 漫步만보_ 원로 만화가 순례 ⑫ 김원빈
조관제
2019.11.06
온 산들이 단풍으로 물들어 가는 산을 바라보다 문득, 사람보다 산을 더 좋아했던 김원빈 선생이 생각이 났다. 본래 이 칼럼은 생존하는 원로만화가를 만나 만화 인생 이야기를 나누는 꼭지이다. 하지만, 인터뷰하기를 싫어했던 선생님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많았던 필자가 들었던 단편적인 이야기나마 남기고 싶어 옮긴다.
[전문가 칼럼] 일본 불매 운동, 문화적 소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강상준
2019.10.30
우선 근원적인 문제부터 짚어보자. 문화 상품은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될 수 있을까? 당연히 될 수 있다. 단, 모든 불매 운동이 그렇듯 이 역시 소비자 개인의 자발적인 참여와 동조가 바탕에 있어야 한다. 일본 문화를 소비하지 않기로 결정했든, 여전히 그것과는 무관히 소비해도 무방하다고 생각했든 그것은 오로지 개인에 달린 문제다. 평점 테러와 같은 악의적인 군중심리를 동원하는 것이 애초에 불매 운동의 취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로 읽히는 이유다. 마찬가지로 언제든 개선될 수 있는 국제 관계에 작가 혹은 작가를 위시한 기업이나 단체, 작품 등을 고의적으로 배제하는 것이 정당한가에 대한 답 또한 순전히 개인의 몫이다. 이를 매국과 애국의 이분법으로 강요하거나 강제하는 분위기야말로 가장 폭력적이고 부당한 처사일 것이다.
[글로벌리포트] 글로벌 시장에서의 일본 만화 시장 현 상황
김낙호
2019.10.28
“부자는 망해도 3대가 간다”는 격언은 그저 곳간에 뭔가가 많이 쌓여서 오래 써도 남는다는 것이 아니라 성공가도를 달리는 과정에서 구축하는 어떤 탄탄한 기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에 가까울 것이다. 기반이 충분히 자리잡으면 심지어 망했다는 진단 자체 조차 그저 기존의 형태에 한정될 뿐, 다른 형태로 전환하여 복귀를 이뤄내는 것이 가능해진다. 일본 내에서는 잡지 판매부수의 뚜렷한 쇠락 흐름 속에 지난 수년간 위기 의식이 제기되어온 일본 만화계가 오늘날 세계 시장에서 보여주는 모습이 바로 그런 사례가 아닐까 한다.
[글로벌리포트] <알라딘>, <라이온킹>의 실사화와 디즈니의 전략
이다혜(씨네21 기자)
2019.10.11
이미 전세계에 알려진 유명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실사 영화화가 가능했던 이유는 컴퓨터 그래픽(CG)과 시각효과 기술(VFX)의 발전 덕이다. <알라딘>에서 하늘을 나는 양탄자나 램프에서 나오는 요정 지니는 위화감 없이 이야기와 어우러지며, 실사 배우들의 연기와 한호흡으로 움직인다. <라이온 킹>의 경우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근처 세트장에 CG와 VFX로 무파사와 심바의 왕국 프라이드 랜드를 만들어냈다고 알려진다. 제작진은 아프리카 케냐와 나미비아, 미국 캘리포니아의 옐로스톤 국립공원 등에서 이른바 배경 소스화면 촬영을 마무리했고, 영화에 등장하는 90종에 가까운 동물들의 근육 움직임, 피부, 털을 표현하기 위해 동원된 애니메이터가 130여명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다.
[전문가 칼럼] 웹툰 생태계의 변화와 작가 주도형 플랫폼의 부상
홍난지
2019.09.30
웹툰 산업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게 된 것은 웹툰전문 유료플랫폼이 등장하고서부터다. 포털 중심의 웹툰연재는 독자들을 폭넓게 설정한 작품들이 유리했다. 만화를 좋아하고 오랫동안 그려왔으나 여기에 속하지 못한 작가들은 인터넷이라는 공간에서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그러던 와중에 만들어진 웹툰전문 유료플랫폼은 도전만화나 웹툰리그에서 꾸준히 작품을 내던 아마추어 작가들이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작용하며 성공적으로 웹툰 산업에 안착했다. 무료연재는 웹툰이 산업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발전할 수 없게 하는 주요 요소로 손꼽혀 왔다. 유료플랫폼의 약진은 이러한 우려들을 상쇄할 수 있는 성과였다. 웹툰전문 유료플랫폼은 데뷔를 꿈꾸는 작가들에게는 꿈의 공간, 웹툰계에서는 좀처럼 시도되지 못했던 유료 결제를 안착시키면서 많은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이 성과는 작가와 유료 플랫폼의 신뢰가 깨지면서 일순간에 다른 양상을 띠게 되었다.
[전문가 칼럼] 2019년 태국 웹툰 시장 현황과 진출 방안
Pasavon Tao
2019.09.27
태국에서 웹툰, 즉 온라인 만화 사업이 시작한 것은 불과 5년 전인 2014년이다. 태국에는 라인 웹툰(한국), 코미코(일본), 위코믹스(욱비코믹스의 신규 명칭으로, 2019년 텐센트로부터 투자 유치) 3개의 대형 플랫폼이 있으며, 모두 2014년부터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세 개의 플랫폼 모두 초기에는 무료로 운영되었으나 2017년부터 이후 유료 모델(pay-to-read)을 도입해 콘텐츠 유료화를 시작했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SNS의 딜레마 : 작가, 작품, 팬은 어떻게 서로 ‘절교’하는가?
박수민
2019.09.10
한국 대법원의 일제 강제 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로 시작된 무역 분쟁으로 한일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은 여름이었다. 아베 신조 총리와 집권 자민당의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과 일본 사회의 우경화는 이미 이러한 상황을 예고하고 있었다. 어느 나라나 우익이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것은 역사 왜곡이다. 역사의 가해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피해자와 그 피해 사실을 부정하는 것. 2차 대전 때 군국주의 일본이 자행한 온갖 전쟁 범죄 중에서도 특히 위안부와 강제 징용은 일본 우익이 가장 먼저 지우고 싶어 하는 진실이다.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7 : 김영하, 황재
박기준
2019.08.26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크레이그 톰슨의 작품 읽기 1. <담요> : 어느 만화가의 소명(召命)
박수민
2019.08.07
만화가 크레이그 톰슨을 알게 된 것은 수년 전 한 선배 감독이 내게 <담요>를 추천하면서 부터다. 그 선배는 내가 존경과 비아냥거림을 섞어 ‘영문학의 대가’라고 부르곤 하던 인물로, 영미 문학에 대한 깊은 애정과 넓은 식견을 지녔다. 주로 일본만화 아니면 DC/마블의 슈퍼 히어로 중심 그래픽 노블만 즐겨 보던 나에 비하여 그는 미국 인디 계열의 자전적 만화를 많이 읽었고, 어느 작품은 국내 출판된 책 표지에 그럴듯한 추천 문장을 남긴 걸 자랑하기도 했다.
조관제 漫步만보_ 원로 만화가 순례 ⑪ 박기준
조관제
2019.08.01
지금의 장년층 이상 국민들이 소년시절 함께 웃고 울었던 정겨운 친구 ‘두통이’ 캐릭터로 한양의 지가를 올렸던 박기준은, 다른 만화가들처럼 어릴 때부터 그림 소질이 있었던 게 아니었다.
[전문가칼럼] '공포' 장르문학, 공포에는 국경이 없다
이다혜(씨네21 기자)
2019.07.09
공포에는 국경이 없다. 무엇이 공포의 요인인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먼저 반응한다. 비명을 지르고, 눈을 가리고, 귀를 막는다. 공포를 구현하는 매체가 무엇이냐에 따라 그 표현양상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는데, 소설, 만화, 영화는 각기 어떻게 두려움을 빚어내는가.
[글로벌리포트] 인도네시아 만화 시장
함종균
2019.07.05
인도네시아의 정식 국명은 인도네시아 공화국 (Republik Indonesia)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다. 2017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인구는 2억 6천만명을 가볍게 넘는다. 이 수치는 세계 4위, 동남아 1위로 콘텐츠 비즈니스는 ‘인구 기반 비즈니스’라는 기본 원칙에 입각해서 가장 큰 시장이라고 볼 수 있다.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6 : 계월희, 박진우
박기준
2019.07.03
박기준의 사진으로 보는 만화야사 46 : 계월희, 박진우
[전문가칼럼] 한국 웹툰의 글로벌화 근황과 전망
강태진
2019.07.02
한국 웹툰의 글로벌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빈약한 내수 시장을 극복하고 수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해외로 해외로 나가는 것은 제조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20년 넘게 각고의 노력으로 꾸준히 해외 진출을 시도한 한국 콘텐츠는 한류(韓流)라는 이름으로 동남아, 중동, 남미, 아프리카, 북미, 유럽 등 전 세계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한류 콘텐츠는 게임, K-POP, 영화, 드라마가 있으며 최근에는 웹툰이 차세대 한류 콘텐츠로 부각되고 있다.
[박수민의 탐독의 만화경] 기술, 예술, 사업의 놀라운 삼위일체
박수민
2019.07.01
<토이 스토리 4>가 나온다는 소식에 처음엔 의아했다. 2010년에 나온 3편을 완벽한 3부작의 마무리로 보았고, 우디와 버즈를 비롯한 장난감 친구들에게 더 나은 결말은 없으리라 생각했다. 이 시리즈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바, 살아있는 장난감에겐 자신을 아껴줄 주인보다 좋은 건 없다. 또 모험을 해야 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야기를 지어내 억지로 잇는 느낌일 것 같았다. 픽사가 한동안 오리지널보다 전작의 속편이나 스핀오프에 치중하는 듯한 인상도 의심을 더했다. 물론 안이한 기획이기 쉬운 속편마저 귀신같이 잘 만드는 픽사이긴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