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문가 칼럼] 스트리밍하는 디지털 콘텐츠 팬 문화
이재민 2019.12.16



바야흐로 IP의 시대다. IP(Intellectual Property)는 지적재산권을 뜻한다. 단순히 하나의 매체로 소비되던 것을 넘어 다른 장르와 매체로 전이되는 것을 IP확장이라고 한다. 4~5년 전에 웹툰의 미래라고 말하던 OSMU(One Source Multi Use)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OSMU는 ‘작품’의 활용을 중심으로 하지만, IP 확장은 지적 재산권에 포함되는 모든 요소를 포함한다. 말하자면 작품이 아니라 그 창작자까지 모두 확장의 범주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확장하는 IP는 장르와 매체를 가리지 않는다. 게임 스트리머로 시작해 자신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영화까지 만들게 된 웹툰작가가 있다. 바로 침착맨이다.


침착맨은 ‘삼류 만화가 이말년과는 다른’ 일류 스트리머다.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 유저이자 하스스톤 덱메이커이며… 어쨌든 게임 스트리밍으로 시작했던 스트리머다. 그가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썸네일에는 <이말년씨리즈>에서 찾아볼 수 있었던 말년 캐릭터의 모자에 ‘침착맨’이라고 적힌 모자를 씌워 내보냈다. 본인 역시 이 컨셉을 팬들과 함께 즐기기 시작했다. 팬들은 소위 침착맨의 유튜브 채널(침투부)의 댓글이나 트위치(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이말년이다’라고 말하는 이말년 작가의 팬들에게 ‘삼류 만화가 이말년과는 다른 일류 스트리머 침착맨이다’라고 말하는 등 자신들 만의 밈을 만들어 침착맨이 정말 일류 스트리머가 되는데 일조했다.

2010년대 후반에는 본격적으로 레바, 와나나 작가 등이 스트리머 대열에 합류했다. 도네이션(스트리밍 방송 중 시청자가 스트리머에게 기부하는 것)을 받아 그림을 그리거나 하는 방식으로 팬들과의 소통 접점을 늘린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안84의 경우 방송 출연을 통해 유명세를 얻고, 작품 외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단순히 유튜브를 시작하거나 스트리밍으로 팬들과 소통하는 방식 외에도 웹툰 댓글들을 살펴보면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댓글은 모두 <이런 영웅은 싫어>를 그렸던 삼촌 작가의 새 작품인 <귀곡의 문>에 달린 댓글들이다. 새 작품에 대한 내용보다 삼촌 작가의 복귀에 기뻐하는 독자들의 반응이 재밌다. 이전의 만화 소비 형태가 작품을 소비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작품보다 작가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김난도 교수가 공저한 <트렌드 2020>에서는 ‘스트리밍 라이프’라는 키워드로 이런 소비 형태를 정의한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로, 점차 집, 가구, 차 등을 소유하지 않고 향유하거나 경험하는 소비 형태를 가리킨다. ‘스트리밍 라이프’에 빗대어 생각해 보면, 작품을 소유하고 책장에 꽂아놓는 것으로 소비하는 형태보다 작가가 제공하는 경험 자체를 공유하고 즐기면서 소비하는 형태가 새로운 소비 방식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앞서 설명한 침착맨-이말년, 레바, 와나나 작가 등과 달리 삼촌 작가는 전통적인 방식, 그러니까 작품을 연재하는 것 이외엔 팬들과의 접점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팬들은 ‘스트리밍하는’ 팬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스트리밍하는 팬 문화에서 독자들은 작품을 구매하거나, 단행본을 소유하고자 하기보다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관을 공유하고, 댓글이나 채팅을 통해 즉각적인 소통을 원한다.

이처럼 ‘스트리밍하는 팬 문화’는 작가가 제공하는 독자경험 자체가 중요하고, 그 방식이나 매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여전히 침착맨의 스트리밍 방송을 보고 ‘와장창’을 말하고 삼촌 작가의 작품에 지나가듯 등장한 지난 작품의 등장인물들을 찾아내곤 한다. 중요한 건 ‘작품’이라는 매개체가 있었던 이전 시대와는 다르게 독자와 작가의 거리가 엄청나게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실시간으로 소통하는 스트리밍하는 팬 문화는 독자와 작가 사이의 거리가 매우 긴밀하게 연결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작가에게 익명의 다수를 상대해야 하는 부담을 안겼다. 작가 본인이 창작의 주체이면서, 팬들을 대하는 일종의 엔터테이너이며, 채널을 관리하는 입장이 되기도 해야 한다. 이쯤 되면 불특정 다수의 트래픽을 모을 수 있는 플랫폼의 장점이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때문에 최근에는 포스타입, 딜리헙 등의 오픈마켓 형태가 인기를 얻고 있기도 하다. 작가 본인이 직접 자신의 채널을 관리하고, 팬들과의 거리 역시 본인의 선택에 따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IP 확장이 단순히 작품이 여러 장르와 매체에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는데 그치지 않고, 작가 본인이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는 IP가 되기도 한다고 볼 수 있다. 영화 <어벤저스>의 등장인물들이 단순히 연기만이 아니라 봉사활동 등을 통해서 자신과 MCU의 이미지 제고하는 것 역시 일맥상통한다. 이제 웹툰작가들은 단순히 좋은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뿐 아니라,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줄 수 있는 종합 엔터테이너가 되고 있다. 실제로 웹툰 작가의 계약 역시 아이돌 산업의 그것과 비슷한, 일종의 전속 계약과 비슷한 내용을 포함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웹툰 산업이 아직 작가-작품-독자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팬과의 거리는 가까워지지만, 작품을 기획하고 유통하는 단계에서 팬을 바라보는 관점은 여전히 작품이라는 필터를 통하고 있어 작가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팬과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져 버려 작가들의 창작은 물론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주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스트리밍하는 팬 문화는 작가를 하나의 IP로 만들었다. 스트리머와 스포츠 브랜드의 콜라보레이션 상품을 줄 서서 구매하고, 웹툰 작가의 드로잉쇼를 보러 유료 티켓을 구매하는 것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그렇다면, IP확장의 단계에서 스트리밍하는 팬 문화가 어떻게 웹툰 시장을 변화시킬지 눈여겨 보아야 한다. 앞으로 스트리밍하는 팬 문화가 웹툰 산업의 방향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그리고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찾을지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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