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전문가 칼럼] 웹툰의 시대? '만화산업백서'부터 바꿔야
박석환 2020.05.19



웹툰의 시대? '만화산업백서'부터 바꿔야

출판만화와 웹툰, 산업실태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만화산업백서'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담아내기에는 미흡한 점 많아

만화소비자의 매체 이용 변화와 사업의 다각화에 따른 산업변화에 평가 기준도 달라져야


박석환 만화평론가, 한국영상대 교수 




달라진 시장, 미흡한 산업 분류 체계

‘만화산업백서’는 만화 관련 정부 통계와 각종 연구 보고서를 집대성한 정책 자료집으로 2006년 10월 처음 발행됐다. 그 해 4월 정부는 문화산업진흥기본법(1997년 제정)의 내용을 일부 개정하면서 문화산업의 정의 항목에 ‘만화’를 포함시켰다. 정부 주도 아래 만화계의 참여로 수립된 ‘만화산업 진흥 5개년 계획(2003~2007, 1차 중장기 계획)’이 발표된 후 3년 만의 결실이었다.



△ 만화산업백서 2006, 만화산업백서 2018



‘만화산업백서2006(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05년 기준 한국의 만화시장 규모를 4,425억원으로 추정했다. 출판사의 매출을 중심으로 한 제작시장(만화출판업 2,185억원, 49%)과 총판/서점/인터넷만화방 등의 매출을 중심으로 한 유통시장(온라인만화유통업/만화도소매업 1,144억원, 26%) 그리고 대여중심의 국내 만화소비 문화를 반영한 임대업 시장(만화책임대업 1,096억원, 25%)으로 만화산업을 분류했다. 이 같은 분류 체계는 현재도 큰 변화 없이 유지되고 있다.

‘만화출판업’의 세부항목에 ‘학습만화’를 포함시키고 ‘온라인만화유통업’을 ‘온라인만화제작유통업’으로 확장한 것 외에는 이렇다 할 변화가 없다. 정보화시대 진입 이후 인쇄출판 중심의 미디어 소비환경이 크게 위축됐다는 평가가 일반적이고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미디어 콘텐츠 시장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 비춰 볼 때 미흡한 대응이다. 




커진 시장, 그러나 변하지 않은 매출 비중


△ 2005년, 2017년 만화산업 분류별 매출 비교


정부는 ‘2018만화산업백서(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2017년 기준 한국의 만화시장 규모를 1조822억원으로 추정했다. 첫 공식 통계를 발표했던 2005년 대비 144.5% 상승한 수치이다. 급성장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지만 그간의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원만한 성장으로 보이기도 한다.

기존의 만화산업은 ‘만화출판업’을 통해 제작된 만화책이 도소매업과 임대업을 기반으로 시장에 유통되고 만화책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한 온라인만화가 부가시장 형태로 존재했다. ‘만화책’이라는 ‘상품’이 산업 전체를 리드한 것이다. 그런데 2013년 이후 유료 웹툰 시장이 열리면서 한국의 만화산업은 웹툰이 신주류로 부상했다. 온라인 유통을 목적으로 ‘신작’이 제작됐고 이 ‘권리’를 기반으로 만화책을 포함한 각종 상품이 제작됐다. ‘상품’ 중심 시장이 ‘권리’ 중심 시장으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정부 통계는 이 같은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통계 기준으로 보면 만화출판업과 이를 판매하는 도소매업의 비중은 2005년 68%에서 2017년 74%로 상승했다. 7%에 불과하던 ‘온라인만화제작유통업’의 비중이 19%로 상승했고 25%였던 ‘만화책임대업’이 7%로 감소해 표면적으로는 웹툰 시장을 포함하고 있는 ‘온라인만화제작유통업’ 시장이 ‘만화책임대업’ 시장을 대체한 것으로 보인다. 주류 시장으로서 만화출판업의 시장 점유율이 여전한 것이다. 반면, 2005년과 2017년 통계를 담은 두 권의 백서에 제시된 만화소비자동향 조사 결과는 달랐다.




달라진 소비자, 그러나 매출 통계에 반영되지 않아

2005년과 2017년 만화소비자동향조사의 질문과 응답 방식이 바뀌기는 했지만 그간의 소비자 변화를 감지할 수는 있다. 2005년 조사(전 국민 대상 표본, 1천명)는 만화소비자들의 매체유형별 이용현황을 물었고 복수응답이 가능하도록 했다.

당시 소비자들은 신문연재만화(59.4%)와 단행본만화(44.6%)를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답했다. 인터넷만화(27.5%), 모바일만화(2.6%) 이용률은 낮았다. 반면, 2017년 조사(전 국민 대상 표본, 1천2백명)에서는 이용 매체의 형식만 단수 응답하도록 했다. 디지털만화만 이용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58.7%, 디지털만화와 종이만화 모두 이용한다는 답변이 23.5%였다. 종이만화만 이용하는 비율은 17.8%에 불과했다. 2018년 조사도 발표됐는데 종이만화만 이용하는 비율은 5.3%로 줄었고 디지털만화만 이용하는 소비자는 67.9%로 증가했다. 2018년 매체유형별 이용률(복수응답)에서는 포털사이트/어플리케이션이 69%로 가장 높았고 단행본(19.6%), 신문연재물(10.5%)의 이용률은 낮았다. 2005년 만화소비자가 단행본만화를 주로 소비했다면 2017년 이후 만화소비자는 포털사이트에서 웹툰을 소비한 것이다.




통계가 명확해야, 진단과 처방도 빨라져

만화소비자의 매체 이용 변화가 명확하다. 그러나 통계상 만화산업 매출 비중에는 이런 변화가 반영되지 않았다. 만화소비자가 웹툰을 주로 소비하고 있다면 단행본만화 중심의 만화출판업 매출은 줄어야 하고 그만큼 온라인만화제작유통업의 매출 규모가 커져야 한다. 하지만 ‘2018만화산업백서’의 조사 결과는 ‘소비자는 웹툰을 보고 있지만 여전히 만화출판업 매출이 높다’고 한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쉽게 의심해 볼 수 있는 부분은 ‘조사 대상 기업의 성격 분류에 따른 오류’ 가능성이다. 전통적인 만화관련 기업들은 만화잡지 및 단행본 사업에 집중했고 매출은 모두 만화출판업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수년전부터 이 기업들도 웹툰을 중심으로 한 디지털콘텐츠 사업 분야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이 다각화되면서 매출 비중이 달라졌지만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 전체 매출을 만화출판업으로 분류했을 수 있다. 또, 조사기관에서 신설된 조사대상 기업을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온라인만화제작유통업에 신설회사가 많을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고 해당 매출이 집계에서 누락됐을 수 있다.

응답자의 설문문항에 대한 해석 오류나 매출 실적 공개에 대한 소극성도 답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어찌됐든 중요한 것은 한 권의 백서 내에 상충되는 통계가 있다는 점이다. 급변하는 시장 환경 속에서 통계조사 결과의 중요성은 굳이 열거할 필요도 없다. 한국만화산업은 출판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상품 중심에서 권리 중심으로 빠르게 시장 전환을 이뤄냈다. 반면, 한국만화산업 통계는 이 같은 시장 변화를 담지 못했다. 만화산업 분류체계부터 조사 범위 및 설계 방식, 결과 분석과 수렴, 만화산업백서 편찬 등에 이르기까지 많은 부분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는 만화정책 입안자들뿐만 아니라 만화창작과 산업계 전반에서 같이 들춰봐야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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