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로벌리포트] 일본은 왜 아직 종이만화에 열광할까?
이현석 2020.06.05



일본은 왜 아직 종이만화에 열광할까?

출판만화 강국 일본에서 웹툰의 약진 매섭지만 디지털에 특화된 만화형식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아

종이 중심의 70년 전통 원고 공정은 여전히 건제

일본 편집자는 웹툰만의 매커니즘과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와 인식 전환 필요 


이현석 



요즘 일본에서 한국 웹툰의 약진이 무섭다. 작품 [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경우는 픽코마에서만 단독으로 공개되는 데도 불구하고 월 매출 1억엔을 기록하며 쾌속 항진 중이다. 그외에도 [외과의 엘리제], [버림받은 황비],[통 시리즈]와 같은 한국의 여러 웹툰이 차례 차례 공개되어 많은 반향을 일으키는 중이다. 코미코를 중심으로 불어닥친 한국 웹툰의 붐은, 이전에는 여성 만화를 중심으로 형성되는 인상이었지만, 최근에는 이것도 달라지고 있다. [화산전생]같은 무협물이나, [보스 인 스쿨]과 같은 학원 액션물, [달빛 조각사]와 같은 정통 환타지 물도 인기를 얻어서 장르와 성별을 넘어서 확장 중이다. 



△ 카카오재팬 <픽코마 > , 라인 <라인망가>, NHN <코미코>


특히 가장 어려운 영역이라고 불렸던 사극 역사물도[그녀, 심청]이 히트를 하면서 고정관념이 깨지는 중이다. 여기에 중국 웹툰도 막대한 물량을 바탕으로 가세를 하는 형국이다.[Retry:다시 한 번 최강 신선으로] [명의 봉우리: 태자의 연인] 등도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최대 유저를 보유한 일본 디지털 플랫폼인 [라인망가]의 경우도 최상위 랭킹에 [외모지상주의]와 [여신강림]이 포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한국 웹툰의 약진과 활약에도 불구하고 일본 만화 업계가 웹툰등의 디지털에 특화된 만화 형식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가 하면 그건 아니다.

 


 여전한 종이 원고 공정

일본 만화 업계는 여전히 [종이출판]을 전제로한 출판 중심체제로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일본 2019년 만화 시장은 출판과 디지털 합해서 4980억엔 규모로 전년 대비 12.8%의 급성장을 기록했다. 디지털 만화시장은 2593억엔으로 29%나 증가했다. 디지털의 시장점유율은 52.1%로 종이 출판만화가 역전하는 모양세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시장을 만들어내는 대부분의 디지털 만화 상품들은 만화 단행본으로 만들어진 원고를 전자책으로 만들어 유통하는 것들이다.  만화 제작 현장은 여전히 종이 만화의 펼친 두페이지 (見開き) 를 전제로 만들어진다. 이는 지금 많은 젊은 독자가 선택하는 독서 방식  - 스마트 폰 액정을 통한 독서방식에는 맞지를 않는다. 스마트 폰은 그 규격상 어쩔 수 없이 세로로 긴 형태를 취할 수 밖에 없다. 제작현장이 이에 대응하여 적극적으로 다른 문법과 제작 공정을 도입하고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아직도 출판 현장에 가보면 종이에 의존하는 제작공정이 대부분이다.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은 작가가 제작한 콘티를 인쇄한 종이. 이 종이에 붉은색 펜으로 의견을 넣고 이를 스캔하거나 직접 만나서 의견교환을 주고 받는다. 혹은 전화다. 요즘 많은 작가분들의 원고가 디지털로 전환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원고지에 펜터치를 하고 스크린 톤을 붙인 수작업 원고를 하는 분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원고를 체크하고 교정을 보는 과정도 종이를 전제로 한다. 작가분에게서 밑 그림(뎃생, 러프)이 도착하면 이를 체크하고 교정을 봐서 인쇄 데이터를 작성하는 제판소라는 곳에 의뢰를 넣는다. 그러면 여기서 문자 데이터 출력지를 만들어서 편집부로 보낸다. 그걸 또 교정을 본다. 원고가 완성되어서 도착하면 제판소라는 곳에 다시 교정지 작성을 의뢰하고 교정지가 돌아오면 또 그걸 붉은 펜으로 체크한다. 이것을 다시 위의 부편집장, 편집장이 체크하고 또 체크하는 체제다.



△ <주간 소년 점프>

 

이번 코비드19 사태로 인하여, 주간 소년 점프가 휴간을 하는 사건도 벌어지는 등, 일본의 만화 출판사들이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다. 이것은 위에 썼듯이 중요한 공정들이 회사에 출근하여 다른 스탭/멤버들과 공동작업이 전제로 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정 자체는 이미 7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것이다. 그러니 수많은 하위체계들이 이 상위 체제를 전제로 짜여져 있다. 그러니 쉽사리 바꾸기가 어렵다.

 


 종이만이 작가의 의도와 연출을 온전히 담는다

일본 만화의 고도로 발전된 만화 연출 문법도 역으로 빠른 디지털화와 디지털 미디어 독서에 대응한 만화 제작을 주도하는데 시간을 걸리게 하고 있다. 

일본의 만화는 1959년 부터 등장하는 주간 잡지 만화체제를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이를 전제로 수익을 내는 비지니스 모델 - 단행본 판매체제가 자리 잡힌 지도 아주 오래되었다. 이로 인해 화면의 규격이 일찌감치 정해졌다. 일본 만화 잡지의 판형은 모든 회사가 동일하다. 단행본의 판형도 거의 대부분의 상품이 동일하다. 이것은 상당한 의미를 내포한다. 작가도 사이즈로 고민할 여지가 없다. 그냥 원고용지를 사서 작업하면 된다. 그 용지 크기 안에서 최적의 연출 방법이라는 방법론만 고민하면 된다. 그 안에서 문법이 더욱 갈고 닦여졌다. 원고 용지 안에서 칸을 배치하는 방법, 시선의 흐름, 칸과 칸 사이의 간격을 조정하여 흘러가는 시간을 조정하는 방법, 2 페이지 안에서 기승전결 전개를 어떻게 마련할 지, 모든 세부 사항이 정해져 있다. 심지어 먹을 어디에 배치하고 어느정도 넣어야 좋을지, 각 잡지마다 세세한 사항이 다 결정이 되어있다.

 


△ 토포소 야나 <흑집사>


여전히 유명한 작가분의 만화 중에는 [전자책]으로 만화를 읽을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몬스터]와[20세기 소년]으로 유명한 우라사와 나오키의 작품들은 여전히 정식으로 전자유통이 되지 않는다. 토포소 야나의 [흑집사] 같은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유는 한결같다. 자신들의 작품은 독자들이 액정화면을 통해서 읽는 것에 맞춰져 있지 않으며 종이에 인쇄된 서적을 통해서만이 자신이 의도한 연출을 정수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편집자들의 웹툰 매커니즘에 대한 인식 필요

웹툰을 바라보는 편집자들의 인식도 아직 거리가 있다. 일본에서의 만화 제작은 편집자들도 큰 역할을 차지한다. 잡지를 사보는 독자들의 취향을 분석하고, 적절한 기획과 작가/작품을 고려하여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이들의 존재가 일본 만화 체제가 가진 가장 큰 힘을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 편집자들이 만화를 만들어 온지가 60년에 달한다. 세대가 3번 교체될 정도의 세월이다. 만화도 일종의 언어와 같은 사상을 담는 그릇 - 매체다. 이 언어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에게 외부에서 새로운 언어가 등장했다고 해서 바로 사용하던 언어를 바꾸라고 하는 것은 좀 어려운 일이다.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웹툰이 큰 성과를 거두고 일본 내에서도 일정한 성적을 거두자, 이전과는 달리 한국방식의 웹툰과 디지털을 전제로 한 만화 방식에 흥미는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은 안타깝게 좌절되는 경우가 아직은 많은 편이다. 편집자들이 바라보는 것은 어디까지나 최종적으로 표현된 만화 상품의 외형만 보고 판단 하여 일본식 방식에 접목만 해보려니 이런 것이다. 웹툰을 만들어내는 메커니즘과 전체적인 산업구조에 대한 이해와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즉, 기존의 체제를 과감히 버리는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정도로 큰 결단을 내리기에는 시장이 너무나 굳건하다. 일본의 종이출판을 전제로한 내수 시장이 가지는 규모는 여전히 5조원 대다. [귀멸의 칼날]과 같은 경우, 디지털 매출을 합산하여 6000만부를 넘는 누적 발행부수를 기록했다.

또한, 일본 출판사들이 나름대로 내어놓고 있는 만화 어플리케이션 들도 나름 성과를 올리고 있다. 스퀘어 에닉스의 [망가 업!]은 큰 성장 곡선을 그리는 중이며, [렌타!] 등의 디지털 매체들도 매출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기록 중이다. [망가무라]와 같은 해적판 사이트들도 강제폐쇄와 운영자 체포 등의 강수를 둔 덕분에 빠르게 사라지고 이는 각 만화 매체들의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십 수년간 이어져 온 체제는 커다란 외부적 요인으로 급격한 변화를 추구해야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 이상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안정적인 수입이 들어와 유지가 가능한 이상, 당연히 체계는 리스크 회피를 선택한다. 최근 일본 만화계 안에서 웹툰들이 선전하는 것을 보고 많은 회사들이 곧 한국식 모델을 선택할 것이고 이는 한국내 업체들에게 큰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물론 그렇게 될 것이지만, 아직 시간과 많은 연구가 필요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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