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로벌리포트] 프랑스 만화 산업의 디지털화 현황
김형래 2020.06.09



프랑스 만화 산업의 디지털화 현황


프랑스 만화는 상업적 색채 띄는것을 꺼려 현재 아시아 시장에  뒤쳐지게 된 원인 
프랑스 만화 디지털화 변화 조짐은 비교적 최근 
코로나, 프랑스에  웹툰 대중화 뜻밖의 기여 


김형래




2018년 프랑스 출판시장의 총매출은 26,701,000,000 유로로 (한화 약 3.6조원) 2017년 대비 4.38% 감소하였다. 이 중, <만화>가 차지하는 몫은 총매출 대비 11%으로 276,200,000유로 (한화 약 3,700억원), 전체 시장규모 대비 매우 높은 비율을 보여주고 있는 시장이다.

유럽 만화 시장에서, 프랑스만의 특이점이 있다면, 바로, 일본만화의 비중이 크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프랑스 만화 시장의 매출 30%, 부수로는 약 45%를 자랑하는 일본만화의 입지는 매우 견고하며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힘입어 3년 전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이 일본만화 번역상을 새롭게 선보이고, 일본 관련 부스도 대폭 증가시켜, 이전과 같은 ‘아시아관’이 아닌, ‘망가시티’관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만화, 특히 웹툰이 포함된 디지털만화 시장은 2019말부터 크게 변화하고 있으며, 새로운 창작 시도와 비즈니스 모델, 그리고 플랫폼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금부터 이 새로운 패러다임과 프랑스 시장의 디지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1.    프랑스 시장의 디지털화는 왜 늦게 시작하였을까?


프랑스 출판시장의 전체 시장규모가 한국과 비슷함에도, 디지털출판의 성장 자체는 매우 더딘 상황이다. 2017년 대비 2018년 전자출판 시장 총매출이 약 5% 성장하였기는 하지만, 의미 있는 수준의 성장은 아니다. 특히, 디지털만화의 경우,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으며, 전체 만화시장 총매출의 약 2~3%만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을 수 있지만, 디지털만화에 대한 프랑스 출판사들의 대응을 보면,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 IZNEO



지금까지 프랑스를 대표하고, 출판사가 합심하여 선보인 플랫폼을 꼽자면 IZNEO(이하 이즈네오)를 꼽을 수 있다. 이즈네오는 프랑스 주요 출판사 12개사가 합심하여, 2010년에 서비스를 개시하였다. 이즈네오의 역사를 보면 2010년부터 프랑스 만화시장 디지털화의 역사를 가늠해볼 수 있다.

속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디지털플랫폼 서비스를 2010년부터 시작한 프랑스 출판사들의 행동을 디지털만화시장의 활성화를 위한 대책으로 판단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다르며, 사실상 눈속임이었다. 2000년대 후반, 프랑스 만화작가들의 디지털판권 활용에 대한 요구가 거세게 일고 있었다. 디지털판권을 이유로 계약을 거부하거나 더욱 유리한 조건을 요구하는 작가들에게 제시할 마땅한 솔루션이 없었던 출판사들은, 소위 “꼼수”를 생각해내게 된다: “디지털판권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출판사가 주도해서 만들어 계약에 포함하면 되지 않을까?”.

여기서 가장 눈여겨볼 부분은 바로 “출판사가 주도”한다는 점이다. 시장에 대한 지배력과 작가와 판권을 완벽히 컨트롤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출판사의 기존 비즈니스와 경쟁하지 않는 구조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즈네오 탄생 비화를 보면, 프랑스 출판사들의 디지털만화에 대한 태도를 볼 수 있다. 애시당초 이즈네오가 탄생한 이유는 디지털만화시장의 진흥이나 발전도 아니었고, 시장의 요구 때문도 아니었다. 유일한 목표는 작가와 협상 시 디지털판권 활용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었고,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은 상황이다.

이즈네오 서비스 런칭 몇 년 전, 프랑스 출판협회 주도로 디지털만화에 대한 대응 비공개 회의가 열린 적이 있었다. 당시, 그 자리에 참석했던 필자의 지인에 의하면 지금도 현역으로 뛰고 있는 프랑스 주요 출판사 간부진이 중요한 것은 디지털만화로 인한 신규 비즈니스 및 매출 창출이 아니라, 작가와 해외 출판사가 요구하니 플랫폼 솔루션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고 한다.

그렇다. 프랑스 출판사는 최근까지 디지털만화에 대해 관심이 전혀 없었다. 조금씩 성장하고는 있지만, 프랑스 만화시장은 20년 이상 성장하고 있는 건실한 시장이었고, 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프랑스 주요 만화출판사들 대다수가 오너 경영체제, 또는, 창립자가 아직도 직접 경영하는 상황 속에서,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매출과 성장의 안정을 택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매우 보수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조차도 만화를 <예술>으로만 간주하여, 상업적인 색체를 띄는 것을 꺼려하였다. 따라서, 프랑스 시장의 디지털화는 더딜 수밖에 없었으며, 결과적으로. 현재 아시아 시장과 비교하였을 때, 특히 한국이나 일본보다 상당히 뒤쳐지게 되었다.

 


2.    프랑스 만화시장 변화의 요인과 델리툰



△ 델리툰

프랑스 만화시장, 특히 디지털화를 향한 변화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가본다면 2016년 런칭한 델리툰을 필두로, 2018년 이즈네오 웹툰 서비스, 2019년 Webtoon Factory(이하 웹툰팩토리), 투믹스, Webtoons (네이버 웹툰) 등의 플랫폼이 프랑스 시장에서 런칭하였다. 2020년에도 다양한 플랫폼이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델리툰과 네이버의 경우 한국과 연관되었거나 한국 업체가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서비스이다. 하지만, 조금 전 언급하였던 이즈네오와 웹툰팩토리의 경우는 다르다. 이 두 플랫폼은 프랑스 업체이며, 둘 다 프랑스 출판사가 주도하였거나, 주도하고 있는 플랫폼이다. 웹툰 팩토리의 경우, 프랑스 출판사인 Dupuis가 주도하는 서비스로, 프랑스 작가를 발굴하여 웹툰을 제작 및 서비스 중에 있다. 네이버의 플랫폼인 Webtoons의 프랑스어 버전도 2019년 말에 런칭하여 최근 프랑스 작가 작품 서비스를 시작하였다. 아직 작품의 퀄리티를 한국이나 일본 그리고 중국과 비교할 수는 있는 수준은 아니지만, 작가 기반이 탄탄한 프랑스 특성상 동양 만화와는 차별화되는 작품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프랑스 만화시장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주도하였고 웹툰이라는 만화 그리고 웹툰 플랫폼이라는 개념을 프랑스에 처음 도입한 것은 delitoon(이하 델리툰)이다. 2016년 1월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과 동시에 서비스를 시작하여, 당시 프랑스에는 정식으로 서비스되지 않았던 웹툰을 한국 비즈니스 모델과 함께 선보였다. 델리툰은 무제한 정액제를 탈피한 건당 과금 시스템을 도입하여, 스낵컬쳐로 소비되는 웹툰 그리고 디지털만화에 알맞은 기다리면 무료와 같은 비즈니스 모델을 프랑스 시장에 성공적으로 도입하였다. 2018년 대비 2019년 실적을 살펴보면, 회원수는 약 146% 증가하였고, 매출은 약 5배 증가하여 프랑스 시장에서의 선두 플랫폼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고 있는 상황이다.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프랑스, 그리고 넓게 보면 서양 콘텐츠 플랫폼의 비즈니스 모델은 대부분 월정액을 기반으로 한 무제한 정액제를 시행하고 있다. Netlfix, Spotify, Deezer는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만, 지역 특화형 플랫폼도 모두 월정액이 기본이다. 위에 언급하였던 이즈네오와 투믹스 그리고 웹툰팩토리도 무제한 정액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경쟁업체인 Comixology(Amazon 자회사)도 마찬가지이다. 디지털만화, 특히 웹툰이, 무제한 정액제로 소비될 경우, 어떠한 페해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다만, 이렇게 시장에 존재했던 모델과 완벽히 다른 과금 모델을 도입함으로 인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점은 한국의 웹툰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이 프랑스, 그리고 크게 보면 서양 국가에도 충분히 적용되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프랑스 시장의 디지털화의 또 다른 변화요인은 안타깝게도 정식 웹툰 서비스가 아닌 불법번역물이다. 2000년대 중반부터 일본 만화 애호가들이 작품을 불법적으로 번역하여 인터넷에 올리는 스캔본이 성행하기 시작했다. 일본어로부터 직접적으로 번역하는 사람들은 비교적으로 적었으나, 영문을 거쳐 작업하여 공유되었다. 애호가들로부터 시작된 이 스캔본은 프랑스 넓은 독자층이 소비하고 있으며 간단한 구글 검색을 통해 굉장히 쉽게 접근이 가능하다.


웹툰의 불법 번역물은 2010년대 초반부터 보이기 시작하여, 현재 불법번역물을 통합하는 웹사이트에 접속하면 탑 콘텐츠의 절반 가량을 한국이나 중국의 웹툰이 차지하고 있다. 물론, 처음 번역되었던 작품은 네이버와 다음의 탑티어 무료 작품이었으나,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카카오페이지나 레진코믹스와 같은 과금이 필요한 유료 콘텐츠도 불법 번역이 진행되고 있다. 이와 같이, 불법으로 번역되는 웹툰 콘텐츠가 늘어나는 이유를 크게 2가지로 볼 수 있다. 작품들의 전반적인 퀄리티 상승과,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면서 핸드폰으로 감상하기에 적합한 포맷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대부분의 작품이 컬러라는 부분도 진입장벽을 낮추고 웹툰 인기몰기 이유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웹툰 불법번역 초기에는 컷단위로 재편집되어 페이지뷰 형태를 띄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불법번역사이트는 스크롤뷰도 제공할만큼 웹툰의 형태가 일반화되었다.

불번번역물은 무료로 제공되는 이상, 금전적인 장벽이 허물어져, 전연령층의 독자가 웹툰에 접근하고, 읽고, 좋아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무료로 제공되는데 그 어느 장벽이 있을 수 있을까? 물론, 대중화에 큰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작가와 플랫폼을 포함한 모든 웹툰 산업이 맞서 싸워, 차차 차단이 필요한 위험요소이다. 아울러, 프랑스뿐만 아니라 불법번역이 진행되는 모든 해외 시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할 필요성이 사건이 지날수록 커져갈 것이다.

 


3.    코로나와 함께 변하는 프랑스 만화시장


한국과 달리 강제적 봉쇄조치가 시행된 프랑스의 경우, 서점이 영업할 수 없어 출판시장이 큰 타격을 받았다. 작년 동기 대비 출판사의 매출이 평균 20%에서 최대 30%가량 하락하였다고 했으니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것 같다. 출판산업을 포함한 문화.콘텐츠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다음과 같았다: 구매공간이 일시적으로 없어진 상태에서 어찌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정답은 디지털 서비스에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디지털콘텐츠의 소비가 급증하였다. 넷플릭스, 유튜브,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들의 트래픽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고, 웹툰도 봉쇄조치의 수혜자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프랑스 출판사의 경우, 그동안 유지하던 디지털콘텐츠에 대한 보수적인 자세 때문에, 이미 열차는 역을 떠나간 것으로 보인다. 이전부터 농사를 열심히 지었다면, 지금 코로나를 계기로 열매를 수확할 수 있었는데, 너무 늦어버린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델리툰의 예를 들자면, 트래픽과 유저수가 대거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고, 웹툰 구매자와 구매건수도 늘어났다. 웹툰의 경우, 기존 만화책을 구매하던 유저가, 책을 구매할 수 없게 되어, 심심풀이로 접근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가 확실한 계기가 되어 웹툰과 웹툰 플랫폼의 대중 노출이 크게 늘었다.

물론, 대중화를 향한 변화에 맞서는 장벽이 없는 것은 아니다. 화면으로 만화를 읽는다는 것 자체가 문제인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프랑스인들의 경우, 책의 향기나 질감이 좋아하거나, 책이라는 물건 자체를 개인 컬렉션으로 여겨 수집하는 사람들의 경우, 웹툰을 꺼려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사회적, 그리고 심리적 진입장벽이 명확하고 견고한 것이다.

물질적 형태가 없는 디지털콘텐츠, 특히 디지털출판의 진입장벽과 관련해 프랑스 시장조사 업체가 조사를 진행했던 적이 있는데, 다소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책을 소비하는 사람 대부분이 이북이나 다른 형태의 디지털포맷으로 넘어가는 것을 꺼려했지만, 어떠한 계기로 인해 전자출판물을 소비하기 시작하면 절반 이상이, 기존 종이출판물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해서 전자출판물을 이용한다는 결과였다.

이 시장조사 결과를 웹툰에 대입하면,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계기가 되어, 웹툰을 소비하기 시작하면, 절반 이상이 정상상황이 돌아온다고 하여도, 웹툰을 계속해서 소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젊은 층을 타겟하는 스낵컬쳐이고, 이북리더와 같은 특수한 기기를 필요치 않고, 컴퓨터나 핸드폰으로 너무나도 간단하고 손쉽게 접근이 가능한 웹툰이 이번 위기를 기회삼아 더욱더 대중화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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