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글로벌리포트] 조직화, 분업화되고 있는 불법웹툰 공유 실태 현황
전세계적으로 많은 피해를 준 망가덱스 사태를 통해 더욱 조직화, 분업화되고 있는 불법웹툰 공유 실태를 파악해 보자
정용재 2021.04.27



조직화, 분업화되고 있는 불법웹툰 공유 실태 현황


우리에겐 ‘밤토끼’로 대표되는 불법 웹툰 공유 사이트는 전세계적으로도 퍼져 있다. 주로 일본의 인기 만화부터 시작해 온갖 만화들을 불법으로 유통하는 사이트들이다. 일본에서는 2019년 최대 불법 만화 유통 사이트 ‘망가무라(漫畵村)’의 운영자를 검거해 최근 징역 4년 6개월, 추징금 6억원, 벌금 1억원을 구형해 재판이 진행중이다. 이후 ‘망가무라의 후예’를 자처하는 사이트들이 대거 생겨나기도 했다.

국내에 불법으로 유통되는 작품들은 번역 작업을 거치지 않으니 불법으로 캡처해 게시하는 경우가 많지만,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경우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이들 불법 웹툰, 만화 유통 사이트들은 발매와 동시에 초고화질로 번역까지 되어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정식 단행본이 발행되는 시간에 비하면 동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전세계적으로 수많은 불법 웹툰, 만화 사이트들이 성행하는 가운데 그 중 최대 규모로 손꼽히는 곳이 있다. 바로 망가덱스다. 영어로 번역한 불법 유통 작품을 업로드하는 인터넷 공간인 망가덱스는 2018년 문을 열어 장르와 작품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작품을 불법으로 유통해온 사이트다. 그리고 망가덱스가 지난 3월 20일부터 현재 시점인 5월 10일까지, 디도스 공격을 받아 서버가 다운된 채 다시 열리지 못하고 있다. 사이트 폐쇄는 아니지만, 지금 시점에서 해외 불법유통의 심각성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해외에서는 조직범죄로 처벌




△ 일본 불법 만화유통 피해 규모 추산, 레이와(令和) 2년은 2020년. 제공: ABJ


일본내 최대 불법만화 사이트였던 망가무라의 피해액은 3,200억엔(한화 약 3조 2,789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콘텐츠 소비량이 급증하면서, 일본내 불법 웹툰, 만화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일본의 해적판 대응 단체 ABJ는 코로나19 이후 불법 웹툰과 만화 소비가 크게 늘어 망가무라 이후 최악의 사태를 다시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점을 감안하면 망가덱스로 인한 피해액은 이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군다나 일본어판을 그대로 유통하는 것이 아닌, 이용자가 더 많은 영어로 번역된 콘텐츠가 불법으로 유통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피해는 더 클 수밖에 없다.

이렇게 피해가 커지고, 이용자가 많아지면 범죄수익도 늘어난다. 수만 종 이상의 작품을 불법으로 유통하고 있던 망가덱스는 문을 열 당시 2만 3천여종의 작품, 5,800여개의 스캔본 유통 집단을 포괄하고 있었다. 압도적인 규모를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은 집단적 업로드, 번역, 관리까지 익명의 집단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망가덱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웹툰 불법 유통은 운영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범죄에 해당한다. 앞서 언급한 망가무라의 운영자 역시 ‘조직범죄수익 은닉’ 혐의로 4년 6개월 형을 구형 받았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저작권법 위반 혐의만이 주요 범죄로 인정되고 있다. 밤토끼 운영자의 경우도 저작권법 위반으로 2년 6개월 형을 받았다.



‘정의의 투사’라고 주장하는 범죄자들


그럼 왜 불법번역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줄지 않을까? 개중에는 불법 번역을 통해 돈을 버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번역에 가담하고, 업로드할 서버를 관리하거나 개발을 맡는 범죄자들이 ‘팬 활동의 일환’으로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망가덱스의 서버가 닫히기 전의 일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Reddit)에 와이랩의 작품 <정글쥬스>를 불법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맡았다는 한국인 불법 번역자가 글을 올렸다. 자신이 불법번역을 하는 이유는 “네이버웹툰이 퀄리티 낮은 번역을 시간이 오래 걸려 올리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플랫폼은 연재 업로드 24시간 안에 전세계 독자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북미에서 일본 만화를 중심으로 한 해외 만화 팬덤은 불법 유통을 기반으로 커왔고, 이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위 예시는 이와 같은 범죄자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 단적인 예다. 번역에서의 퀄리티는 상대적이기 때문에 객관적 지표로 파악하기 어렵다. 언제나 ‘더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것이 번역이고, 직업으로 하는 사람은 즐기면서 작품에 깊게 빠진 사람의 번역에 ‘판정승’을 거두긴 어렵다. 바로 이 지점이 이들의 행위가 정의라고 굳게 믿는 이유 중 하나다. 나는 애정으로 번역과, 개발에 참여하지만 정식 번역은 그렇지 못하다는 비뚤어진 애정이다.



“마치 N번방처럼” 음지로 숨어드는 범죄자들


그렇다면 이들을 단속하긴 왜 힘들까? 온라인에서 활동한다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 이들이 적극적으로 익명성을 추구하며 추적이 어려운 공간으로 숨어든다는데 있다. 망가덱스는 4월 6일 공지를 통해 개발을 도와줄 인원을 디스코드(Discord, 게이밍 등에 사용되는 음성 채팅 앱)를 통해 모집한다고 알렸다. 이들은 공지사항 역시 디스코드를 통해서 전달한다. 디스코드 그룹은 약 9만 7천여명이 모여있고, 2~3만명이 온라인으로 접속해있는 대규모 방이다.




△ 망가덱스 디스코드 채널 화면


이들은 운영자, 개발자, 공지나 이용자의 요청사항을 전달하는 모더레이터, 후원액에 따른 VIP, 도네이터, 소모임 운영자 등으로 세분화되어 있다. 이들 중에는 번역 모임을 따로 개설해 집단으로 번역하는 불법 번역자들도, 또 서버를 관리하는 서버 관리자들도 있다. 하지만 디스코드 방을 모두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번역 소모임이나 운영진들은 별도의 비밀방을 개설해 소통하며, 회의가 끝나고 난 후에는 채팅 로그를 모두 지우거나 애초부터 음성으로 채팅해 기록이 남지 않도록 하는 등의 방법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범죄수법은 마치 N번방 사건을 연상케 한다. 더군다나 이들 불법 만화, 웹툰 사이트의 주요 수익원은 불법 사설 도박부터 시작해 다른 강력범죄와 같은 다른 조직범죄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점은 만약 현 상황을 이대로 방치한다면 걷잡을 수 없이 다른 범죄의 수익원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범죄자들이 음지로 숨어들고, 실시간으로 소통하는데 반해 이들을 잡아야 하는 제도는 발전이 더디다. 기술의 발전을 악용하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기술을 개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발전한 기술은 아니지만, 널리 쓰이고, 익명성이 보장되며, 아직 제도권의 수사망에 명확하게 포착되지 않은 곳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디스코드와 트위터는 비교적 활발하게 협조하고 있고, 문체부가 국제협력을 위해 인터폴과 수사공조체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서버 내려간 망가덱스, 부활 조짐 보인다




△ 망가덱스 사이트 공지 내용 중 일부


2021년 3월 21일, 망가덱스는 디도스 공격을 받아 서버가 다운되었다며 “2~3주 안에 복구하겠다”는 공지를 남겼다. 그리고 5월 10일까지도 망가덱스는 서버를 복구하지 못했다. 하지만 5월 6일 “베타 버전을 공개한다”며 정식 복귀가 눈앞에 있음을 선언했다. 디스코드를 통해 모은 개발자들이 힘을 합쳐 ‘새로운 망가덱스’ 버전을 만들고 있다.

물론, 망가덱스 외에도 수없이 많은 불법 웹툰, 만화 유통 사이트들이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사이트를 차단하는 것 외에도 운영자를 검거하고, 보상 청구를 하는 것 만으로도 던지는 메시지가 있다. 실제로 한국의 웹툰 작가 50명은 밤토끼 운영자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리해 작가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첫번째 판결을 받아냈다. 그리 오래 된 이야기도 아니고, 바로 올해의 일이다.

디도스 공격자가 누구인지, 어떤 목적으로 공격했는지 명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서버 데이터를 빌미로 몸값을 요구하기 위한 해커의 소행인지, 불법 사이트를 처단하고 다니는 화이트 해커의 소행인지도 불분명하다. 3년간 운영되며 50일 이상 서버가 내려간 적은 처음 있는 일이다. 이로 인해 웹툰업계, 만화업계가 얼마나 반사이익을 보았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일본에서 망가무라가 폐쇄된 이후 눈에 띌 정도로 매출이 증가했고, 그것이 (비록 코로나19로 인한 효과가 있었다 하더라도) 2020년 최다 매출로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생각하면 어느정도 효과가 있었을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만화산업을 위협하는 가장 큰 존재는 다름 아닌 불법 유통 작품이다. 제도가 미비해서, 수사에 한계가 있어서, 온라인이라 특정하기 어려워서… 자랑스러운 ‘한국의 웹툰’을 이야기하면서 이런 말들로 불법웹툰을 놓아버린다면, 왜 일어났는지 모를 서버 다운과 같은 행운에 기대야 할 수밖에 없다. 바로 지금이 골든 아워(Golden Hour)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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