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인간 아닌 저작자'의 출현
‘창작’은 인간만의 것일까?
김성주 (법무법인 덕수) 2021.06.25



'인간 아닌 저작자'의 출현


2021년 5월, 영국 디자인박물관에서 색다른 전시회가 열렸다. 최초의 인공지능(AI) 로봇 화가 ‘아이다(Ai-da)’가 그린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였다. 이 ‘로봇 화가’는 단발머리를 하고 로봇 팔을 장착한 채,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살피면서 종이에 그림을 그린다. 눈을 깜빡이고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제법 화가다운 태도(?)로 그림들을 완성한다. 



△ 로봇 화가 AI-DA의 모습 (출처 : 아이다 공식 홈페이지)

이 로봇 화가가 2020년도에 개최한 전시회에서는 작품 경매를 통해 100만 달러(약 11억 1,600만 원 상당)의 수익을 거두었다고 한다.1) 2020년도 기준 국내 미술작품 경매시장에 단일 작품으로 가장 높게 기록된 낙찰가액이 15억 2,000만 원이다.2) 2018년도에 탄생하여 경력이 불과 2년밖에 안 된 로봇 화가가, 평생을 작품 활동에 매진해 온 예술인들과 맞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드는 점이 있다. 로봇 화가 ‘아이다’가 그린 작품은 누구의 것일까? 좀 더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면, ‘아이다’가 그린 자화상 작품의 저작권은 누구에게 귀속되는 것일까? 혹은, ‘아이다’가 그린 위 작품이 저작권법상 ‘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을까?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과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

우리나라의 저작권법 규정을 보자. 저작권법 제2조 제1항에 따르면, “저작물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말한다.”. 또한 저작권법 제2조 제2항에 따르면,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 즉, 우리나라의 저작권법은 인간이 창작한 것만 저작물로 인정하고 있다. 또한 저작물은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것이어야 한다. 영화에서야 로봇도 ‘사상’이나 ‘감정’을 가진 존재로 묘사되기도 하지만, 사상이나 감정은 기본적으로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의 전유물이다. 때문에 위 로봇화가 ‘아이다’와 같은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의 경우, 현행 법 제도에서는 저작 권리의 대상으로 포섭하는 것이 어렵다. 다시 말해서 ‘아이다’가 그린 작품은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이 아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저작물을 그대로 복제하면, 현행 저작권법에 따라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어 민형사상 책임을 지게 될 것이다. 그런데 만약 A라는 사람이 로봇화가 ‘아이다’의 작품을 그대로 베껴서 자신의 작품인 것처럼 판매했다면, 이 경우에도 A는 현행 저작권법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일까? 아니면 위 로봇화가 ‘아이다’를 제작한 B가 A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아이다’를 대신하여 작품의 권리를 지킬 수 있을까? 

현행 법 제도만을 놓고 보면, A는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되기 어려워 보인다. A가 복제한 아이다의 작품은 저작권법상 저작물이 아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로봇화가 ‘아이다’를 제작한 B 역시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기 어려워 보인다. 작품을 그린 주체는 B가 아니라 인공지능 로봇인 ‘아이다’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인공지능의 발전은 기존 법 제도로는 포섭할 수 없는 새로운 저작권의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때문에 저작권법 역시 새로운 생태계에 적응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특히 저작권 법리 내에서 인공지능 저작물에 대한 권리 귀속 주체, 책임 주체, 저작권 존속기간의 설정 문제 등 여러 쟁점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입법적 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법리적 논의, 현재 진행 중

관련하여 세계 각국에서도 위와 같은 고민 선상의 논의들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지식 재산권 기구(WIPO)는 2019년 12월경, 지식재산권과 인공지능(AI)에 관한 백서 초안을 발표하였다. 백서에서는 “인공지능 애플리케이션은 점점 더 저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었”다면서, “이러한 역량은 인간의 창조 정신과 항상 친밀하게 연관되어 온 저작권 시스템에 대한 주요한 정책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고, 만일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이 저작권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면, 저작권 제도는 기계의 창조성보다 인간의 창조성의 존엄성을 장려하고 우대하는 도구로 보일 것”인 반면,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을 저작권으로 보호한다면, 저작권 체계는 많은 수의 창작물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인간과 기계의 창조성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도구로 간주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3)



△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WIPO 건물 (출처 : WIPO)

백서를 만든 관계자들도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을 저작물로 인정할 것인지에 대해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인공지능이 만든 저작물은 저작권이 필요한가, 아니면 이와 유사한 인센티브 제도가 필요한가?”, “저작권은 인공지능이 창작한 독창적인 작품에 귀속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인간 창작자에 귀속되어야 하는가?”,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에 저작권이 귀속될 수 있다면, 인공지능이 만든 저작물을 원저작물로 볼 수 있는가?”,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에 저작권이 귀속될 수 있다면, 저작인격권과의 연관성은 어떻게 되는가?”, “인공지능이 만든 작품에 저작권이 귀속될 수 있다면, 저작인접권은 녹음, 방송, 공연 등으로 확대되어야 하는가?”, “인간인 창작자가 필요한 경우, 인공지능으로 만들어진 작품의 창작에 관련된 당사자는 누구이며, 창작자는 어떻게 결정이 되는가?” 등.4) 인공지능 저작권에 관심을가지고 있는 전세계인들이 머리를 쥐어 싸맨 흔적이 느껴진다.


산발적으로 진행 중인 소송전

한편, 중국에서는 이미 2020년도에 인공지능의 저작물성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판례가 나왔다. 중국 기업 ‘텐센트’가 AI 기반 글쓰기 보조 시스템인 “Dreamwriter”를 이용하여 작성한 기사에 대해, 상하이영신과학기술회사가 ‘텐센트’의 허락 없이 기사 내용을 복제하여 게시하자 텐센트사가 위 영신사의 침해행위에 대해 법원에 저작권 침해 중지 및 손해배상을 청구한 사례가 있었다. 이에 대하여 법원은 ‘텐센트’사가 Dreamwriter 소프트웨어로 창작(생성)된 내용은 저작권법상의 문자저작물에 해당한다면서,  영신사의 행위는 텐센트사의 정보 네트워크 전송권을 침해하였기 때문에 1,500위안(한화 약 25만원)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5) 

이 사건은 중국 내 인공지능에 의해 생성된 기사를 저작물로 인정한 첫 사례이면서, 인공지능 생성물의 창작 과정과 관련 인공지능 사용자의 행위 기여를 통해 해당 기사가 법인의 저작물이라고 판시하였다. 법원은 저작권의 주체가 ‘인간’이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해당 기사가 법인의 소속 근로자들의 노동 분담에 의해 완성된 저작물로서 법인의 수요와 의도를 반영하여 창작된 저작물이라고 판단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저작물성과 관련하여 선제적인 논의와 일부 법적 판단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 그 방향이 정립되었다고 말하기에는 매우 이른 단계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인공지능이 창작한 작품은 점점 늘어날 것이고, 인공지능 작품의 거래 또한 더욱 늘어날 것이며, 이 과정에서 권리 부여와 책임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될 것이라는 점이다. ‘인간 이외의 저작자’의 출현을 받아들이는 것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1) 헤럴드경제, 「거울보며 자화상 그리는 AI 화가.."작품값 억대"」, 2021. 5. 26.자 기사 참조.

2) 뉴시스, 「[2020 미술품 경매시장 결산]총 거래액 1153억·낙찰 총액 1위 이우환」, 2020. 12. 30.자 기사 참조. 

3) 한국저작권위원회, 「[유럽연합] WIPO, 지식재산권과 인공지능(AI)에 관한 백서 초안 수정 발표」, 저작권 동향 2020년 제14호, 2020. 8. 3.자 게시물 참조. 

4) 한국저작권위원회, 위 자료 및 WIPO 홈페이지 게재 백서( https://www.wipo.int/meetings/en/details.jsp?meeting_id=55309) 참조.

5) 한국저작권위원회, 「[중국] 중 법원 AI로 생성된 내용을 저작물로 인정」, 저작권 동향 2020년 제2호, 2020. 2. 3.자 게시물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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