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웹툰이 다시 만난 세계, 메타버스
메타버스는 ‘새로운 세계’가 아니다
양병석 2021.06.30


웹툰이 다시 만난 세계, 메타버스


필자가 ‘코믹스브이’란 플랫폼을 창업해 VR웹툰을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인 지 벌써 4년이 되어간다. VR웹툰에 대한 시도는 “VR이라는 가상세계이자 전에 없던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에서 만화를 보는 경험과 만화의 창작, 소비환경을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 라는 질문에서 출발했다. 결과의 성패를 떠나서 4년간 VR의 만화 문법에 대한 고민은 조금 진전이 있었다. VR 기술은 ‘메타버스’라는 키워드가 등장하면서 VR 헤드셋뿐만이 아니라 모바일, PC와 같은 다른 플랫폼으로도 확장되었다. 또한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비대면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메타버스는 더욱더 전에 없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글에서는 VR기술의 관점에서, NFT라는 메타버스의 새 키워드 관점에서, 마지막으로 메타버스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웹툰과 IP산업과의 연계성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창작 플랫폼으로서의 메타버스

 우리는 보통 만화를 '정지된 이미지의 연속된 서사'로 정의한다. 그러면 VR에서 웹툰의 경험도 그래야만 할까? 이에 관해서는 현재 메타버스 관련 기기의 대표 주자인VR헤드셋을 만들고 있는 페이스북의 자회사 오큘러스를 살펴보자. 오큘러스는 직접 개발한 일러스트레이션 툴 ‘퀼(Quill)’을 서비스하고 있다. 퀼은 가상공간에서의 3D 일러스트레이션 툴로, 퀼을 이용하면 정지된 3D 이미지 혹은 ‘움짤’과 애니메이션의 중간단계 정도의 움직이는 3D 일러스트를 만들 수 있다. 사실 퀼 이전에도 구글의 ‘틸트 브러쉬’ 같은 VR 드로잉 툴이 이미 있었지만, 틸트 브러쉬는 전문적으로 사용하기에는 어딘가 좀 어색하고 불편했다. 하지만 퀼은 현재 프로 작가들이 실제로 사용을 하고 있으며, 퀼을 이용해 생각보다 높은 품질의 3D공간의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이 가능하다. 

 

△ 오큘러스 퀼로 만든 애니메이션 <디어 안젤리카>

이렇게 제작된 3D파일들은 현재 PC에서 사용되고 있는 3D 모델링 프로그램인  ‘블렌더’나 ‘스케치업’과 호환이 가능하다. 하지만 오큘러스는 PC가 아닌 VR공간에서의 창작을 기본으로 전제한다. 사실 이러한 3D공간의 창작환경 변화에 대한 연구와 시도는 윈도우에 포함된 3D그림판이 말해준다. 글로벌 플랫폼들은 이미 3D창작도구 개발을 시도해왔고 기술력도 쌓아온 것이다. 메타버스는 이제 단순한 콘텐츠 서비스 공간이 아니라 콘텐츠 창작 공간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3D로 진화할지도 모르는 웹툰 플랫폼

 메타버스의 개발 플랫폼이라고 하면 흔히들 ‘유니티’나 ‘언리얼’ 같은 게임 개발에 주로 쓰이는 게임 엔진 등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더 영향력이 크고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플랫폼이 있다. 바로 인터넷 그 자체라 할 수 있는 ‘웹’이다. “네트는 광대해!”라는 공각기동대의 명대사가 말해주듯, 웹만큼 메타버스에 어울리는 게 없다. 또한 웹은 메타버스가 발전하는 것에 맞춰 함께 발전하고 있다. 웹의 표준을 만드는 W3C(World Wide Web Consortium, WWW)에서는 WebVR로 시작했던 기술을 WebXR이라는 이름으로 변경된 워킹 그룹을 만들었으며, WebXR 개발기반까지 선보여 운영 중이다. 코믹스브이에 적용된 웹3D기술 역시 WebXR전신인 WebVR기술로 개발되었다.

 


△ WebXR 기술을 운영중인 모질라 재단의 시연 장면 (출처 : 모질라)

 이미 파이어폭스 등은 3D 기술을 웹에 접목시키고 있으며, VR뿐만 아니라 AR까지도 포괄하고 있다. 즉, 인터넷 서비스가 3D가 되는 세상이 머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3D로 된 네이버 웹툰이나 카카오페이지를 보게 될 지도 모른다. 혹은 3D게임 제작 프로그램이자 플랫폼인 ‘로블록스’ 같은 곳에서 연재되는 웹툰을 보게 될 수도 있다. 


메타버스 웹툰의 모든 것을 거래할지도 모른다, NFT

VR로 한정되지 않은, 좀 더 넓은 의미의 메타버스로 메타버스 웹툰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바로 요즘 핫하다는 그 NFT다. NFT를 웹툰과 연관 짓기 위해서는 NFT에 대한 기술적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NFT를 미술품으로 생각하자면 NFT는 소유권, 거래 방법, 거래기록이 함께 딸려다니는 미술품이다. 이에 대한 인증은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진행하므로 위•변조가 불가능하다. 

 NFT를 서비스하는 플랫폼에서는 네트워크를 통해 인증을 확인하고 구매자에게 해당 이미지 파일의 소유권을 인정해준다. 또한 거래 시에는 NFT에 명시된 거래방법에 따라 자동으로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이때 최초 토큰 발행자에게도 거래 수수료가 돌아가는 특이한 구조로 되어있다. 원작자가 한 번 작품을 팔고 나면 후에 아무리 작품값이 뛰어도 추가 수익을 전혀 얻을 수 없는 것과 달리, NFT에서는 후속 거래에서 작품의 가격이 상승되면, 최초 토큰 발행자는 거래수수료를 통해 추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 세계 최대 NFT 마켓 '오픈씨' (오픈씨 홈페이지 캡처)

 다만 NFT에서 이루어지는 인증은 디지털 콘텐츠의 저작권과는 무관한 디지털 인증이기 때문에, 웹툰계에서의 저작권이나 배포권과는 다른 개념이다. 또한 유일한 것은 토큰이지, 판매되는 디지털 콘텐츠가 아니기 때문에 저작권자는 약간만 변형한 채 여러 개의 콘텐츠를 팔아도 무방하다. 또한 원본 작품(웹툰이라면 웹툰 원고)이 아닌 이와 관련된 다른 부가서비스를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NFT는 가상화폐기반의 거래시스템을 포함한 메타버스 시대의 새로운 거래 소프트웨어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처음부터 원본이랄게 존재하지 않는 디지털 콘텐츠인 웹툰의 경우, NFT로의 응용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겠다.


메타버스 웹툰 : 혼자 보는 것에서 같이 보는 것으로

 메타버스는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과 함께한다는 것을 가정한다. 메타버스의 포인트는 3D가상공간(VR) 혹은 실제 공간과 연결된 새로운 공간(AR)에서 ‘다른 사람과 어떤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메타버스 웹툰은 ‘웹툰을 감상한다’는 경험을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경험’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와 함께 들어와야 감상이 가능한 웹툰, 혹은 함께 감상하지만 둘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웹툰 등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한쪽면에는 여성 시점의 웹툰을, 반대편에는 남성 시점의 웹툰을 그려서 같이 본 후에 뒤집어서 감상경험을 나누는 웹툰도 가능할 수 있다. 

 메타버스 웹툰으로는 이런 것도 가능하다. 지금은 오후 11시가 지나면 누구나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웹툰을, 다같이 기다렸다가 특정 시간에 특정 공간에서만 볼 수 있도록 해서 그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소셜 감상의 경험은 콘텐츠 본연의 가치에 소셜의 가치를 더함으로써 배가된다. 내가 경험한 것을 나누거나, 혹은 내 경험을 남보다 특별하게 느끼게 하는 것이 소셜 경험의 가치다. 메타버스 웹툰의 시대가 열린다면 메타버스의 특성이 웹툰과 결합될 요소가 새롭게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메타버스의 핵심인 웹툰의 IP산업으로서의 가능성

 사용자의 인터렉션에 따라 AI가 맞춤형 스토리와 콘텐츠를 제공하며 애니메이션이 가미된 3D만화를 상상해보자. 필자에게 “이것이 만화인가?”라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웹툰인가?” 라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필자는 웹툰은 곧 코미컬라이즈와 스토리와 세계관을 이용한 ip산업이다라고 정의하기 때문이다. 웹툰에서는 살아있는 배우가 가상 캐릭터가 중심이 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가 아닌 가상의 세계여도 괜찮다. 그곳에 살아있는 캐릭터가 자신만의 이야기를 펼치는 IP산업이 곧 웹툰이라고 정의해보자.

 웹툰 캐릭터가 살고 있는 세계가 곧 우리의 세계가 아니라는 점은 바로 메타버스와 바로 직결될 수 있다. 많은 이들은 게임을 메타버스의 키포인트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게임이 메타버스로의 매력을 가진 이유는 독자적인 세계관과 이야기를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세계관과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몰입하기 쉬운 선형적 스토리와 이야기를 가진 애니메이션, 웹툰, 웹소설이 매우 유효한 전략이다. 따라서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웹툰산업이 별개의 산업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는 IP중심의 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 현재 대표적인 한국 웹툰 기업들이나 마블, 디즈니 같은 글로벌 콘텐츠 기업들이다. 

 메타버스의 가장 좋은 예는 디즈니랜드다. 디즈니랜드는 청룡열차와 같은 어트랙션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놀이기구라해도 어벤저스의 퀸젯이나 캐리비언의 해적의 블랙펄을 만들고 그 이야기의 경험을 주기위해 그 공간을 구성한다. 아마도 웹툰과 메타버스는 이러한 이야기 경험 산업으로서의 가치를 제공하는데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런 가능성이 현실로 펼쳐질 공간은 ‘웹툰 플랫폼’일 수도, 혹은 게임이나 VR/AR 글래스를 통해 불러온 가상의 공간과 내 주변일 수도 있다. 그것이 만화가나 화실의 틀을 완전히 벗어던진 IP와 기업 중심의 비즈니스와 콘텐츠 체계의 결과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현재의 웹툰 산업에서도 이런 흐름은 아주 빠르게 나타나고 있고, 메타버스 생태계에서도 웹툰 산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요인 중 하나다. 메타버스의 시대, 웹툰은 지금까지 만나보지 못한 세상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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