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웹툰 원고의 월화수목금토일
웹툰 원고는 일주일 간 어떤 과정을 거쳐서 만들어지나?
조경숙 2021.08.06

월요일엔 <소녀의 세계>, 화요일엔 <지옥사원>, 수요일엔 <조조코믹스>…. 주말에도 끊이지 않고 새로운 화가 업데이트되는 웹툰 작품들 덕택에 독자들은 매일같이 웹툰을 향유할 수 있다. 네이버웹툰, 다음웹툰, 케이툰, 레진코믹스, 코미카 등 많은 웹툰 플랫폼이 요일제로 구성되어 일주일에 1회 작품을 연재한다. 작품 홈은 요일에 따라 어떤 웹툰이 연재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독자들이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즐겁게 웹툰을 감상하는 동안, 새로운 회차의 웹툰 원고는 어떻게 창작되고 있을까? 웹툰이 일주일을 지나 우리에게 다시 도착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 걸까?

본고에서는 웹툰 원고가 완성되는 일주일의 과정을 살펴본다. 이를 위해 일단, 여기 일요일마다 연재되는 웹툰 <거절은 거절합니다!>(이하 <거절!>)가 있다고 하자. <거절!>은 글작가와 그림작가 따로 없이 작가가 홀로 콘티를 짜고 그림을 그린다. 배경과 채색을 도와주는 어시스턴트 한 명을 작가가 직접 고용해 도움을 받고 있다. 매주 70컷의 컬러 원고를 창작하기 위한 <거절!> 작가의 일주일을 한 번 따라가 보자.

 


월요일 : 작품 콘티를 짜자

웹툰에 있어 콘티는 작품의 뼈대를 만드는 작업이다. 콘티는 두 가지 종류로 나뉜다. 글로 쓰는 글 콘티와 대강의 컷을 정리한 그림 콘티다. 글 콘티는 말 그대로 한 화에서 전개될 내용을 대략 정리한 메모이고, 그림 콘티는 컷과 연출을 자리 잡아둔 웹툰의 초-초고이다. 글 콘티와 그림 콘티를 한 번에 진행하는 이도 있지만, 대체로 글 콘티로 스토리의 전개와 대사의 흐름을 미리 짜둔 후 그림 콘티를 작업하는 경우도 많다. <거절!> 작가는 글 콘티를 짜는 데에 하루를 다 할애하는 편이다. 여기에서 스토리의 전개뿐만 아니라 대사와 지문 등을 구체적으로 잡아놓는다. 작품을 본격 연재하기 전에 스토리 전개를 상세하게 모두 다 잡고 들어가는 경우도 있지만, <거절!>은 그렇지 않다. <거절!>의 경우 작품 시놉시스와 캐릭터 설정을 잡아놓고, 세부적인 스토리라인은 작품을 전개하며 만들어내는 터라 글 콘티에 다소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콘티를 짤 땐 반드시 PC에서 해야 하는 게 아니므로, 노트나 아이패드를 들고 바깥에 나가 작업하기도 한다. 유일하게 바깥에서 바람을 쐬며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다.

 

화요일 : 그림 콘티를 만들자

완성된 글 콘티를 중심으로, 이제 그림 콘티를 만들 시간이다. 그림 콘티는 글 콘티보다 더 상세하다. 컷 안에 대사를 다 넣는 건 물론이고, 효과음도 꼼꼼하게 작성한다. 연출이나 구도에 따라 캐릭터가 어디에 어떻게 위치해야 하는지, 말풍선의 위치는 어디에 어느 정도 크기로 그려 넣을지 자리를 잡아놓는다. 대체로 몸도 동그랗고 얼굴도 동그랗게 눈사람 수준으로 그려놓은 것이지만, 그림 콘티에서는 이제 이 회차가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캐릭터가 어떤 전개를 맞는지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윤곽이 드러난다. 그림 콘티에 얼마나 시간을 쏟는지는 사람마다 다르지만, <거절!> 작가는 월요일 오후부터 화요일 오전까지 하루 정도를 그림 콘티에 매진하고, 화요일 오후부터는 본격적인 선화 작업에 착수한다. 그림 콘티를 완성하고 나서는 플랫폼 담당자에게 메일로 원고를 보내, 혹시 수정사항이 없는지 피드백을 체크하기도 한다.

 

수~금요일 : 선화 선화 선화 선화...

그림 콘티를 완성하고 나면, 이제 가장 오래 걸리는 선화 작업에 들어간다. 잡아 둔 구도에 따라 캐릭터의 표정과 옷, 소품 등을 상세하게 그려 넣고 펜선을 딴다. 운동선수들이 운동하기 전에 스트레칭하듯, 만화가들도 그림을 그리기 전에 선을 그린다. 직선, 곡선, 동그라미 등 손목을 풀어줘야 선이 깔끔하게 나온다. 요새는 프로그램의 기능이 월등해 선 보정도 가능하지만, 그것만으로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면 선을 한 획에 그으려 한다. 선화 작업에서 신체 구조와 음영, 옷의 주름 등 그림의 디테일이 모두 세부적으로 그려진다. 이 때문에 선화에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다.

 

금~토요일 : 채색과 후반 작업

선을 다 따고 난 뒤에는, 채색과 후반 작업에 들어간다. <거절!> 작가는 채색 어시스턴트를 고용했기 때문에, 선화가 끝나면 동시에 채색 작업을 진행했다. 이때 배경도 상세히 그려 넣고, 말풍선도 자리를 잡아주고, 그 외에 컷에 따라 들어가는 효과 등을 그림 위에 덧입히는 후반 작업을 진행한다. 배경은 늘 새로 그리기보다, 텀블벅 등을 통해 구매한 배경 소스를 사용하기도 한다. 대사 하나하나 손글씨를 고수하는 작가도 있고,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폰트를 사용하는 작가도 있다. <거절!> 작가의 경우에는 인물마다, 그리고 대사의 톤마다 다른 폰트를 사용한다. 혹시나 헷갈리지 않도록 서체 이름을 꼼꼼하게 기록해두었다. 토요일 오후까지 온종일 원고에 매진하고 나면 드디어 마지막 칸이 눈에 나타난다. 애써 마감하고 원고를 담당자에게 송부하면, 이번 주의 신규 회차 작업도 무사히 끝이다!

 

일요일 : 휴식

연재 회차가 올라가는 시간과 마감 시간은 다르다. 대개 플랫폼 담당자가 한 번씩 원고를 보고 업로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완성된 원고에서 수정하는 경우는 많지 않고, 내용에 문제가 있는 경우엔 대개 그림 콘티 단계에서 검수한다. 최종 원고에서는 오타나 원고가 잘못 편집된 경우가 있는지 등을 주로 검수한다. 새로운 회차의 원고가 업데이트되고 나면, 업로드가 잘 되었는지 원고를 확인한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휴식을 맞는다. 다시 내일부터 원고 작업에 착수해야 하니,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잠을 자며 휴식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웹툰 원고의 창작 과정 및 작업 시간은 웹툰 작가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조사 결과1)를 바탕으로 했다. 응답치의 평균값으로 재구성한 과정이니만큼, 실제 작업 시간은 작가들마다 조금씩 다르다. 또 글작가와 그림작가를 따로 둔 경우와 에이전시가 끼어있는 경우 등 창작자들의 형태에 따라서도 작업 시간에 차이가 있다. 공동 작업자가 있는 경우에는 아무래도 작품과 관련한 커뮤니케이션에도 품이 더 들어간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이 웹툰 원고가 완성되는 일주일이라면, 웹툰 창작자의 일주일은 어떠할까? 설문 결과에 따르면, 웹툰 창작자들은 매일 평균 11시간, 주 6일을 웹툰 창작에 쏟았다. 웹툰 원고가 일주일에 거쳐 차근차근 완성되는 동안, 작가들은 말 그대로 ‘쉴 새 없이’ 일을 했던 셈이다.

이 설문조사의 말미에서는 작가들에게 선호하는 연재 주기를 물었다. 설문조사에 응답한 16명의 웹툰 작가 중 25%인 4명은 주1회 연재를 선호한다고 밝혔고, 68.8%는 격주 1회가 좋겠다고 응답했다. 주 1회 연재를 선호하는 작가군의 경우, MG 등 기존 원고료가 주1회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격주 1회로 변경될 경우 월 수입이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그 외 격주 1회를 선호한 작가들은 ‘그림을 그린 후 쉴 수 있기 때문에, ‘작업량과 휴식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좀 더 기승전결이 담긴 작품을 창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독자의 입장에서 일주일은 작품의 향후 전개를 두근거리며 기다리기에 한없이 지루한 시간이다. 그러나 창작자의 관점에서 일주일은 70컷 이상의 컬러 원고를 마감하기에 벅찬 시간일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연재 주기와 관련한 작가들의 의견을 있는 그대로 아래 붙인다. 현장의 고충이 생경히 묻어나오는 이 목소리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작업 소요 시간에 관련하여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 작가 혼자 감당하기 너무 막대한 양이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일주일에 하루나 이주에 하루 정도는 작가가 쉴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 작업량이 줄었으면 좋겠습니다.

-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주 1회 70컷 작업은 사람이 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습니다. 소요 시간 이전에 업무량 감소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 작업량의 현실화가 빨리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 비교적 작화가 쉬운 작품의 단독 연재로 완결까지 진행 후, 글콘티를 받아 그림콘티+작화를 하는 노블코믹스 작화일도 잠깐 하였고 이때 어시2분과 진행했는데 장르 변화에 따른 작화 밀도 상승으로 인해 어시 여부와 상관없이 작업 소요시간은 거의 비슷했습니다.

- 돈을 많이 주던지, 컷 수를 줄이던지, 연재 주기를 넉넉하게 주던지, 셋 중 하나는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 만화가도 결국 플랫폼 노동자라 플랫폼의 착취에 대항할 힘이 없군요. 점점 더 고퀄리티와 짧은 연재 주기를 바라고 있어서 차기작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 공포심에 가까운 작업스케줄. 사람은 이렇게 살아선 안된다. 하지만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웹툰 시장.

- 컷 수마다 다르겠지만 주간 연재는 팀으로 해도 거의 밤샘이 많고, 업체는 퀄리티를 요구하고, 지급액은 너무 적다. 하루 업무 시간 8시간 기준, 잔업 야간하면 최저시급의 반도 안 된다.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 주간 연재 분량 조절 등. 시간 대비 원고료도 더 지급해야 한다.

- 밤샘하다 보니 체력이 떨어져서 잠으로 휴식 시간 날리고, 그러다 보니 또 밤샘하는 악순환입니다.

 


1) 설문조사는 7월 1일부터 15일까지 2주 간 웹툰 작가를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총 열여섯 명의 웹툰 작가(현직 15명, 전직 1명)가 설문에 응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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