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각색 작가는 무슨 일을 하나요?
각색할 때 중요한 것
바킹독 2021.08.23


각색 작가는 무슨 일을 하나요?


 네이버웹툰에서 <낙향문사전>을 연재하고 있는 각색 작가 바킹독입니다. <낙향문사전> 연재가 2020년 5월에 시작되었으니 지금 글을 쓰는 2021년 7월 기준으로 1년 넘게 연재를 하고 있는 중이지요. 노블코믹스 작품들이 인기를 끌면서 보통 글 작가, 그림 작가로 나뉘던 만화가에 '각색 작가'라는 새로운 역할이 추가되었습니다. 각색 작가가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제가 어떻게 각색 작가 일을 하게 되었는지, 각색 작가는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보겠습니다.



각색 작가로 일을 시작하게 된 계기

 각색 일을 시작한 계기는 다음과 같습니다. 2018년에 개인작을 완결하고, 차기작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연재처를 구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저 스스로도 차기작 준비가 잘 되지 않았던 상황입니다. 그러던 중 제작사 엘세븐 대표님께 웹소설 각색 작업을 하지 않겠냐고 제안받았습니다. 당시 저는 대학교 웹툰 관련 학과에 강의를 나가면서 대학원 진학도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학교를 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습니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지만, 대표님이 제안을 하시며 하신 말씀이 더욱 마음에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보통 웹툰 연재는 작가가 혼자서 거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작업이 외롭고 힘들지만, 이 일은 편집자와 그림 작가님과 함께 하는 일이기 때문에 부담이 덜 될 것이란 말씀이었습니다. 사실 웹툰 연재를 해오면서 웹툰 작가라는 직업이 아주 외로운 직업이라고 느꼈고, 누군가 옆에서 조언과 피드백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했었습니다. 그렇게 제안을 수락하고 각색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각색할 때 중점을 두는 것

 준비 기간을 포함하면 지금까지 2년 동안 각색 작업을 했는데 늘 염두에 두고 있는 있습니다. 바로 저 혼자의 작업이 아니라 여러 사람과 함께 하는 공동작업이라는 점이지요. 글과 그림을 모두 혼자서 작업할 때는 다르게, 원작이 있는 작품을 웹툰화 할 때는 많은 사람과 함께 의견을 나누며 진행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개인작과는 다른 방식의 책임이 생깁니다. 

 먼저 제가 웹소설 <낙향문사전>을 웹툰으로 옮길 때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냑향문사전>은 네이버 웹소설에서 독점 연재된 무협물입니다. 다양한 분위기의 무협 작품이 있지만, 이 작품은 그중에서도 분위기가 독특한 편입니다. 보통 무협물은 피와 살이 튀는 액션신이 등장하고, 이야기 전개도 자극적인 방향으로 진행될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의 주인공은 어떤 계기를 통해 한순간에 완성된 무인으로 그려집니다. 주인공의 검은 화려하지 않지만 마치 강물처럼 도도한 흐름으로 상대를 압도합니다. 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도 주인공의 검처럼 진지하며 서정적이지요.

 각색 작업을 시작하며 제작사 대표님께 전달받은 가이드라인이 있습니다. 첫 번째, 등장인물의 성격을 크게 고치지 말 것. 두 번째, 사건의 전개를 위해 원작에 등장하는 장면 중 소소한 장면이 삭제되거나 새로운 장면이 추가될 수 있지만 이야기의 큰 흐름은 유지할 것. 쉽게 말하면 이야기 전개를 매끄럽게 하기 위한 각색은 가능하지만 이야기의 주제가 달라지는 각색은 허용되지 않는 것입니다.

  각색을 진행하며 두 가지를 생각했습니다. 첫 번째, 원작의 분위기를 살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원작의 스토리 진행을 모두 옮길 경우, 다수의 독자들은 전개가 너무 느리다고 느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스토리 전개의 큰 흐름은 가져가되, 중요하지 않은 사건들은 축약했습니다. 통계를 낸 것은 아니지만 비율로 따지자면, 원작의 전체 스토리 10 중에서 6을 남기고 4를 덜어냈습니다. 그리고 덜어낸 4를 축약한 1을 새로 만들어서 넣었지요. 이렇게 각색하자 매화 스토리에 훅을 넣을 수 있는 정도로 전개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비유하자면 원작이 클래식 관현악곡이라면 웹툰은 클래식 선율이 들어간 유행가에 가깝게 된 것이죠. 원작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사라진 데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의견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1화부터 최신화까지 정주행하기에 좋았다는 평도 있는 걸 봐서 이 방향의 각색은 성공적인 것으로 자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액션신 연출입니다. 사실, 웹툰 <낙향문사전>은 다른 무협 웹툰작품들에 비해서 액션 연출이 약하다는 평을 듣습니다. 각색 작가로서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보자면, 저는 액션신보다 스토리 진행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만약 서사 흐름상 정말 중요한 액션신이라면 몇 화에 걸쳐 연출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그보다는 이야기가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저의 방침 때문에 액션신이 길게 이어지는 연출이 드뭅니다.

 분량이 짧더라도 액션신을 임팩트 있게 연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 등장인물들이 쓰는 검술에 각각 다른 개성을 입히기도 하고, 다른 영화나 만화의 액션신들을 참고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댓글을 읽다 보면 여전히 액션신이 모자란다고 지적하는 의견이 많습니다. 어떤 장면들은 제가 실수한 부분을 뒤늦게 발견하기도 하고, 조금 더 화려하고 역동적인 구도로 그려야겠다고도 생각합니다. 앞으로 연재하면서 꾸준히 연구하고 보완해야 할 점이지요. 그런데 계속 신경 쓰이는 부분이 있습니다. 독자들이 액션신의 모자람을 지적할 때, 각색 작가인 저의 연출을 지적하는 게 아니라 그림 작가님의 작화를 지적한다는 점입니다.


각색 작가의 협업과 책임

 앞서 각색 작업은 혼자 하는 일이 아니라 협업이라고 밝힌 만큼, 협업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제 주변에서 웹소설 원작의 웹툰을 만드시는 작가님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각색 작가와 그림 작가 사이의 갈등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림 작가가 완성한 원고가 각색 작가의 마음에 들지 않거나, 각색 작가가 만든 콘티를 못마땅하게 여긴 그림 작가가 자기 생각대로 원고를 고치는 등의 일 때문이죠. 저는 결국 완성 원고는 그림 작가에게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각색 작가의 콘티가 그림 작가의 의향대로 수정되는 건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고친 원고가 원래 콘티보다 더 좋게 나올 수도 있고, 자신의 작업물으로 그림 작가를 설득을 못 한 것은 결국 콘티 작가의 책임이니까요. 그런데 동일한 원작을 두고 사람들마다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니 콘티 작가와 그림 작가의 의견 차이, 그리고 둘 사이의 갈등은 어느 정도 있을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그렇게 완성된 원고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 좋다면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반응이 좋지 못하다면 그 결과는 누구의 책임일까요? 아마도 각색 작가와 그림 작가, 공동의 책임으로 봐야겠지요. 그런데 독자들은 어느 한 쪽을 비난합니다. 심지어는 각색 작가, 또는 그림 작가를 바꾸어야 한다는 댓글도 달립니다. 그런 댓글을 읽을 때마다 정말 웹툰 시장이 달라지고 있다고 느낍니다. 이젠 독자들도 각색 작가와 그림 작가가 일종의 스텝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사실 작품은 각색 작가와 그림 작가, 채색 작가와 PD, 그리고 그 외 수많은 다른 사람들과의 협업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협업의 조건은 그' 누구도 대체 불가능한 인원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누군가 한 사람이 빠진다고 프로젝트가 중단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콘티 작가나 그림 작가도 대체할 수 있는 인원인 셈이죠. 물론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는 제가 만들고 있는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있고, 이 일을 앞으로도 오랫동안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일이 제 뜻대로 만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작품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누구나 최선을 다하고, 그에 노력에 합당한 보수와 대가를 얻길 원합니다. 그러나 공동작업의 결과물과 성패의 책임을 나누는 과정은 그닥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작업에 참여하는 이들이 합의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드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꼭 필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칼럼
새삼스럽기는, 웹툰은 태생부터 언택트였다
김한재
2021.11.30
코로나로 흥한 웹툰, 코로나가 끝나면 내리막길을 걷게 될까? 아니, 웹툰은 태생부터 언택트였다.
웹툰의 미래 : 근심이 아닌 긴급함으로서의 만화
오혁진
2021.11.29
웹툰은 그저 만화가 웹으로 옮겨온 것인가? 시대 흐름에 따라 웹툰은 만화에서 점점 멀어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웹툰은 어떻게 변화해왔는가?
최강자전 공략법 : 네이버웹툰 최강자전에는 분명한 특징이 있다
양혜석
2021.11.26
오로지 독자투표로만 이루어지는 네이버웹툰 최강자전. 이보다 공정한 방법은 없어보이지만 최강자전에도 명백한 선호도나 특징이 있다. 최강자전의 특징을 4가지로 분석해 본다.
웹툰, 내일의 창작환경
웹툰작가노동조합 운영위원회
2021.11.24
웹툰 산업이 그 어느 때보다 빛나고 있는 요즘, 그 그늘에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불공정 계약과 노동 문제들이 있다.
만화 불법복제에 적극적인 대응과 여론 환기를!
서찬휘
2021.11.23
'웹툰은 무료로 보는 것'이라는 인식이 만연하던 시절을 지나, 현재는 유료 웹툰 시장이 제대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웹툰 불법 복제 및 유통은 여전히 사그라들 줄 모른다. 현재의 상황과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오픈 플랫폼의 내일
딜리헙
2021.11.23
너도 나도 IP 사업에 달려드는 요즘, 오픈 플랫폼에게는 어떤 '내일'이 있을까? 딜리헙의 사례를 통해 알아보자.
웹툰 불법 소비 문제는 독자의 책임 의식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최윤주
2021.11.22
웹툰 불법 소비, 물론 나쁘다. 하지만 '나쁘다'는 원론적인 이야기말고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할 수는 없을까? 웹툰을 불법으로 소비하는 주 소비층들이 웹툰을 합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고안해보는 것은 어떨까?
네이버웹툰은 왜 'AI 페인터'를 만들었을까?
조경숙
2021.11.15
네이버웹툰이 AI 페인터를 개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웹툰계에서 재투자의 역사와 재투자가 시급한 영역을 짚어본다.
넷플릭스의 게임 진출과 웹툰
이동우
2021.11.15
디즈니와 마블의 노림수까지, 스마트폰이 바꿔놓은 콘텐츠
[오늘의 우리만화 선정작 평론] 여기에도, 오늘의 만화가 있다
이재민
2021.11.12
"지역의사생활 99" 프로젝트, 삐약삐약북스
[오늘의 우리만화 선정작 평론] 아무도 미안해하지 않는 주변부를 말하다
박인하
2021.11.12
"아버지의 복수는 끝이 없어라", 강태진, 카카오웹툰
[오늘의 우리만화 선정작 평론] "도롱이" 라는 세계 인식
조익상
2021.11.12
"도롱이", 사이사, 네이버웹툰
[오늘의 우리만화 선정작 평론] 미지에 대한 공포가 복싱만화를 만났을 때 벌어지는 일
위근우
2021.11.12
"더 복서", 정지훈, 네이버웹툰
[오늘의 우리만화 선정작 평론] 내가 직접 물을 수 없는 것
김봉석
2021.11.12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네이버웹툰
독자를 확장하라 - 웹툰 독자를 늘리기 위한 전략들
정용재
2021.10.29
아직은 아무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 NFT와 메타버스
김태권
2021.10.29
선생님께 보낸, 누구와도 나누기 어려웠던 여섯개의 편지들
다양한 개성에 눈길이 멈추는 작가들
성인수
2021.10.29
쉽게 만나지 못했던 작품을 만드는 작가들을 엄선했다
내 지갑을 가져요 : 웹툰과 만화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
이동우
2021.10.29
웹툰은 어떻게 돈을 벌어들일까? 웹툰 플랫폼의 BM을 살펴본다.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한 좀비 : <좀비가 되어버린 나의 딸>, <좀비를 위한 나라는 없다>
정아윤
2021.10.27
웹툰vs웹툰 : 비슷한 듯 다른 작품 함께 보기
웹툰이여 고전이 되어라
양세준
2021.10.27
만화에도 고전이 생길 수 있을까? 고전 만화란 무엇일지 고찰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