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오픈 플랫폼이 다르게 일하는 방식 : 포스타입의 사례
오픈 플랫폼의 사람들은 이런 일들을 합니다
신규섭 (포스타입 대표) 2021.08.24


오픈 플랫폼이 다르게 일하는 방식 : 포스타입의 사례


'오픈 플랫폼 사람들은 무엇을 하는가’라는 질문은 포스타입과 같은 오픈 플랫폼은 기존 웹툰 플랫폼과는 다른 일을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요? 오픈 플랫폼이 일하는 방식은 어쩌면 기존 플랫폼 회사나 IT 회사와 전혀 다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조직도를 보면 회사를 알 수 있다고 합니다. 포스타입은 크게 네 조직으로 나눠 일하고 있습니다. 경영(CEO), 기술(CTO), 사업(CBO), 제품(CPO) 조직입니다. 구분이나 명칭은 다를 수 있지만, 아마 웹툰 플랫폼 대부분이 비슷한 조직과 기능으로 회사를 이끌어가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 포스타입 조직도(2021년 8월 현재)

그런데도 우리는 우리가 하는 일이 다른 회사들이 가지 않는 길일뿐만 아니라 전에 없던 일임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구성원뿐만 아니라 포스타입 채용에 지원해주시는 분들 역시 포스타입과 함께하고 싶은 이유로 '다른 일'을 하기 때문이라고 자주 답해주십니다. 그렇다면 얼핏 비슷한 조직으로 비슷한 일을 하는 듯 보이는 오픈 플랫폼은 어떻게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창작자를 가장 우선합니다”

포스타입은 일하는 데 있어 다섯 가지 역량을 중요하게 내세우고 있는데요. 그 가운데 가장 첫 번째가 바로 “창작자를 가장 우선합니다"라는 항목입니다. 어떤 역량보다도 창작자를 가장 우선해 의사결정하고 행동하는 조직을 지향한다는 뜻입니다.

우리는 오픈 플랫폼이 기존의 웹툰 등 콘텐츠 플랫폼과 다르게 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픈 플랫폼은 정해진 소수의 파트너가 아니라 다수의 창작자가 활동하는 플랫폼입니다. 기존 웹툰 플랫폼이 한정된 수의 계약 작품이 흥행하도록 도와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방식으로 성장한다면, 오픈 플랫폼은 창작자 생태계가 무한히 확장하도록 사업을 영위합니다. 기존 플랫폼과는 달리 창작자 규모와 플랫폼의 성장이 필연적으로 함께 갈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웹툰 플랫폼처럼 소수의 히트작만으로 성장을 견인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픈 플랫폼은 창작자에게 매력적인 플랫폼, 생태계, 제품을 만드는 것이 필연적인 핵심 목표입니다. 물론 오픈 플랫폼의 입장에서도 콘텐츠가 흥행하고 이용자가 모이는 것은 중요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창작자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이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이어질 결과이자, 창작자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이 되기 위한 과정일 뿐입니다. 결국 오픈 플랫폼은 창작자가 독자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집중해야 합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것들이 달라집니다. 오픈 플랫폼에서 콘텐츠 거래는 이용자 결제에 앞서 창작자 수익 관점에서 읽히게 되고, 플랫폼 - 이용자 관계보다는 창작자 - 독자(팬) 관계를 우선하게 됩니다. 콘텐츠보다는 콘텐츠를 창작하는 창작자를 더 자주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오픈 플랫폼은 다른 플랫폼과 비슷한 조직과 기능을 가지고 있을지는 몰라도, 가까이서 들여다보았을 때는 매우 다른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창작자와 팬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일을 합니다

포스타입에서 다른 플랫폼과 비교해 가장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조직은 사업 조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른 웹툰 플랫폼의 사업 조직이라 한다면 콘텐츠 운영, 기획, 프로듀싱, IP 등을 떠올리게 될 텐데요. 포스타입 사업 조직의 구성원은 기본적으로 커뮤니티 매니저라 불립니다. 사업 조직이 곧 커뮤니티 조직인 셈입니다. 포스타입의 사업을 커뮤니티로 규정하는 이유는 포스타입 서비스를 창작자 – 팬 - 창작자로 이어지는 커뮤니티로 보기 때문입니다.

포스타입에서 수익을 올린 경험이 있는 창작자의 70% 이상이 포스타입 내에서 콘텐츠를 유료로 구매・후원한 경험이 있습니다. 달리 말하자면 포스타입 창작자의 다수가 사실은 다른 동료 창작자의 팬이라는 겁니다. 기존 웹툰 플랫폼과 달리 수만 명의 창작자가 활동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수치입니다. 창작자와 팬의 경계가 모호하면서도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된 커뮤니티죠.

 


△ 오픈 플랫폼이라 가능한 작가 지원 프로그램, 포스타입 페이스 메이커(PPM)

커뮤니티 매니저가 수행하는 일 가운데 오픈 플랫폼으로서 가장 의미 있는 프로젝트는 ‘포스타입 페이스메이커(POSTYPE PaceMaker)’입니다. 창작자 입장에서 플랫폼과의 계약 없이 독립 창작을 이어가는 일이 아직은 생소한 결정임을 포스타입도 잘 알고 있는데요. 포스타입 페이스메이커는 포스타입에서 활동하는 창작자 가운데 지원 기준을 충족한 분들께 더 큰 성장을 컨설팅하고 지원하는 파트너십 프로그램입니다. 이처럼 열린 형태의 파트너십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것 역시 오픈 플랫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겠죠.

이외에도 오픈 플랫폼의 특징을 고려한 정책을 설계해 서비스를 운영하고 창작자의 성공을 위한 이용자 이벤트를 기획하는 것 역시 사업 조직에서 수행하는 일입니다.


창작자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합니다

사업 조직이 창작자를 최전선에서 직접 접하고 창작자의 성공을 견인하는 일을 한다면, 제품과 기술 조직은 창작자와 직접 소통하지는 않지만 제품을 매개로 창작 활동에 더욱 밀접하게 관여하는 일을 합니다. 2021년 8월 현재 구성원의 과반수 이상이 제품과 기술 조직 산하에 있을 정도로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을 포스타입의 핵심 미션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우선순위와 방향성에 맞게 제품을 기획하는 제품팀, 이를 사용자 경험(UX)과 인터페이스(UI)로 녹여내는 UX팀, 그리고 기획과 설계를 완성도 높은 제품으로 구현하는 기술 조직이 모두 제품 조직에 속해 있는데요. 커뮤니티 매니저 등으로부터 전달받은 창작자와 독자의 목소리를 포스타입 미션과 정렬해 서비스와 기능으로 옮겨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 다양한 협업과 개발 도구를 활용해 포스타입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제품 조직이 다루는 기능에는 독자들에게 콘텐츠를 유려하게 보여주는 뷰어(리더), 창작자가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편집하는 에디터, 창작자가 정기 구독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멤버십, 창작자와 독자를 맞춤형으로 연결해주는 메인 피드, 창작자의 수익 활동을 책임지는 결제 및 정산 시스템 등이 있습니다. 후자로 갈수록 폐쇄형 서비스가 아닌 오픈 플랫폼이기에 경험할 수 있는 기능에 가깝죠.

무엇보다 포스타입의 제품 조직은 창작자 관점에서 논리적으로 설계하고 구현하는 것을 항상 강조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기술적으로 뛰어나고 매력적인 플랫폼이 아니라 ‘창작자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죠.


다르게 일하고 다르게 보여주는 방법을 고민하는 일도 합니다

우리가 아무리 차별화된 플랫폼을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제공한다 하더라도, 어쩌면 창작자와 독자들에게는 그저 또 하나의 콘텐츠 플랫폼으로 여겨질지도 모릅니다. 그렇기에 조직원이 다르게 일하는 것을 돕고 잠재적인 고객들에게 기존과 다른 플랫폼임을 잘 알리는 일도 해야 합니다. 경영 조직이 하는 일입니다.

마케팅팀과 브랜드팀은 제품과 창작자의 성장을 견인하는 일을 합니다. 기존 웹툰 플랫폼에서도 비슷한 일을 하고 있겠지만, 오픈 플랫폼에서는 소수의 킬러 콘텐츠나 스타 창작자의 흥행이 아닌 창작 생태계의 확장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다른 관점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작품의 매출 신장과 유료 독자 확보라는 단기적인 결과보다는 창작자의 성공을 통해 포스타입이 창작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도록 일관된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는 일에 집중하게 되죠.

경영기획팀은 이 모든 일들이 “창작자를 가장 우선합니다”라는 포스타입의 핵심 가치에 정렬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비즈니스의 전략을 수정하는 일, 더 큰 성장을 위해 투자 유치를 지원하는 일, 포스타입의 미션에 헌신할 수 있는 새로운 동료를 찾는 일, 구성원의 역량과 퍼포먼스를 끌어올리는 일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더 나은 창작 경험을 위한 스튜디오 개편 사례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포스타입은 창작자의 창작 활동 관리를 위해 창작자 관리 도구를 제공하고 있는데요. 창작자라면 누구나 기본적인 콘텐츠, 시리즈, 구독자 관리부터 멤버십 설정, 디자인, 통계 등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포스타입이 멤버십 관리, 시리즈 설정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고 개편해가는 과정에서 관리 도구 인터페이스의 직관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포스타입 이용자가 급증하면서 기술적인 성능 이슈가 발생해 일부 기능의 속도가 저하되는 문제도 발생했죠.

사업 조직의 커뮤니티 매니저들은 관리 도구에서 때때로 불편함을 느끼는 창작자 사례가 증가하고 있음을 가장 먼저 인지합니다. 창작자를 가장 직접적으로 접하고 고객 문의와 제안을 가장 가까이에서 귀 기울이는 구성원이기 때문입니다. 사업 조직은 창작자의 목소리를 신중하게 검토해 창작 관리 도구의 개선 방향을 사내에 공유합니다.

경영 조직은 오픈 플랫폼 생태계의 확장을 위해 창작 활동의 전문화를 지원하는 방향을 이미 검토해 왔는데요. 사업 조직의 의견을 함께 검토해 관리 도구를 지금보다 고도화하고 개선할 필요와 창작자 수익화를 위한 전문적인 비즈니스 공간으로 리브랜딩할 필요가 있음을 제품 조직에 전달합니다.

제품 조직은 제품 로드맵상에서 이 일의 크기와 중요도를 따져보고 높은 우선순위로 진행할 것을 결정합니다. 물론 창작자들이 직접적으로 요청한 니즈는 물론, 새로운 변화가 오히려 혼란을 주지는 않을지, 예상치 못한 기술적 난관이나 충돌이 발생하지는 않을지를 전반적으로 검토한 결과입니다.



△ 2021년 8월 현재 개편을 준비 중인 포스타입 스튜디오 프로토타입

전사적인 결정이 내려지면 이제 제품 조직에서는 사업 조직의 아이데이션을 프로토타입 형태로 구체화합니다. 매달 400만 명이 찾고 다양한 기능과 옵션을 제공해 꽤 덩치가 커진 제품인 만큼, 최선의 사용자 경험을 찾는 도전적인 과제입니다. UI 기획이 완료되면 이제 기술 조직이 웹을 비롯한 안드로이드 및 iOS 앱 제품으로 구현하고 테스트하는 과정을 거치죠.

경영 조직의 마케팅팀은 데이터를 토대로 제품 개편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브랜드팀은 ‘창작자 수익화를 위한 전문적인 비즈니스 공간’에 맞는 브랜드 전략을 수립해갑니다. 그 전략에 따라 제품 조직은 관리 도구의 명칭을 ‘스튜디오’로 정합니다. 처음 개선을 제안했던 사업 조직 역시 다른 구성원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창작자의 성공에 알맞은 관리 도구 개선 방향을 제시합니다.


네, 전에 없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개편은 하나의 사례입니다. 포스타입에서는 다양한 일들이 여러 사이클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인스타툰과 같은 컷 단위의 웹툰 형식을 좀 더 간편하게 편집하고 감상할 수 있는 콘텐츠 환경인 카툰 에디터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소수 창작자와의 계약이나 프로모션을 통한 단기 매출 증대가 아니라, 기존에는 수익을 내기 어려웠던 인스타툰 형태의 웹툰 작가들이 포스타입을 통해 더욱 전문적인 창작 활동을 시도할 수 있도록 돕는 게 프로젝트의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오픈 플랫폼은 비슷한 일을 하더라도 다르게 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수의 킬러 콘텐츠와 제자리를 맴도는 제품으로는 플랫폼을 지속할 동력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기존 플랫폼의 방식을 답습하는 것만으로는 창작자에게 매력적인 플랫폼으로 거듭나 창작자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마 지금 포스타입이 어떤 일을 하는지가 오픈 플랫폼의 정석은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전에 없던 일을 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우리의 다른 방식을 밀어붙일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1년 뒤, 2년 뒤에는 또 다른 해결책을 찾아가고 오픈 플랫폼으로서의 새길을 내고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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