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아카이브펑크 2088: 웹툰 아카이브를 상상하기
2088년에 지금의 기록이 남아있다면 어떤 일이 가능할까? 미래의 시선으로 상상해보자
조익상 2021.09.29




 2020년 말부터 ‘1차 웹툰 아카이브 구축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업의 구체적인 면모는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만화계에서 수차례 필요성을 피력했던 사업인 만큼 잘 준비해 구축할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웹툰 아카이브의 필요성은 매우 명확합니다. 과거 파란과 야후 등에서 운영했던 웹툰 플랫폼이 사업을 종료하면서 웹툰 작품 다수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것이 되어버리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몇몇 작품은 원본을 보유하고 있던 작가가 다른 플랫폼과 재계약하며 열람이 가능해졌지만, 그렇지 않았던 몇몇 작품들은 인터넷상에서 완전히 소실되어버리고 말았습니다. 만약 작가조차 작품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한다면, 불과 10여년 전에는 누구나 볼 수 있던 작품이 누구도 볼 수 없는 작품이 되어버리고 마는 거죠. 웹툰 아카이브는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고 어떤 웹툰이든 후대까지 이어져 열람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입니다.



 웹툰의 수집과 보존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기능을 염두에 둘 때, 웹툰 아카이브는 우선 모든 웹툰 작품의 의무 납본과 같은 법적인 제도를 필요로 합니다. 도서 자료의 국립중앙도서관 납본이 의무화되어 있고, 그렇게 수집된 납본 서적 1권씩은 모두 보존서고에 보관되는 것처럼요. 그런데  실물 아카이브가 수집과 보존에만 집중한다면, 많은 디지털 아카이브는 보존한 디지털 자료를 연구자나 일반이 검색하고 열람 가능하도록 하는 일에도 힘을 쏟습니다. 마치 디지털 공공도서관 혹은 박물관 같은 기능을 아카이브가 담당할 수 있게 되는 거죠. 1차 웹툰 아카이브 구축 사업이 그것까지 지향하고 있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만, 그렇게 된다면 상당히 많은 순기능을 하게 될 것이라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웹툰 아카이브의 이모저모를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2088년의 미래를 배경으로 한 짧은 소설을 준비했습니다. 소설 속에 구현된 웹툰 아카이브는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는, 저만의 상상으로 구현된 아카이브입니다. 아래 글에 등장하는 ‘ISWN’ 같은 식별기호도 상상의 산물입니다. 하지만 아카이브에 대한 연구와 토론을 상상의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허황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제 버전의 아카이브를 참고삼아 여러분이 바라는 아카이브를 디자인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를 통해 아무쪼록 웹툰 아카이브가 만화 생태계 안팎에서 모두 이해하고 공감하는 일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참고자료

이재나 외, 웹툰 아카이브 설계 및 구축에 관한 연구, 한국비블리아학회지 v26 no.4, 2015. 

한혜경, 웹툰의 아카이빙 방안 연구, 디지털산업정보학회 논문지 제 11권 제 2호, 2015.6.

강태진, 웹툰 아카이브 구축현황과 필요성 (http://dml.komacon.kr/webzine/column/27963) 2021.01.05

웹툰 아카이브, 왜 필요한가요?(https://blog.naver.com/komacon01/222180617651) 2020. 12. 21.

웹툰아카이브 구축 정책토론회 자료집(http://dml.komacon.kr/research/research/27303) 2019.12.06.



웹툰 아카이브 분석 일지

조뫄뫄(아카이브 디거)


본 기록은 2088년 1월 10일에 구 대한민국 부천시에서 출토된 웹툰 아카이브 서버에 대한 개인적인 분석 일지다.


2088년 1월 17일(토)

드디어 웹툰 아카이브 서버에 접속했다. (이 프로젝트를 내가 주관하게 된 것은 엄청난 행운이다. 야호!) 하지만 첫날에는 웹툰 작품을 볼 수 없었다. 아카이브 안내에 따르면 회원으로 등록된 대한민국 국민은 대여의 형식으로 모든 작품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고 하지만, 지금으로선 누구도 회원 가입이 불가능하다. 가입을 위해서는 핸드폰 번호라는 것을 통한 실명 인증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핸드폰도 없지만, 설혹 당시의 구형 핸드폰을 구해서 활용한다고 해도 핸드폰 서비스 업체가 전혀 남아있지 않으니 인증번호를 텍스트 메시지로 받아볼 수 없다. 그렇다고 게스트 계정으로 보자니 사이트 안내 정도밖에 열람할 수 없다. 내일 아침에 바로 인터넷 전문가에게 서버를 뚫어달라고 부탁해야겠다.


2088년 1월 18일(일)

웹툰 아카이브 서버의 보안이 너무나 튼튼하다. 구세계 인터넷 전문가 말로는 그 시대 최고의 보안 기술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전혀 다른 시스템을 따르는 현재로서는 과거의 기술을 발굴해 내지 않는 한 이 서버에 자유롭게 접속하긴 어려울 거라고 했다. 노력해 보겠다곤 하지만,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그러니 오늘은 우선 게스트 계정으로 열람 가능한 항목들을 정리해 둔다.


- 웹툰 아카이브 서버는 한국을 비롯 전세계 모든 웹툰을 아카이빙했다. 2020년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한국 웹툰 가운데에도 유실한 자료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2025년에 한국의 모든 웹툰을 웹에서 복원해 아카이빙하는 데 성공했으며, 2027년을 기해 세계 곳곳의 플랫폼과 연계해 웹툰 데이터와 메타 데이터를 아카이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 웹툰 이전의 만화들, 특히 만화책은 한국 작품 대부분을 디지털화하여 아카이빙했다. 그중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은 다행히 게스트 계정으로도 열람이 가능하다. 찬찬히 살펴봐야겠지만 가장 흥미로운 것은 고우영 컬렉션이다. 구 대한민국 국회도서관에서 출토되었던 책 한국현대만화사에 따르면 고우영은 1980~90년대에 가장 중요한 만화가 중 하나였다고 한다. 시간을 들여 읽어봐야겠다. 내가 정말 읽고 싶은 건 웹툰이지만! 한국인의 피가 흐르는 나로서는, 한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해내고 전세계적으로 퍼트렸다는 디지털 만화 규격인 웹툰이 너무나 궁금하다. 출토된 문헌 상에 기록된 정보들이나 단편적으로만 남은 도판만으로도 대단한 것은 알겠지만, 그 실상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싶은 것이다.

- 게스트 계정으로 열람 가능한 항목 가운데에는 ‘웹툰의 역사’라는 카테고리가 있다. 문헌 기록과도 상당부분 일치하는 내용이지만, 작품 제목마다 하이퍼링크가 걸려 있어서 바로 대여 및 열람이 가능한 구조다. 물론 회원 전용 서비스다.

- 참고로 ‘웹툰의 역사’에 이름을 올린 작품은 동시 대여가 최소 100명 이상 가능하고, 그 외의 작품은 인기나 저작권자의 의사에 따라 동시 대여자 수가 1명에서 무제한까지 천차만별이라고 안내되어 있다. 무제한으로 풀린 작품은 게스트 계정으로도 읽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게는 되어 있지 않다. 당시 불법 복제 웹툰이 큰 사회적 문제였던 것 때문에 이렇게 했다고 한다. 서버 보안이 이렇게 튼튼한 것도 그것 때문이겠지. 망할 불법 복제 같으니. 돈내고 웹툰 보는 걸 싫어하는 인간들이 그렇게나 많았다니 정말 믿기지가 않는다. 아, 아카이브의 대여 서비스는 대여자에게는 무료이지만, 아카이브를 운영하는 만화영상진흥원에서 정부 출연등을 통해 조성한 기금으로 저작권자에게 열람 회차당 100원을 지급했다고 한다. 당시 100원이면 물 한잔도 못살 돈이었을텐데... 그래도 독자와 작가 모두에게 상당히 균형잡힌 서비스 방식이었을 것 같다.


2088년 1월 27일(화)

그동안 <고우영 컬렉션>을 모두 독파했다. 정말 대단한 작품들이었다. 감상까지 써두고 싶지만 그보다 여기는 서버 관련 기록을 쓰는 곳이니 좀 참도록 하자. <고우영 컬렉션>을 읽고 연구 계획을 세우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쓴 것은 사실이지만, 서버를 탈탈 뒤지는 데도 나름 애썼다. AI 클리퍼로 접속 가능한 정보를 모두 찾아내고 현재 형식의 데이터로 백업하는 일도 그동한 진행했다. 그동안의 내용을 정리해 둔다.


△ 고우영 화백의 아들, 고성언씨가 2021년 컬러로 복간한 "고우영 삼국지" (출처=조선일보)

- 웹툰 아카이브 서버에는 일반 사용자 계정 외에도 연구자 계정과 기자-비평가 계정, 작가 계정, 플랫폼-에이전시 계정이 따로 존재한다. 플랫폼-에이전시 계정은 해당 법인의 작품에 대한 관리 권한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삭제는 봉쇄되어 있고 신규 등록과 추가 등록 권한 및 그렇게 올린 자사 작품에 대한 무대여 열람 권한이 있다. 작가 계정은 자신의 작품을 무대여 열람하는 권한이 주어져 있고, 자신의 작품에 코멘터리를 달 수 있는 권한이 추가적으로 주어져 있다. 기자-비평가 계정은 대여 열람 권한이 일반 사용자 계정보다 훨씬 강력하다. 일반 사용자 계정으로는 미완결작에 대한 대여가 불가능하지만, 기-비 계정으론 가능하다. 일반 사용자 계정에 제한된 대여한도를 초과한 대여도 가능하게 되어 있다. 블록체인 기술로 기록되는 캡처 권한도 있다. 언론 지면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계정이 연구자 계정의 권한에는 털끝만큼도 따라가지 못한다. 연구자 계정은 생산자에 해당하는 권한을 제외한 권한에 더해 모든 작품에 대한 무제한 대여 열람 권한이 주어져 있다. 강력한 만큼 연구자 계정은 엄격한 기준으로 제한된 인원에게만 발급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갱신도 까다로워서 1년에 한편 이상 논문을 쓰지 않으면 갱신이 불가했다고 한다. 같은 연구자로서 부럽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내가 당시 활동한 연구자였다면 웹툰 보느라 바빠서 논문은 쓰지도 못했겠지.


- 아카이브 통계를 내봤는데 너무 방대해서 스프레드시트 채널에 따로 기록한다. 전체 작품 수는 파악하지 못해서, 추정치만 여기 써둔다. ISWN(International Standard Webtoon/webcomics Number) 마지막 번호가 990822959880215이니, 아마도 990조 편이 넘는 작품이 있었던 것 같다. ISWN이 회차별로 따로 기록되었다고 한다면 작품 수는 그보다 훨씬 적겠지만. 정말 엄청난 시대였다.


- 서버의 마지막 업데이트 기록을 파악했다. 역시나 전지구 폭염의 날, 그 전날이 마지막 작품 수집 업데이트다. 지구가 갑자기 이렇게 되어버릴 줄은, 그 대단한 문명의 사람들 대부분이 알지 못했던 것 같다.


2088년 2월 2일(월)

이전 기록에 오류가 있었다. ISWN 형식에 대한 내 지식이 부족했던 탓이다. 구세계 도서관학을 전공하는 내 친구에 따르면 ISBN(International Standard Book Number)과 비슷한 방식으로 보인다며 15자리 숫자의 각 부분이 의미를 지닐 거라고 했다. ISBN의 경우 13자리 숫자 가운데 국가코드, 출판사코드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ISWN도 마찬가지라면 이걸 통해서 어느 정도까지는 당시 활동하고 있던 플랫폼 및 에이전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전체 작품 수가 990조 편일 거라던 내 추측은 틀렸다. 하긴, 그건 많아도 너무 많잖아.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웹툰만 읽어도 다 못 읽을 만큼인 걸. 아카이브에 기록된 웹툰이 9천900종 정도면 딱 좋겠다. 그러면 하루 한 타이틀씩 읽는다 치면 죽기 전에 충분히 다 읽을 수 있을 거다. 물론 계정이 해결되어야 할 일이지만.


2088년 2월 6일(금)

서버를 가상의 구세계 인터넷에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그 덕에 로딩되지 않았던 몇 가지 인디케이터를 가상 인터넷 접속을 통해 복원해냈다. 그중엔 전체 작품 수도 있었다! 328만 7천여편... 회차별인 것 같고, 대충 하나의 타이틀이 100화라고 한다면, 3만7천종 정도인가. 뭐가 이렇게 많아. 그 외에는, 만화 비평과 연구 관련 문서도 아카이빙되고 있다는 걸 확인했다. 게다가 대부분 오픈액세스다. 주제별 분류가 잘 되어 있어서 접근하기도 용이하다. 한동안은 이 문서들을 읽어야지. 작가 간단 정보 외에 평론이나 원로 작가(주로 출판 만화가)에 대한 인터뷰 기록도 있어서 당시의 시대상을 확인할만한 자료가 될 것 같다. 이런 구세계 기록은 엄청나게 귀한 건데, 웹툰 아카이브 서버의 보안과 관리가 엄청나게 견고했던 덕에 지금까지 남은 거다.


2088년 2월 11일(수)

웹툰 아카이브 서버 발굴 후 1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웹툰은 읽을 수 없다. 지금까지 읽을 수 있었던 건 저작권이 만료된 만화책과 아카이빙된 문서가 다였다. 이것만도 물론 엄청난 가치를 지닌 유적이지만... 나는 웹툰을 읽고 싶다! 그래서 아카이브 문서 중, <아카이브 이용자 감상>을 읽으며 대리만족해 보았다.

해당 문서는 2021년 입법된 디지털 의무 납본 제도를 통해 웹툰 아카이빙이 본 궤도에 접어든 이후부터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인 후 2023년부터 일반 이용자 열람 서비스가 시행된 무렵까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부제가 ‘일반 열람 서비스 한 달 후기’다. 글쓴이에 따르면 아카이브에서 일반 계정으로 대여 열람 가능한 작품은 연재 완료된 작품 중 플랫폼에서 전체 유료화 서비스 후 1년이 지난 작품으로 제한되고 있었다. 그런데 대여 열람이 가능하게 된 작품 중에서도 막 전환된 초인기작을 아카이브에서 보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한다. 거의 모든 회차가 대여 중이었기 때문이다. 한 회차의 1인당 대여 시간은 약 10분인데 예약 대기자가 9999명이 몰려 있으니, 기다려서 본다면 10슬롯(동시열람자 10인) 작품이라고 해도 최대 160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최대 예약 편수는 30편이고 이걸 다 걸어두면 다른 작품의 대여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불편해 했다고 한다. 그래서 글쓴이는 인기작은 웹툰 플랫폼에서 편하게 보기로 했고, 아카이브에서는 숨은 명작을 찾아보는 것으로 열람 전략을 변경했다고 한다. 다른 독자들도 대부분 비슷한 방식으로 열람하게 되었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서 일반 열람 서비스 한 달만에 여러 일들이 일어났다. 아카이브에 들어오기 전까지 철저히 무명이던 작품이 아카이브의 숨은 명작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유명 영화감독의 첫 드라마 원작으로 선택되었다거나, 아카이브 일반 열람 서비스에 대응해 유료 플랫폼들이 작품 대여 비용을 낮추고 프로모션을 진행해 오히려 매출이 늘었다거나 하는 일이 우선 있었다.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초인기작의 아카이브 열람을 청소년과 아동에게 양보하자는 분위기가 일고, 일반 열람 서비스 이전부터 서비스되고 있던 기자-비평가 계정이 엄청나게 좋다는 점 때문에 만화비평가를 지망하고 준비하는 만화 애호가가 늘어났다거나 하는 등의 일이 일어났다. 무료 열람이 가능한 확실한 대안이 생기자 불법 웹툰 사이트에 대한 신고도 늘어나서, 아카이브 출범 후 사이트 폐쇄 건수가 상당히 늘었다고도 했다.

(각종 문서들을 읽다보니 웹툰을 읽고 싶다는 욕망이 더 커진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웹툰을 읽을 수 있는 걸까. <고우영 컬렉션>처럼 일반 공개로 열리는 웹툰이 있다면 좋을 텐데!)


2088년 2월 16일(월)

2020년대~2030년대에 웹툰이 그렇게 중흥했던 이유를 발견했다. 앞서 정리했듯이 독자 대여 열람 1건당 100원이 저작권자에게 지급되는 구조가 큰 역할을 했다. 2024년부터는 세금에 웹툰세가 도입되었다고 하는데, 공영방송 수신료의 일부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별다른 저항감 없이 안착되었다고 한다. 웹툰세를 통해 조성된 기금을 통해 대여 열람 이용료가 지급된 것인데, 그 구체적인 방식은 이렇다.

실제 대여량과 저작권자에게 지급되는 금액에는 차이가 있었다. 지급 가능한 대여횟수는 모든 작품을 통틀어 1분당 1회만을 인정했기 때문에 1시간 동안 저작권자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6,000원이었다. 하지만 24시간 쉬지 않고 발생하는 수익이기 때문에 한 달이 모이면 최대치는 400만원이 넘었다. 또 크게 인기없는 작품을 연재했던 작가라도 연재 완료 후 한동안은 100만원 이상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 웹툰 아카이브 일반 열람 서비스는 창작자에게 엄청난 돈을 쥐어주지는 않았지만, 작품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을 보장하는 사회 안전망으로서의 의미가 있었다. 어떤 작가들은 플랫폼 1년 유료연재 기간 동안 발생한 수익보다 아카이브 이후 발생한 수익이 더 많았다고 토로하기도 할 정도였다. 무료로 읽히더라도 수익은 나눌 수 있다는 것이 가지는 의미가 이렇게 컸던 거다.


2088년 2월 20일(금)

오늘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웹툰 한 작품이 게스트 계정도 볼 수 있도록 전체공개되었다. <설레는 기분>이라는 작품으로, 작품 정보에 작가의 부고가 기록되어 있었다. 68화 미완으로 남은 작품. 작가의 사후 70년이라는 구세계의 저작권 보호 기간을 고려하면 오늘이 쌈바 작가의 70주기 기일일 거다. 아마도 아카이브에서 작가 사망일을 기록해두고 저작권 보호기간이 끝나면 자동으로 공개되도록 설정해 둔 것 같다.

그렇게 읽게 된 웹툰은, 너무나 굉장하다. 당시의 생활상도, 사람들의 사랑 방식도, 세계의 형태도 모두 놀랍기만 하다. 섬세하고 아름다운 작품의 힘도 느껴졌다. 아카이브에 기록된 비평 정보에 따르면 <설레는 기분>은 백합이라 불리던 장르의 전설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한다. 이런 작품을 내 첫 웹툰으로 접했다니... 너무나 감격스럽다.

그리고 꼼수가 하나 생각났다. 서버 시간을 조작하면 거의 모든 작품이 전체 공개로 열리지 않을까?! 내일은 그걸 시도해 봐야지. 안되더라도 아카이브가 존재하는 한, 언젠가는 읽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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