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웹툰 불법 소비 문제는 독자의 책임 의식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웹툰을 합법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을 상상해보기
최윤주 2021.11.22



웹툰 불법 소비 문제는 독자의 책임 의식만으로 해결될 수 있을까?



1.

이번 칼럼에서는 웹툰 불법 소비 문제1) 해결을 위한 독자의 책임에 관해 논할 것을 요청받았고, 사실 해당 문제는 이곳 디지털만화규장각에서 이미 여러 차례 논의된 바 있다. 정민수는 웹툰을 불법으로 소비하는 이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데 지면을 할애했다. 창작자의 노고를 알지 못하는 이들에게 불법 소비가 사실상 ‘열정페이’를 강요하는 착취나 다름없음을 강조하고, 그렇게 창작의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결국 독자 역시 작품 감상을 지속할 수 없게 됨을 경고했다.2) 정용재는 조직적으로 운영되는 대규모 불법 사이트 현황을 정리했다. 만화 불법 유통과 관련해 일본 최대 규모의 사이트였던 ‘망가무라’를 중심으로 피해 규모를 산출하고 불법 사이트들이 디스코드 등을 통해 어떤 방식으로 범죄를 저지르는지 양상을 정리했다.3) 김동훈의 칼럼은 불법 소비 문제를 작가 입장에서 상세히 기술했다. 그가 우려한 수사기관의 전문성 부족은 문제의 심각성을 좀 더 체감하게 한다. 특히나 불법 공유 링크 삭제 요청부터 신고를 위한 저작권자 증명까지,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대부분의 대응이 작가 개인의 몫으로 함몰되어 있다는 진술은 문제 상황을 보다 구체적으로 예각화할 수 있게 했다.4)

앞선 칼럼들이 모두 유의미한 논의를 해주고 있음에도, 칼럼의 주제를 듣자마자 여전히 응당 이야기될 필요가 있다 생각했다. 문제의 해결은 지금도 요원한 상태고, 머리를 잘라도 잘라도 증식하는 히드라처럼 끈질기고 치명적인 이 불법 소비 문제는 결국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지속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플랫폼과 수사기관의 노력이 무색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웹툰에 정당한 대가를 치르는 것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는 독자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는 것에 조금도 이견이 없다. 다만 문제는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까 하는 것이었다.

동어반복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논의를 조금이나마 두텁게 하기 위해서 다른 질문을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웹툰 불법 소비를 근절하기 위해 독자 스스로 저작권 의식을 갖고 정당한 값을 지불하라는 요구는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과연 충분한 것일까? 어쩌면 저작권 의식을 함양하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것 사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허들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앞서 언급한 진흥원의 연구에서는 불법 소비자들을 심층 인터뷰하기 위해 16명의 표본을 모았고, 표본은 고등학생 2명, 대학생 9명, 무직 3명, 직장인 2명으로 구성됐다. 웹툰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비교적 저연령층을 중심으로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16명의 참가자 중 본격적으로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이가 두 명에 불과한 것은 우연일까? 같은 보고서에서, 지금은 검거돼 폐쇄한 대규모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였던 ‘밤토끼’를 특히 청소년들이 적극적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이 추정된 바 있는데 이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작가나 플랫폼은 캠페인 등을 통해 독자들의 인식을 개선할 것을 요구받거나 충분치 않은 형사처벌을 대신해 민사소송에 임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한편 독자는 개인이 저작권 의식과 창작자에 대한 애정과 존중을 갖고 스스로 적법한 소비를 하도록 요구받는다. 다른 이야기 같지만, 이들 모두 결국 문제를 민간 차원에서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그래서 이런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불법 유통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작가 개인의 노력이 과중하게 요구되는 것이 문제라면, 독자 책임의 영역 역시 좀 더 사회적인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왜냐하면 어떤 문제에 관한 ‘의식’이라는 것이 개인적 차원에서 길러질 일 만무하며, 나아가서는 그 실천의 영역조차 개인의 힘으로만은 지속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저작권 의식을 포함한 독자 의식이라는 것은 불모지에서 자생되는 무엇이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구성된 비옥한 토양 위의 배양과 자생 사이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웹툰을 공공적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은 그래서 필요하다. 만약 저작권 의식을 나름대로 함양하고 있는 독자가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웹툰 소비를 포기하는 것뿐일까?


2.

 ‘문화누리카드’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 문화 바우처 제도는 부분적으로나마 이 질문에 대한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문화누리카드는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의 문화 향유를 위해 정부가 직접적으로 비용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대상자의 삶의 질 향상과 문화 격차 완화를 목적으로 한다. 더불어 사회적으로 문화예술의 가치가 얼마나 인정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도 할 수 있다. 문화 바우처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대상자의 선택권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온오프라인 골고루 가맹점이 갖추어져 있고, 일부 웹툰 플랫폼 또한 제휴를 맺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아직은 미흡한 점이 훨씬 많다. 온라인 가맹점 카테고리를 살피면 스포츠나 여행 등을 제외한 콘텐츠 관련 문화 상품은 도서, 음악, 영화, TV, 공연, 전시로 그 구분이 꽤 세부적이다. 그런데 만화는 독립된 카테고리를 갖지 못한 채 ‘도서’로 분류되어 있다. 제휴를 맺은 업체는 네이버웹툰과 카카오페이지 정도만 확인된다(‘툰’, ‘코믹스’, ‘만화’ 키워드로 검색, 21.11.21). 도서의 경우 ‘교보문고’ 등 대형 서점과의 제휴만으로도 시중에 판매되는 도서 대부분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웹툰은 다르다. 웹툰은 특정 플랫폼이 특정 작품을 독점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가맹점이 적으면 그만큼 전반적인 접근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즉 바우처를 통해 웹툰을 소비할 수 있기는 하지만 그 범위와 양이 무척 한정적인 셈이다.



△ 문화누리카드의 온라인 가맹점 검색 페이지. 웹툰 역시 도서로 분류되며, ‘웹툰’이란 키워드로 검색했을 때 제공되는 가맹점은 네이버웹툰뿐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대안으로 ‘만화 도서관’을 이야기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으레 도서관에서 만화란 그 구비량이 무척 적고 어쩌다 신청하더라도 곧잘 반려되기 십상인 존재다. 하지만 최근에 이를수록 도서관은 단지 책 빌리는 곳이 아닌 책을 포함한 문화를 누리는 장소로 시민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있고 만화 도시를 표방하는 부천시는 이러한 변화를 적극 반영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2000년 2월 부천만화정보센터 만화정보관으로 출발한 부천 ‘만화도서관’은 현재 국내 최대 규모의 만화전문도서관으로 자리해 만화단행본을 비롯한 만화 관련 자료들을 제공 중에 있다. 그 외 몇몇 공공도서관 역시 작은 규모나마 만화 서가를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그중에서도 특히 만화 특화 도서관으로 전체 보유 서적의 15%가 만화인 오정도서관 사례를 주목할 만하다. 다른 도서관과 비교해 상당한 양의 만화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하고도, 해당 도서관에서 특별히 주목할 만한 점은 웹툰을 볼 수 있는 태블릿 PC를 제공하는 ‘Live 웹툰 코너’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만화 소비가 대부분 웹툰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음에도, 도서관에서 만화는 단행본 서적만 취급되어왔다. 처음부터 단행본으로 출간되는 그래픽노블이나 출간될 만큼 인기가 많은 일부 웹툰 작품을 볼 수 있던 것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오정도서관의 웹툰 코너는 도서관 내 최초의 웹툰 제공 사례이기에 의미가 있다.5)

 다만 현재로서는 사실상 기기 제공에 머문다는 한계가 있는데, 무료로 제공되는 네이버웹툰 정도만을 볼 수 있기 때문에 그 활용도가 그다지 높지는 않다고 한다.6) 그럼에도 이러한 시도는 무료로 제공되는 웹툰조차 사실은 전자기기 등을 필요로 한다는 간과하기 쉬운 제반 조건을 고민한 것이기에 유의미하다. 시공간적 제약에서 훨씬 자유로울 것 같은 화상 채팅의 경우도 사실은 원활한 참여를 위해서는 기기, 인터넷망, 화상 채팅에 참여할 수 있을 만큼 조용하고 독립된 공간을 필요로 하지만, 그러한 환경을 모두가 갖추고 있지는 않다는 사실은 곧잘 간과되고는 한다. 웹툰 역시 독자가 원활히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금전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기기나 인터넷, 감상을 위한 공간이 필요함이 기억될 필요가 있다.



△ 만화특화도서관 부천 오정도서관 내부. 단행본 만화 외에도 웹툰을 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다. 
(출처 : 부천시 공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bucheon-city/221665875242)

도서관을 통한 만화 접근성 향상 노력은 아직은 그 규모가 미미한 편인 것이 사실이다. 만화 서가가 따로 없는 경우가 더 많고 말했듯이 단행본 중심의 작품 보유는 최근의 만화 감상 문화를 충당하기에 부족함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일단 ‘만화 소외 계층’을 명명한 것에서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이는 만화 소비 환경을 조성하는 문제를 개인에서 공공의 차원으로 끌어올리려는 시도이며, 만화가 시민 모두가 향유하기에 마땅한 사회적 가치를 지닌 문화예술이라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창작자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서관은 자료 구매가 이뤄지는 최초의 한 번만을 비용으로 지불하는데, 이는 달리 말해 도서관 내에서 아무리 작품이 많이 읽힌다고 한들 창작자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없다는 뜻이다. ‘공공대출권’ 제도는 이러한 맥락에서 논의된다. 공공대출보상권이라고도 일컬어지는 이 제도는 도서관이 도서를 대출함에 따라 도서 판매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 저작자가 보상을 청구하는 것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30여 개의 국가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이를테면 영국의 경우 30개 공공도서관을 대상으로 대출 횟수를 집계한 뒤에 이를 전체 도서관의 대출 횟수로 추산해 저자와 일러스트레이터 등에게 비용을 지급한다(2017년 기준). 공공대출권은 아직 한국에서는 시행되고 있지 않지만, 최근 들어 좀 더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한정된 비용 안에서 운영해야 때문에 도서관은 다소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고, 창작자를 포함한 출판계는 적극적으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해서 도서관 쪽에서는 도서관 운영이 출판계 매출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것을 근거로 제도 도입에 난색을 표했는데,7) 그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업계 전반의 이익이 곧 창작자의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은 주지할 필요가 있다. 정말 ‘공공성’을 위한 것이라면 창작자 역시 그 공공의 영역에 마땅히 포함되어야 함을 문화예술로서 웹툰의 공공성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3.

노파심에 말해두자면, 웹툰 저작권이 독자의 사정에 따라 지켜지지 않을 수 있다며 면죄부를 부여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웹툰 저작권 의식이 단지 의식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반드시 실천되어야 하는 것임에도 계속해서 구멍이 발생한다면, 심지어 그 구멍이 특정 집단(혹은 계층)에서 유독 빈번히 발생한다면 공동의 노력으로 채워 넣을 수 있는 지점은 없는지 되짚어보자는 의도였다.

웹툰 불법 유통 실태에 관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만화의 유통 방식과 사회적 이미지는 언제나 긴밀한 연관 관계에 놓여 있었다. 이를테면 해방과 한국전쟁 와중 급증한 만화 소비 수요에 맞추기 위해 일부 공급자들이 일본의 인기 만화를 무단으로 번역해 출판한 바 있다. 당시 한국이 세계저작권조약에 가입하기 전이었기에 말하자면 ‘불법’은 아니었으나, 무단번역되고 저급한 편집과 제본을 거쳐 판매된 만화는 자연스럽게 ‘불량만화’란 이미지를 갖게 된 식이다.8) 만화가 불량하고 저급한 것이라는 인식에는 잘못된 유통 방식도 얼마간 혐의가 있던 셈이다.

이러한 관련성은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웹툰 불법 유통 사이트의 운영자들은 불법 성인 및 도박 광고를 통해 이익을 얻는데, 이 말은 즉 불법한 형태로 웹툰을 볼 경우 작품과 불법 광고가 동시에 전시됨을 의미한다. 마치 저급한 수준의 번역과 편집으로 소비된 옛 ‘불량만화’처럼, 웹툰 역시 불법으로 소비될 때 이러한 읽기 경험의 손상이 불가피하다. 웹툰이 갖는 사회적 이미지 또한 훼손될 것이다. 불법한 유통 방식으로 인해 웹툰 향유 경험 자체가 얼룩지는 일은 웹툰 시장이 겪는 경제적 피해 등과 비교해선 사소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초점을 독자 의식에 두고 장기적으로 살핀다면 이러한 악영향 역시 지나칠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서 살핀 문화 바우처와 만화 도서관 사례들은 어느 정도 대안으로서 기능하고 있다고 믿지만, 이제 막 시행 초기 단계 수준의 지원은 문화예술로서 웹툰의 입지가 아직 충분치 않음을 확인시켜주기도 한다. 서두에 언급했던 김동훈의 칼럼에서, 그는 법률적 처벌의 안일함을 논함에 있어 지나치게 느슨한 청소년 처벌 문제를 언급한 바 있다. “법을 잘 모르고 단순히 웹툰이 좋아서 여러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게시했을 미성년자 등을 위해 그런 것이라면 불법은 불법임을 알려주는 것이 상식적인 사회의 구성원, 성인으로 이끌어주는 것”이라는 그의 의견에 나 역시 동의한다. 거기서 더 나아가 정말로 청소년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만화가 없어도 그만인 불량 유희거리가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가 즐길 가치가 있는 문화예술이란 것을 인정한다면 청소년들이 보다 건강한 환경에서 웹툰을 향유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음지에서 얼룩져가는 웹툰 불법 소비 문제가 개선돼 더 많은 이들이 양지에서 웹툰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길 바란다.



1) 사실 웹툰을 보기 위해 어떤 돈과 재화도 지불하지 않는데 ‘소비’라는 표현이 적절할까 하는 의혹이 들기도 하지만, ‘불법 웹툰’이라고 표현할 경우 웹툰 자체가 불법이라는 왜곡된 인상을 남길 경우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본고에서는 ‘웹툰 불법 소비’ 혹은 ‘웹툰 불법 유통’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자 한다.

2) 정민수, 「[전문가 칼럼] 웹툰은 공짜? 웹툰 불법 소비의 심리와 극복방안」, 『디지털만화규장각』, 2019.11.11. http://dml.komacon.kr/webzine/column/27268

3) 정용재, 「[글로벌리포트] 조직화, 분업화되고 있는 불법웹툰 공유 실태 현황」, 『디지털만화규장각』, 2021.04.27. http://dml.komacon.kr/webzine/column/28162

4) 김동훈, 「불법 웹툰의 그림자 : 왜 불법 웹툰을 없애기 어려울까」, 『디지털만화규장각』, 2021.04.23. http://dml.komacon.kr/webzine/column/28117

5) 이승진·박성희, 「부천 만화도서관 클러스터 조성 연구」, 『만화애니메이션연구』 58,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2020

6) 관계자에게 직접 문의.

7) 송현경, 「공공대출보상권 “도입 필요” vs “신중하게 검토를”」, 『내일신문』, 2021.11.04, http://m.naeil.com//m_news_view.php?id_art=403653

8) 박석환·김숙·이민영·서희정·강민지, 「만화웹툰 불법유통 실태조사」, 한국콘텐츠진흥원,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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