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일본]일본 최초의 무료 만화 주간지 탄생
선정우 2006.12.01
한국과 일본은 비슷해보이지만 많은 차이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한국에는 무가신문이 여러 종류 창간되어 스포츠신문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 최근 몇 년간 자주 뉴스가 되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한국에 비해 무가신문의 활성화가 거의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무가신문은 「메트로(METRO)」가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21개국 69개 도시에서 발행되고 있지만, 대부분이 유럽과 북미에 치우쳐 있고 아시아에서는 한국의 서울과 부산을 제외하면 홍콩이 유일한 발행 도시이다. 즉 아시아 발행 3개 도시 중 2개가 한국인 것이다. 그에 비해 일본에서는 프리 페이퍼(free paper)라고 불리우는 무가신문의 영향력이 한국에 비해서는 아직 많이 낮다.

[메트로 서울] 공식 사이트 (http://www.metroseoul.co.kr)
메트로 서울 공식 사이트

이러한 일본의 상황은 비단 무가신문만이 아니라 무가잡지에서도 별 차이가 없었는데, 최근 들어 일본에서도 무가신문과 무가잡지가 다수 등장하여 조금씩 화제를 모으며 규모를 넓히고 있다. 「R25」, 「핫페이퍼」 등의 프리 페이퍼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데, 그런 와중에 일본에서도 드디어 무료 만화 주간지가 2007년 1월 16일 창간되었다. 「코믹 검보(GUMBO)」라는 제목의 이 잡지는 2006년 8월 창업한 벤처 출판사 데지마에서 창간한 잡지로 20∼40대 남성 독자를 대상으로 10만부를 발행하여 매주 화?수요일(오전 8∼11시, 오후 5∼8시)에 도쿄 중심가와 요코하마, 치바 등 수도권 30곳의 전철역 부근에서 직접 손으로 나눠줄 예정이라고 한다. 크기는 일반 잡지와 마찬가지인 B5판형에,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두께는 일본의 보통 청년만화잡지의 반 정도인 230페이지다. 그 중 26페이지를 광고로 채워 제작비를 충당할 생각이라고 하는데, 뿌리깊게 고정되어 있는 일본의 도서 유통망을 대체하고자 하는 이 시도가 과연 어느 정도로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코믹 검보] 공식 사이트 (http://gumbo.jp)
코믹 검보 공식 사이트

일본에 있어서 무가지의 최대 이점은, 신규 회사나 잡지가 취득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유통회사의 잡지코드 취득을 무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도서 유통은 한국 이상으로 누적된 문제가 상존하고 있는데, 그 문제들의 근원은 결국 일본 전국의 방대한 서점과 출판사를 단 두 개의 초대형 도서유통회사가 양분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한다. 이 두 회사의 잡지코드를 취득하지 않고서는 실질적으로 만화잡지의 발행이 불가능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데, 새로 창업한 소규모 회사가 거래를 시작하기에는 난관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의 도서유통은 편의점의 등장과 최근 인기를 끈 100엔샵, 아마존 저팬을 비롯한 인터넷서점 등 다양한 유통 라인이 발생하면서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는데, 이번 무가잡지의 등장 역시 그 일환으로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코믹 검보」의 사장 겸 편집장 카이 아키히코씨는 일본 마이니치신문 2007년 1월 13일자에 "(지금까지) 출판사는 (만화 단행본의 판매가 잘 되었기 때문에) 만화잡지에 광고를 적극적으로 싣지 않았습니다. 거기에 무가지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생각에 도전했습니다"라고 코멘트했다. 「코믹 검보」는 ①신규 회사가 ②잡지코드 취득없이 ③갑자기 10만부라는 대규모 발행부수를 기록할 수 있다는 장점을 믿고 창간한 것이다. 잡지 자체는 무가로 배포하고 더불어 PC와 휴대전화로도 무료 서비스를 시작한다. 제작비는 기본적으로 광고비로 충당하고, 잡지에 연재한 작품을 단행본화하여 판매하는 것을 통해 회사를 운영하겠다는 취지인 것이다. "무료로 만드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부터 새로운 만화 잡지를 만들어봤자 기존 잡지에 이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기 때문이죠. 현실적으로 생각해봐도 모르는 잡지에 300엔을 받겠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무료라면 일단 읽어는 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발행부수가 10만부인 것에 대해) 전국에서 판매되는 인기 잡지가 30만부 규모입니다. 「검보」는 수도권에서만 배포되니까 계산 상으로는 인기 잡지와 비슷한 정도의 독자를 확보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도쿄신문 2007년 1월 13일자에 실린 카이 편집장의 이런 코멘트들의 내용은 일단 수긍이 간다. 하지만 과연 일본 만화독자들의 보수적인 독서 경향이 의도대로 변화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일단은 1월 16일 오전 7시부터 배포된 첫 10만부는 예정보다 일찍 배포가 완료되었다고 한다. 이런 추세가 다음주, 다다음주 계속 이어질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다.

한국에서는 무가지에 관한 시도가 당초 무가잡지로 시작되었으나 결국 무가신문으로 정착되었다. 그것은 만화 중심의 무가지 역시 「야후 매니아」, 「월간 Na」, 「즐김」 등 다양한 무료 만화잡지가 존재했으나 전부 폐간되었고, 「데일리줌」이라고 하는 무가신문만이 현재까지 살아남은 것만 보더라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데일리줌」 역시 결국 초기의 만화 전문 무가지라는 의도와는 다르게 현재는 다른 무가지나 스포츠신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정도 수의 만화 작품만을 연재하고 있다.) 이러한 형식의 변화가 일본에서도 있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예를 들어, 「코믹 검보」와 비교하면 부수에 차이는 나지만 일본의 대형 신문사 마이니치신문사는 월간 만화 무가지 「만탄 브로드」를 전국 850개 서점에서 배포 중이다. 「코믹 검보」의 결과에 따라 다른 업체들의 신규 참여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시장의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지는 그 후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데일리줌] 공식 사이트 (http://www.dailyzoom.co.kr)
데일리줌 공식 사이트

무료 만화 주간지 「코믹 검보」 이외에도 2007년 1월 4일에는 일본의 코미디 중심의 연예기획사로 유명한 요시모토흥업이 올해 봄, 신규 만화잡지의 창간을 발표했다. 전체적으로 축소 경향에 있다고 하는 일본 만화잡지 시장이지만(일본 출판과학연구소에 따르면 2006년 1∼10월까지의 잡지 판매고가 전년대비 4.7 감소), 신규 참가는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날지, 앞으로의 일본 만화 시장을 파악하는 데에 중요한 정보가 될 것이다.

 
데일리줌
최초의 만화 전문 무료신문으로 창간되었던
초기의 [데일리줌]
 
만탄 브로드
일본 마이니치신문이 발행하는 월간 만화
무가지 [만탄 브로드]
일본의 각종 만화잡지
일본의 각종 만화잡지

※본문에 실린 이미지는 전부 필자 본인이 직접 촬영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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