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신일섭
차대원 2001.05.01

곧, 아마도 곧, 오랜만에 물질세계에서 인디잡지를 볼 수 있을 듯하다. 히스테리의 발간인이었고 온라인 Comix(http://www.comix.co.kr)의 발간인이기도 한 신일섭씨와 Comix 필진들이 주축이 되어 올해 상반기 중에 발간될 만화잡지 Comix가 바로 그것이다. 침체된 만화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인지, 꺼져가는 인디만화의 촛불을 다시 타오르게 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해보고 선전도 해줄 겸 홍대 근처에 있는 그의 작업실에서, 빨간 츄리닝과 모자를 쓴 신일섭씨를 만났다.

인터뷰 일시 4월 27일

온라인 Comix 이전의 상황을 간단히 설명해 달라.

만화실험본이 1995년에 나왔고, 히스테리의 시작이 1997년 2월이었다. 1998년에 휴지기가 반년 정도 있었고, 1999년 2월, comix를 서비스하기 시작하였다.

특별히 쉰 이유가 있었는가.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자본 문제였다. 그때가 바로 청소년 보호법이 발동되던 시점이어서, 이전까지 3000부씩 나가던 히스테리가 서점에 비치될 수 없게 되면서 팔리지 않게 되었고, 때마침 IMF도 터져서 결국 폐간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만화계의 모든 난관은 역시 청소년보호법에서 나온 것이고, 히스테리라고 예외는 아니었다.

히스테리에서 코믹스로 바뀌면서 세대교체가 제법 되었는데.

대부분 기성 작가로 빠져나갔다. 몇몇 작가들이 남고, 또 comix를 통해 새로운 작가가 발탁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루어졌다.
인디만화로는 생활에 필요한 수입을 얻을 수 없다. 시간과 노력을 들여가면서 작품활동에 전념할 수 있지 못하기 때문에 작품에 몰입할 수 없게 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작가 개인들이 가족의 생활을 책임져야 할 나이가 되자 어쩔 수 없이 빠져나간 경우가 많았다.
이것이 인디만화계의 한계이다. 기존 작가가 꾸준히 작품활동을 계속해 주어야만 인디 만화계가 성장하고 성숙할 수 있는데 생활문제로 자꾸 빠져나가고 새로운 작가군이 새롭게 시작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 외의 문제점은 없는가.

comix 자체의 부족함도 많다. 일단 다른 인디만화잡지가 그렇듯 comix도 고료를 일절 지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최고의 질을 가진 작품을 바랄 수 없다는 것이 첫 번째로 지적될 문제일 것이다. 그와 연결되어서, 새로운 작가들은 계속 만들어지는데, 그들이 활동할 수 있고 작품이 재생산 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는 것도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제까지는 아무래도 독자들이 만족할 만한 퀄러티를 보여주지 못하였다. 완성도가 메이져 만화에 비해 떨어지는 것은, 극복해야 할 과제이지만 현실적으로는 힘들다.

현재 인디만화에 닥친 문제의 해결책은 세가지이다. 독지가가 나서서 자금을 대주던지, 인디 작가가 독보적인 카리스마로 매니아 독자를 확보하던지, 상업성과 개성을 둘다 살리는 방향으로 작품을 만들어내 자체 재생산이 가능하게 하던지. comix의 선택은 뒤쪽의 두 개이다.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는가.

사비로 충당하고 있다. 그래도 히스테리때보다는 확실히 적게 드니까, 별 문제가 안된다. 웹디자인의 경우도 가족이 해주고 있기 때문에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하고 작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작업실을 마련해서 유지하는 것 정도 외에는 거의 돈이 들지 않는다.
언더만화 자체로는 절대로 돈이 되지 않는다. 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한국작가는, 일정한 나이가 되면 가족을 부양해야 한다는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에 더욱 생활에 대한 과부하가 걸린다. 후배작가들에게 생활할 수 있도록 뒷바라지를 못한다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작가는 어떻게 모으는가.

comix를 통해 공개적으로 원고를 받아 모집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아마추어 회지를 보면서 개인적으로 섭외하는 경우도 있다.

초록배매직스와 연계, 오프라인상에서 출판작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쪽 사정은 어떠한가.

역시 적자상태이다. 초록배매직스역시 돈보다는 인디문화에 대한 관심으로 투자한 것이다.

오프라인 만화잡지 comix는 언제 출간될 예정인가. 원래 4월 중순으로 계획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 5월 중순경 편집이 끝나고 6월 중에 출간될 계획이다. 잡지의 질을 높이기 위해 여러차례 마감을 두고 만족할 만한 수준의 작품이 나올 때까지 원고 수정을 하였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다.

자금 외의 문제는 없는가.

표면적으로는 많은 문제가 있으나, 최종적으로는 언제나 자금이다. 작가의 잦은 교체로 인해 Comix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언제나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따지고보면 이것도 역시 자금문제이다. 만화가 상품으로만 인식되고 원고를 돈으로 너무 쉽게 환산하는 분위기 때문에 오랫동안 작가가 활동할 수가 없다. 창작자로서의 작가, 작품이나 예술으로서의 만화를 사고하는 세대가 나와야 한다. 인디만화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 시간이다. 시간을 들여서 꾸준히 작업을 해나가면 언젠가는 작가는 대중과 소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작가들은 기다리지를 못한다. 기다리면서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하면서도 대중성을 겸비할 수 있을텐데도, 지금의 작가들은 너무나 쉽게 결과를 바란다.

단행본 판매상황은 어떠한가.

꾸준히, 적게 나가고 있다. 저변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홍보의 미비도 그렇고 인디만화 자체의 질도 문제이다. 지금의 인디만화는 인디만화에 관심을 가진 독자들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자체적인 반성을 통해 질을 높이고 저변을 확대해야만 한다.

Comix는 단행본처럼 초록배매직스에서 출간되는가.

아니다. 타 출판사를 섭외중이다. 인디만화라 하더라도 기존 상업지와 경쟁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유통과 홍보를 더욱 확실하게 담당해 줄 출판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좀더 인정받고, 좀더 쉽게 소통을 하기 위해서라도 메이저 출판사의 유통과 홍보, 관리가 필요하다.

Comix 1호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해달라.

오프라인으로 출간되는 잡지 Comix는 원래는 월간으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잡지의 질을 생각해서 격월간을 예정하고 있다. 인디만화 최고의 퀄러티가 보장될 때까지 마감을 5차례나 두고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외국의 경우는 인디만화가 완전히 장르화되어 있다. 한국은 인디만화의 토양이 아직 척박하기 때문에 외국과도 비교할 만한 질을 갖추어 한국 인디만화를 내세우려고 한다. 외국에서도 Comix는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 명성에 걸맞는 질을 구현토록 노력하고 있다. 이제까지 Comix에 발을 담은 적이 있는 작가의 80 이상을 새로 섭외해서 원고를 받는 중이다. 고료는 없고, 만화의 수준은 아주 만족할 만하다.

만화 외의 기획은 없는가.

숨은그림찾기라든지, 만화평론과 같은 것도 있다. 일반 만화잡지와 비교해서 전혀 손색이 없다. 만화평론은 만화비평웹진인 두고보자(http://www.dugoboza.net)의 필진들이 담당해 줄 것이다. 전문성을 갖춘데다가 젊고 역량있는 필진들이어서 아주 기대하고 있다. 물론 고료는 없다.
잡지 바깥에서의 일이라면, 각종 이벤트나 경보대회같은 것도 기획중이다. 그때 직접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반서점에 들여놓을 계획은 있는가.

들여놓고 싶다. 그리고 들여놓을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은 3000부를 찍을 예정인데 출판사의 역량에 따라 서점에 들여놓을 지의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

이제까지의 온라인 Comix와의 차이점은?

Comix는 이제까지의 인디/언더 만화 중 잡지와 단행본을 모두 포함해서 가장 대중성이 있을 것이다. 표지부터 내용까지 상업지와도 경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온라인 Comix에서의 초점은 키치였다. 유행으로서의 키치가 아니라 개인적인 취향에 인한 것이었다. 그리고 몇 년전부터 우연히 키치가 유행을 타기 시작했다.
그런데 만화에서는 키치가 절대로 안된다. 나는 이것을 깨닫는데 10년이 걸렸다.
"만화는 가볍다."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상태에서 키치와 결합하면, 만화자체가 저급하게 보이고 키치가 가지는 신선함이 모두 달아나버린다. 한국에서 키치적인 만화그리기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오프라인 Cimix에서는 과감하게 이제까지의 키치적 취향을 버릴 것이다.
이외에도 여성작가가 늘어나서 여성적인 면이 부각되는 것도 차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Comix는 상당히 남성작가가 많았고, 남성적인 취향을 많이 드러내었었는데, 이제는 여성작가와 독자들도 있기에 다른 분위기가 될 것이다.

인디만화는 단조롭고 비슷하다는 시각이 팽배해 있는데, 장르를 나누지는 않는가.

물론 장르도 나누었다. 우리가 보면 다양할지 몰라도, 대중이 보는 인디만화는 언제나 어둡고, 거칠 수 있다. 재생산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장르를 구분짓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애초부터 기획회의를 통해 전략적으로 장르를 나누었다. 메카스포츠, 액션, 학원물, 연애물, 실험적 만화, 작가주의 이 모든 것을 인디만화에 담아낼 것이다.

칼라인가?

표지만 칼라이다. 가격을 4000원대로 잡고 있기 때문에 칼라원고가 들어갈 여지가 없다. 그 경우 가격이 6000원대로 뛰어버리기 때문이다.

재생산이 가능할 것 같은가?

3000부가 다 나갈 경우에는 재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안나갈 경우에는 인세를 받지 못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만화가 3000부가 나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모두 알 것이다.
말했듯이 우리는 Comix에 인디만화의 사활이 걸려있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 활동했던 작가수를 다 동원하면 30명 정도 된다. 모든 작가들에게 연락해서 꽤 많은 수의 작가들에게 원고를 받고 마감을 여러차례 두고 있다.

10년전, 인디만화가 초창기일 때는 작가 개인에게 완성도를 맡기는 풍토가 강했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자유스럽고 어떻게보면 자의적인 원고가 많았었다. 그러나 이제는 작가가 스스로 자신의 작품의 질에 대해 책임을 질 때가 되었다. 그렇기에 타이트한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상업지와 경쟁을 하고 인디만화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당연한 일이다.
이제 언더만화의 재생산은 가능하다. 이제까지는 관심은 있었지만 소비하지 않는 독자들이 많았지만, 충분한 질이 보장되었을 때는 소비도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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