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만화가 모해규
차대원 2001.05.01

1996년 7호까지 발행되고 잠정적으로 정간된 인디만화잡지 화끈은, 최초의 인디만화잡지이며, 당시의 화두인 문화, 인디를 만화에 반영했고, 멋지게 메이져로 뛰어올라간 독립 작가군을 배출해냈고, 자본의 문제로 장렬하게 전사하였다. 부활의 시기는 닷컴과 함께, 웹진과 함께였다. 닷컴과 벤쳐의 열풍이 불 그 시점, 웹 상에서 디지털로 부활한 화끈(http://www.hottoon.net)은,핫툰이라는 이름으로 좀더 자유롭게, 좀더 독립적으로 독자들과 만났다. 그리고 지금, 에너지 부족으로 동면중이다.

화끈의 발행인이자 핫툰의 편집장이라는 것은 인디만화계의 발행인이자 편집장이라는 말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일시적 기능 정지의 원인에 대해 듣기 위해 핫툰의 편집장 모해규를 고구마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핫툰의 사무실은 미로와도 같은 충무로의 인쇄 골목에 있었다. 몇번이고 돌고 돈 끝에 찾아간 작은 건물의 이층 역시 미로처럼 구불구불하였다.

인터뷰 일시 4월 25일

핫툰이 최근 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3월에 서비스 개선과 함께 중단한 이후 꽤 침체되어 있는 듯한데.

지금은 본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국내 만화계 자체가 워낙 불황이고, 화끈 운영자나 작가진 역시 침체기에 있는 것이 사실이여서 업데이트 뿐 아니라 핫툰 운영이 상당히 힘든 상태이다.

자금은 어떻게 조달하는가.

지원받고 있는 곳은 전혀 없다. 투자도 후원도 없다. 현재는 오프라인 잡지인 화끈은 중단상태이고, 핫툰 웹사이트만 운영 중인데, 모두 자비로 부담하고 있다.

운영진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가.

현재 운영은 나를 포함, 두 명이서 하고 있고, 작가가 한 명 있다. 노동력은 모두 이들의 인력으로 충당하고 있고, 웹호스팅비가 조금 나간다. 그 외에는 그다지 큰 자본이 들어갈 만한 일을 벌이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돈이 들어가지도 않는다. 핫툰 웹사이트에도 적혀있지만, 핫툰 연재 작가에게는 고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최근 url을 http://www.hottoon.com에서 http://www.hottoon.net으로 바꾸었는데,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접속을 하지 못하였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는가?

자본 문제라던지, 그런 것은 아니었다. http://www.hottoon.com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이 아니라, 작년까지 함께 일을 하시던 분이 개인적으로 소유하고 있던 도메인이었다. 개인 사정으로 그분이 나가시면서, 새로운 도메인이 필요하게 되었고, http://www.hottoon.net으로 바꾸었다.

그 외에도 자주 서버가 바뀌어서 접속이 되지 않거나, 링크가 깨지는 일이 종종 있었는데.

서버를 하나 돌리는 것은 엄청난 운영비를 필요로 하기에 핫툰은 독자 서버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서버 관리를 자주 바꾸었다. 그만큼 이전도 잦았고, 연결이 안되는 일도 종종 있었다. 여기서 일하시는 분이 다니는 회사의 컴퓨터에 서버를 물려놓았던 적도 있을 정도였다. 지금은, 서버쪽은 꽤 안정적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핫툰의 업데이트 주기는 어떻게 되는가.

일단은,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원칙으로 세워놓고 있다. 그렇지만, 지금은 자본이 전무한 상황이어서 작년에 자본을 끌여들여 활동한 것만큼의 규칙적인 업데이트는 상당히 힘든 상황이다.

자본 외의 문제점도 있을 듯한데.

모두 맞물리는 이야기겠지만, 작가에 관한 문제가 첫 번째이다. 작년 만화시장의 침체로 타격을 많이 받았다. 언더 만화, 인디 만화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기존의 만화 시장의 경기와 많이 맞물려 있기 때문에 작년에 흩어져버린 작가들이 많았다.
현재 다시 모이는 중이고, 재정비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화끈의 시작에 대해서 설명을 듣고 싶은데.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1996년에 시작하였다. 당시 문화적 화두는 인디, 즉 독립이었다. 젊은 작가들 중심으로, "독립"이라는 의미에서 기존의 만화시장, 기존의 작가 시스템, 기존의 출판구조, 기존의 유통구조로부터 독립하고자 인디만화지 화끈을 창간하였다. 5월에 시작해 월간지로서 7호까지 냈다.

1996년까지의 화끈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여러 가지 힘든 점도 있었지만, 인디 만화계의 시금석이 되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다. 최초의 본격적인 언더/인디 만화잡지라는 점, 일본 만화의 대량 유통으로 잃어버린 작가들의 데뷔 공간을 마련했다는 점 등은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당시 무가지로 배포했던 것으로 아는데.

정확히 말하자면 무가지는 아니다. 통신판매, 그리고 회원을 모집해서 회비로 충당한, 유가지에 가까운 성격의 잡지였다.

그러한 구조로 수익모델이 성립되는가.

물론 안되었다. 제대로 된 수익모델을 정립하지 못한 것도 정간(모해규는 폐간이 아니라 정간이라고 표현하였다. 실제로 2000년에 두 번의 책이 나왔고, 앞으로도 출판만화를 내겠다는 각오(!)가 되어 있기에, 일시적이고 잠정적인 정간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의 큰 이유 중 하나이다. 인디만화라 하더라도 출판만화를 지향하는 한, 제작과 유통에는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나 화끈은 자본을 전혀 확보하지 못하였다.

자본의 부재 외에, 화끈의 정간 이유가 더 있는가.

앞서 잠깐 이야기하였지만, 지금과 같은 형태로, 작가들의 문제가 있었다. 화끈은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를 담는 그릇으로서 출발하였다. 그러나 작품성, 능력, 정확하게 말하자면 작가들의 기능적인 면에서 한계가 많았다. 자본문제와 아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덧붙이자면, 개인적으로 건강이 몹시 좋지 않았던 것도 한몫하였다. 거대하고 분화된 체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한두명의 신상 문제가 큰 걸림돌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정확히 언제부터 웹진 핫툰을 시작하였는가.

1998년 2월부터 시작해서 현재 43호가 올라와있다. 다음달에 44호를 업데이트 할 예정이다. 아마... 업데이트 될 것 같다.

인터넷을 화끈의 무대로 삼은 정확한 이유는 어떻게 되는가.

당시가 바로 웹진이 생기기 시작하는, 바로 그 시점이었다. 스폰지와 같은 만화 웹진이 최초로 생기기 시작했고, 핫툰도 바로 뛰어들었다.
웹은, 화끈이 정간하게 되었던 가장 큰 문제였던 자본의 한계를,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뛰어넘을 수 있는 공간이었고 출판 만화잡지보다 유통 경비가 절감된다는 이득이 있다. 유통뿐 아니라 생산도 자유롭다는 것, 이것은 언더 만화, 인디 만화가 생존하고 확장하기에 가장 큰 이점으로 작용하였다. 화끈을 지속시킬수 있는 방안으로 우리는 핫툰을 선택하였다.

그 예상이 맞아떨어졌는가?

어느정도는 되었다고 생각한다. 1998년부터 2년간은 성공적으로 운영되었다. 작년, 닷컴이 붕괴하고 만화시장이 고사하기 전까지는.

핫툰이 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역시 같은 이야기겠지만, 자본문제이다. 이것은 핫툰 자체의 문제, 만화계의 문제와도 연결이 되는데, 인디 만화잡지건 메이저 만화잡지건 독자적인 수익구조를 가지고 안정적으로 운영이 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기본적인 운영의 바탕이 된다.
핫툰이 출발하고부터 2년, 핫툰은 수익구조를 전혀 만들어내지 못하였다. 그동안 핫툰과 함께 활동하던 작가들은 메이져급으로 성장하였고, 메이져 출판으로 데뷔한 작가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 제 1세대 작가군을 대체할, 새로운 작가군을 찾는 것에는 실패하였다. 메이져 작가들은 원고료를 받고 만화를 그려야 한다. 그러나 핫툰의 경우 무고료를 원칙으로 삼고 있다. 새로운 작가군이 형성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핫툰을, 화끈이 시작하였던 당시처럼 동인지나, 문화운동지 성격을 유지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 생활이 걸려있고, 그동안 상황도 바뀌었는데, 언제까지 1996년 그대로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핫툰 자체가 발전하지 못하였기에, 새로운 작가군을 찾지 못하고 현재의 난관에 봉착하였다.

현재 작가진에 질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뜻인가.

그렇지 않다. 핫툰에 명백한 방향이 있거나, 잡지 출판을 목적으로 작가의 질을 맞추는 것이 목표는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새로운 작가군이 군집으로서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작품성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핫툰과 생각을 공유하고 방향을 공유할 작가가 부재한다.

핫툰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한국만화계 자체가 위기에 봉착하였기 때문이다. 수익구조의 문제뿐 아니라, 차근차근 밟아올라가야 할 포석(인디)들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메이져 만화계의 문화가 튼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문제를 메이져 만화계에서도 겪고 있다.
핫툰은 새로운 작가진의 열정이나 야심, 혹은 운영자, 기획자, 편집자들의 열정이 부재한 상황이다. 한국만화의 문제일뿐 아니라 인디 문화의 한계이기도 하다.


화끈이 최종적으로 메이져 진출을 목표로 한다고 하면, 화끈을 메이져로서 받아들여 줄, 수용시장이 없다는 것이 문제가 될 것이다. 만일 화끈이 인디로서의 성격을 계속 강화해 나간다고 하면, 인디 문화의 양적인 부재가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다. 메이져든 인디든 양쪽이 막혀 있기 때문에, 솔직히 화끈은 사면초가의 상태이다.
인디는 인디 혼자서 존재할 수 없다. 확실한 메이져 문화가 있고서야 반대급부의 문화, 인디로서의 성격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데, 지금은 한국만화계 자체가 문화를 논할 만한 바탕이 없다. 핫툰이, 화끈이 고전하고 있는 것은 만화계의 총체적 문제에서 기인한다.

메이져 만화계에서 파생된 문제가 언더 만화계에까지 영향을 준다고 설명하였는데, 언더 만화계와 주류 만화계의 관계에 대한 생각은 어떠한가.

언더와 인디는 주류의 보완이고, 일종의 단계라고 생각한다. 인디 만화계에서 작가를 배출하여, 그가 실력과 대중성을 인정받아 메이져로 진출한다면, 인디 만화계가 할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은 많이 있어왔다. 홍은표와 같은 작가들이 대표적인 케이스이다. 이런 것이 인디 만화잡지의 역할이고, 또 이제까지의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 작업이 인디 매체의 본분인 것이다.
그러나 최근, 새로운 작가진이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 그들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대중성을 겸비해 메이져로 진출하던, 작가주의를 기반으로 언더에 남던, 새로운 작가군의 형성은 필수적인데, 그것이 되지 않고 있다. 메이져 자체가 고사하였기 때문에 언더 혹은 인디 문화에 대한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화계가 자본력이나 상업적인 면 외에도 전반적으로 상당히 침체하였다는 말 같은데.

침체가 아니라 패닉이라고 말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물론 긍정적으로 본다면, 그럴수록 새로운 출발과 시도가 가능할 수도 있다.
일본 만화가 본격적으로 출판되기 시작한 지 10년, 일본만화에 투입된 자본이 쓰라린 실패를 안고 물러나기 시작하였다. 그 자본을 돌려 중년의 한국만화를 일으켜 세우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인디 만화계에서는, 젊은 작가들이 작가주의나 작품성을 가지고, 그리고 한국의 만화작가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성장하기 위한 발판으로서의 매체, 잡지를 만들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1996년의 화끈 창간과 상당히 맞물리는 내용인 듯하다.

젊은 작가들의 출구가 막혔기 때문에 현재의 만화계의 고사가 나타났다고 생각하는데, 화끈은 이 끊어진 고리를 다시 만들기 위해 창간되었다. 부분적으로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한다.

성과를 거두었다고 해도, 지금은 원점 상태인데.

지금은, "처음으로 돌아왔다."는 느낌이다. 5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더욱 열악해졌고, 그때의 그 작업들을 지금 다시 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가 크다.
그때도 지금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지만, 당시는 80년대 운동권 세대들이 공유한, 정치적·문화적 역량이 존재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무엇으로 사람들을, 문화를 묶어낼 수 있을 것인가가 일단 의심스럽다. 추진력의 문제도 같은 이유로 부재하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지쳤다. 나 자신부터도 다시 시작할 수 있을지, 상당히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핫툰 운영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인가.

아니다. 계속 운영하는 것이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대중성을 가지고 하나의 매체로 자리잡는 것이 핫툰의, 화끈의 목표이다. 화끈이라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전 인생을 걸어서 완성해야 할, 하나의 작품이다.

작년에 두 번 무크지가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무크지는 아니었다. 우리는 앨범 형식이라고 부르는데, 정확한 표현인지는 모르겠다.
자본을 들여서 출판하였고, 이름은 역시 화끈이었다. 결국 자본의 문제로 두 번만 내고 중단되었지만.
핫툰 연재와는 상관없이 "원고료를 지급하여" 원고를 청탁하여 출판하였다. 김형배, 오세영, 최인선 등의 기존 메이져 만화계의 작가와 핫툰에서 만화를 연재한 작가, 새로운 작가들의 작품을 앨범 형식으로 해서 만들었다. 완성된 형태는 아니지만, 이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대강의 아웃라인이다. 아마도 화끈은 최종적으로는 이와 비슷한 구성을 지니게 될 것이다.

출판만화 화끈의 최종적인 목표는 어떠한가.

언젠가는, 성격이 무엇이건 간에 "상업적"인 잡지가 되는 것이 목표이다. 언더나 인디가 상업성을 배제한다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언더는 극단적으로 메이져를 배격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의 문화를 대중화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화끈은 대중잡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고 독립적인 출판과 유통을 거치는 인디잡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완전히 작품성과 작가주의로 승부하는 언더만화잡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어떤 성격을 가지던 간에 상업성을, 즉 시장을 가진 잡지로서 지속적인 출판을 하면서, "상업적"인 작가를 배출해내는 것이 화끈의 최종 목표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만화 현실에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다.

핫툰의 온라인 만화를 오프라인에서 출간할 계획은 있는가.

있다.
작가와 작품의 역량이 다듬어지면, 단행본으로 묶어낼 계획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는 불투명하다. 지금은 다시 차근차근, 시간을 두고 시작할 때인 것 같다. 한국 만화가 여기서 끝난다 하더라도 작가들은 남아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생길 것이다. 시간을 들여 정석을 밟아나갈 생각이다. 서두르지 않고.

사무실을 나와 다시 지하철로 가는 길에서, 두 번이나 길을 잃었다. 햇빛이 들지 않는 미로처럼 뻗은 골목은, 모해규 편집장이 바라보는 한국 만화계같기도 하다. 처음부터 시작한다해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길을 찾아 출구를 찾을 수 있을지. 아마도 길치, 방향치인 기자도 결국은 명보 플라자를 찾아 나왔으니, "처음부터 정석을 밟아 나갈" 각오를 가진 모해규 편집장도 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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