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해외의 인디 :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
곽경신 2001.05.01

미국 언더그라운드만화는 30년의 역사를 토대로 그 시스템을 안정화시켜왔고, 또한 미국의 인종, 문화적인 다양성을 토대로 대단히 넓은 스펙트럼에 걸쳐 여러 가지 모습을 보여주어왔다. 이러한 미국의 언더그라운드만화의 전통과 각 면면은 우리나라의 언더그라운드 만화 문화에도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하며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를 한번 살펴보도록 하자. 하지만 미국이라고 해서 언더그라운드 만화가 특별히 잘 팔릴 리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쪽의 작가들도 사비를 들여 자신의 만화를 출판하기도 하고 만화로는 생계를 이어나가기 힘들어 많은 작가들이 부업을 같이 하는 것이 우리나라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작가와 작품

60~70년대는 Robert Crumb과 Gilbert Shelton의 시대였다. 그리고 80년대엔 Hernandez 형제와 Art Spiegelman이 존재했었다. 90년대에서 현재 최고의 작가로는 Chris Ware가 있다. Chris Ware는 그의 선배 Art Spiegelman의 쥐(Maus)가 그랬던 것처럼 연재중에는 그리 큰 찬사를 받지는 못했지만 2000년에 작품 모음집인 Jimmy Corrigan, The Smartest Kid on Earth를 내며 비평가들로부터 전적인 지지를 얻었고 현재 온갖 상들을 휩쓸고 있다. 그의 만화는 한없이 우울한 그의 자전적인 스토리뿐만 아니라 정교하고 새로운 그림과 작업방식에서부터 세심한 연출까지 획기적이었고 그는 언더그라운드만화의 새 방향을 제시하는 작가중의 한명이 되었다.

출판사들

30년이 넘는 미국 언더그라운드만화의 역사에서 장수하는 독립출판사들은 손에 꼽을 정도의 개수이다. 분업화되어 스케줄에 맞추어 그려내는 기존의 주류 만화들의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처음으로 벗어난 독립출판사였던 Rip Off 출판사도 현재는 과거의 유명 작품들의 재판이나 팔고있는 곳으로 전락했으며, 그 외의 대부분의 출판사들도 단명했다. 현재는 Fantagraphics Books, Drawn & Quarterly, Top Shelf, Alternative Press가 책을 내고있는 대표적인 독립출판사들로 그 중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장수하고 있는 출판사가 바로 Fantagraphics Books이다. Fantagraphics Books는 처음 설립된지 올해로 25년째로 그간 성실히 매우 성공적으로 운영해 나가고 있으며, 독립만화 출판사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The Comics Journal이라는 잡지를 통해 비평적인 측면에서도 여러 가지 기여를 하고 있다. Chris Ware, Daniel Clowes, Hernandez 형제 등, 현재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를 이끌고 있는 작가 대부분이 이 곳 Fantagraphics Books를 통해 자신들의 작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독립만화에 있어 출판사는 작가의 의도대로 책을 출판해줄 뿐 책의 내용, 디자인등에 전혀 간섭하지 않고 많은 비용을 들여 홍보를 하는 경우도 없다. 그리고 스케줄에 있어서도 대부분의 작품들이 출판사에 귀속되어 연재되는 것이 아닌 비정기적으로 발간되는 개인지 형식을 띄고 있다.

주류만화계의 움직임

언더그라운드 만화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주류만화계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1980년대 미국에서 언더그라운드 만화의 힘이 커지고 유럽만화들이 유입하자 이에 대항해 DC Comics와 Marvel Comics에서는 각각 DC Vertigo와 Marvel Epic이라는 성인용, 얼터너티브 만화 라인을 만들어내었다. Marvel Epic라인은 Marvel Comics의 자체경영의 문제로 없어졌지만 DC는 Vertigo를 통해서 그간 DC의 주류 라인에서는 나오기 힘든 비장르물의 만화를 대다수 내며 주류권 작가들이 작가주의만화를 그릴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그 결과로 Sandman이나 Transmetropolitan같은 주류만화계에서 나올 수 없을만한 작품들을 만들어 냈다.
Image Comics는 Marvel의 유력한 작가들이 자기 캐릭터를 자유롭게 그리기 위해 Marvel에서 나와서 설립한 만화출판사다. Image Comics의 설립이후 주류 만화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자신이 소유하는 관행이 더 확산되었고 Dark Horse Comics같은 출판사의 경우엔 작가들이 원하는 경우에는 스케줄에 쫓기지 않도록 그린 만큼만 연재하고 쉬는 비정규 시리즈방식을 도입하는 등 언더그라운드 만화계의 방식을 도입하기도 했다.

Small Press Expo 와 Alternative Press Expo

미국에서는 비록 작게나마 독립 만화출판사들만의 정기적인 행사도 존재한다. Small Press Expo나 Alternative Press Expo가 그것인데 SPX에서는 Ignatz Awards라는 독립만화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상식도 함께 개최된다. 다른 만화컨벤션과 같이 엑스포를 통해서는 신인들의 발굴이나 작품의 전시 등 여러가지 행사와 함께 인쇄업자, 도소매상, 출판사, 작가들의 교류가 이루어진다. 작년 SPX2000의 경우에는 비싼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유료관객만 약 1400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했고 올해 샌프란시스코에서 있었던 APE의 경우에는 나쁜 날씨에도 약 2700명이 참가했다고 한다.

30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는 그 시스템을 안정시켜왔으며 질적인 면에서도 큰 향상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제 언더그라운드 만화는 단순히 독립출판, 혹은 비주류인 언더그라운드가 아니라 주류만화에 대한 대안적인 만화, 더 폭넓은 주제를 가지고 더 넓은 독자층에게 다가갈 수 있는 만화를 뜻하는 얼터너티브 만화라는 개념으로 바뀌어 그에 걸맞게 비평적인 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올해에 Eisner Awards에서 거의 모든 부문에 얼터너티브 만화들이 후보작들로 대거 등장했고 타임지가 선정한 2000년의 최고의 만화 Top10에서는 4위를 뺀 모든 순위에서 얼터너티브 만화가 선정되었다 비록 현재 미국만화계가 전례없는 침체기여서 얼터너티브 만화들의 판매량은 더욱 작아졌지만 위의 성과는 지난 30년간 미국 언더그라운드 만화가 이루어 낸 결실로 결코 과대평가된 것이 아닐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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