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21세기 만화저작권 별곡
이동수 2003.04.01

최근 만화와 관련한 대여권 논의가 한창이다.
만화시장의 위축이 지속되는 데 대한 문제제기 속에 나온 만화대여점 반대운동에서 불붙은 ‘만화대여권’ 문제는 정부에서도 평소와 다른 신속한 대응으로 이 문제에 대한 예산 배정과 연구용역으로 아연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저작권이다!

이 글의 제목에 들어간 ‘저작권 별곡’은 만화계에서 유명한 이른바 <서대원 사건> 과 관련한 김경란씨의 투쟁기록의 제목에서 따왔다. 서대원이라는 신인 만화가가 그린 학습역사만화를 출판하기로 했던 (가)출판사는 이를 출판하지 않고 (나)출판사에 넘기고 (나)출판사는 저자이름을 아주 당연히(!) 표시하지 않고 출판한다. 이에 대항하여 만화가 서대원은 이들 두 출판사를 고소하고 고등법원에서 승리하여 신문지상에는 “한번에 원고료 받는 매절, 저작권 넘겨준 것 아니다”(한국일보 1992년 7월3일자)는 제목으로 크게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대법원까지 간 결과는 의외의 패소였고 이에 대한 출판사의 로비 의혹을 제기하며 항의하던 김경란씨는 검찰로부터 무고죄로 감옥생활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 처절한 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와 서대원,김경란의 명예가 되살아나지 않는 한 우리 만화의 저작권 문제는 한 켠에 이를 부채로 안고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에서 저작권법은 1908년 대한제국 당시 한국저작권령(칙령 제200호)에서 최초 도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후 1957년 저작권법이 제정, 발효됨으로써 비로소 우리의 법제를 갖추게 되었다. 그후 저작권 환경변화에 따라 1987년 7월 1일 개정된 저작권법이 시행되었고 이에 근거해 저작권조정위원회가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 법은 저작자의 창작노력을 존중하고 그에 대한 경제적 보상과 인격 존중을 통해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공정한 이용을 도모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문화의 향수자인 국민의 복리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 [저작권의 기초])
필자가 생각하기에 저작권 문제는 법리해석이나 문제가 발생시에 복잡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아주 간단하다고 본다. 최근의 저작권법이 보다 세밀하게 변경되면서 더한층 복잡한 듯 보이나 기본적으로 저작물을 창작한 자는 그에 상응하는 권리를 갖는데 하나는 저작인격권으로 동일성유지, 성명표시, 공표에 관한 권리 등을 갖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저작재산상의 권리로 자신의 창작 저작물에 대해 복제권, 공연권, 방송권, 전시권, 배포권, 2차적 저작물에 대한 허락권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는 공공성을 위해 일정한 제한을 갖는데, 이때도 반드시 그 저작자에 대한 양해와 저작권을 표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화관련 ‘지원’단체들이 생겨난 지 이미 오래지만 어느 곳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를 진지하게 탐구하고 저작권과 관련한 ‘창작지원’을 방기한 측면이 있는 바, 대여권과 관련한 바람 속에 만화저작권에 대한 이들 지원단체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주객이 전도된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주객이 전도된 느낌을 받는 이유는 현재 만화가들이, 혹은 장래의 만화가들이 만화계에 진입하거나 활동할 때 현장에서 절실한 문제는 무엇보다 만화로 고부가가치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저작권에 대해 기본적이고 상식적인 수용을 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만화계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신인 만화가들이 가장 애로를 느끼는 것은 저작권 문제이고 합리적인 표준 계약서의 문제라고 본다. 저작권이란 앞서 이야기했듯 창작자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경제적, 인간적 권리인 것이다. (따라서 만화가 및 만화업계 관련자들에게 이에 대한 상시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할 수 있다.)
헌법 22조의 창작, 예술자들을 보호한다는 조항이 어느정도라도 실현되어야 문화대국이나 만화의 고부가가치가 폭넓게 실현될 수 있를 것이고 만화가의 창작의욕도 고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러한 권리가 무참히 짓밟히고 무시당하면서 만화가의 창작의욕을 꺾어버리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만화가들에게 있다. 자신들의 권리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고 이른바 ‘등단’에 급급함으로써 그러한 악행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관례로 만들어 온 측면 또한 없지 않기 때문이다. 계약서도 읽지 않고 계약 확인 도장을 찍고 돌아오면서 읽어보는 한(그 상황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식의 안이한 접근으로 불면의 밤을 지새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 한, 그 문제는 해결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본인에게도 적용된다)
만화관련 지원단체들이 생겨나는 순간, 필자는 이에 대한 기대를 한껏 갖고 있었으나 오히려 그들이 나서서 작가들의 저작권을 무시하는 일들을 겪으면서 더 큰 실망을 하게 했던 경험은 쓴 약이 되기를 바랄 뿐이다.

대강 최근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려보자.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만화를 공짜로 볼 수 있게 했던 것은 누구인가?
그나마 이런 식의 집단적 악행은 알려지기라도 한다. 각 개별 작가들은, 특히 신인작가들은 이러한 저작권 침탈에 대해 무력하다. 이에 대한 도움을 받고 싶어도 불확실한 정보 속에 문제는 무척 복잡한 상황으로 비쳐진다. 종이인쇄매체에 실렸던 작품들을 아무런 통지나 양해도 없이 자신들의 인터넷 매체에 당연한 듯 실으면서 그에 항의하면 ‘수익구조’를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만화가의 수익구조는 어디에서 찾으란 말인가?! 수익구조가 개선되면 만화가들에게 그 수익을 나눠줄 것인가?! (게다가 종이인쇄매체에 실렸던 광고는 인터넷에 공짜로 실어주지 않는다!)
작가의 캐릭터나 작품을 알린다는 명목 하에 아무런 동의도 받지 않고 캐릭터나 작품을 사용하는 일들이 관례인 양 저질러지고 있는 상황에서 만화의 고부가가치는(그게 있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게 되고 만화가의 창작의욕 고취는 요원한 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지금 시급히 필요한 것은 이러한 만화 저작권에 대한 인식과 보호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약자일 수밖에 없는 신인 만화가들이 굴욕을 참고 연재를 하고, 작품을 내서 인기를 얻게 되면 그만큼 참았던 굴욕을 출판사에 돌려주는 식의 관계악화의 순환구조가 되풀이 된다면 어떻게 만화문화발전이 이야기 될 수 있겠는가? 최근의 만화관련 각 지원단체들의 저작권에 대한 관심이 제대로 결실 맺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래서 힘없는 신인 만화가들이 등단을 함에 있어 자괴감에 빠지지 않고 즐겁게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만화의 고부가가치가 만화가들에게도 정당하게 되돌아올 수 있도록 만화 저작권에 대한 강력한 실행과 이를 반영한 상식적인 표준 계약서의 집행이 이루어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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