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웹툰이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말한다.
김산율 2020.05.15



웹툰이 외모지상주의 사회를 말한다

외모지상주의를 말한 한국 웹툰의 계보와 특징에 대하여
하일권 작가 '삼봉 이발소'부터 아띠 작가 '나를 바꿔줘'까지 
외모에 변화를 겪은 캐릭터가 독자에게 쾌감을 선사
웹툰에 '외모'가 드러나는 것은 사회가 인식하는 미적 감각이 웹툰에 투영된 결과

김산율 만화평론가



“겉모습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이런 사회가…너무 싫고…잘 못 되었다고 생각했다.”


19번 예쁜 동급생 옆에 선 20번 장미는 말했다. 시간이 흘러 박장미는 다시 말했다. “내 인생이 무채색이었던 것은 내가 색칠을 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일지도 몰라 예쁜 봄빛 색깔 물감으로 색칠하면… 내 인생도 조금은…밝아질 수 있을까?”라며 작품 속에서 성장한다. 하일권 작가의 데뷔작 <삼봉이발소>의 구절이다. 외모 콤플렉스를 웹툰 소재로 사용한 선도적 사례로 2006년 작품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변신이 아니라 치유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라는 작품 소개 글이 작품의 정서를 대변한다.

박태준 작가의 <외모지상주의>가 2014년 등장했다. 학교에서 따돌림 당하는 박형석이 ‘어느 날 갑자기’ 키 크고 잘생긴 얼굴에 더해 비범한 신체능력까지 얻고 학교의 주류로 성장하는 작품이다. 연재 시작부터 지금까지 인기와 화제성을 불러일으키며 외모 소재 웹툰의 마중물이 되었다. 




△ 네이버 금요웹툰 <외모지상주의>


웹툰 속‘외모 콤플렉스’는 ‘외모지상주의(Lookism/外貌至上主義)’로 키워드가 바뀌었다. 과거 웹툰 내 ‘외모 콤플렉스’의 치유와 극복은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재확인하는 과정을 통해서였다. 현재 키워드 ‘외모지상주의’는 무조건적으로 바뀐 잘생기고 예쁜 외모를 추앙하고 변신으로 얻은 매력으로 유무형의 권력을 사용하는 쾌감을 독자에게 제공한다. 마치 <원펀맨>의 사이타마, <나 혼자만 레벨업>의 성진우 처럼 먼 치킨 장르 주인공과 흡사하다. 무소불위의 힘으로 빌 런들을 제압하듯이 외모의 정점에 선 캐릭터가 발산하는 압도적 에너지는 독자들의 욕망을 자극한다. 

우리 사회가 얼굴과 신체에 정형화된 미감을 지향함에 따라 웹툰 창작자와 독자의 의식도 세태에 맞게 변화했다. 웹툰이 ‘외모지상주의’를 창작의 대상으로 가져온 역사는 길지 않지만 작품 속에서 외모변신을 다루는 방법에는 몇 가지 흐름이 있다. 2011년 캐러맬 작가의 <다이어터>와 천계영 작가의 <드레스 코드>는 공부와 노력을 통한 신체변화였다. 2015년 오성대 작가의 <귀귀괴괴-성형수>편, 2016년 기맹기 작가의 <내 ID는 강남미인!>은 웹툰으로‘성형’에 대한 담론을 제시했다. 2018년 야옹이 작가의 <여신강림>, 이연 작가의 <화장 지워주는 남자>, 여은 작가의 <겟 레디 위드미>는 변신의 도구로‘화장’을 전면에 내세우고 뷰티 웹툰이라는 이름으로 장르화 됐다. 2019년 이지호, 아띠 작가의 <나를 바꿔줘>는 박태준 작가의 <외모지상주의>와 유사하게 특정한 계기로 변신하지만 해당 작품은 자신이 주체적으로 아름다운 신체를 선택한 점이 차이점이다. 




△ 좌측부터 <드레스코드>, <여신강림>, <화장지워주는 남자>


대중문화이자 문화예술의 한 영역으로 웹툰이 외모 차별의 문제를 드러내는 순기능적 효용과 오히려 외모의 집착을 조장한다는 의견이 상호 존재한다. 그렇지만 외모 소재 웹툰 자체로 비판의 대상이 될 이유는 없다. 다만 웹툰이 외모관련 소재를 다룰 때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한 시대를 고려해 생각해봐야할 지점은 있다. 

먼저 외모 소재는 웹툰의 서사 방식과 연결된다. 앞에 열거한 웹툰의 공통점은 아름다움이 이야기의 결말이 아니라 스토리 전개의 수단이다. 주인공은 극 초반 멸시와 조롱의 대상에서 외모 변신 후 모든 이에게 사랑을 받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이 부분은 매우 짧은 분량이다. 하지만 독자들은 우월한 외모가 대우받는 장면들과 평범 이하의 외모가 지탄받는 과정을 지켜보며 무의식적으로 외모지상주의에 동참하게 된다.


그리고 웹툰 작화의 주목성은 독자들의 집중도를 높인다. 문화콘텐츠 중 등장인물의 외모를 가장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매체가 만화이다. 만화의 기호적 상징을 통한 캐릭터의 외관 묘사는 작화의 세밀함이나 완성도와 관계없이 의식화된다. 즉 명랑만화 속에서도 외모의 우열은 쉽게 구분된다. 만화 캐릭터의 얼굴, 신체, 동작, 의상 등은 현시대의 반영이다. 어린이부터 청소년, 청년층이 웹툰의 주요 독자임을 고려한다면 외모지상주의 시대 당사자 집단에게 영향력이 발휘된다.

 

외모는 선천적인 것으로 차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외모 평가 일체를 배격해야 하지만 사회에서 아름다운 외모를 우대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차별이 존재함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런 시대의 흐름은 연구결과로 증명된다. 청소년들은 외모의 우월함이 열등함보다 ‘사회적 유용성’이 높으며 특히 연인관계에서 가장 유용하다고 믿는다. 외모의 열등함은 ‘사회적 차별성’으로 이어지며 대인관계에서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생각했다.(청소년 인기 웹툰에 나타나는 외모지상주의 현상에 대한 연구 2019-45권 2호)

외모소재의 웹툰은 극히 일부다. 몇 몇 작품이 베스트셀러가 되어 부각 된 측면도 있다. 돌이켜보면 우리가 사랑했던 수많은 만화주인공 중에 우월한 외모를 가진 캐릭터는 매우 소수이다. 보통 미인형 캐릭터는 주인공의 선량한 의지와 행동에 좌절하거나 노력에 감화해 조력자가 된다. 이런 전통 만화서사가 가진 메시지는 웹툰에도 유구히 이어져 오고 있으며 외모지상주의사회를 견제하는 요소로서 활약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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