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네이버 인기 웹툰 <유미의 세포들>을 중심으로 보는 현대사회
이선영 2020.05.18



 <유미의 세포들>을 중심으로 보는 현대사회

<유미의 세포들>로 살펴보는 감정대리 사회

세포라는 '감정 대리인'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과정

주인공 유미가 스스로에게 귀기울이는 장면은 독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


이선영박사



△ 네이버 웹툰 <유미의 세포들>


감정대리인이라는 단어가 있다.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감정대리인은 감정을 대리해 주는 사람이나 상품・서비스를 ‘감정대리인’으로 명명하였다. 감정대리인은 어릴 때부터 디지털 기기와 가까이 상호작용하여 사람과의 관계 맺기를 더 힘들어하는 디지털 원주민들, 온갖 걱정을 안겨주고 동시에 행복을 강요하는 감정 과잉 사회 속에서 정작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을 곳이 없어진 사람들이 찾는 코드라고 하지만 소수에게 소비되는 현상은 아니다. 오늘날 우리가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창에서 나를 대변할 이모티콘을 고르고 있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렇듯 자신의 감정을 명확하게 통제하기 어려운 시대에 웹툰 <유미의 세포들>은 세포들을 통해 감정대리인을 내세웠다.

 

국수 회사의 경리부에서 근무하던 유미는 우기를 좋아했다. 하지만 우기는 유미에게 큰 관심이 없었고 오히려 유미에게 소개팅을 제안한다. 그렇게 유미는 구웅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연애를 시작한다. 하지만 유미의 연애는 순탄치만은 않다. 구웅의 여사친 새이로 인해 위기가 발생하기도 하고 자존심 강한 구웅의 태도로 상처받기도 한다.  결국 구웅을 좋아하지만 더 나은 자신을 위해 헤어진다. 유미는 힘든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줄곧 자신을 응원해 주었던 유바비에게 호감을 가져 사귀게 되고 더 늦기 전에 자신이 하고 싶었던 글 쓰는 일을 해 보고자 회사도 그만둔다. 유미는 완벽한 남자친구 유바비와 행복한 연애를 하고 작가로 데뷔하며 꿈을 이루지만 유바비의 다정함이 화근이 되어 다시 헤어짐을 선택한다. 그리고 현재 유미는 연하남 신순록과 또 다른 연애를 시작했다.

<유미의 세포들>의 스토리는 특별한 것이 없다. 유미는 우리 곁에 있는 평범한 여자이고, 구웅과 유바비, 신순록도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다. 유미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최선의 결과를 위해 생각하고 행동한다. 이들의 생활공간은 대부분 일산이고 버스를 타고 이동하며 유행하는 먹거리나 소품들을 찾아다닌다. 이러한 재현은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 일상 그 자체이다.




△ <유미의 세포들> 속 주요 세포들




하지만 <유미의 세포들>에는 유미를 대변하는 세포들이 있다. 세포들은 모든 캐릭터에게 존재하며 사랑세포, 세수세포, 감성세포, 이성 세포, 응큼 세포 등 각각 상황이나 감정, 상태 별로 구분되어 개성 있고 다양하다. 이들은 유미가 처해진 상황이나 감정에 대해 설명하고 독자들에게 전달하며 감정 대변인 역할을 한다.

먼저 너무 피곤해서 그냥 자는 유미를 보며 세수 세포는 씻고 자야 한다는 것을 계속 일깨운다. 우리는 외출 후 감염예방이나 피부 노화 방지 등을 위해서 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피곤하다는 이유로 방치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며 동질감을 느낀다. 그리고 세수를 방치하는 행동을 이해하며 내가 왜 씻지 않고 자는지에 대한 이유를 알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귀찮다는 이유로 씻는 것을 미루는 나에게 세포들의 행동을 보며 정당성을 부여하며 위안을 얻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이든 잘 먹는 출출이 세포는 유미가 먹는 것에 대해서 강력하게 지원한다. 핫도그를 먹는 것에 있어서도 설탕과 케첩을 모두 발라서 맛있게 먹음으로써 핫도그의 명예를 지켜주는가 하면 남자친구와의 데이트에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즐겁게 먹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은 가식 없이 맛있게 음식을 먹는 모습으로 보이며 잘 먹는 것에 대한 대리만족을 형성하는 것이다. 게다가 출출이 세포는 견원지간이어도 모자랄 다이어트 세포와 친밀한 관계이다. 이러한 어불성설 같은 관계도 매번 다이어트를 결심하지만 실패하는 이에게 공감을 만들어내기 충분하다.

그리고 유미의 연애를 지원하는 프라임 세포, 사랑세포는 사랑하는 사람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며 유미의 연애를 관찰하게 만든다. 유미가 남자친구를 만날 때의 다양한 감정이 사랑 세포를 주축으로 설명되고 행동하게 만든다. 사랑 세포는 사랑의 힘으로 여러 가지를 극복하게 만들고 이별 앞에서 갈등하는 감정을 그려낸다. 완벽하다고 평가받던 남자친구 유바비와 헤어지던 날에도 사랑세포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연애가 끝난 것에 대해 슬픔이 아니라 연애에 대한 불신을 만들어내고 분노의 화신으로 변해 세포 마을은 엉망진창이 된다. 그러던 때 유미 본인이 세포 마을에 나타나 사랑세포를 설득하고 자신은 그저 행복 하고 싶을 뿐이라는 말을 전한다. 이 에피소드의 베스트 댓글은 ‘유미가 직접 세포들에게 말한 적은 처음인고 같은데.. 유미가 어떤 심정인지 너무 잘 드러난다..’이다. 그동안 자신의 감정에 방관하고 있었던 것 같은 유미가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게 만드는 부분인 것이다. 이것은 유미를 통해 대리연애에 심취해 있던 독자들로 하여금 결국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전달하기도 하였다.

 

<유미의 세포들>에서는 유미의 세포만 등장하지 않는다. 최근 등장한 신순록의 세포는 노란색이다. 신순록의 프라임 세포는 유미처럼 사랑세포이지만 어쩐지 응큼 세포의 덩치가 심상치 않다. 아직까지 응큼 세포가 특별한 활동을 펼친 것은 아니지만 독자들은 유미의 응큼 세포와 신순록의 응큼 세포의 덩치 크기만으로도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여전히 대리만족을 위해 유미와 세포들을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유미의 세포들>은 감정을 전달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관계 속에서 마음을 정리하고 알 수 있게 하는 대리인의 출연을 통해 복잡하고 어려운 감정을 전달한다. 감정은 어떤 현상이나 사건을 접했을 때 마음에서 일어나는 느낌이나 기분으로 정의하지만 사실상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와 같은 에세이의 제목을 보며 도대체 무엇을 어쩌겠다는 걸까 싶은 의문이 들지만 실제로 저런 애매모호한 감정이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런 상황 속에서 <유미의 세포들>은 마음을 정리하고 알 수 있게 하는 ‘세포’라는 대리인의 출현을 통해 우리에게 그 감정이 무엇인지 전달하고 있으며 독자들은 그것을 배우고 이해하며 대리 감정을 최고로 누리고자 오늘도 이동건에게 참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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